오늘의 어린이·청소년 책
안녕 미스터 타이거

나혜림 글│ 창비 | 2026│15,000
《안녕 미스터 타이거》는 내가 좋아하는 나혜림 작가의 새 책이다. 나혜림은 《클로버》라는 고양이로 변신한 악마가 등장하는 전작으로 이미 내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이번 책도 만화 같은 표지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연상케 하는 제목이 매력적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새 책이 나왔구나 싶어서 참 좋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청소년 소설’이라고만 하기엔 너무 아깝다. 그 뛰어난 문장력뿐 아니라 이야기 속에 스며든 다양한 전설과 민담 같은 옛이야기며 조선의 문화, 당시 사람들의 정서, 근대의 풍경까지, 작가의 공부가 깊다. 감정이나 상황에 대한 묘사 또한 뛰어나다. 주인공인 계손향이 기생이 되기까지의 개인사에 깃든 슬픔과 그럼에도 당당하게 자기 삶을 펼쳐 나가는 줏대 같은 것들이 과장되지 않아 실제 인물인가 싶을 정도이다. “내가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버리지 못한다.” 행수 기생 목단이 계손향에게 건넨 이 말을 빌려 말하자면, 주인공이 사진을 찍고 외국어를 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삶을 펼쳐 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주체적으로 느껴진다.
미국에서 온 노월이라는 이방인은 또 어떠한가. 사진과 천문학에 대한 애정, 낯선 세상을 향한 관심과 인류 보편에 대한 진지한 이해는 일관성이 있다. 그는 계손향에게 “그대가 이야기를 즐기는 마음은 내가 별을 보는 마음과 같아요”라고 말한다. 편견 없이 아름다운 관점 아닌가. 이 둘의 사랑은 아름다우면서도 점잖다.
갑신정변이며 기미만세운동까지 역사적 사실도 녹아든다. 기생 만세운동을 주도한 계손향의 절친 ‘영월’을 통해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를 로망스 가득한 ‘벨 에포크’로 만드는 오류를 피해 간다.
몇 년 전이지만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너무나 재미있으면서도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언어 구사력이 아이들에게도 보이고 싶었던 까닭에 동아리 ‘드라마 연구반’을 만들어 꼭꼭 씹어 먹듯이 같이 감상하고 공부했던 적이 있다. 이 책도 동아리에서라도 수업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알차고 귀하다. 엄청나게 많은 작가들이 오늘도 끊임없이 멋진 글들을 쓰고 있다. 읽는 사람은 점점 줄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만큼. 학교는 그나마 어떻게든 이런 책들을 읽힐 수 있는 곳이어서 다행이다.
아쉬운 마음도 한 줄 적어 본다. 청소년 소설을 꽤 많이 읽고 있지만 역시 창비 같은 큰 출판사에 쏠림 현상이 있다. 그리고 〈미스터 션샤인〉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미국에 대한 호감이 담긴 작품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제 강점과 격동의 시대에 미국은 상대적으로 덜 미운 이방의 나라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합리적이고 젠틀한 이미지의 미스터들, 조선의 여인을 기꺼이 사랑하고 그녀들이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는 존재들의 등장이 매번 반갑기만 한 건 아니다. 20세기와 21세기의 ‘미리견(미국)’을 겪어 본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다.
- 안정선(서울 경희중 교사,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조합 통신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연수와 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 벗모임과 《오늘의 교육》 읽기 모임, 교육농, 나눔공방 등 조합원들이 만들어 내는 모임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임을 직접 제안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조합비는 월 15,000원이며, 아래 링크를 통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시면 매월 CMS로 자동 출금됩니다.
(단,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분들이나 청소년들은 월 회비 납부를 조정하거나 유예할 수 있습니다.)
· 출자금은 최소 '1구좌 2만 원'이며, 약정하신 금액만큼 첫 번째 월 조합비와 함께 출금됩니다.
· 가입서 작성시 ‘상호’에 재직 중인 학교나 회사명 또는 소속을 입력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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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어린이·청소년 책
안녕 미스터 타이거
나혜림 글│ 창비 | 2026│15,000
《안녕 미스터 타이거》는 내가 좋아하는 나혜림 작가의 새 책이다. 나혜림은 《클로버》라는 고양이로 변신한 악마가 등장하는 전작으로 이미 내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이번 책도 만화 같은 표지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연상케 하는 제목이 매력적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새 책이 나왔구나 싶어서 참 좋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청소년 소설’이라고만 하기엔 너무 아깝다. 그 뛰어난 문장력뿐 아니라 이야기 속에 스며든 다양한 전설과 민담 같은 옛이야기며 조선의 문화, 당시 사람들의 정서, 근대의 풍경까지, 작가의 공부가 깊다. 감정이나 상황에 대한 묘사 또한 뛰어나다. 주인공인 계손향이 기생이 되기까지의 개인사에 깃든 슬픔과 그럼에도 당당하게 자기 삶을 펼쳐 나가는 줏대 같은 것들이 과장되지 않아 실제 인물인가 싶을 정도이다. “내가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버리지 못한다.” 행수 기생 목단이 계손향에게 건넨 이 말을 빌려 말하자면, 주인공이 사진을 찍고 외국어를 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삶을 펼쳐 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주체적으로 느껴진다.
미국에서 온 노월이라는 이방인은 또 어떠한가. 사진과 천문학에 대한 애정, 낯선 세상을 향한 관심과 인류 보편에 대한 진지한 이해는 일관성이 있다. 그는 계손향에게 “그대가 이야기를 즐기는 마음은 내가 별을 보는 마음과 같아요”라고 말한다. 편견 없이 아름다운 관점 아닌가. 이 둘의 사랑은 아름다우면서도 점잖다.
갑신정변이며 기미만세운동까지 역사적 사실도 녹아든다. 기생 만세운동을 주도한 계손향의 절친 ‘영월’을 통해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를 로망스 가득한 ‘벨 에포크’로 만드는 오류를 피해 간다.
몇 년 전이지만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너무나 재미있으면서도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언어 구사력이 아이들에게도 보이고 싶었던 까닭에 동아리 ‘드라마 연구반’을 만들어 꼭꼭 씹어 먹듯이 같이 감상하고 공부했던 적이 있다. 이 책도 동아리에서라도 수업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알차고 귀하다. 엄청나게 많은 작가들이 오늘도 끊임없이 멋진 글들을 쓰고 있다. 읽는 사람은 점점 줄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만큼. 학교는 그나마 어떻게든 이런 책들을 읽힐 수 있는 곳이어서 다행이다.
아쉬운 마음도 한 줄 적어 본다. 청소년 소설을 꽤 많이 읽고 있지만 역시 창비 같은 큰 출판사에 쏠림 현상이 있다. 그리고 〈미스터 션샤인〉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미국에 대한 호감이 담긴 작품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제 강점과 격동의 시대에 미국은 상대적으로 덜 미운 이방의 나라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합리적이고 젠틀한 이미지의 미스터들, 조선의 여인을 기꺼이 사랑하고 그녀들이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는 존재들의 등장이 매번 반갑기만 한 건 아니다. 20세기와 21세기의 ‘미리견(미국)’을 겪어 본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다.
- 안정선(서울 경희중 교사,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조합 통신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연수와 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 벗모임과 《오늘의 교육》 읽기 모임, 교육농, 나눔공방 등 조합원들이 만들어 내는 모임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임을 직접 제안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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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분들이나 청소년들은 월 회비 납부를 조정하거나 유예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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