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회복되는 교실


회복적 질문과 서클로 만들어 가는 관계 중심 생활교육

김훈태 씀

16,000 | 2024


건강한 관계를 가꿈으로써

교실은 자유롭고 즐거운 배움의 공간이 될 수 있고,

피해 회복 중심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입시 경쟁과 교육의 시장화

학교폭력, 아동학대 그리고 교육의 사법화

이로 인해 무기력한 학생과 교사

관계 회복과 갈등 조정을 통한 교육의 회복이 절실하다

 

이 책은 회복적 교육과 그 방법론인 서클Circie, 갈등 조정을 다루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는 관계 단절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학교에서도 건강한 관계를 맺지 못해 발생하는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교육의 시장화와 사법화가 갈등을 부추기고 비화시킨다는 점이다. 과도한 입시 경쟁과 처벌을 중시하는 응보적 문제 해결 방식이 지배하는 학교, 그 안의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게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올바른 관계 형성과 관계 회복을 위한 대화모임, 피해 회복 중심의 갈등 조정과 해결이 절실한 상황이다. 학교 현장을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는 인간 교육, ‘회복적 교육’이라는 이름의 서클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회복적 정의의 패러다임으로 만드는 회복적 학교

 

이 책은 세 개의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부의 제목이기도 한 ‘왜 회복적 정의일까?’, ‘회복적 교육이란 무엇일까?’, ‘회복적 관계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이다. 회복적 정의라는 렌즈를 통해 학교를 들여다보고, 존중의 대화로 관계를 맺는 법을 익히고, 피해 회복을 중심으로 갈등을 조정 과정에 참여하다 보면 저자가 꿈꾸는 회복적 학교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1부에서는 회복적 정의의 기본 철학을 공유하고, 그 방법론인 서클에 대해 설명한다. 교육에서의 회복적 정의는 회복적 생활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해 왔다.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회복적 학교를 만들기 위한 통합적 접근이자 기본 철학으로 회복적 정의를 설명하고 있다. 서클은 회복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주요 방법 중 하나이며, 올바른 관계 형성과 관계 회복을 위한 대화모임이다. 서로 평등한 위치에서 생각과 감정, 욕구를 표현하고 파악하다 보면 피상적이었던 관계가 좀 더 단단하게 이어진다. 따라서 갈등 예방과 초기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된다. 교사들은 관계가 좋을 때 수업도 더 잘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생활지도와 학습지도를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교실에서 서클을 일상화할 것을 제안한다.

2부는 회복적 교육을 소개하고 회복적 학교를 만들기 위한 원칙과 과정을 공유한다. 회복적 학교는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회복적 접근을 시도하는 학교이다. 따라서 학교 구성원들은 회복적 교육의 3대 가치인 존엄과 존중, 책임이라는 권리와 의무를 나누어 갖는다. 구성원들은 서로 존엄한 존재로서 관계를 맺고 존중과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이때 인간의 발달 단계와 기질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면 좀 더 수월할 것이다. 학교 또한 구성원들을 보호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 시스템 마련을 중시한다. 이러한 회복적 학교는 5가지 회복적 원칙을 통해 실현되며, 서클과 회복적 질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유지된다.

3부는 갈등 조정을 통해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과 사례를 제시한다. 문제 행동과 갈등의 원인, 갈등의 진행 과정도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교사는 사소한 갈등이 심각한 학교폭력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고,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삶은 달걀 갈등 분석’ 기법은 양립할 수 없는 의견 충돌을 해석하고 당사자들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달걀 껍데기 같은 표면적 입장을 벗기고 흰자와 노른자라는 실익과 근본 욕구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제 해결 서클과 피해자-가해자 조정모임에 대한 상세한 안내와 설명도 포함되어 있다.




책 속에서


대화는 마음과 마음을 이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이때의 대화는 일방적인 말하기나 일방적인 듣기가 아닙니다. 마음을 알아주는 공감의 대화는 상처받은 자아를 치유하고, 무너진 관계를 회복시켜 줍니다. 인간의 존엄을 바탕으로하는 존중과 책임의 대화법, 관계를 회복하는 대화모임이 우리에게는 절실히 필요합니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현실이더라도 우리에겐 그것을 이겨 낼 힘이 있습니다. 이른바 회복탄력성 또는 회복력Resilience입니다. 서클은 우리 내면에 잠재된 회복력을 키워 줍니다. 속마음을 솔직히 표현해도 공격받지 않는, 안전한 공간에서 우리는 회복적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 〈들어가며〉, 12쪽


교사는 아이들을 지도할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하고 할 수 없는 일은 겸허히 내려놓을 때 주어진 힘을 적절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구분이 불명확해지면 스스로도 고통스럽고 반 아이들도 제대로 도울 수 없습니다. 가령 관계 형성 서클을 통해 아이들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소원해진 관계를 당장 친밀하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갈등이 벌어졌을 때, 문제 해결 서클을 진행하는 것은 할 수 있지만 화해를 이뤄 내는 일은 교사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당사자들의 몫입니다. 교사는 그 과정을 제공할 뿐입니다.

