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혁신을 위한 교장직무가이드라인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기획
징검다리 교장직무가이드라인 TF, 김두림, 김지용, 류현진, 문지연, 박지희, 위유정, 유경수, 윤상혁, 이상대, 이시우, 이준범, 이희숙, 임수경, 전인숙, 최화섭, 홍제남 씀
24,000원 | 2024
#학교장 #학교민주주의 #교육혁신
민주적이고 협력적인 교육을 위해, 교장은 무엇을 해야 할까?
‘교장의 일’에 대한 원칙과 지침, 그리고 교장들의 경험과 지혜를 담다
교장은 학교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해야 할까. 이 책은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에서 연구와 토론을 거쳐 만든 교장직무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학교를 혁신하고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하는 ‘좋은 교장’의 역할과 모습을 제시한다. 학교의 교육과정을 만들고 운영하고, 업무 방식과 학교 공간을 혁신하며, 학교 구성원과 소통하고 관계 맺는 교장의 일에 관해 원칙과 과제, 실제 교장들의 고민과 성찰, 경험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이 책은 교장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들이지만, 모두가 주인이 되는 학교, 민주적이고 교육적인 학교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더해 줄 것이다.
‘이상한 교장만 아니면 된다’ ?
“선생님, 학교에 어떤 교장이 있으면 좋겠어요?” “완전 이상하지만 않으면 돼요.”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이 공모 교장으로 부임을 앞두고 있을 때 다른 교사들에게 물었다가 들은 답변이다. 어쩌면 우리 교육에서 교장은 그런 존재 아닐까. 너무 이상하거나 권위주의적·관료적이지 않기만 바라고, 무난하고 평범하기만 해도 괜찮은 존재. 교장은 학교에서 가장 권한도 많고 중요한 직책일 텐데, 이렇게 생각되고 있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학교교육이 처한 난맥상을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상한 교장’만 아니면 된다는 걸 넘어 ‘좋은 교장’이 되기 위해 무엇을 고려하고 어떤 실천을 해야 하는지를 모색한 결과물이다. 교장부터 달라져야 학교교육이 변화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지난 수년간 교장으로서 직접 학교와 교육을 혁신하고, 민주적이면서 교육을 중심에 둔 학교 운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온 교장들의 경험과 지혜가 녹아 있다.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교장들의 이야기
이 책의 1부에서는 ‘징검다리 교장직무가이드라인’을 소개한다. 교장의 직무를 ‘교육과정 운영 업무’, ‘행정적 업무’, ‘학교 구성원 관련 업무’, ‘대외 업무’로 분류하여, 각 직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원칙과 실천 과제, 정책 제안, 해설 및 사례를 제시했다.
2부는 교장들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들로, 가이드라인의 예시들을 좀 더 구체화한다. 교장의 일은 학교의 교육 계획을 수립하는 일, 행정 업무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일에서부터 교사들과 학생들의 어려움을 지원하는 일, 학부모들과 소통의 방법을 고민하고 민원 대응에 나서는 일, 마을의 여러 기관을 만나는 일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교장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교장의 역할과 업무를 더 깊게 이해하게 되고, 나아가 ‘좋은 교장’, ‘좋은 학교’란 어떤 것인가를 느끼게 된다.
이 책에서는 교장의 일의 보편적 원칙을 제시하면서도 여러 교장들의 개성과 교육관이 다채롭게 드러난다. 그 속에는 어떻게 민원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지, 공문 결재 절차를 어떻게 간소화할 수 있는지 등 즉각적으로 참고할 만한 부분도 있는 한편, 학교 시설 관리 과정에서 어떻게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게 할지 등 당장 풀기 어려운 숙제도 있다. 학교교육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오늘날, 이 책이 문제를 해결할 정답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교육활동이 중심이 되고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고민을 보여 줌으로써, 변화의 가능성과 실마리를 전해 줄 것이다.
추천의 글
교장은 학교를 바꾸고 아이들을 변화시킬 키맨Key man이다. 새로운 교장론이 너무 늦게 나온 것일 수도 있지만, 이제라도 이 책이 도화선이 되어 한국 교육에 새로운 변화의 장이 열리길 바란다.
- 강민정(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쉽지 않은 변화를 일궈 내고, 그 과정을 덤덤하게 기록한 교장 선생님들의 힘이 보입니다. 이런 실천들과, 실천 속의 수많은 ‘동사’들이 쌓여 우리 교육이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열려 있겠지요. 더 많은 교장 선생님들의 실천기가 이어 적히기를 기대합니다.
- 고효선(서울 관악중 교장)
개인적으로 약 10여 년 전에 교장 제도의 혁명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그동안 큰 변화가 있었다. 그 결과 학생의 배움을 중심에 놓고 민주적인 학교공동체를 실현하는 학교장들이 다수 등장하였다. 이 책은 그 노력의 결실이자 변화의 기록이다. 많은 교장 선생님들이 이 직무 가이드라인을 책상에 놓고 참고하신다면 아이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성열관(경희대학교 교수)
학교 혁신에서 학교장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래서 이 책의 발간이 무척 반갑다. 감당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한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 행정 업무, 학교 구성원 관계, 대외 업무에 관해 놀라운 지혜를 발휘한 학교장들의 사례를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학교장의 직무 원칙 및 실천 과제로 일반화하여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혁규(청주교육대학교 교수, 전 총장)
모두의 권리 의식이 높아진 시대, 학교에서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성장 간에 균형을 찾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시점에 매우 반가운 책이다. 부디 이 책에 소개된 선례들이 ‘저 학교니까’ 하며, ‘소수의 사례’ 정도로 가벼이 여겨지지 않고, 이 복잡한 시대에 가용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경험 자원으로 선순환되기를 바란다.
- 전은영(서울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공동대표)
학교를 ‘함께 성장하는 따듯한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애쓴 교장 선생님들의 진솔한 경험이 담긴 귀한 책입니다. 포괄적인 교장의 직무와 역할을 부단한 실천을 통해 구체화해 낸 교장 선생님들의 노고에 고마움과 찬사를 보냅니다. 좋은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애쓴 경험들을 따라가다 보면 학교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문제에 해법이 될 아이디어도 발견할 수 있으므로 학교 운영을 고민하는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학교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숙고의 과정, 때론 좌충우돌한 경험담까지 가감 없이 나눠 준 용기와 열정을 거울삼아, 앞으로 더 많은 교장 선생님들의 실천 경험이 책으로 출판되길 기대합니다.
- 조희연(전 성공회대학교 교수)
초등학생 시절, 관리나 훈육의 대상이 아닌 인격체로 존중받았고, 주체적으로 학습할 권리와 쉬고 놀 권리를 보장받았으며, 학생 자치의 실질적 구현을 경험했다. 혁신학교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혁신교육의 든든한 길잡이이자 동반자, 교장 선생님들을 응원한다.
