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의 거의 모든 것
공현, 진냥(이희진) 씀
14,000원 | 2024
한국의 교육과 지방 자치 역사를 바꾼 제도이자 선언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오해와 질문에 답하다
‘교실 붕괴’는 학생인권이 과잉한 탓이다? 오히려 부족한 탓이다!
학교에는 더 많은 평등과 인권이 필요하다
학생인권조례가 만든 변화는 우리의 감각에 깃들었기에
우리는 학생인권조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학생의 인권을 조례로 보장하자는 아이디어는 언제 처음 나온 것일까? 왜 법이 아니라 조례로 정하게 되었을까?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권리만 강조해서 교권을 약화시켰다는 것이 사실일까?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진 배경과 역사, 이후 교육과 사회에 미친 영향을 일목요연하게 살피는 책이다.
2022년 이후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거나 개악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지 못하게 한다는 오해에 편승해,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이 나서서 학생인권조례를 공격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성소수자와 청소년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편견과 우려를 이용한 극우 단체들의 공격이 더해져 결국 충남, 서울, 광주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 위기에 놓였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대 경기, 광주, 서울, 전북에서 제정되기 시작해 충남, 제주까지 6개 지역에서 시행 중인 제도이다. 전례 없이 각 지역마다 찬반 양측에서 대중적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한국의 민주주의, 특히 학교 교육과 지방 자치에 미친 영향이 크다. 그럼에도 그 영향을 다룬 연구나 저작물은 손에 꼽을 만큼 적고,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기 일쑤다. 그만큼 정당한 평가와 진전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는 전국적으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후퇴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책의 공동 저자인 공현과 진냥은 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이다. 공현은 경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연구 용역팀에 소속되어 현재 학생인권조례들의 얼개에 영향을 미친 조례안을 함께 작성한 바 있다. 진냥은 학생인권조례 비(非)제정 지역에서 제정 운동을 해 온 교사이자 교육 분야 연구자로서 왜 교사에게도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한지와 학생인권조례가 비제정 지역에 끼친 영향을 짚었다.
이 책의 1부 ‘학생인권조례의 모든 것’은 학생인권조례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제정 과정과 그 내용, 지향하는 바를 살펴본다. 법이 아닌 조례로 만들어지게 된 배경, 17개 시도 중 6개 지역에 제정되기까지의 과정, 학생인권조례가 그린 학교와 교육의 상은 어떤 것인지를 밝힌다. 2부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다섯 가지 질문’은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오해와 공격에 답한다. 대표적으로 학생과 교사를 대척점에 두고 교사의 권리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기거나 위협한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한편으로는 학생의 책무를 더 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요구, 극우 개신교 세력의 악의적인 공격 때문에 학생인권조례의 의의가 왜곡되는 측면도 크다. 이를 비롯해 현재 시점에서 꼭 짚어 봐야 할 다섯 가지 쟁점을 다뤘다. 3부는 학생인권조례가 지향하는 바와 이뤄온 변화를 밝히는 한편 한계점과 이후의 과제를 논의한다. 학생인권조례는 상위법에 이미 규정된 인권을 구체적으로 선언하는 내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그 강제성이 약하기에, ‘꼭 필요한가’, ‘실효성이 있는가’라는 질문도 함께 받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지역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와 제정되지 않은 지역에까지 미친 영향을 살피며, 조례이기에 또는 조례임에도 학생인권조례가 갖는 특별한 의의를 함께 이야기한다.
책 속에서
“사회가 민주화되어 가고 인권 의식이 높아져 가는 와중에도 여전히 인권과 민주주의는 교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던 현실, 학생인권 문제가 반복적으로 이슈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해결되지는 못하던 상황, 2005년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거리 집회와 활동들, 그리고 교육부와 교육청의 외면이, 입법을 통해 학생인권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시도를 불러왔다.”
