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들]연못 하나를 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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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덕연 씀

11,000원 | 2025 

#시집 #벗들 


 

“저녁은 먹은 겨?” 

강아지와 고양이, 산새와 들새가 먼저 자리를 잡고

사람은 그 곁을 어슬렁거리며 살아간다

안부는 소박하고, 관계는 소란스럽지 않다

남한강가 작은 마을에서 

인간과 동물, 뭇 생명과 공동체에 전하는 따뜻한 안부





남한강가에서 태어나 다시 남한강가로 돌아가 농사지으며 사는, 교사이자 농부인 임덕연의 신작 시집이다. 텃밭과 텃논을 손수 일구며 살아온 삶의 자리에서, 시인은 교사로 하루를 보내고 농부로 계절을 건너며 시를 써 왔다. 《남한강 편지》 이후 13년 만에 펴낸 시집에는 삶의 터전인 여주 ‘수리실’ 마을과 자연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시집은 1부 ‘봄, 마실 한번 와라’, 2부 ‘여름, 습기가 너무 많다’, 3부 ‘가을, 헤어지기로 했다’, 4부 ‘겨울, 고립되어도 좋겠다’, 5부 ‘다시 봄, 눈물 떨어진다’로 구성되어 있다. 계절과 농사일의 순환을 따라 배치된 시편들에는 자연의 질서와 함께 삶을 바라보는 시인의 통찰이 담겨 있다. 그리움과 쓸쓸함이 배어 있으나, 감정을 앞세우거나 의미를 밀어붙이지 않고 담담하게 두는 태도가 시 전반에 흐른다.

시집의 배경은 집과 마을, 논밭 등이다. 강아지와 고양이, 산새와 들새, 고라니 같은 존재들이 오가는 풍경 속에서 이웃의 안부를 묻고 몸을 써 일하는 하루가 이어진다. 인간과 동물을 가르지 않는 애정이 시집의 바탕을 이룬다. 집과 밭 사이에는 연못 하나가 놓여 있다. 이 연못은 농사와 일상이 이어지는 생활의 한가운데에 마련된 공간으로, 시인이 자신과 마주하기 위해 선택한 자리다.

임덕연의 시는 편안하게 읽힌다. 오랜 교직 생활 속에서 길러진 감각, 먼저 바라보고 귀 기울이는 태도가 시의 언어를 간결하고 친근하게 만든다. 사소한 풍경과 일상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 관찰이 시 전반에 배어 있다. 일상어로 쓰인 시편들은 독자를 재촉하지 않는다. 농촌의 삶과 계절의 흐름이 겹쳐지며 시집은 천천히 읽히고 오래 남는다. 삶의 터전에서 켜켜이 살아온 시간이 낮고 단단한 서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 ‘벗들’은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들이 삶의 이야기, 경험, 지혜를 나누기 위해 함께 생산하고 나누는 시리즈입니다.




차례


시인의 말

 

1부 봄, 마실 한번 와라

봄비 갠 후

봄이다

산밭

수선화

시골집

어디서나 출렁이는 바다

우수

우수 즈음

지금쯤

첫 완두

 

2부 여름, 습기가 너무 많다

백합

상사화

비 오는 아침

사랑은

연못

인연

참깨를 심으며

담석

반딧불이 나는 저녁

대서 즈음

 

3부 가을, 헤어지기로 했다

고라니

고욤나무

들깨

모과

수리실

낙엽

다음 해는 뭘 심을까

수타사에서

재두루미 여인

헤어질 결심

회복기

 

4부 겨울, 고립되어도 좋겠다

첫눈 온다고

겨울 흙을 파며

까치밥 1

까치밥 2

농부의 사계

고립

만두

눈 내리는 시골집 밤에

소설 즈음

다 돼, 다 하고 살자

 

5부 다시 봄, 눈물 떨어진다

개구리

게으른 농부

농부 냄새

냉이죽

달래

동거차도 미역

마늘쫑을 뽑다가

몸살

시골살이

 

해설

다음 시가 기다려지는 이유 _ 이상대





시인의 말


밭에서 골라낸 돌로 연못을 만들었다.

연못에 연은 없고

시만 돌 틈 사이에 끼어 있다.

어찌 된 일인지

못의 물이 자꾸 빠진다.

황토와 돌들로

물샐틈없이 막았는데

물 빠지듯

시도 술술 빠져나간다.


2025년 12월




임덕연

1963년 9월 남한강가에서 태어나 안양에서 자랐다. 텃밭, 텃논 농사를 지으며 여주 이포 강가에 살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열 살 언저리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사실은 아이들한테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교사문학》 동인으로 시를 쓰기 시작해 시집 《산책》, 《남한강 편지》를 냈다. 교육문예창작회, 여주 민예총 문학위, 여주작가회의 회원이다. 어린이 책 《속담 하나 이야기 하나》, 《고사성어 하나 이야기 하나》, 《똥 먹은 사과》, 《우리 집 전기 도둑》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