- 차원(교육언론 창 기자, 혁신학교졸업생연대 ‘까지’ 회원)
책 속에서
민주 사회의 건강한 발전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교육과정 전문성과 민주적 리더십을 갖춘 학교장부터 만들어 내야 한다. 무려 535만의 학생을 바꾸려면 45만 교사를 바꿔야 하고, 그러려면 1만 2천 교장부터 바뀌어야 한다. 교실은 선생님이 하기 나름이고 학교는 교장 선생님이 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교장이 바뀌면 조만간 평교사와 행정직, 공무직의 일하는 자세가 바뀌고 시나브로 학교의 교육과 문화가 바뀐다.
- 책을 펴내며, 〈지금 왜 교장직무가이드라인인가?〉, 7~8쪽
내가 보기에, 혁신학교를 내걸고 학교 혁신을 추동해 온 ‘1차 진보 교육감 시대’가 2022년 지방 선거를 계기로 수명이 다한 가장 큰 이유는 학교장의 위치와 역할을 민주적 리더십으로 바꾸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 진보 교육감이 다수였던 시대에도 내건 정책 및 구호와 무관하게 대다수 교장은 과거의 관행에 안주하며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학교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 지수는 낮았다. 진보 교육감 시대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좌초한 이유다.
- 책을 펴내며, 〈지금 왜 교장직무가이드라인인가?〉, 9~10쪽
오랫동안 학교교육에서는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교육과정 운영에 집중하기보다는 보여 주기 식 전시성 행사, 분절적이고 파편적인 각종 프로그램 운영, 상부 기관의 지시와 통제에 의한 행정 처리가 우선시되어 왔다
학교장은 행정 업무 중심의 학교 시스템을 교육과정 운영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과감히 바꾸고, 학교를 학습 조직화해서 모든 교사들이 학습공동체를 통해 함께 배우고 성장하면서 교육과정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여건 마련과 지원에 힘을 쏟아야 한다.
학교장 스스로도 행정가의 정체성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 내외의 교원학습공동체에 적극 참여하여 교육과정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꾸준히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
- 〈학교장의 직무 원칙 및 실천 과제 - 1. 교육과정 운영 업무〉, 23~24쪽
교장은 살피고 결정할 일이 많다. 책임의 무게도 크고 무겁다. 그렇다고 해서 책무성의 무게에 짓눌리면 ‘관리’에 치우치기 쉽다. ‘관리’에 무게가 실리면 교육의 본래 기능을 발현하기 어렵다. 교육은 학생을 고유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학생의 독립성을 존중해야 민주시민교육도 가능하다. 시민의 제1 조건은 생각과 의견을 갖는 것이다. 자신의 문제를 궁리하고 결정하는 경험 속에서 의견이 만들어진다. 규제와 훈화에 의한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실천하고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시민의 삶에 다가갈 수 있다. 이런 교장의 실천적 지향이 학생 자치를 가능하게 한다.
- 〈학교장의 직무 원칙 및 실천 과제 - 3. 학교 구성원 관련 업무〉, 44쪽
학교의 담장을 낮추고 마을을 학교로, 학교를 마을로 흐르게 하고 지역의 교육 자원을 연결하는 것은 교장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고 해내야 하는 일이다. 조금만 눈을 돌려 보면 지역사회에는 학교와 함께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활동가들과 단체와 기관이 정말 많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도, 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많다.
문제는 연결이다. 점과 점을 연결하여 선을 만드는 일, 즉 네트워킹이 교장의 대외 업무의 중요한 축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 〈학교장의 직무 원칙 및 실천 과제 - 4. 대외 업무〉, 56쪽
앎과 삶이 연계된 교육과정이 실제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일치할 수 있도록 학교를 운영했다.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하면, 급식 먹는 순서를 고정하지 않고 학년별로 동일한 일수만큼 순환 배식하고 있다. (……) 급식 순서, 운동장 사용, 교실 배치 등에서 학교는 대체로 고학년을 우선시하는 관행이 있다. 효율성 측면과 함께 어차피 기다리면 순서가 오니 결국 평등한 거 아니냐는 논리가 작동한 결과다. 그러나 이런 논리와 과정 자체에 이미 많은 메시지가 녹아 있다. 수업 시간에 하는 ‘약자를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말과 현실에서 만나는 모습이 정반대라면 그 교육은 실패한 것이다. 학생들이 실제로 배우는 곳은 교과서 활자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하는 생활 모습이다.
- 홍제남, 〈학교의 모든 것은 교육과정이다〉, 84쪽
교장은 교육자인가 행정가인가 하고 교장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하곤 한다. 교장이 되는 순간 아무래도 행정가의 정체성에 가까워지게 된다. 하지만 교장이 교육자의 정체성을 잃는 순간 교사들의 인식과 괴리된, 성과와 실적 위주의 학교 운영에 매몰되기 쉽다. 교장이 교육자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교실 수업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학급당 한 시간씩 교실 수업을 실천하였다. 수업은 학년군별로 친구, 환경, 꿈 등의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맞는 그림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직접 찾아 교재로 활용하였다. 교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과 정서적 상황, 물리적 교실 환경 등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교사들이 처한 상황을 직접 체감함으로써, 간접 경험에 의존하지 않는 현장 밀착형 교육활동 지원이 용이해졌다.
- 이희숙, 〈교육활동이 중심이 되는 학교 업무 재구조화〉, 168~169쪽
‘하고 싶은 게 뭔가? 그것을 왜 하고 싶은가?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가 우선이고, 이것이 정해지고 나서야 비로소 예산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학교에서 예산은 12월에 짜고 조정은 1월에 하며, 신학년 워크숍은 2월에 하고, 교육 계획서는 3월에 나온다. 순서가 뒤바뀐 셈이다. (……) 돈으로 학교와 교사를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교실에서도 돈을 주고 책을 읽으라 하는 방식은 책 읽는 자체의 기쁨과 자발적 열의를 앗아 가는 결과를 낳는데 학교도 마찬가지다. 예산이 교사의 열정보다 앞서면 자칫 예산 집행은 소비가 되고 심지어 예산이 부담스러워 미니멀리즘을 고수하는 사태도 나타날 수 있다. 학교와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목적과 의미다.