― 〈서클의 철학〉, 25~26쪽

 

회복적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교직원이 지속적으로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일반 학교는 3~5명, 작은 학교는 1~2명의 교직원이 심화 훈련을 받아 회복적 교육 전문가가 된다면 이상적일 것입니다. 그들이 다른 교직원들을 교육하고 갈등 문제를 전담할 수 있습니다. 회복적 학교를 만들기 위한 주된 내용은 관계 형성입니다. 따라서 학생과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지속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일상적으로는 관계 형성 서클과 존중의 약속 만들기, 평화 감수성 훈련 등 관계 형성 작업에 집중합니다. 갈등이 벌어지거나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위해서는 문제 해결 서클, 회복적 상담 등 초기 개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을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 〈회복적 학교 만들기〉, 76쪽

 

마음을 알아준다고 할 때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욕구입니다. 사실 갈등의 근원에는 욕구와 욕구의 충돌이 있습니다. 감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욕구의 충족 여부입니다. 충족된 욕구에서 긍정적 감정이, 충족되지 못한 욕구에서 부정적 감정이 나옵니다. 부정적 감정은 다시 부정적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근래 부정적 생각이 많았다면, 먼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떠올려 보고, 감정을 들여다본 뒤 그 근원에 있는 욕구를 살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욕구가 파악되면 부정적 생각의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욕구는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만약 부정적 생각이 잘못된 믿음에 기인한다면 합리적 사고를 통해 믿음 체계를 교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욕구를 전할 때는 바라는 행동까지 부탁하는 게 좋습니다.

― 〈존중의 대화〉, 128쪽

 

교실에 형성된 권력관계를 보지 못하고 형식적인 대화만 한다면 갈등 상황은 나아질 수 없습니다. 대화는 힘의 균형을 맞춘 다음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조정에서는 가해자의 힘을 빼고 피해자에게 힘을 실어 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사전모임에서 가해 학생과 대화할 때 피해 학생이 입은 피해를 중심으로 질문하고, 본모임 때도 피해 학생에게 힘이 되는 친구 또는 교사를 참석하게하는것이그예입니다.학급에서문제해결서클을통해반 친구들의이야기를가해학생에게들려주는것역시마찬가지입니다.가해학생의권력은또래압박을통해 약화됩니다.

― 〈갈등에 대해 이해하기〉, 137~138쪽

 

당사자들은 갈등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딱딱한 껍데기와 더 딱딱한 껍데기로 부딪치기 일쑤입니다. 이때 적절한 질문을 통해 흰자로 들어가는 것이 조정의 관건입니다. 어른에 비해 아이들의 마음이 더 유연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갈등이 부모 갈등으로 심화되지 않도록 초기에 대응을 잘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부모들끼리 갈등이 벌어졌다고 해도, 문제를 풀어 가는 상황에서는 아이들 중심으로 접근하자고 설득해야 합니다. 부모의 실익에는 늘 자녀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고 성장하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 〈삶은 달걀 갈등 분석〉, 171쪽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공감 능력이 풍부해야 하지만 과잉될 필요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의 감정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습니다. 공감은 감정을 책임져 주는 것이 아니라 확인하고 이해해 주는 것입니다. 누군가 슬퍼하거나 화가 나 있을 때 진정한 공감은 그 슬픔과 화를 확인해 주는 것이지, 같이 슬퍼하거나 화를 내는 게 아닙니다. 누구나 슬퍼하거나 화를 낼 자유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누구나 스스로를 지키고 편안한 마음을 가질 자유가 있습니다. 교사가 평정심을 유지할 때 아이들과 부모들을 더 잘 도와줄 수 있습니다.

― 〈마음이 아픈 사람들〉, 196~197쪽

 

회복적 정의는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잘못이 생겼을 때 우리의 진정한 욕구는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피해자와 공동체의 피해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잘못이 벌어지는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고 변혁시키는 것, 그래서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우리는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이 국가나 시장에 종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육은 교육다워야 합니다. 교육은 인간을 키우는 일이며, 인간 자아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회복적 교육은 인간이란 누구나 똑같이 존엄한 존재이고, 존중과 책임을 균형 있게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 〈나가며〉, 202쪽

 



 목차

  

들어가며 6


1부 • 왜 회복적 정의일까?

회복적 정의의 주춧돌 18

서클의 철학 20

서클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 27

회복적 정의란 무엇인가? 35

응보적 정의에 대해 알아보기 41

회복적 정의와 응보적 정의 그리고 전환적 정의 47

 

2부 • 회복적 교육이란 무엇일까?

행복하지 않은 교사에게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까? 54

교육의 시장화와 사법화 60

회복적 학교 만들기 67

회복적 교육의 3대 가치 78

5가지 회복적 원칙과 회복적 질문 86

회복적 원칙을 수업에 통합하기 92

회복적 교육의 인간학 101

발달 단계에 따른 접근법 109

기질 특성에 따른 접근법 116

 

3부 • 회복적 관계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존중의 대화 126

문제 행동에 대해 이해하기 132

강들에 대해 이해하기 136

갈등 고조의 9단계 142

갈등 조정은 왜 필요할까? 152

문제 해결 서클 158

삶은 달걀 갈등 분석 168

밤송이 같은 사람과 대화하는 법 177

갈등 조정의 절차와 유의점 185

마음이 아픈 사람들 192

 

나가며 198


글의 출처 204

 



저자 소개

 

김훈태 edukht@hanmail.net

슈타이너사상연구소 대표. 공립 초등학교와 발도르프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다. 성공회대 사회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한국회복적정의협회에서 전문가 과정을 모두 이수했다. 발도르프 교육 및 회복적 정의에 대해 연구하며, 갈등 조정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교사를 위한 인간학》, 《교실 갈등, 대화로 풀다》, 《부모가 되어 가는 중입니다》가 있고, 번역서로 《연민의 대화, 공감에 깨어있기》, 《발도르프 공부법 강의》, 《발도르프 치유교육》, 《루돌프 슈타이너 명상시집》, 《자연적 필연성의 질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