- 39쪽
“교육부는 소송 외에도 자신의 재량권 내에서 학생인권조례의 영향력을 반감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초·중등교육법」 및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 학교 규칙을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으며 그 안에 용의 복장 등에 관한 내용을 넣을 수 있다고 명시하여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시키려고 했다. 교육부의 이러한 태도는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현장에 안착하는 데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 61쪽
“학생인권조례는 많은 수의 국민에게 ‘조례’가 무엇인지 알게 하는 역사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조례는 자치 법규로서 법·제도의 가장 낮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어 풀뿌리 민주주의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 이전에도 조례 제정 운동은 존재했지만, 학생인권조례는 지역마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 제정 운동과 제정 반대 운동이 동시에 점화되었다는 측면에서 한국 지방 정치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점이었다”
- 74쪽
“다만 주목해야 할 지점은, 학습자를 능동적인 주체로 인정하고 세계를 구성하는 행위자이자 참여자로 여기는 것에 교육혁신운동과 학생인권조례가 가지는 공유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구성되어 있던 세상을 어린이·청소년이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청소년, 학생이 시민으로서 세계에 개입하고 세상을 바꾸어 나갈 권리가 있음을 교육혁신운동과 학생인권조례 모두가 이야기하고 실천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모든 사람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 87~88쪽
“학생이 준수해야 할 규칙이나, 참여해야 할 교육활동 등은 학교마다 다양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취지에 걸맞게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 학생이 존중하고 따라야 할 질서나 교육활동은 각 학교에서 정하도록 하며 조례에선 이에 대한 원칙적 의무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근로기준법」의 경우와 비슷하다.”
- 117~118쪽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역 4곳 중 3곳은 교권 침해 사례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통계는 분명한 시사점을 가진다. 즉,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에서 교사에게 학생과 보호자가 심각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더 적거나 적어지고 있어 교사가 더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런데 왜 일부 교사들은, 그리고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추락했다고 말하는 것인가?”
- 124쪽
“보수 개신교 단체가 나서서 학생인권조례 중 성소수자 차별 등을 주요 쟁점으로 만들어 온 결과, 정작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획일적 규제와 폭력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등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 왔다. 학생인권을 신장시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답보 상태에 있고, 십수 년째 차별받지 않을 권리 조항에 어떤 문구를 넣느니 빼느니 하는 논쟁만 맴돌고 있다. 이 제자리걸음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학생인권조례에서 ‘성적 지향’ 4글자가 문제라느니, 차별받지 않을 권리 조항이 핵심이자 쟁점이라느니 하는 인식을 극복해야만 한다.”
- 159쪽
“학생인권조례가 처벌 조항이 없고 강제성이 약한 이유는 1차적으로는 조례이기 때문이다. (……) 단지 법적 위상의 한계 때문에 학생인권조례가 강제적 조치를 두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런 이유만 있었다면 적어도 체벌한 교사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터이다. 첫째 이유는, 학생인권 보장 측면에서 강제적 조치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학생인권조례의 목표는 학생인권을 신장시키는 것인데, 인권 문제의 원인은 개인에게 있지 않을 때가 많고 개인을 처벌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166~167쪽
“지역별로 달라지는 상황이 자치 법규로서 학생인권조례가 가지는 한계라고 말했지만 이것은
또한 학생인권조례의 놀라운 영향력이기도 하다. 근래 들어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이 「헌법」이나 「교육기본법」 등 다른 법률에 대부분 있는 내용이므로 학생인권조례는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종종 접할 수 있다. (……)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부터 학생들의 머리 길이가 자유화되기 시작했고 비제정 지역에서는 여전히 교문 앞 두발 단속이 수년간 지속되었다.”
- 204~205쪽
“한국의 10대 자살률은 엄청나게 높고 공적 안전망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삶의 불안정성은 교육을 계급 상승의 사다리로 여기게 하고, 학교와 교사들에게 필요 이상의 엄격함을 요구하게 만든다. 학교교육에서 실수하게 되면 이후의 삶이 큰 타격을 받으니 학생과 보호자들은 혹여나 하나라도 실수할까 봐, 불이익을 받을까 봐 날을 세우고 다른 학교 구성원들을 대하게 된다. 학생인권이 과잉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권이 부족한 것이다.”
- 230쪽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통과되자마자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두발 단속 계획을 공문으로 만들어 올렸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그 기사를 보고 쓸데없는 데 지나치게 부지런하다고 학교를 비웃었다. 우리는 다시 청소년들의 머리 길이를 자로 재고 ‘바리깡’으로 밀고 성적순으로 학급을 구성하고 임신한 학생을 퇴학시킬 것인가? 아니다. 그럴 수 없다. 역사의 진보에서 대부분의 적폐는 부정되기보다 낙후되었다. 두발 단속같은 일들은 옳다 그르다 하는 판단 이전에 이미, 우습거나 후진 일로 여겨지고 있다.”