- 김지용, 〈예산, 임자 없는 돈 굴리기〉, 184쪽
교실 앞 칠판 위에 태극기 대신 교육공동체 협약을 걸어 놓아도 되겠냐고 물었다. 참신한 발상. 태극기는 교실 게시물의 기본 옵션으로 의심 없이 늘 그 자리에 있어 왔다. 태극기 대신 공동체 협약? 안 될 일이 무엇이며 오히려 함께 만든 약속이 교실에 더 어울린다. (……) 씁쓸한 기분이 찾아온 건, 그가 교장실을 나가고 나서였다. 젊은 담임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그는 나를 관리자로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사소한 것까지 ‘나는 결정할 수 없으니 교장인 네가 결정하고 책임져라’ 하는 그분의 무의식에 나도 모르게 장단 맞췄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자기 학급 교실에 태극기를 걸지 공동체의 약속을 걸지, 그 선택을 판단하고 허락할 권력을 가진 너그러운 관리자 노릇에 잠시 취했던 것이다.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선생님, 교실에 태극기를 달지 공동체의 약속을 달지 그것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결정할 수 있는 일입니다. 왜냐면 교실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주인으로 살아가는 곳이니까요.”
- 김지용, 〈학교에는 주인이 없다〉, 212~213쪽
학교 조직을 하나의 정원이라 보았을 때, 정원에는 적당한 물, 좋은 토양, 적당한 빛이 필요하지만 특히 현재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람이다. 바람이 통하려면 각 주체들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만들고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게 교사들이 자기 성장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능숙한 정원사가 교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보호자들의 지나친 학교 참여나 요구, 학교의 지나친 통일화와 행정적 규율 및 업무가 교사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하거나, ‘모든 반이 같게’라는 학년 통일 문화가 강하면 학교 정원에서는 절대 아름답고 풍성한 꽃을 볼 수 없다.
- 박지희, 〈학교라는 정원을 가꾸는 교장〉, 232~233쪽
스승의 날, 모든 교직원에게 각각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 선물하셨다는 교장이 있었다. 어떤 사람의 이름을 보며 그 사람과 관련된 무엇인가가 떠올라 시를 쓸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관계의 끈이 이어져 있을 때 가능하다. 관계의 끈이 튼튼하면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도움을 청하기도 쉽다. 학교 안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단지 나의 힘듦을 들어 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교사들에게 든든하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게 해 준다. 나의 힘듦이 ‘부끄러움’이 아니라 ‘연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은 일상에서의 인간적 관계에서 비롯된다.
- 문지연, 〈따듯한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힘〉, 250~251쪽
거듭 확인하게 되는 것은 학생들이 그저 가르칠 대상이기 이전에 ‘같은 사람’이라는 동질감의 온도이다. 누구나 비슷한 질량의 선의를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마음과 교감하고 나면 화장을 왜 하느냐, 왜 교복 규정을 안 지키느냐 이런 잔소리가 참 무색해진다. 불안하기로 따지면 어른들보다 아이들 편이 훨씬 심각하다. 시를 읽으면서, 때론 타로 상담을 하면서(10년 차 나름 타로 고수다) 학생들을 만나 보면 그들의 불안감과 잘해 보고 싶은 선의가 동전의 양면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걸 헤아려 학생들의 자리를 세워 주는 것은 어른의 몫일 터이다. 경청과 연민이 없는 정의는 폭력이라지 않는가.
- 이상대, 〈환대의 마음으로 학생을 만나다〉, 272~273쪽
이후 여름이는 교실 밖으로 분리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여름이가 안정되니 학급이 안정되었다. 여름이는 다음 해부터는 거의 교장실에 내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3년 후 누구보다 의젓한 아이로 졸업했다. 담임이 혼자 책임지게 하거나 온갖 사람들이 임시방편으로 아이를 달래는 방식으로는 이런 변화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는 여러 영역의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 그와 함께 일상적으로는 학교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잘 조직해서 학생의 문제를 담임과 함께 의논하고 문제를 풀어 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서 ‘문제 행동’이 있을 때 상담위원회가 되었든 생활위원회가 되었든 그 학생과 눈 맞추고 관찰했던 어른들이 담임 교사와 함께 모여서 논의하고 해결 방향을 찾는 방식이어야 한다.
- 박지희, 〈학생을 둘러싼 관계를 맺고 푸는 전지적 참견자로서의 교장〉, 292~293쪽
학부모의 민원 문제는 학교장이 초기부터 신속하게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 이유는 첫째, 문제가 더 악화되기 전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학부모의 민원 대상이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로 전환되어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셋째, 신속한 문제 해결을 통해 교사-학생-학부모 간의 감정 소모와 상처 입는 정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밝혀진 심각한 교권 침해나 교사들이 힘든 상황에 처한 사례들의 경우 대개 학교장이 적극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장은 학교의 대표이자 총괄자이다. 주어진 권위와 책임감으로 교사의 교육권을 보호하고 학생-교사-학부모가 서로 잘 공존하는 교육공동체를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 홍제남, 〈학부모, 교육의 실질적 주체로 세우기〉, 318쪽
학부모와의 소통은 학급의 민원을 해결하는 데도 큰 힘이 된다.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는 ‘내 아이’의 모든 것이 궁금하고 알고 싶지만 아이와의 대화에 한계가 있어 궁금증을 다 해소하지 못해 답답할 때가 있다. 학교 차원의 신입생 학부모 연수는 학교장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시간도 포함하고 있다. 학교의 교육철학부터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비전과 방향, 학생들에 대한 이해 등으로 구성하여 학교장이 직접 설명한다. 학교장이 교장실에만 앉아 있거나 학부모와 동떨어진 사람이 아니라 학교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학부모 곁에, 학생 곁에, 교사 곁에 학교장이 함께하고 있다는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위유정, 〈학교와 학부모, 진정한 교육의 동반자가 되다〉, 332쪽
교사들이 마을 안에 살고 있으면 마을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수업과 마을 자원의 연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교사의 생활권과 학생의 생활권이 같기에 교사의 경험이 수업에 반영되기도 하고, 교사가 하고 싶은 수업을 마을에서 찾을 수도 있다. 또한, 그 지역의 특성을 파악하였기에 학생과 가정의 생활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 (……) 마을과 연계하여 교육활동을 하는 교사들이 전근 가지 않고, 우리 학교에 남아 있기를 늘 희망했다. 그래서 초빙으로 남기기도 했고, 다른 학교에서 교사를 초빙해 오기도 했다. 남기고 싶어도 교원 정원 문제로 초빙을 할 수 없을 때도 있었다. 교육청에서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면 인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일은 사람이 한다. 마을과 협력할 줄 아는 교사가 장기간 근무해야, 마을 결합 교육과정과 마을교육공동체 구축이 가능하고, 마을과의 연계가 지속될 것이다.
