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벗]한국의 교사와 교사 되기

우리의 교사와 학생들이 세계의 BTS(The best teacher and student)가 되기를 꿈꾸며 

이혁규 씀
 19,000원 | 2021

#교사론 #교사교육 #예비교사 #교직


가장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이 교직을 희망하고
또 교사가 되는 나라, 한국
우리는 어떤 교사들을 길러 내고 있는가
한국의 교직과 교사 교육을 돌아보다






한국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우수한 학생들이 교직에 입문한다. 하지만 국제 비교 조사에서 한국 교사들의 자기 효능감은 매우 낮게 나타난다.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좁은 벽장에 갇힌 거인들’이라는 은유를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 책은 다양한 국내외 문헌과 법규,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의 교사 교육의 문제점을 짚고 개혁 방안을 제시한다. 중등 교사로서의 경험과 교육대학교에서 예비 교사들을 양성하는 ‘교사 교육자’로서 저자의 고민이 투영된 성찰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분석과 실증적이면서도 현실성 있는 대안이 돋보인다.



한국 교직의 보편성과 특수성

 

많은 청소년들이 교직을 희망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교사에 대한 처우가 낮고 교사의 자질이 문제가 되는 다른 나라와 한국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한국의 교직은 어떤 보편성과 특수성을 가지고 있을까.

〈1장 : ‘교사, 청소년들의 직업 희망 1순위’가 의미하는 것〉에서는 몇몇 국내외 연구 보고서를 바탕으로 교직이 청소년들이 희망하는 직업 1순위가 된 배경을 분석하는 한편, ‘액체 근대’의 시대에 가장 안정적인 직업인인 교사가 새로운 세대를 교육해야 하는 역설에 대해서 말한다. 〈2장 : 미국은 지금 ‘무능한 교사’와의 전쟁 중, 한국은?〉은 미국 공교육의 역사와 교사라는 직업의 변화를 소개한다. ‘가장 논쟁적인 직업’으로 표상되는 미국의 교직과 한국의 교직은 어떤 유사점과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지 비교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접근이다. 한국의 교사와 교사 교육을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저자는 교육과 관련된 법체계를 해부하는 시도도 한다. 〈3장 : 교사와 교사 교육의 제도적 기반에 대하여〉와 〈4장 : 왜 우리 헌법은 ‘교원의 지위 보장’을 언급하고 있을까?〉는 헌법과 법령 등을 중심으로 교원의 지위와 교사 교육 기관의 위상에 대해서 살펴본다. 교사 교육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는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통해 시사점도 제공한다.

 


교원 양성 제도와 교사로서 성장은 왜 중요한가

 

그렇다면 교원 양성 제도는 왜 중요할까. 교사는 다른 직업군과 어떤 차별성이 있기 때문일까. 저자는 교원 양성 문제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교원의 질이 국민의 교육받을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5장 : 교사 성장 없는 한국의 교장 승진 제도〉에서는 교장을 정점으로 하는 한국의 교원 승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교장이 되기 위한 경쟁이 교직 사회와 학교교육을 어떻게 왜곡시키고 있는지 비판한다. 교원 승진 제도라는 좁은 범위를 넘어서서 교사 전체의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교사로서 성장에 대한 강조는 〈6장 : 사회적 통념을 넘어 교사 전문성 다시 생각하기〉에서도 이어진다. 이 글에서는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짚어 보고 공교육 교사들에게 주어진 책무와 교사로서 가져야 할 특별한 전문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사 전문성의 핵심 요소로 교육과정을 잘 이해하고 자신의 교실과 학습자의 상황에 맞게 교수학적으로 변환하여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을 빼놓을 수 없다. 〈7장 : 국가 교육과정 개정 방식의 문제와 교사의 새로운 역할〉에서는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잘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서 국가 교육과정의 개정 과정에도 지혜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한다.

