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교육학의 가장자리

교육에 대한 상상에서 파상으로

정용주 씀

17,000원  |  2018 

#진보교육 #비평 #급진


가장자리로부터, 교육을 새롭게 재구성하기

한국 사회에서 교육을 통한 희망찬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환상일 수밖에 없음을 인식하는 것은 좌절이 아니라 각성이다. 이 각성을 통해 우리는 지금의 교육 담론들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무너져 재가 되어 흩어진 ‘가장자리’에서 우리는 희망의 교육을 재구성해야 한다.


교육에 대한 상상想像을 멈추고 파상破像하기

저자는 교육의 미래에 대해 꿈꾸고 상상하는 대신 부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상을 부수는 작업을 통해 현존하는 대상의 비실체성 혹은 환각성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발터 벤야민과 김홍중의 사유로부터 도출된 파상력破像力이라는 개념을 저자는 교육의 문제에 대입해 본다. 그럼 우리는 교육에서 무엇을 부숴야 할까? 저자는 우선 평등한 개인들이 노력만 하면 원하는 것을 모두 성취할 수 있다는 교육학의 가상을 부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오력 담론’에 기반하여 교육을 통한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가상, 환상, 소망으로부터 깨어나는 각성의 체험이기 때문이다.


좋은 교육은 좋은 사회에서 가능하다

모두 동의하듯이 교육의 목표는 누구나 저마다의 좋은 삶을 누리며 존엄한 인간적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교육에 대한 상상력은 ‘좋은 사회’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난관에 부딪힌다. 좋은 사회에 대한 전망 없이 좋은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정치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까지 교육 내적인 문제로 둔갑시켜 오히려 좋은 교육에 대한 고민을 방해하고 불가능한 공약들을 남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교육을 교육의 논리로서만 바라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일관되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교육 문제를 가로질러 작동하며 교육의 문제에 행사되는 사회적 조건에 대한 탐구이다.


가장 래디컬하면서도 가장 휴머니즘적인

교사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해서 진보 교육 운동을 성찰하고, 좋은 교육이 가능하기 위한 사회에 대해 묻는 것으로 끝을 맺는 이 책은 불편하면서도 예리한 주장들로 가득하다. 곽노현 교육감의 1년을 돌아보며 개혁을 거부하는 교사들을 비판하고,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문제를 통해 교사들의 약탈적 정체성을 꼬집는다. 혁신학교와 4.16 교육 체제, 마을교육공동체 등 진보 교육의 상징이라고 할 정책들에도 애정 어리지만 날선 비판을 피해 가지 않는다. 하지만 교육의 생태적 전환, 기본소득과 촛불 광장을 통해 좋은 교육이 가능한 토대를 묻는 저자의 태도에는 치열한 지적 실천이 묻어난다. 시험 점수가 높지 않으면 인간적인 대접을 받을 수 없는 한국 사회에서 공부를 잘하지 않아도, 사회적 성공을 거두지 않아도 누구나 존엄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조건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가장 래디컬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휴머니즘적인 교육 비평서인 이유이다.


정용주 

초등 교사이며 교육학을 전공했다. 교육공동체 벗에서 발행하는 격월간지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겸 편집위원장을 맡아 다양한 주제로 교육을 비평하는 글을 써 왔다. 저서로는 《교육학의 가장자리》가 있고, 함께 쓴 책으로는 《가장 인권적인, 가장 교육적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 불가능의 시대》 등이 있다.


목차


책을 펴내며 

여는 글 : 이미지를 부수기 그리고 가장자리로부터 재구성하기 - 파상과 재구성의 변증법


1부. 교사는 어떤 존재인가

곽노현 교육감, 그의 여섯 가지 착각 - ‘프로’ 지식 관료가 평가하는 ‘아마추어’ 진보 교육감 일 년 

| 집필 후기 | 교육 개혁이 학교를 바꾸기보다는 학교가 교육 개혁을 바꾼 역사에 대한 성찰

신규 교사는 어떻게 ‘능숙한’ 경력 교사가 되는가? - 신규 교사를 경력 교사로 만드는 여섯 개의 아비투스

| 집필 후기 | 톱니바퀴가 되어야 하며, 되기를 희망하는 교사 

좋은 교육은 좋은 노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 기간제 교사, 그 다양한 맥락

| 집필 후기 | 우리 사회의 지위 경쟁과 차별에 대한 관대함 

이제는 전교조 교사가 된 한 고등학생운동 활동가의 고백 - 청소년운동의 숨겨진 상처와 열광적 진동에 대하여 

| 집필 후기 | 고등학생운동이라는 벌거벗은 경험, 그리고 온몸으로 몰입하기 


2부. 진보 교육의 좌표를 묻다

혁신학교는 무엇을 ‘혁신’하고 있는가? - 비정상성에 대한 저항에서 정상성에 대한 저항으로

| 집필 후기 | 혁신학교의 확산과 지속 가능성

진보 교육도 빠지기 쉬운 오류들 - 익숙해서 더 위험한 교육 통념 깨기 

| 집필 후기 | 포스트 민주화 시대로의 전환과 진보교육운동의 역할

모순적 종합으로서 공동체운동 - 불평등의 심화와 통합의 균열 

| 집필 후기 | 무거운 신발과 피곤한 공동체 

4.16이 ‘교육 체제’여야 하는가? - 일란성 쌍생아, 5.31 교육 개혁과 4.16 교육 체제 

| 집필 후기 | 교육 개혁과 권위주의적 자율화

‘저항적’ 교사운동과 전교조 - 포스트 민주주의 시대, 전교조 운동의 미래 

| 집필 후기 | 전교조의 내부 정치: 동반 성장적 관계와 상호 파괴적 관계 사이에서 


3부. 좋은 교육은 좋은 사회에서 가능하다 

‘생태적 탈근대’로서 교육의 생태적 전환 - 교육의 농적·동시대적·정치적 전환

| 집필 후기 | 뿌리 뽑는 교육에서 뿌리내리는 교육으로의 전환 

석기 시대는 왜 끝났을까? - 교육과 기본소득 

| 집필 후기 | 교육 가능성의 조건: 보편적이고 무조건적인 권리의 정당화

“반드시 일어날 일인가요,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인가요?” - 인공 지능 시대, 교육에 대한 성찰

| 집필 후기 | 4차 산업 혁명 없는 미래 교육 

“넓은 강에서 자라는 잉어는 꿈꿀 필요가 없다” - 나이주의와 교육 

| 집필 후기 | 막내 리더십과 반反에이지즘

광장, 휴머니즘의 페다고지 - 광장이 교육에 던지는 질문 

| 집필 후기 | 광화문 광장: 중도 정지된 경험과 완결된 경험 사이


글의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