- 임수경, 〈마을 안의 학교와 교사〉, 384~385쪽
목차
책을 펴내며
지금 왜 교장직무가이드라인인가? 6
1부 징검다리 교장직무가이드라인 | 징검다리 교장직무가이드라인 TF
학교장의 지위와 역할 18
학교장의 직무 원칙 및 실천 과제
1. 교육과정 운영 업무 22
2. 행정적 업무 27
3. 학교 구성원 관련 업무 39
4. 대외 업무 54
2부 교장의 일, 경험과 성찰을 나누다
1. 교육과정 운영 업무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과정 | 이희숙 65
학교의 모든 것은 교육과정이다 | 홍제남 84
상실의 시대, 학교장의 교육과정 리더십 | 윤상혁 105
2. 행정적 업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 업무 효율화 | 홍제남 128
교육활동이 중심이 되는 학교 업무 재구조화 | 이희숙 154
예산, 임자 없는 돈 굴리기 | 김지용 178
자율적이고, 교육적이며, 모두를 위한 예산 운용 | 임수경 187
열려 있는 공간, 생태적 환경으로 바꾸는 학교 | 김두림 201
학교에는 주인이 없다 | 김지용 209
3. 학교 구성원 관련 업무
학교라는 정원을 가꾸는 교장 | 박지희 226
따듯한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힘 | 문지연 244
환대의 마음으로 학생을 만나다 | 이상대 262
‘좋은 세계’를 꿈꾸며 학생들과 함께한 4년 | 이시우 275
학생을 둘러싼 관계를 맺고 푸는 전지적 참견자로서의 교장 | 박지희 289
학부모, 교육의 실질적 주체로 세우기 | 홍제남 301
학교와 학부모, 진정한 교육의 동반자가 되다 | 위유정 320
교육활동 보호와 보호자 소통, 둘 다 이루기 위한 노력 | 전인숙 337
어떤 그릇에도 담기는 물을 배우다 | 유경수 352
4. 대외 업무
마을과 만나는 학교, 학교장의 역할은 | 류현진 364
마을 안의 학교와 교사 | 임수경 377
‘학생의 학습’을 위해 정책과 교육을 조율하기 | 이준범 391
학교와 교육지원청, 어떻게 협력할까 | 최화섭 414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한 사람들 426
저자 소개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징검다리)는 유·초·중등학교의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할 목적으로 2016년 1월 만들어진 교육운동단체이다. 징검다리는 비폭력 대화 학부모 연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원탁회의 및 시민의회 실험 등 학교 민주시민교육에서 나름대로 선도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해 왔다. 가장 공들여 온 것은 정치교육 활성화를 위한 보이텔스바흐 3대 원칙 캠페인과 교원 정치기본권 캠페인, 그리고 모의선거교육 전면 실시 캠페인이었다.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실질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장의 민주주의 철학과 민주적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교장직무가이드라인’도 만들어 냈다. 향후에는 생태전환교육에 치중할 방침이다. 21세기 학교 민주시민교육은 무엇보다도 생태주의 전환의 큰 맥락 속에서 전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징검다리는 ‘가르치지 않는 교육’을 표방하며 서로 배우는 참여 토론 방식을 강조한다. 민주시민교육에서는 지식교육 못지않게 태도교육과 실천 활동이 중요해서다. 민주시민성은 1차적으로 청소년기에 학교와 교실에서 길러져야 한다. 학교가 민주시민교육과 학생 자치 활동을 통해 학생에게 민주시민성을 불어넣는 ‘1차 민주시민성 충전 기지’라면, 징검다리는 ‘2차 민주시민성 충전 기지’라고 할 수 있다.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춤추는 민주주의’라는 비전 아래 ‘민주시민성 충전 기지’를 사명으로 삼고 있다. 정치·경제 양극화와 시험 능력주의에 의해 방전돼 기쁨 없는 비실비실한 민주주의가 아니라, 생명력이 넘치는 튼실한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데 징검다리가 되고자 한다.
김두림
2019~2022 서울노원초등학교 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전 대표, 현 조직국장. 사람과 자연, 모두에게 정의로운 삶으로 다가가고자 애써 보는 중이다.
김지용
2019~2023 서울 수락중학교 교장. 현재 이우중·고등학교 교장. ‘스스로, 더불어, 한걸음씩’이 삶의 자세가 되도록 애쓴다.
류현진
2019~2022 서울 숭곡중학교 교장. 현재 서울 석관중학교 교사. 33년 동안 같은 지역의 교사로 살아왔고 여전히 학교에서 그리고 마을에서 아이들과의 행복한 만남을 꿈꾸고 있다.
문지연
2021~2024 현재 서울 삼각산고등학교 교장. 학교를 놀이터 삼아, 동료 교사를 친구 삼아 32년을 지냈다. 머뭇머뭇 그럼에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은 시간들을 새삼스레 되돌아보는 중이다.
박지희
2019~2022 서울도봉초등학교 교장. 교직 2년 차에 해직 교사가 되어 4년여를 보냈고, 20여 년의 담임 교사, 4년의 공모 교장을 거쳐, 다시 1학년 담임 교사로 돌아와 살고 있다.
위유정
2019~2022 서울강명초등학교 교장. 퇴임 후 노령의 ‘댕댕이’와 ‘냥이’를 돌보며 교육 혁신을 위한 개미 시민으로 살고 있다.
유경수
2018~2022 서울 양서중학교 교장. 2023~2024 현재 서울 송정중학교 교장. 사회 교사와 공모 교장을 넘나들며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윤상혁
2023~2024 현재 서울 영림중학교 교장. 전 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 정책안전기획관 장학사.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다정한 사람들과 연대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이상대
2016~2020 서울 삼정중학교 교장. 푸른들청소년도서관 운영위원장. 교육공동체 벗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퇴임 이후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 짬짬이 사람을 만나는 시즌 2를 살고 있다.
이시우
2020~2023 서울 효문고등학교 교장. 현재 고등학교 1학년 과학 교사. 학생들과 평온한 학교생활을 꿈꾸는 담임 교사.
이준범
2019~2023 서울상천초등학교 교장. 복잡성교육학회 운영위원. 복잡성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더 나은 교육과 학습의 길을 찾기 위해 대화하고 조율하며 실천과 성찰을 거듭한다.
이희숙
2018~2022 서울은빛초등학교 교장.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 2011년에 혁신학교와 조우한 것을 시작으로 관련된 여러 활동을 해 왔으며, 지금은 서울혁신교육네트워크 대표를 맡아 많은 교사들과 함께 서울 혁신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임수경
2020~2023 서울유현초등학교 교장. 현재 서울어울초등학교 교사.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다큐를 즐겨 보며 생태, 마을, 문화재 공부에 관심이 많다.
전인숙
2022~2024 현재 서울율현초등학교 교장. 예전 혁신학교에서 동료들과 함께 수업과 아이들 이야기에 푹 빠져 살았던 시간이 귀하고 행복했다. 그런 학교를 꿈꾸며 ‘어쩌다 교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화섭
2018~2021 서울 국사봉중학교 교장. 서울시성동광진교육지원청과 서울시동부교육지원청에서 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양수리 자연의 품에서 행복한 인생을 꿈꾸고 있다.