 


교원 양성 제도,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역점을 두어 기술하는 것은 교원 양성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이다. 〈8장 : 교육대학교가 걸어온 길, 목적형 교원 양성 제도를 위한 변론〉과 〈9장 : 교사 교육의 유전자(gene)가 부족한 중등 교원 양성 체제〉를 통해 초등과 중등의 교원 양성 제도의 역사와 문제점, 개혁 방향에 대해 두루 짚는다. 현재 초등과 중등 교원 양성 제도는 각자 나름의 어려움과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교육대학교가 작은 규모로 인해 주기적으로 통합의 위협을 받는다면 사범대학의 교원 양성 교육은 교사 교육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무엇보다 중등 교원 양성 교육은 초기의 과잉 공급으로 인한 모순을 몇십 년째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중등 교원 양성 대학 교수들에게 교사를 양성한다는 목적의식이 부족한 것도 문제이다. 교원 양성의 측면에서 교육대학교가 사범대학보다 낫지만 상대적인 비교 우위에 불과하다. 출생률 감소로 인한 교원 수 감축과 임용 경쟁률 심화 역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책 후반부의 글들에서 저자는 구체적인 개혁 방법을 제안한다. 〈11장 : 패러다임 전환에 기반한 교사 교육 개혁 방안〉에서는 패러다임 변화에 기초한 교사 교육의 재정립과 교사 교육자의 역할 변화를 주문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교사 교육 모델은 이론과 실천, 성찰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상호 협력의 네트워크이다. 이어지는 〈더 나은 교육을 위한 정책 제안들〉과 〈특별 개혁 과제 - 학부 5년제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하며〉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방안들을 모색한다. 정책 제안에서는 ‘교육 실습 제도’와 ‘임용 시험’, ‘상치 교사’ 등 교원 양성과 관련된 문제들을 비롯해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 위기, 그리고 지방 소멸 등의 시대적 과제 앞에서의 교육과 교사의 역할도 성찰한다. 〈특별 개혁 과제〉에서는 교육전문대학원 설립과 관련된 논쟁의 역사를 정리하고 저자의 방안도 제시한다. 석사 수준의 6년제 교육대학원 대신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학부 5년제 모델이다. 두 글 모두 교육 정책을 설계하는 담당자들이라면 꼭 숙독해야 하는 내용이다.

제도적 차원을 넘어서 교사들의 실천과 문화를 통한 변화를 강조한 〈10장 : 한국 교사의 자기 효능감은 왜 낮은가?〉와 본문 사이사이에 들어간 11개의 돋보기도 일독을 권한다. 특히 돋보기는 ‘교과 이기주의’, ‘중등에 의한 초등 교육과정의 식민화’, ‘교육과정 대강화와 상세화 문제’ 등 그간 교육계에서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던 주제들을 논쟁의 장으로 불러온다.


 

가르치는 일을 가르치는 ‘교사 교육자(teacher educator)’를 다시 생각하다

 

이 책에서 견지하고 있는 관점 중 하나는 ‘교사 교육자(teacher educator)’의 중요성이다. 한국에는 ‘교사 교육자’라는 개념도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는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에 의존하듯이 교사 교육의 질은 교사 교육자의 질에 의존한다며 교원 양성 대학 교수의 역할이 바뀌지 않는 한 교원 양성 교육 기관의 개혁은 요원할 것이라고 강변한다.

‘가르치는 일을 가르치는’ 교사 교육자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사범대학 출신으로 현재 교육대학교 총장으로 재임 중인 저자의 이력이 자리하고 있다. 현장 교사들에 대한 애정과 교사 교육자로서의 책무감에서 출발한 이 책의 제안들은 그래서 더 통렬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 책 속에서

 

 

