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인권의 도전

공현 씀

16,000원 | 2020

#인권 #청소년 #학생 #참여


청소년들이 함께 만들어 온 민주주의의 역사,

그리고 도래한 18세 선거권의 시대.

‘지금 여기에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청소년인권의 도전.


유예된 존재, 유예된 문제들

한국 사회에서 어린이·청소년은 차별받는 ‘소수자’로 인정받기보다 그저 ‘유예된 존재들’로 여겨진다. 청소년인권 문제는 특정한 나이만 지나면 저절로 해소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것이 바로 차별과 억압의 논리라고 역설한다. 아동인권과 청소년인권을 보호하자는 말은 너무 흔하고 당연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인권을 보장하는 법을 만들자거나, 청소년의 자유와 사생활을 존중하라고 하거나, 청소년이 시민으로서 정치·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을 하면 반대와 우려가 더 많이 돌아오곤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저자는 청소년인권 문제를 고민하고 청소년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것은, 좋은 어른이 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청소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할지 생각하고 변화시키자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공현

어릴 때부터 정주하는 고향 없이 여기저기 이사 다니는 삶을 살았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물려받은 기질인지, 조금 삐딱하게 사는 것이 습관이다. 2005년 고등학교 때 두발 자유 운동부터 시작하여 청소년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살아생전 두발 자유화 정도는 꼭 이루고 싶다는 작은 꿈이 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등에서 활동해 왔으며, 병역거부와 대학거부를 하기도 했다. 왜 청소년운동을 계속하는지 질문을 받으면, 이제는 그냥 그 운동이 내 삶이라고 대답한다. 《인물로 만나는 청소년운동사》, 《우리는 현재다 - 청소년이 만들어온 한국 현대사》, 《인권, 교문을 넘다》,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 《가장 민주적인, 가장 교육적인》 등을 함께 썼다.


목차


책을 펴내며


1부/ 한국 교육은 불법이다

“왜 어른보다 어린이가 자유 시간이 적은지” - ‘하루 6시간 학습’은 불가능한가 

적절한 방학은 중요하다 - 청소년의 권리로 본 방학 일수 문제 

사교육의 뿌리는 공교육이다 - 〈SKY 캐슬〉이라는 마법의 성을 지나 

한국의 교육은 불법이다 - 국제 인권 기준으로 살펴본 한국 교육의 문제 

체벌 금지는 ‘맞을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선언 - 과연 체벌은 사라졌는가 

필요한 마침표를 제대로 찍지 않는 문제 -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 전까진 체벌은 끝난 게 아니다 

값싼 교육 - 상벌점제가 체벌의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

그 ‘사소한’ 두발 자유 - 두발 문제에 집착하는 건 정작 누구인가 

“사람이 되어라”와 “학생도 사람이다” -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 

학생인권이 학교에 던지는 질문 - 학교의 규칙과 교육 방식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바로 여기 함께 산다 - 차별 금지는 지극히 현실적 이유로 필요하다 

‘스쿨 미투’가 도전하는 학교의 질서 - 성폭력·성차별을 낳는 학교의 권력관계 

학생, 교육에서의 상품 - 입시 경쟁 교육 속에서 주어지는 위치를 거부하자 

안전을 권리로 생각하기 - 누구에 의한, 어떤 안전인가 

교육 수요자 또는 소비자라는 환상 - 소비자의 권리보다는 주권과 참여권이 필요하다 

용이 안 돼도 괜찮은 사회 - 차별을 정당화하는 능력주의 


2부/ 예비인 삶은 없다

오늘을 살 권리 - ‘예비 고3’, ‘예비 5살’, ‘예비 시민’이란 말들에 반대하며 

‘노키즈존’에 없는 것 - 차별에 무감각한 사회

친권의 사회화 - 가족은 인권의 예외 지대가 아니다 

가정 안 청소년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 - 종교 강요는 아동학대가 될 수도 있다면?