홍제남
2019~2022 서울오류중학교 교장. 다같이배움연구소장. 서울시남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으로 명예퇴직 후, 행복한 교육의 길을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학교 혁신을 위한 교장직무가이드라인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기획
징검다리 교장직무가이드라인 TF, 김두림, 김지용, 류현진, 문지연, 박지희, 위유정, 유경수, 윤상혁, 이상대, 이시우, 이준범, 이희숙, 임수경, 전인숙, 최화섭, 홍제남 씀
24,000원 | 2024
#학교장 #학교민주주의 #교육혁신
민주적이고 협력적인 교육을 위해, 교장은 무엇을 해야 할까?
‘교장의 일’에 대한 원칙과 지침, 그리고 교장들의 경험과 지혜를 담다
교장은 학교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해야 할까. 이 책은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에서 연구와 토론을 거쳐 만든 교장직무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학교를 혁신하고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하는 ‘좋은 교장’의 역할과 모습을 제시한다. 학교의 교육과정을 만들고 운영하고, 업무 방식과 학교 공간을 혁신하며, 학교 구성원과 소통하고 관계 맺는 교장의 일에 관해 원칙과 과제, 실제 교장들의 고민과 성찰, 경험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이 책은 교장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들이지만, 모두가 주인이 되는 학교, 민주적이고 교육적인 학교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더해 줄 것이다.
‘이상한 교장만 아니면 된다’ ?
“선생님, 학교에 어떤 교장이 있으면 좋겠어요?” “완전 이상하지만 않으면 돼요.”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이 공모 교장으로 부임을 앞두고 있을 때 다른 교사들에게 물었다가 들은 답변이다. 어쩌면 우리 교육에서 교장은 그런 존재 아닐까. 너무 이상하거나 권위주의적·관료적이지 않기만 바라고, 무난하고 평범하기만 해도 괜찮은 존재. 교장은 학교에서 가장 권한도 많고 중요한 직책일 텐데, 이렇게 생각되고 있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학교교육이 처한 난맥상을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상한 교장’만 아니면 된다는 걸 넘어 ‘좋은 교장’이 되기 위해 무엇을 고려하고 어떤 실천을 해야 하는지를 모색한 결과물이다. 교장부터 달라져야 학교교육이 변화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지난 수년간 교장으로서 직접 학교와 교육을 혁신하고, 민주적이면서 교육을 중심에 둔 학교 운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온 교장들의 경험과 지혜가 녹아 있다.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교장들의 이야기
이 책의 1부에서는 ‘징검다리 교장직무가이드라인’을 소개한다. 교장의 직무를 ‘교육과정 운영 업무’, ‘행정적 업무’, ‘학교 구성원 관련 업무’, ‘대외 업무’로 분류하여, 각 직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원칙과 실천 과제, 정책 제안, 해설 및 사례를 제시했다.
2부는 교장들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들로, 가이드라인의 예시들을 좀 더 구체화한다. 교장의 일은 학교의 교육 계획을 수립하는 일, 행정 업무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일에서부터 교사들과 학생들의 어려움을 지원하는 일, 학부모들과 소통의 방법을 고민하고 민원 대응에 나서는 일, 마을의 여러 기관을 만나는 일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교장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교장의 역할과 업무를 더 깊게 이해하게 되고, 나아가 ‘좋은 교장’, ‘좋은 학교’란 어떤 것인가를 느끼게 된다.
이 책에서는 교장의 일의 보편적 원칙을 제시하면서도 여러 교장들의 개성과 교육관이 다채롭게 드러난다. 그 속에는 어떻게 민원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지, 공문 결재 절차를 어떻게 간소화할 수 있는지 등 즉각적으로 참고할 만한 부분도 있는 한편, 학교 시설 관리 과정에서 어떻게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게 할지 등 당장 풀기 어려운 숙제도 있다. 학교교육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오늘날, 이 책이 문제를 해결할 정답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교육활동이 중심이 되고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고민을 보여 줌으로써, 변화의 가능성과 실마리를 전해 줄 것이다.
추천의 글
교장은 학교를 바꾸고 아이들을 변화시킬 키맨Key man이다. 새로운 교장론이 너무 늦게 나온 것일 수도 있지만, 이제라도 이 책이 도화선이 되어 한국 교육에 새로운 변화의 장이 열리길 바란다.
- 강민정(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쉽지 않은 변화를 일궈 내고, 그 과정을 덤덤하게 기록한 교장 선생님들의 힘이 보입니다. 이런 실천들과, 실천 속의 수많은 ‘동사’들이 쌓여 우리 교육이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열려 있겠지요. 더 많은 교장 선생님들의 실천기가 이어 적히기를 기대합니다.
- 고효선(서울 관악중 교장)
개인적으로 약 10여 년 전에 교장 제도의 혁명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그동안 큰 변화가 있었다. 그 결과 학생의 배움을 중심에 놓고 민주적인 학교공동체를 실현하는 학교장들이 다수 등장하였다. 이 책은 그 노력의 결실이자 변화의 기록이다. 많은 교장 선생님들이 이 직무 가이드라인을 책상에 놓고 참고하신다면 아이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성열관(경희대학교 교수)
학교 혁신에서 학교장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래서 이 책의 발간이 무척 반갑다. 감당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한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 행정 업무, 학교 구성원 관계, 대외 업무에 관해 놀라운 지혜를 발휘한 학교장들의 사례를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학교장의 직무 원칙 및 실천 과제로 일반화하여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혁규(청주교육대학교 교수, 전 총장)
모두의 권리 의식이 높아진 시대, 학교에서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성장 간에 균형을 찾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시점에 매우 반가운 책이다. 부디 이 책에 소개된 선례들이 ‘저 학교니까’ 하며, ‘소수의 사례’ 정도로 가벼이 여겨지지 않고, 이 복잡한 시대에 가용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경험 자원으로 선순환되기를 바란다.
- 전은영(서울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공동대표)
학교를 ‘함께 성장하는 따듯한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애쓴 교장 선생님들의 진솔한 경험이 담긴 귀한 책입니다. 포괄적인 교장의 직무와 역할을 부단한 실천을 통해 구체화해 낸 교장 선생님들의 노고에 고마움과 찬사를 보냅니다. 좋은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애쓴 경험들을 따라가다 보면 학교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문제에 해법이 될 아이디어도 발견할 수 있으므로 학교 운영을 고민하는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학교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숙고의 과정, 때론 좌충우돌한 경험담까지 가감 없이 나눠 준 용기와 열정을 거울삼아, 앞으로 더 많은 교장 선생님들의 실천 경험이 책으로 출판되길 기대합니다.
- 조희연(전 성공회대학교 교수)
초등학생 시절, 관리나 훈육의 대상이 아닌 인격체로 존중받았고, 주체적으로 학습할 권리와 쉬고 놀 권리를 보장받았으며, 학생 자치의 실질적 구현을 경험했다. 혁신학교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혁신교육의 든든한 길잡이이자 동반자, 교장 선생님들을 응원한다.