- 231쪽
목차
들어가는 글
1부. 학생인권조례의 모든 것
학생인권, 제도의 울타리로 지키자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과정
학생인권조례가 지향하는 세상
2부.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다섯 가지 질문
왜 학생의 인권만 조례로 보장하나?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사가 힘든가?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와 임신을 조장한다?
학생인권조례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차별 관련 조항인가?
학생인권조례는 교사를 처벌하기 위한 제도인가?
3부. 학생인권조례가 가진 의미
학생인권조례는 어떤 변화를 낳았나?
‘비(非)제정 지역’에서 바라보는 학생인권조례
학생인권조례는 폐지될 수 없다
저자 소개
공현
2005년 고등학교 재학 중일 때 청소년인권운동을 시작했다. 2005~2007년에는 두발 자유화 운동, 학생인권법 제정 운동 등에 참여했고, 2009년에는 경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연구 용역팀에 소속되어 현재 학생인권조례들의 얼개에 영향을 미친 조례안을 함께 작성한 바 있다. 이후 서울 학생인권조례 운동에서 역할을 했으며, 현재에도 학생인권조례 폐지·후퇴를 저지하는 활동, 여러 청소년인권 신장을 위한 활동에 발을 걸치고 있다. 청소년인권운동의 역사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진냥(이희진)
학교에서 인권을 고민하는 교사이자, 누구나 폭력과 차별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아 보고 싶다고 꿈꾸는 활동가이다. 학생일 때도 교사일 때도 학교의 통제적인 문화에 힘들어하다가 청소년인권운동을 만난 후, ‘이 운동과 함께라면 교사를 계속할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얻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와 ‘대구학생인권연대’, ‘조례만드는 청소년’에서 활동하며 대구와 경남의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에 참여하였다. 격월간지 《오늘의 교육》 기획에 참여하고 연구 논문과 칼럼 등을 집필하며 교육과 학교에 대한 다양한 쟁점들을 조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BUT, [벗]
‘BUT,’ 시리즈는 우리 시대의 교육 현안을
깊게 분석하고 대안·해법·방향을 모색하는
교육공동체 벗의 연구서 총서입니다.
학생인권조례의 거의 모든 것
공현, 진냥(이희진) 씀
14,000원 | 2024
한국의 교육과 지방 자치 역사를 바꾼 제도이자 선언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오해와 질문에 답하다
‘교실 붕괴’는 학생인권이 과잉한 탓이다? 오히려 부족한 탓이다!
학교에는 더 많은 평등과 인권이 필요하다
학생인권조례가 만든 변화는 우리의 감각에 깃들었기에
우리는 학생인권조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학생의 인권을 조례로 보장하자는 아이디어는 언제 처음 나온 것일까? 왜 법이 아니라 조례로 정하게 되었을까?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권리만 강조해서 교권을 약화시켰다는 것이 사실일까?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진 배경과 역사, 이후 교육과 사회에 미친 영향을 일목요연하게 살피는 책이다.
2022년 이후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거나 개악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지 못하게 한다는 오해에 편승해,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이 나서서 학생인권조례를 공격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성소수자와 청소년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편견과 우려를 이용한 극우 단체들의 공격이 더해져 결국 충남, 서울, 광주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 위기에 놓였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대 경기, 광주, 서울, 전북에서 제정되기 시작해 충남, 제주까지 6개 지역에서 시행 중인 제도이다. 전례 없이 각 지역마다 찬반 양측에서 대중적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한국의 민주주의, 특히 학교 교육과 지방 자치에 미친 영향이 크다. 그럼에도 그 영향을 다룬 연구나 저작물은 손에 꼽을 만큼 적고,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기 일쑤다. 그만큼 정당한 평가와 진전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는 전국적으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후퇴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책의 공동 저자인 공현과 진냥은 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이다. 공현은 경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연구 용역팀에 소속되어 현재 학생인권조례들의 얼개에 영향을 미친 조례안을 함께 작성한 바 있다. 진냥은 학생인권조례 비(非)제정 지역에서 제정 운동을 해 온 교사이자 교육 분야 연구자로서 왜 교사에게도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한지와 학생인권조례가 비제정 지역에 끼친 영향을 짚었다.
