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업장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한지혜, 정열음, 박고형준 외 씀
11,000원 | 2014
#학력차별 #학벌 #청년
대학거부를 선언했던 여덟 명의 청년들이 각자의 삶에서 흔들리며, 자기 선택을 지키고 버텨 온 지금까지의 기록. 이들의 ‘성공하지 못한 삶’은 누군가의 설움과 열패감으로 작동하는 학벌 사회의 단면을 오롯이 되비춘다.
“우리에게 수능만을, 순응만을 요구하는 교육, 남을 밟는 것 외에 살길은 없다고 말하는 이 사회. 이것들을 위해 희생하기에는 우리의 오늘이 너무 아깝기에, 학력과 학벌로 인한 차별과 불평등에 갇혀 있기에는 우리들의 배움이 너무 소중하기에, 그렇기에 우리는 선언한다. 여기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이들이 있노라고.”
자유로운 배움, 존엄하고 인간적인 삶, 유예되지 않는 행복을 위해 대학입시를 거부한 청소년들이 있다. 대학거부 선언은 하루 만에 끝이 났지만, 삶은 이후로도 지속됐다. 사람들은 빠르게 무관심해졌고, 생활에서 부딪히는 학력 차별의 벽은 생각보다 공고했다. 대학 졸업장 없이 살아가는 이들의 오늘은, 안녕한가.
대학거부 선언 이후, 대학 없는 삶을 버텨 내기
한국 사회에서 대학은 계급상승의 욕망을 등에 업고 거대한 권력이자 문화자본으로 기능해 왔다. 그만큼 대학과 관련한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잘사는 사람들이 대학까지 잘 간다며 개천에서 용 안 나는 현실을 우려하기도 하고, 이제 대학을 나와도 먹고살기 어렵다며 ‘학력 인플레’를 지적하기도 한다. 대학입시가 초중등 교육을 왜곡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한국 교육의 고질적 병폐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에 대해 거론되는 대안이라곤 대졸자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산업적 지원이거나 대학 구조조정, 대학 평준화 같은 대학 개혁안 정도이다. 함께 대학을 가지 말고 잘 살아 보자는 이야기는 누구도 섣불리 하지 못한다. 모두가 누군가의 설움과 차별로 작동하는 ‘학벌사회’의 단면을 어렴풋이 경험하고 있기 때문일까.
놀랍게도 대학을 거부하자는 이야기를 먼저 꺼낸 사람들은 청소년 당사자들이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의 교육 현실에 파열구를 내고자 대학거부를 선언하고 대학을 가지 않은 청소년들이 있어 왔다. 이들은 자유로운 배움과 존엄하고 인간적인 삶을 내일로 유예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대다수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택했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대학거부선언은 수능철 쏟아지는 입시 관련 기사 한편에 작게 보도되기도 했지만 그 작은 관심마저 시간이 지나면 깨끗이 지워졌다. 하지만 대학을 거부한 사람들의 삶은 이후로도 계속, 지속됐다.
이 책은 대학거부를 선언했던 여덟 명의 청년들이 각자의 삶에서 흔들리며, 자기 선택을 지키고 버텨 온 지금까지의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다들 초졸에서 고졸까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허름한 학력의 소유자들이다. 이들은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2년까지 대학 없이 자기 삶을 꾸려 왔다.
다른 선택에 대한 사람들의 달갑지 않은 시선, 또는 의구심 어린 시선에 잘 먹고 잘사는 것으로 화답할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싱겁게도 그런 이변은 없었다. 세상은 몇몇의 선언만으로 바뀌지 않았고, 학벌의 벽은 생각보다 공고했으며, 이들의 세상살이는 정해진 수순대로 팍팍했다.
가족이나 주위 친인척의 압박, 앞으로의 생존에 대한 두려움, 노동시장에서의 오갈 데 없는 처지(비정규직, 서비스직 외에는 허용되지 않는 일자리), 지금도 앞으로도 여전할 경제적 어려움, 80%의 대학생 청년들 사이에서 20%의 비대학생으로 남아 있는 소수자로서의 고립감, 사람들의 은근하고 때로는 노골적인 차별…….
이들은 그동안 겪어 왔고, 지금도 겪고 있으며, 앞으로도 겪어야만 할 ‘학벌 없는 20%’로서의 삶을 증언한다. 그리고 한 번의 ‘대학거부’보다 어려운 것은 대학에 가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20대, 30대를 버텨 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차별사회의 오늘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이들의 이야기는, 학력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조건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한지혜 정열음 박고형준 민다영 김해솔 김남미 공기 고예솔 씀
목차
유스리포트를 펴내며
등장인물
여는 글 텅 빈 길 위에서 | 김남미
1부. 우리는 어쩌다 20%가 되었나
대학은 자연스럽지 않다 이름 없는 자의 덜 보편적인 삶 | 한지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끝나지 않은 대학거부 이야기 | 민다영
2부. 횡설수설한 나날들
졸업장 없이 살 수 있을까 초졸로 살아간다는 것 | 고예솔
이런 일 해야 하는 사람 유예된 노동 이야기 | 공기
원하는 건 자유 직업 활동가와 알바 생활자 사이 | 김해솔
3부. 살아남기 위해서
이 미친 세상 어디에 있더라도 불안을 강요하는 사회에 필요한 우리의 생존법 | 정열음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 삶의 대안 찾기 | 박고형준
못난 이대로 살아갈 수 없다면 ‘그들의 마블’을 끝내기 위한 주문 | 김남미
부록
대학입시거부선언문
대학입시거부로 세상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모임의 요구
졸업장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한지혜, 정열음, 박고형준 외 씀
11,000원 | 2014
#학력차별 #학벌 #청년
대학거부를 선언했던 여덟 명의 청년들이 각자의 삶에서 흔들리며, 자기 선택을 지키고 버텨 온 지금까지의 기록. 이들의 ‘성공하지 못한 삶’은 누군가의 설움과 열패감으로 작동하는 학벌 사회의 단면을 오롯이 되비춘다.