- 차원(교육언론 창 기자, 혁신학교졸업생연대 ‘까지’ 회원)
책 속에서
민주 사회의 건강한 발전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교육과정 전문성과 민주적 리더십을 갖춘 학교장부터 만들어 내야 한다. 무려 535만의 학생을 바꾸려면 45만 교사를 바꿔야 하고, 그러려면 1만 2천 교장부터 바뀌어야 한다. 교실은 선생님이 하기 나름이고 학교는 교장 선생님이 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교장이 바뀌면 조만간 평교사와 행정직, 공무직의 일하는 자세가 바뀌고 시나브로 학교의 교육과 문화가 바뀐다.
- 책을 펴내며, 〈지금 왜 교장직무가이드라인인가?〉, 7~8쪽
내가 보기에, 혁신학교를 내걸고 학교 혁신을 추동해 온 ‘1차 진보 교육감 시대’가 2022년 지방 선거를 계기로 수명이 다한 가장 큰 이유는 학교장의 위치와 역할을 민주적 리더십으로 바꾸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 진보 교육감이 다수였던 시대에도 내건 정책 및 구호와 무관하게 대다수 교장은 과거의 관행에 안주하며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학교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 지수는 낮았다. 진보 교육감 시대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좌초한 이유다.
- 책을 펴내며, 〈지금 왜 교장직무가이드라인인가?〉, 9~10쪽
오랫동안 학교교육에서는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교육과정 운영에 집중하기보다는 보여 주기 식 전시성 행사, 분절적이고 파편적인 각종 프로그램 운영, 상부 기관의 지시와 통제에 의한 행정 처리가 우선시되어 왔다
학교장은 행정 업무 중심의 학교 시스템을 교육과정 운영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과감히 바꾸고, 학교를 학습 조직화해서 모든 교사들이 학습공동체를 통해 함께 배우고 성장하면서 교육과정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여건 마련과 지원에 힘을 쏟아야 한다.
학교장 스스로도 행정가의 정체성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 내외의 교원학습공동체에 적극 참여하여 교육과정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꾸준히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
- 〈학교장의 직무 원칙 및 실천 과제 - 1. 교육과정 운영 업무〉, 23~24쪽
교장은 살피고 결정할 일이 많다. 책임의 무게도 크고 무겁다. 그렇다고 해서 책무성의 무게에 짓눌리면 ‘관리’에 치우치기 쉽다. ‘관리’에 무게가 실리면 교육의 본래 기능을 발현하기 어렵다. 교육은 학생을 고유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학생의 독립성을 존중해야 민주시민교육도 가능하다. 시민의 제1 조건은 생각과 의견을 갖는 것이다. 자신의 문제를 궁리하고 결정하는 경험 속에서 의견이 만들어진다. 규제와 훈화에 의한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실천하고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시민의 삶에 다가갈 수 있다. 이런 교장의 실천적 지향이 학생 자치를 가능하게 한다.
- 〈학교장의 직무 원칙 및 실천 과제 - 3. 학교 구성원 관련 업무〉, 44쪽
학교의 담장을 낮추고 마을을 학교로, 학교를 마을로 흐르게 하고 지역의 교육 자원을 연결하는 것은 교장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고 해내야 하는 일이다. 조금만 눈을 돌려 보면 지역사회에는 학교와 함께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활동가들과 단체와 기관이 정말 많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도, 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많다.
문제는 연결이다. 점과 점을 연결하여 선을 만드는 일, 즉 네트워킹이 교장의 대외 업무의 중요한 축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 〈학교장의 직무 원칙 및 실천 과제 - 4. 대외 업무〉, 56쪽
앎과 삶이 연계된 교육과정이 실제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일치할 수 있도록 학교를 운영했다.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하면, 급식 먹는 순서를 고정하지 않고 학년별로 동일한 일수만큼 순환 배식하고 있다. (……) 급식 순서, 운동장 사용, 교실 배치 등에서 학교는 대체로 고학년을 우선시하는 관행이 있다. 효율성 측면과 함께 어차피 기다리면 순서가 오니 결국 평등한 거 아니냐는 논리가 작동한 결과다. 그러나 이런 논리와 과정 자체에 이미 많은 메시지가 녹아 있다. 수업 시간에 하는 ‘약자를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말과 현실에서 만나는 모습이 정반대라면 그 교육은 실패한 것이다. 학생들이 실제로 배우는 곳은 교과서 활자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하는 생활 모습이다.
- 홍제남, 〈학교의 모든 것은 교육과정이다〉, 84쪽
교장은 교육자인가 행정가인가 하고 교장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하곤 한다. 교장이 되는 순간 아무래도 행정가의 정체성에 가까워지게 된다. 하지만 교장이 교육자의 정체성을 잃는 순간 교사들의 인식과 괴리된, 성과와 실적 위주의 학교 운영에 매몰되기 쉽다. 교장이 교육자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교실 수업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학급당 한 시간씩 교실 수업을 실천하였다. 수업은 학년군별로 친구, 환경, 꿈 등의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맞는 그림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직접 찾아 교재로 활용하였다. 교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과 정서적 상황, 물리적 교실 환경 등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교사들이 처한 상황을 직접 체감함으로써, 간접 경험에 의존하지 않는 현장 밀착형 교육활동 지원이 용이해졌다.
- 이희숙, 〈교육활동이 중심이 되는 학교 업무 재구조화〉, 168~169쪽
‘하고 싶은 게 뭔가? 그것을 왜 하고 싶은가?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가 우선이고, 이것이 정해지고 나서야 비로소 예산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학교에서 예산은 12월에 짜고 조정은 1월에 하며, 신학년 워크숍은 2월에 하고, 교육 계획서는 3월에 나온다. 순서가 뒤바뀐 셈이다. (……) 돈으로 학교와 교사를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교실에서도 돈을 주고 책을 읽으라 하는 방식은 책 읽는 자체의 기쁨과 자발적 열의를 앗아 가는 결과를 낳는데 학교도 마찬가지다. 예산이 교사의 열정보다 앞서면 자칫 예산 집행은 소비가 되고 심지어 예산이 부담스러워 미니멀리즘을 고수하는 사태도 나타날 수 있다. 학교와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목적과 의미다.