미래의 교사는 잘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배우는 사람이어야 한다. 교사는 계몽의 주체로 학생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과 더불어 배우기를 잘하는 존재여야 한다. 따라서 한번 교사는 영원한 교사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교사는 매일매일 ‘되기’를 연습하는 역동적인 학습자여야 한다. (중략) 이런 ‘교사 되기’를 평생의 과업으로 삼는 이가 더 많아지면 한국 교사들은 마침내 좁은 벽장을 힘차게 깨고 나와 더 넓은 초원을 달리고 광활한 창공을 비상할 것이다. 그리고 거인의 어깨에 앉아서 학습자들은 각자 자신의 되기를 연습하며 새로운 세상을 여는 힘 있는 주체들로 성장할 것이다. 그런 역동적 ‘되기’의 공동체 ― 학습자 되기, 교사 되기, 교사 교육자 되기, 민주 시민 되기 등 ― 로 함께 만나는 날을 꿈꾼다.

- 〈책을 펴내며〉, 14~15쪽

 

OECD의 각종 비교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교사의 급여가 높다. 교직이 사회적으로 우대받는 직업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하여 교원의 직업적 안정성이야말로 학생들이 교직을 지망하는 중요한 변인이다. 여기서 21세기 교사의 직업적 딜레마가 발생한다. 가장 안정적인 직업인인 교사가 ‘평생 직업’이 사라진 세상을 유영(遊泳)해야 하는 새로운 세대를 교육하는 역설이 생겨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생애 주기 동안에 평균적으로 10번 이상 직업 이동을 경험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 세상을 살아갈 학생들에게 직업 안정성의 정점에 있는 교사들이 제대로 된 진로교육을 할 수 있을까? 딜레마는 직업교육이나 진로교육에 한정되지 않는다.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현대 세계의 유동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라는 용어를 발명하였다. (중략) 액체 근대에 필요한 교사는 어떤 교사일까? 교사는 가르치는 존재라는 낡은 정체성을 폐기하는 것이 근본적 혁신이 아닐까? 액체 근대의 교사는 평생 잘 배우는 학습자로서 자기 정체성을 재기획해야 한다.

- 〈1장 : ‘교사, 청소년들의 직업 희망 1순위’가 의미하는 것〉, 32~33쪽

 

‘가르치는 일을 의식적 헌신에서 천박한 노동으로 바꿔 버렸다는 비판을 받는 미국 교원노조 100년의 역사’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우리는 1970~1980년대 권위주의 정부의 억압적 통치에 절규해야 했던 시대와는 많이 다른 시대적 위기 ― 지구적 기후 위기,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 인구 감소와 노동 시장의 급격한 변화, 능력주의에 포획당한 교육,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소통 불가능성의 증대 등 ― 를 맞고 있다. 그런데 이런 위기가 착실히 진행되는 동안에도 미국의 영향을 엄청나게 받는 사회적-학문적 구조에서 신자유주의적 교육 정책들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 교육계에 적지 않은 위력을 발휘하였다. 그것은 원래부터 국가 통제의 전통이 강했던 우리 교육계의 문제를 심화시키고 개혁의 방향을 표류하도록 만들었다.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안정적인 근무 조건과 더불어 뛰어난 역량을 지닌 한국의 교사들은 이런 위기를 뚫고 새로운 ‘참교육’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까?

- 〈2장 : 미국은 지금 ‘무능한 교사’와의 전쟁 중, 한국은?〉, 57~58쪽

 

제도와 사회적 통념은 상호 영향을 미친다. 때로 새로운 제도는 사람들의 통념을 깨뜨리고 계몽하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사람들이 가진 사회적 통념은 그에 맞는 제도를 잉태하려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런 상호작용 속에서 제도와 사회적 통념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영향을 받으며 종국에는 상호 수렴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일반적 경향에 비추어 보면 교사와 교사 교육에 관한 법령과 제도 또한 대중의 상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회적 통념과 깊이 관계 맺고 있다. 나는 이런 사회적 통념을 크게 두 가지로 파악한다. 하나는 “가르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다”라는 통념이다. 다른 하나는 “학교급이 낮아질수록 가르치는 전문성이 덜 필요하다”라는 통념이다.

