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와 불평등저자 인터뷰 ① 공현 “왜 지금, 능력주의인가?”

공현 

교육공동체 벗 편집자.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왜 능력주의를 비판하는 책을 기획하게 되었나?

입시경쟁교육과 학벌 차별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면서 자주 접했던 반응이 ‘그래, 학벌이 아니라 능력이 중요하지’ 같은 말들이었다. 의구심이 들더라. 학교 이름이 아닌 다른 스펙으로 경쟁하라는 말처럼 들렸다. 학벌 차별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말한다. ‘입시 결과는 노력의 결과물이고 능력을 보여 주는데 왜 그걸로 구분하지 말라고 하느냐?’

그러다가 활동하는 단체에서 능력주의에 대한 세미나를 하면서 학벌주의의 뿌리가 능력주의라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나는 크게는 능력주의와 나이주의 두 가지 체제-이데올로기가 청소년 억압이 자본주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드러내는 고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능력주의 극복이 앞으로도 청소년운동과 교육운동의 중요한 과제가 될 거라 본다.

2017년 이후 능력주의와 공정성 문제가 화제로 부상하면서 이런 책이 필요하겠단 생각을 굳히게 됐다. 사실 능력주의는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자리 잡아왔는데, 최근 경쟁과 양극화가 격화되고 자기계발론이 득세하면서 더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주제의 책들이 최근 들어 여러 종 나왔는데, 이 책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능력주의 비판 논의를 담은 책은 주로 학술적이거나 외국(특히 미국) 이야기를 담은 번역서가 많은 것 같다. 이 책에서는 한국 상황에 천착해서 교육, 시험, 대학과 학벌, 노동, 페미니즘 등 여러 분야에서 다각도로 능력주의 문제를 넓게 다루려고 했다. 한국의 교육 제도나 최근의 사건들을 통해서 능력주의 문제를 살펴보는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깊이 들어간다기보다는 넓게, 입문서로 읽기 좋게 만들려고 의도한 건데 의도대로 만들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두껍지 않기는 한데.(웃음)


책을 만들고 나서 아쉬운 점이 있는지?

본래 기획 단계에서는 장애학에서의 능력주의 비판 등의 주제도 담으려고 생각했다. 아쉽게도 결국 일정 등이 안 맞아서 필자 섭외에 실패했다. 다른 기회에 이런 더 많은 주제들을 담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꼽자면 제목? 편집자로서 내가 작업을 시작할 때 붙였던 가제는 《공정이라는 차별》 이었다. 지금 와서 보면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과 제목이 안 겹치게 되어서 다행이긴 하다.(웃음) 《능력주의와 불평등》도 직관적이고 좋은 제목이라 생각하지만, 또 너무 거창한 제목 같아서 부담스러운 마음도 드는데……. 독자들이 제목 작명의 고충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각별히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나?

편집자로서는 책에 실린 모든 글이 다 좋고 꼭 읽혔으면 한다. 저자로서 내 글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한다면, 능력주의가 내세우는 프레임이 사람들을 오인시킨다는 점이다. 능력주의라고 하면 보통 ‘개인’, ‘공정’(기회, 절차)을 내세우고 그런 가치들을 강조한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사실 능력주의는 개인을 위한 것도 아니고 공정을 지향하는 것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능력주의는 유능한 사람이 보상과 권력을 더 갖는 것이 조직이나 사회에 이득이 된다는 이유로 정당화된다. 국가·기업 등 평가하고 선발하는 권력을 가진 측의 편의와 이익을 위한 체제다.

“그럼 어떻게 사람을 뽑아야 하는가?”라고 질문할 수도 있다. 내 생각에는 이것도 능력주의의 폐해인데, 선발하는 쪽도 아닌 선발되는 입장의 사람들이 앞서서 그런 걱정을 하며 능력주의를 옹호한다. 이렇게 권력을 가진 측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만드는 것, ‘뽑히는 쪽과 뽑는 쪽’으로 상황을 보는 것이 아닌, ‘(뽑는 쪽의 위치에 이입해서) 뽑히는 쪽과 안 뽑히는 쪽’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야 말로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떻게 뽑아야 하나’를 묻기 이전에, 개개인들이 알아서 능력을 갖추어 뽑히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바꿔야 하며, 조직이 자기 구성원을 성장시키고 능력을 갖추도록 지원할 책임을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