- 김지용, 〈예산, 임자 없는 돈 굴리기〉, 184쪽
교실 앞 칠판 위에 태극기 대신 교육공동체 협약을 걸어 놓아도 되겠냐고 물었다. 참신한 발상. 태극기는 교실 게시물의 기본 옵션으로 의심 없이 늘 그 자리에 있어 왔다. 태극기 대신 공동체 협약? 안 될 일이 무엇이며 오히려 함께 만든 약속이 교실에 더 어울린다. (……) 씁쓸한 기분이 찾아온 건, 그가 교장실을 나가고 나서였다. 젊은 담임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그는 나를 관리자로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사소한 것까지 ‘나는 결정할 수 없으니 교장인 네가 결정하고 책임져라’ 하는 그분의 무의식에 나도 모르게 장단 맞췄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자기 학급 교실에 태극기를 걸지 공동체의 약속을 걸지, 그 선택을 판단하고 허락할 권력을 가진 너그러운 관리자 노릇에 잠시 취했던 것이다.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선생님, 교실에 태극기를 달지 공동체의 약속을 달지 그것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결정할 수 있는 일입니다. 왜냐면 교실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주인으로 살아가는 곳이니까요.”
- 김지용, 〈학교에는 주인이 없다〉, 212~213쪽
학교 조직을 하나의 정원이라 보았을 때, 정원에는 적당한 물, 좋은 토양, 적당한 빛이 필요하지만 특히 현재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람이다. 바람이 통하려면 각 주체들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만들고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게 교사들이 자기 성장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능숙한 정원사가 교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보호자들의 지나친 학교 참여나 요구, 학교의 지나친 통일화와 행정적 규율 및 업무가 교사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하거나, ‘모든 반이 같게’라는 학년 통일 문화가 강하면 학교 정원에서는 절대 아름답고 풍성한 꽃을 볼 수 없다.
- 박지희, 〈학교라는 정원을 가꾸는 교장〉, 232~233쪽
스승의 날, 모든 교직원에게 각각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 선물하셨다는 교장이 있었다. 어떤 사람의 이름을 보며 그 사람과 관련된 무엇인가가 떠올라 시를 쓸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관계의 끈이 이어져 있을 때 가능하다. 관계의 끈이 튼튼하면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도움을 청하기도 쉽다. 학교 안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단지 나의 힘듦을 들어 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교사들에게 든든하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게 해 준다. 나의 힘듦이 ‘부끄러움’이 아니라 ‘연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은 일상에서의 인간적 관계에서 비롯된다.
- 문지연, 〈따듯한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힘〉, 250~251쪽
거듭 확인하게 되는 것은 학생들이 그저 가르칠 대상이기 이전에 ‘같은 사람’이라는 동질감의 온도이다. 누구나 비슷한 질량의 선의를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마음과 교감하고 나면 화장을 왜 하느냐, 왜 교복 규정을 안 지키느냐 이런 잔소리가 참 무색해진다. 불안하기로 따지면 어른들보다 아이들 편이 훨씬 심각하다. 시를 읽으면서, 때론 타로 상담을 하면서(10년 차 나름 타로 고수다) 학생들을 만나 보면 그들의 불안감과 잘해 보고 싶은 선의가 동전의 양면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걸 헤아려 학생들의 자리를 세워 주는 것은 어른의 몫일 터이다. 경청과 연민이 없는 정의는 폭력이라지 않는가.
- 이상대, 〈환대의 마음으로 학생을 만나다〉, 272~273쪽
이후 여름이는 교실 밖으로 분리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여름이가 안정되니 학급이 안정되었다. 여름이는 다음 해부터는 거의 교장실에 내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3년 후 누구보다 의젓한 아이로 졸업했다. 담임이 혼자 책임지게 하거나 온갖 사람들이 임시방편으로 아이를 달래는 방식으로는 이런 변화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는 여러 영역의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 그와 함께 일상적으로는 학교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잘 조직해서 학생의 문제를 담임과 함께 의논하고 문제를 풀어 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서 ‘문제 행동’이 있을 때 상담위원회가 되었든 생활위원회가 되었든 그 학생과 눈 맞추고 관찰했던 어른들이 담임 교사와 함께 모여서 논의하고 해결 방향을 찾는 방식이어야 한다.
- 박지희, 〈학생을 둘러싼 관계를 맺고 푸는 전지적 참견자로서의 교장〉, 292~293쪽
학부모의 민원 문제는 학교장이 초기부터 신속하게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 이유는 첫째, 문제가 더 악화되기 전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학부모의 민원 대상이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로 전환되어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셋째, 신속한 문제 해결을 통해 교사-학생-학부모 간의 감정 소모와 상처 입는 정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밝혀진 심각한 교권 침해나 교사들이 힘든 상황에 처한 사례들의 경우 대개 학교장이 적극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장은 학교의 대표이자 총괄자이다. 주어진 권위와 책임감으로 교사의 교육권을 보호하고 학생-교사-학부모가 서로 잘 공존하는 교육공동체를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 홍제남, 〈학부모, 교육의 실질적 주체로 세우기〉, 318쪽
학부모와의 소통은 학급의 민원을 해결하는 데도 큰 힘이 된다.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는 ‘내 아이’의 모든 것이 궁금하고 알고 싶지만 아이와의 대화에 한계가 있어 궁금증을 다 해소하지 못해 답답할 때가 있다. 학교 차원의 신입생 학부모 연수는 학교장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시간도 포함하고 있다. 학교의 교육철학부터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비전과 방향, 학생들에 대한 이해 등으로 구성하여 학교장이 직접 설명한다. 학교장이 교장실에만 앉아 있거나 학부모와 동떨어진 사람이 아니라 학교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학부모 곁에, 학생 곁에, 교사 곁에 학교장이 함께하고 있다는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위유정, 〈학교와 학부모, 진정한 교육의 동반자가 되다〉, 332쪽
교사들이 마을 안에 살고 있으면 마을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수업과 마을 자원의 연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교사의 생활권과 학생의 생활권이 같기에 교사의 경험이 수업에 반영되기도 하고, 교사가 하고 싶은 수업을 마을에서 찾을 수도 있다. 또한, 그 지역의 특성을 파악하였기에 학생과 가정의 생활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 (……) 마을과 연계하여 교육활동을 하는 교사들이 전근 가지 않고, 우리 학교에 남아 있기를 늘 희망했다. 그래서 초빙으로 남기기도 했고, 다른 학교에서 교사를 초빙해 오기도 했다. 남기고 싶어도 교원 정원 문제로 초빙을 할 수 없을 때도 있었다. 교육청에서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면 인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일은 사람이 한다. 마을과 협력할 줄 아는 교사가 장기간 근무해야, 마을 결합 교육과정과 마을교육공동체 구축이 가능하고, 마을과의 연계가 지속될 것이다.