- 〈3장 : 교사와 교사 교육의 제도적 기반에 대하여〉, 76쪽

 

내가 잘 아는 교사들 몇몇은 학교의 교사들을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교장으로 상징되는 승진을 지향하는 교사, 승진보다는 수업과 학생 성장에 집중하는 교사, 양쪽에 다 관심이 없고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즐기는 교사가 그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부류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교직 사회의 큰 문제라고 했다. 우리의 시야를 교원 승진 제도라는 좁은 범위에서 교사 전체의 성장이라는 지평으로 넓혀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 〈5장 : 교사 성장 없는 한국의 교장 승진 제도〉, 135쪽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이 보편적이라고 해서 누구나 형식적 교육을 잘하지는 못한다. 특정 분야 전문가라고 곧바로 잘 가르칠 수도 없다. 사교육 유명 강사는 분명히 입시 교육에서 일반 교사를 능가한다. 그러나 이들은 대한민국 헌법이 공교육 교사들에게 부여하는 책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부여받지는 않는다. 공교육의 교사는 민주공화국의 시민을 양성하는 특별한 과업을 부여받았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교사는 특별한 품성과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종합하자면 교사는 교과를 깊게 이해해야 하며, 동기가 부족한 학생들을 배움으로 이끌 수 있는 역량을 지녀야 하고, 민주 시민으로서 모범적인 삶을 영위해야 하며, 스스로 학습하는 존재로서 성장을 계속할 수 있어야 한다.

- 〈6장 : 사회적 통념을 넘어 교사 전문성 다시 생각하기〉, 167쪽

 

교육과정을 잘 이해하고 자신의 교실과 학습자의 상황에 맞게 교수학적으로 변환하여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은 교사 전문성의 핵심 요소이다. 뛰어난 교사와 교사공동체는 교육과정을 잘 해석할 뿐 아니라 자신들의 실천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교육과정의 개정 과정에도 지혜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 〈7장 : 국가 교육과정 개정 방식의 문제와 교사의 새로운 역할〉, 176쪽

 

국민의 교육받을 기본권과 직접 관련되는 교원 양성이라는 특수 목적을 지닌 교육대학교는 그동안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법적 보호를 받아 왔다. 이러한 보호 장치의 적절한 계승과 강화 없이 종합대학교와 통합하는 것은 정부가 헌법 정신에 따라서 초등 교원 양성을 특수하게 다루어 왔던 전통을 깊은 고민 없이 포기하는 것과 같다. 특별한 장치 없이 종합대학교에 통합되면 초등 교원 양성 교육 또한 중등 교원 양성 교육의 전철을 밟아 열악해질 위험성이 높다.

- 〈8장 : 교육대학교가 걸어온 길, 목적형 교원 양성 제도를 위한 변론〉, 250쪽

 

한국 교사들, 특히 중등 교사들은 대부분 부실한 교사 교육을 받고 준비되지 않은 채로 교단에 선다. 그래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한국 교사들은 자질이 우수하다. 1~2년 시행착오를 거치면 대개는 극복한다. 심지어 잘 가르치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런 성공담은 오래가지 않는다. 10~15년이 지나면 새로운 물결이 밀려오고 학생들과의 세대차도 점점 느끼게 된다. 그때부터 대책이 없다. 수업에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동료들에게 손을 내밀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미 중견 교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길에 대한 유혹이 커진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교사는 스스로 부단히 노력하는 교사이거나 혹은 좋은 교사 모임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교사이다. 물론, 문제를 극복할 확률은 후자가 훨씬 높다. 이런 교사의 생애사적 성장 과정에 대해서 교원 양성 기관은 심각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큰 책무성을 느껴야 한다.