이 책의 1부 ‘학생인권조례의 모든 것’은 학생인권조례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제정 과정과 그 내용, 지향하는 바를 살펴본다. 법이 아닌 조례로 만들어지게 된 배경, 17개 시도 중 6개 지역에 제정되기까지의 과정, 학생인권조례가 그린 학교와 교육의 상은 어떤 것인지를 밝힌다. 2부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다섯 가지 질문’은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오해와 공격에 답한다. 대표적으로 학생과 교사를 대척점에 두고 교사의 권리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기거나 위협한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한편으로는 학생의 책무를 더 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요구, 극우 개신교 세력의 악의적인 공격 때문에 학생인권조례의 의의가 왜곡되는 측면도 크다. 이를 비롯해 현재 시점에서 꼭 짚어 봐야 할 다섯 가지 쟁점을 다뤘다. 3부는 학생인권조례가 지향하는 바와 이뤄온 변화를 밝히는 한편 한계점과 이후의 과제를 논의한다. 학생인권조례는 상위법에 이미 규정된 인권을 구체적으로 선언하는 내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그 강제성이 약하기에, ‘꼭 필요한가’, ‘실효성이 있는가’라는 질문도 함께 받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지역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와 제정되지 않은 지역에까지 미친 영향을 살피며, 조례이기에 또는 조례임에도 학생인권조례가 갖는 특별한 의의를 함께 이야기한다.
책 속에서
“사회가 민주화되어 가고 인권 의식이 높아져 가는 와중에도 여전히 인권과 민주주의는 교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던 현실, 학생인권 문제가 반복적으로 이슈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해결되지는 못하던 상황, 2005년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거리 집회와 활동들, 그리고 교육부와 교육청의 외면이, 입법을 통해 학생인권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시도를 불러왔다.”
- 39쪽
“교육부는 소송 외에도 자신의 재량권 내에서 학생인권조례의 영향력을 반감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초·중등교육법」 및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 학교 규칙을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으며 그 안에 용의 복장 등에 관한 내용을 넣을 수 있다고 명시하여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시키려고 했다. 교육부의 이러한 태도는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현장에 안착하는 데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 61쪽
“학생인권조례는 많은 수의 국민에게 ‘조례’가 무엇인지 알게 하는 역사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조례는 자치 법규로서 법·제도의 가장 낮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어 풀뿌리 민주주의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 이전에도 조례 제정 운동은 존재했지만, 학생인권조례는 지역마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 제정 운동과 제정 반대 운동이 동시에 점화되었다는 측면에서 한국 지방 정치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점이었다”
- 74쪽
“다만 주목해야 할 지점은, 학습자를 능동적인 주체로 인정하고 세계를 구성하는 행위자이자 참여자로 여기는 것에 교육혁신운동과 학생인권조례가 가지는 공유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구성되어 있던 세상을 어린이·청소년이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청소년, 학생이 시민으로서 세계에 개입하고 세상을 바꾸어 나갈 권리가 있음을 교육혁신운동과 학생인권조례 모두가 이야기하고 실천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모든 사람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 87~88쪽
“학생이 준수해야 할 규칙이나, 참여해야 할 교육활동 등은 학교마다 다양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취지에 걸맞게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 학생이 존중하고 따라야 할 질서나 교육활동은 각 학교에서 정하도록 하며 조례에선 이에 대한 원칙적 의무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근로기준법」의 경우와 비슷하다.”
- 117~118쪽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역 4곳 중 3곳은 교권 침해 사례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통계는 분명한 시사점을 가진다. 즉,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에서 교사에게 학생과 보호자가 심각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더 적거나 적어지고 있어 교사가 더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런데 왜 일부 교사들은, 그리고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추락했다고 말하는 것인가?”
- 124쪽
“보수 개신교 단체가 나서서 학생인권조례 중 성소수자 차별 등을 주요 쟁점으로 만들어 온 결과, 정작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획일적 규제와 폭력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등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 왔다. 학생인권을 신장시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답보 상태에 있고, 십수 년째 차별받지 않을 권리 조항에 어떤 문구를 넣느니 빼느니 하는 논쟁만 맴돌고 있다. 이 제자리걸음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학생인권조례에서 ‘성적 지향’ 4글자가 문제라느니, 차별받지 않을 권리 조항이 핵심이자 쟁점이라느니 하는 인식을 극복해야만 한다.”