- 임수경, 〈마을 안의 학교와 교사〉, 384~385쪽
목차
책을 펴내며
지금 왜 교장직무가이드라인인가? 6
1부 징검다리 교장직무가이드라인 | 징검다리 교장직무가이드라인 TF
학교장의 지위와 역할 18
학교장의 직무 원칙 및 실천 과제
1. 교육과정 운영 업무 22
2. 행정적 업무 27
3. 학교 구성원 관련 업무 39
4. 대외 업무 54
2부 교장의 일, 경험과 성찰을 나누다
1. 교육과정 운영 업무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과정 | 이희숙 65
학교의 모든 것은 교육과정이다 | 홍제남 84
상실의 시대, 학교장의 교육과정 리더십 | 윤상혁 105
2. 행정적 업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 업무 효율화 | 홍제남 128
교육활동이 중심이 되는 학교 업무 재구조화 | 이희숙 154
예산, 임자 없는 돈 굴리기 | 김지용 178
자율적이고, 교육적이며, 모두를 위한 예산 운용 | 임수경 187
열려 있는 공간, 생태적 환경으로 바꾸는 학교 | 김두림 201
학교에는 주인이 없다 | 김지용 209
3. 학교 구성원 관련 업무
학교라는 정원을 가꾸는 교장 | 박지희 226
따듯한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힘 | 문지연 244
환대의 마음으로 학생을 만나다 | 이상대 262
‘좋은 세계’를 꿈꾸며 학생들과 함께한 4년 | 이시우 275
학생을 둘러싼 관계를 맺고 푸는 전지적 참견자로서의 교장 | 박지희 289
학부모, 교육의 실질적 주체로 세우기 | 홍제남 301
학교와 학부모, 진정한 교육의 동반자가 되다 | 위유정 320
교육활동 보호와 보호자 소통, 둘 다 이루기 위한 노력 | 전인숙 337
어떤 그릇에도 담기는 물을 배우다 | 유경수 352
4. 대외 업무
마을과 만나는 학교, 학교장의 역할은 | 류현진 364
마을 안의 학교와 교사 | 임수경 377
‘학생의 학습’을 위해 정책과 교육을 조율하기 | 이준범 391
학교와 교육지원청, 어떻게 협력할까 | 최화섭 414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한 사람들 426
저자 소개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징검다리)는 유·초·중등학교의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할 목적으로 2016년 1월 만들어진 교육운동단체이다. 징검다리는 비폭력 대화 학부모 연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원탁회의 및 시민의회 실험 등 학교 민주시민교육에서 나름대로 선도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해 왔다. 가장 공들여 온 것은 정치교육 활성화를 위한 보이텔스바흐 3대 원칙 캠페인과 교원 정치기본권 캠페인, 그리고 모의선거교육 전면 실시 캠페인이었다.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실질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장의 민주주의 철학과 민주적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교장직무가이드라인’도 만들어 냈다. 향후에는 생태전환교육에 치중할 방침이다. 21세기 학교 민주시민교육은 무엇보다도 생태주의 전환의 큰 맥락 속에서 전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징검다리는 ‘가르치지 않는 교육’을 표방하며 서로 배우는 참여 토론 방식을 강조한다. 민주시민교육에서는 지식교육 못지않게 태도교육과 실천 활동이 중요해서다. 민주시민성은 1차적으로 청소년기에 학교와 교실에서 길러져야 한다. 학교가 민주시민교육과 학생 자치 활동을 통해 학생에게 민주시민성을 불어넣는 ‘1차 민주시민성 충전 기지’라면, 징검다리는 ‘2차 민주시민성 충전 기지’라고 할 수 있다.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춤추는 민주주의’라는 비전 아래 ‘민주시민성 충전 기지’를 사명으로 삼고 있다. 정치·경제 양극화와 시험 능력주의에 의해 방전돼 기쁨 없는 비실비실한 민주주의가 아니라, 생명력이 넘치는 튼실한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데 징검다리가 되고자 한다.
김두림
2019~2022 서울노원초등학교 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전 대표, 현 조직국장. 사람과 자연, 모두에게 정의로운 삶으로 다가가고자 애써 보는 중이다.
김지용
2019~2023 서울 수락중학교 교장. 현재 이우중·고등학교 교장. ‘스스로, 더불어, 한걸음씩’이 삶의 자세가 되도록 애쓴다.
류현진
2019~2022 서울 숭곡중학교 교장. 현재 서울 석관중학교 교사. 33년 동안 같은 지역의 교사로 살아왔고 여전히 학교에서 그리고 마을에서 아이들과의 행복한 만남을 꿈꾸고 있다.
문지연
2021~2024 현재 서울 삼각산고등학교 교장. 학교를 놀이터 삼아, 동료 교사를 친구 삼아 32년을 지냈다. 머뭇머뭇 그럼에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은 시간들을 새삼스레 되돌아보는 중이다.
박지희
2019~2022 서울도봉초등학교 교장. 교직 2년 차에 해직 교사가 되어 4년여를 보냈고, 20여 년의 담임 교사, 4년의 공모 교장을 거쳐, 다시 1학년 담임 교사로 돌아와 살고 있다.
위유정
2019~2022 서울강명초등학교 교장. 퇴임 후 노령의 ‘댕댕이’와 ‘냥이’를 돌보며 교육 혁신을 위한 개미 시민으로 살고 있다.
유경수
2018~2022 서울 양서중학교 교장. 2023~2024 현재 서울 송정중학교 교장. 사회 교사와 공모 교장을 넘나들며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윤상혁
2023~2024 현재 서울 영림중학교 교장. 전 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 정책안전기획관 장학사.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다정한 사람들과 연대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이상대
2016~2020 서울 삼정중학교 교장. 푸른들청소년도서관 운영위원장. 교육공동체 벗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퇴임 이후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 짬짬이 사람을 만나는 시즌 2를 살고 있다.
이시우
2020~2023 서울 효문고등학교 교장. 현재 고등학교 1학년 과학 교사. 학생들과 평온한 학교생활을 꿈꾸는 담임 교사.
이준범
2019~2023 서울상천초등학교 교장. 복잡성교육학회 운영위원. 복잡성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더 나은 교육과 학습의 길을 찾기 위해 대화하고 조율하며 실천과 성찰을 거듭한다.
이희숙
2018~2022 서울은빛초등학교 교장.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 2011년에 혁신학교와 조우한 것을 시작으로 관련된 여러 활동을 해 왔으며, 지금은 서울혁신교육네트워크 대표를 맡아 많은 교사들과 함께 서울 혁신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임수경
2020~2023 서울유현초등학교 교장. 현재 서울어울초등학교 교사.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다큐를 즐겨 보며 생태, 마을, 문화재 공부에 관심이 많다.
전인숙
2022~2024 현재 서울율현초등학교 교장. 예전 혁신학교에서 동료들과 함께 수업과 아이들 이야기에 푹 빠져 살았던 시간이 귀하고 행복했다. 그런 학교를 꿈꾸며 ‘어쩌다 교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화섭
2018~2021 서울 국사봉중학교 교장. 서울시성동광진교육지원청과 서울시동부교육지원청에서 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양수리 자연의 품에서 행복한 인생을 꿈꾸고 있다.
홍제남
2019~2022 서울오류중학교 교장. 다같이배움연구소장. 서울시남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으로 명예퇴직 후, 행복한 교육의 길을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