아동수당은 아동의 권리인가 - 어린이·청소년의 경제적 권리와 주체성을 강화하는 제도가 되기 위해

숙박은 권리다 - 청소년의 이동과 외박의 자유

청소년도 성(性)적 자기결정권이 있다 - 청소년의 성에 대한 호들갑은 이제 그만

청소년을 ‘가해자’로 생각하게 만드는 〈청소년 보호법〉 - 청소년 주류 구매, 처벌은 답이 아니다 

정말 게임이 문제인가 - 중독 예방 정책과 청소년 통제 

함부로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하지 말 것 - 어린이·청소년과 그 관련 직업에 대한 잘못된 편견

지문 날인은 당연하지 않다 - 강제적 지문 정보 수집 제도는 청소년인권 문제 

‘사랑’을 강요하는 국가 - 국기에 대한 경례 · 맹세를 거부하며 

위계와 차별을 낳는 ‘나이’ - 청소년운동이 문제 제기하는 나이주의 


3부/ 학교와 사회의 민주주의는 함께 간다

아직도, 독재다 - 청소년에게는 아직 민주주의가 아니다

‘정치적’이면 안 된다? - 청소년 시설에서 ‘정치적’이라고 대관을 거부한 일에 대해 

학생의 결사의 자유, 교사의 노조할 자유 - 한고학연의 경우, 전교조의 경우

학생들의 파업권 - 학업 거부를 통한 정치적 의사 표현 

학생회와 민주주의 - 학교와 사회의 민주주의는 함께 간다 

학교 민주주의와 ‘학생 사회’ - 학생들에 의한 민주주의는 어떻게 가능한가 

청소년에 의한 정치를 위해 - 청소년 참정권, 의미와 현실 

청소년이 함께 만든 민주주의 - 청소년 참정권 보장은 우리 민주주의의 숙제

18세 선거권, 오랜 노력 끝에 이룬, 어쩌면 생각보다 중요하진 않은 - 선거권 연령 하향 운동의 역사와 의의 

학교는 ‘정치판’이 되어야 한다 - 18세 선거권 시대, 학교는 준비되어 있는가 

청소년이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세상을 꿈꾼다 - 청소년의 정당 활동을 보장하라 

교육감 선거만 청소년도 하게 하자는 주장의 함정 - 참정권과 청소년에 대한 고정 관념과 오해 

선거권 없는 청소년의 참여권은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가 - 청소년 참여 기구의 진짜 역할 

‘성숙한 시민’을 넘어서 - 지금, 여기에서 시민으로 살아가기


추천의 글


한겨레 [책&생각]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

청소년을 부를 때 자주 쓰이는 말이 그런 거래요. 예비 고3, 예비 초5, 유치원에는 예비 5살도 있대요. 네 살을 사는 존재가 아니라 미래로 가기 위해 준비하는 미숙한 단계로 설정된다는 거예요. 미래를 위해서 오늘을 유예하는 건 아니잖아요. 오늘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작가가 김창완 밴드의 노래 제목을 붙여 놓았어요. ‘열두 살은 열두 살을 살고 열여섯은 열여섯을 산다’, 너무 맞는 말 아닌가 싶더라고요.


김보영(SF작가)

모든 상식적인 일들이 자연스러워지기를 

(오늘의 교육》 56호)

책을 읽는 내내 온갖 기억이 몰아쳐서 견디기 힘들었다는 고백을 하고 싶다. 칼럼 하나를 읽을 때마다 책을 내려놓고 정신없이 방을 서성이다 겨우 도로 책을 들곤 했다. (…)

나는 내가 성년이 되던 날 밤을 기억한다. 온 세상에 대한 울분과 미움에 휩싸여, 째깍거리는 시계를 노려보며 내가 미성년을 지나는 순간을 지켜보았다. 선생들이 입이 닳도록 너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껄였던 집회·결사의 자유며 선거권이며 온갖 법적 권리가 내 손에 들어오는 순간을. 그러면서 초침이 바뀌는 순간에, 내 안에서 어떤 깨달음이, 성인으로서의 자각이, 어른들이 그토록 자신들이 갖고 있다고 주장해 온 성숙한 현명함이 기적처럼 솟아나기를 기다렸다. 초침은 1초 전과 마찬가지로 무심하게 자리를 옮겼을 뿐이다. 나는 패배감과 승리감을 같이 맛보면서 밤새 울었다. (…)

공현의 글이 차근차근 지적하는 점들은 ‘성인’이나 ‘인간’으로 치환해서 보았을 때 평이하리만치 상식적이다. 왜 청소년은 어른과 달리 법정 노동 시간 이상으로 공부해야 하는가? 왜 청소년은 어른과 달리 휴가와 휴식이 제공되지 않는가? 왜 청소년은 어른과 달리 구타를 당하는가? 왜 머리 모양마저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가? ‘어린이’라고 바꾸어 생각 했을 때에도 기괴한 일이 왜 교육 현장에서는 허용되는가? 생각해 볼수록 이상한 일이다. 