- 159쪽
“학생인권조례가 처벌 조항이 없고 강제성이 약한 이유는 1차적으로는 조례이기 때문이다. (……) 단지 법적 위상의 한계 때문에 학생인권조례가 강제적 조치를 두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런 이유만 있었다면 적어도 체벌한 교사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터이다. 첫째 이유는, 학생인권 보장 측면에서 강제적 조치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학생인권조례의 목표는 학생인권을 신장시키는 것인데, 인권 문제의 원인은 개인에게 있지 않을 때가 많고 개인을 처벌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166~167쪽
“지역별로 달라지는 상황이 자치 법규로서 학생인권조례가 가지는 한계라고 말했지만 이것은
또한 학생인권조례의 놀라운 영향력이기도 하다. 근래 들어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이 「헌법」이나 「교육기본법」 등 다른 법률에 대부분 있는 내용이므로 학생인권조례는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종종 접할 수 있다. (……)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부터 학생들의 머리 길이가 자유화되기 시작했고 비제정 지역에서는 여전히 교문 앞 두발 단속이 수년간 지속되었다.”
- 204~205쪽
“한국의 10대 자살률은 엄청나게 높고 공적 안전망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삶의 불안정성은 교육을 계급 상승의 사다리로 여기게 하고, 학교와 교사들에게 필요 이상의 엄격함을 요구하게 만든다. 학교교육에서 실수하게 되면 이후의 삶이 큰 타격을 받으니 학생과 보호자들은 혹여나 하나라도 실수할까 봐, 불이익을 받을까 봐 날을 세우고 다른 학교 구성원들을 대하게 된다. 학생인권이 과잉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권이 부족한 것이다.”
- 230쪽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통과되자마자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두발 단속 계획을 공문으로 만들어 올렸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그 기사를 보고 쓸데없는 데 지나치게 부지런하다고 학교를 비웃었다. 우리는 다시 청소년들의 머리 길이를 자로 재고 ‘바리깡’으로 밀고 성적순으로 학급을 구성하고 임신한 학생을 퇴학시킬 것인가? 아니다. 그럴 수 없다. 역사의 진보에서 대부분의 적폐는 부정되기보다 낙후되었다. 두발 단속같은 일들은 옳다 그르다 하는 판단 이전에 이미, 우습거나 후진 일로 여겨지고 있다.”
- 231쪽
목차
들어가는 글
1부. 학생인권조례의 모든 것
학생인권, 제도의 울타리로 지키자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과정
학생인권조례가 지향하는 세상
2부.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다섯 가지 질문
왜 학생의 인권만 조례로 보장하나?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사가 힘든가?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와 임신을 조장한다?
학생인권조례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차별 관련 조항인가?
학생인권조례는 교사를 처벌하기 위한 제도인가?
3부. 학생인권조례가 가진 의미
학생인권조례는 어떤 변화를 낳았나?
‘비(非)제정 지역’에서 바라보는 학생인권조례
학생인권조례는 폐지될 수 없다
저자 소개
공현
2005년 고등학교 재학 중일 때 청소년인권운동을 시작했다. 2005~2007년에는 두발 자유화 운동, 학생인권법 제정 운동 등에 참여했고, 2009년에는 경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연구 용역팀에 소속되어 현재 학생인권조례들의 얼개에 영향을 미친 조례안을 함께 작성한 바 있다. 이후 서울 학생인권조례 운동에서 역할을 했으며, 현재에도 학생인권조례 폐지·후퇴를 저지하는 활동, 여러 청소년인권 신장을 위한 활동에 발을 걸치고 있다. 청소년인권운동의 역사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진냥(이희진)
학교에서 인권을 고민하는 교사이자, 누구나 폭력과 차별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아 보고 싶다고 꿈꾸는 활동가이다. 학생일 때도 교사일 때도 학교의 통제적인 문화에 힘들어하다가 청소년인권운동을 만난 후, ‘이 운동과 함께라면 교사를 계속할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얻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와 ‘대구학생인권연대’, ‘조례만드는 청소년’에서 활동하며 대구와 경남의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에 참여하였다. 격월간지 《오늘의 교육》 기획에 참여하고 연구 논문과 칼럼 등을 집필하며 교육과 학교에 대한 다양한 쟁점들을 조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BUT, [벗]
‘BUT,’ 시리즈는 우리 시대의 교육 현안을
깊게 분석하고 대안·해법·방향을 모색하는
교육공동체 벗의 연구서 총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