“우리에게 수능만을, 순응만을 요구하는 교육, 남을 밟는 것 외에 살길은 없다고 말하는 이 사회. 이것들을 위해 희생하기에는 우리의 오늘이 너무 아깝기에, 학력과 학벌로 인한 차별과 불평등에 갇혀 있기에는 우리들의 배움이 너무 소중하기에, 그렇기에 우리는 선언한다. 여기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이들이 있노라고.”
자유로운 배움, 존엄하고 인간적인 삶, 유예되지 않는 행복을 위해 대학입시를 거부한 청소년들이 있다. 대학거부 선언은 하루 만에 끝이 났지만, 삶은 이후로도 지속됐다. 사람들은 빠르게 무관심해졌고, 생활에서 부딪히는 학력 차별의 벽은 생각보다 공고했다. 대학 졸업장 없이 살아가는 이들의 오늘은, 안녕한가.
대학거부 선언 이후, 대학 없는 삶을 버텨 내기
한국 사회에서 대학은 계급상승의 욕망을 등에 업고 거대한 권력이자 문화자본으로 기능해 왔다. 그만큼 대학과 관련한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잘사는 사람들이 대학까지 잘 간다며 개천에서 용 안 나는 현실을 우려하기도 하고, 이제 대학을 나와도 먹고살기 어렵다며 ‘학력 인플레’를 지적하기도 한다. 대학입시가 초중등 교육을 왜곡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한국 교육의 고질적 병폐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에 대해 거론되는 대안이라곤 대졸자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산업적 지원이거나 대학 구조조정, 대학 평준화 같은 대학 개혁안 정도이다. 함께 대학을 가지 말고 잘 살아 보자는 이야기는 누구도 섣불리 하지 못한다. 모두가 누군가의 설움과 차별로 작동하는 ‘학벌사회’의 단면을 어렴풋이 경험하고 있기 때문일까.
놀랍게도 대학을 거부하자는 이야기를 먼저 꺼낸 사람들은 청소년 당사자들이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의 교육 현실에 파열구를 내고자 대학거부를 선언하고 대학을 가지 않은 청소년들이 있어 왔다. 이들은 자유로운 배움과 존엄하고 인간적인 삶을 내일로 유예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대다수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택했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대학거부선언은 수능철 쏟아지는 입시 관련 기사 한편에 작게 보도되기도 했지만 그 작은 관심마저 시간이 지나면 깨끗이 지워졌다. 하지만 대학을 거부한 사람들의 삶은 이후로도 계속, 지속됐다.
이 책은 대학거부를 선언했던 여덟 명의 청년들이 각자의 삶에서 흔들리며, 자기 선택을 지키고 버텨 온 지금까지의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다들 초졸에서 고졸까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허름한 학력의 소유자들이다. 이들은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2년까지 대학 없이 자기 삶을 꾸려 왔다.
다른 선택에 대한 사람들의 달갑지 않은 시선, 또는 의구심 어린 시선에 잘 먹고 잘사는 것으로 화답할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싱겁게도 그런 이변은 없었다. 세상은 몇몇의 선언만으로 바뀌지 않았고, 학벌의 벽은 생각보다 공고했으며, 이들의 세상살이는 정해진 수순대로 팍팍했다.
가족이나 주위 친인척의 압박, 앞으로의 생존에 대한 두려움, 노동시장에서의 오갈 데 없는 처지(비정규직, 서비스직 외에는 허용되지 않는 일자리), 지금도 앞으로도 여전할 경제적 어려움, 80%의 대학생 청년들 사이에서 20%의 비대학생으로 남아 있는 소수자로서의 고립감, 사람들의 은근하고 때로는 노골적인 차별…….
이들은 그동안 겪어 왔고, 지금도 겪고 있으며, 앞으로도 겪어야만 할 ‘학벌 없는 20%’로서의 삶을 증언한다. 그리고 한 번의 ‘대학거부’보다 어려운 것은 대학에 가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20대, 30대를 버텨 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차별사회의 오늘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이들의 이야기는, 학력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조건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한지혜 정열음 박고형준 민다영 김해솔 김남미 공기 고예솔 씀
목차
유스리포트를 펴내며
등장인물
여는 글 텅 빈 길 위에서 | 김남미
1부. 우리는 어쩌다 20%가 되었나
대학은 자연스럽지 않다 이름 없는 자의 덜 보편적인 삶 | 한지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끝나지 않은 대학거부 이야기 | 민다영
2부. 횡설수설한 나날들
졸업장 없이 살 수 있을까 초졸로 살아간다는 것 | 고예솔
이런 일 해야 하는 사람 유예된 노동 이야기 | 공기
원하는 건 자유 직업 활동가와 알바 생활자 사이 | 김해솔
3부. 살아남기 위해서
이 미친 세상 어디에 있더라도 불안을 강요하는 사회에 필요한 우리의 생존법 | 정열음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 삶의 대안 찾기 | 박고형준
못난 이대로 살아갈 수 없다면 ‘그들의 마블’을 끝내기 위한 주문 | 김남미
부록
대학입시거부선언문
대학입시거부로 세상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모임의 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