공현은 청소년기가 현존하는 실체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전 단계로 희생되고 삭제되는 시기로 해석되기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교육은 한 인간으로서 인격과 민주 시민의 자질을 갖추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학생을 선별하고 차별하려는 목적으로 운영된다. 이런 교육 하에서는 ‘현재’는 사라지고 ‘미래’만 남는다. 교육에서 ‘미래’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현재’의 희생은 무한대로 커진다. 

‘현재’를 시간이 아니라 물질적인 실체로 생각해 보자. 청소년기라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성인기라는 나라의 주민을 위해 극한으로 수탈당하는 것이다. 식민지가 다 그렇듯이, 이런 구도에서는 실리적인 이득 이상의 수탈이 자행된다. 이상한 점은 이 ‘청소년기’ 주민과 ‘성인’ 주민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어째서 우리는 이토록 자기 자신을 수탈하는가? (…)

2019년 말, 패스트트랙으로 선거권 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것이 결정되었다. 그때 기뻐하며 환호하던 청소년 활동가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총선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등교하지 못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투표를 하러 가는 풍경에는 가슴이 뛰었다. 

모든 것은 이루어지기 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이루어지고 나면 당연해서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 일이 된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마찬가지다. 

나는 중학생 때 교복을 입지 않았다. 나는 늘 일본 만화 속의 아이들이 왜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자랐다.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교복이 생겼고, 나는 선배들이 여름에는 시원한 반바지를, 겨울 에는 따듯한 털옷을 입고, 추리닝 바지와 생활한복을 입고 뛰어다니며 사는 모습을 미친 듯이 부러워하며 지냈다. 대체 누가 이 몸에 쩍쩍 달라붙고 움직일 수도 없는 불편한 제복과 나일론 스타킹을 내게 입혔느냐고 정신없이 온 사방에 질문하며 다녔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나고 나니 이제 학생들은 교복을 입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하게 되었다. 교복은 내가 어릴 때에는 이상한 것이었다. 모든 이상한 일이 한번 생기고 나면 당연한 것이 되어 버린다. 동시에 사라지고 나면 그것도 당연한 것이 된다.(…)

말하자면 한이 없고 생각하자면 끝이 없다. 이 책은 내게 모든 당연한 것들을 생각하게 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그 당연한 것들을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변한 것들은 다 자연스러워진다. 자연스러워진 나머지 누군가 그 작은 변화를 위해 오래 싸웠다는 사실마저도 잊히곤 한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 온 힘을 다해 힘들게 노력하지 않는 이상 아주 작은 것도 변하지 않는 줄을 안다. 이 책의 저자가 그런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 작은 변화로도 많은 것이 변하는 줄을 안다. 공현이 당신의 삶이 가치 있다고 하는 말을 더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바보들의 말에 마음이 닳지 않기를 바란다. 계속 응원한다.


이은선(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이 들썩들썩]

나는 몇 년 전 울산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활동을 했었지만 그 당시 청소년인권운동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학생인권조례가 기독교 단체의 반대로 난항을 겪는 과정에서도 부당하다는 생각만 가득 차 분노로 전전긍긍했다. (…)

과거 분노만으로 싸우던 10대 시절을 떠올리면 《유예된 존재들》 책의 내용 일부만 알았어도 교장, 교사, 장학사, 시의원 등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웃으며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조목조목 틀린 부분에 대해 다 말했을 것이다. 이 사회에서 어린 존재들이 차별받고 있음에 동의하는 많은 사람들이 탄탄한 언어를 가지며 잘 싸워갔으면 좋겠다.

나에게 《유예된 존재들》은 청소년 인권의 촘촘한 언어를 선물한 책이다. 과거 분노와 부당함에 맞선 나에게 ‘당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말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

책을 읽는 동안에 이러한 말들이 세상의 보편적인 언어가 되기를 기대했다. 그중 “성숙은 나이에 비례하지 않으며, 사람들은 나이 이전에 각자의 삶을 만들어 갈 권리가 있다. 나이는 하나의 참고 사항이거나 살아온 시간을 반영하는 것일 뿐, 그 자체로 우열의 이유는 될 수 없다.”는 문장을 마음에 새기고 싶다. ‘미성숙’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지 않을 수 있게끔 한다. 참 당연하고도 명쾌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