- 〈9장 : 교사 교육의 유전자(gene)가 부족한 중등 교원 양성 체제〉, 288~289쪽

 

앞에서 TALIS의 결과, 한국 교사의 자기 효능감이 비교 대상 국가 교사에 비해 낮다고 말했다. 그 까닭이 무엇이냐고 교사들에게 질문하면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정부의 관료적 통제, 수업 외의 과중한 잡무, 학부모의 민원 제기, 사교육 시장과의 경쟁 등이 자주 나오는 대답이다. 그러나 일부 교사는 교사 개인의 노력 부족이나 개인주의적 교사 문화를 언급한다. ‘좁은 벽장에 갇힌 거인’ 은유를 통해서 열거한 모든 것들이 거인을 가두는 벽이라고 나는 묘사했다. 그런데 타자가 쌓은 벽만 허물면 거인의 탈출이 가능할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교사 집단 스스로 쌓은 벽까지 허물지 않으면 탈출을 위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다.

- 〈10장 : 한국 교사의 자기 효능감은 왜 낮은가?〉, 317쪽

 

모든 가르치는 일은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의 자질과 능력에 의해서 좌우된다. 너무나 자주 인용되는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라는 말은 이를 잘 표현한다. 교사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교원 양성 대학의 교육은 교사 교육자의 자질에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교원 양성 대학 교수진의 자질과 능력 문제에도 심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사 교육 개혁 담론에서 교원 양성 대학 교수진의 자질이나 능력 문제가 다루어진 적은 거의 없다. 본질적으로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었던 셈이다.

- 〈11장 : 패러다임 전환에 기반한 교사 교육 개혁 방안〉, 335쪽

 

소위 ‘교사대 통합’, 더 정확히 말하여 초등 교원 양성 체제와 중등 교원 양성 체제의 통합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까? 이와 관련하여 나는 단계적 접근 전략을 제안한다. 앞 장에서 밝혔듯이 우리나라 초등 교원 양성 체제와 중등 교원 양성 체제는 출발부터 다른 길을 걸어왔다. 당장 해결해야 할 각자의 고유한 문제도 상당히 다르다. 통합한다고 그런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초등은 초등대로, 중등은 중등대로 각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선 집중해야 한다. 학부 5년제 모델을 채택하고 교원 양성 대학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만도 상당한 에너지가 들 것이다. 그것이 어느 정도 성공하면 통합 논의를 할 수 있는 조건도 자연스럽게 성숙할 수 있다. 예컨대, 정원 관리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고 교사 교육자의 정체성도 확립되어야 비로소 논의할 여건이 마련된다. 각자의 고유한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통합부터 하려는 것은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 놓지도 않고 담을 그릇 걱정부터 하는 꼴이다.

- 〈특별 개혁 과제 : 학부 5년제 모델을 대안으로 제안하며〉, 415쪽




목차

 

책을 펴내며 …… 8

 

1장 ‘교사, 청소년들의 직업 희망 1순위’가 의미하는 것 …… 16

첫날 첫 수업의 풍경화 …… 36

 

2장 미국은 지금 ‘무능한 교사’와의 전쟁 중, 한국은? …… 38

국제 비교 교육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서 …… 60

 

3장 교사와 교사 교육의 제도적 기반에 대하여 …… 62

제도 개혁이 우선일까, 사람 교육이 우선일까 …… 82

 

4장 왜 우리 헌법은 ‘교원의 지위 보장’을 언급하고 있을까? …… 84

교권은 누구에 의해서 침해되고 있는가? …… 106

 

5장 교사 성장 없는 한국의 교장 승진 제도 …… 108

교장실일까, 총장실일까? …… 136

 

6장 사회적 통념을 넘어 교사 전문성 다시 생각하기 …… 138

배우고 나누는 즐거움이 있는 연수 …… 172

 

7장 국가 교육과정 개정 방식의 문제와 교사의 새로운 역할 …… 174

교육과정, 쿠레레, 공부와 나의 관계 …… 220

 

8장 교육대학교가 걸어온 길, 목적형 교원 양성 제도를 위한 변론 …… 222

교원 양성 대학에서 배운 것이 현장에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 256

 

9장 교사 교육의 유전자gene가 부족한 중등 교원 양성 체제 …… 258

내 젊은 교사 시절의 교과서 …… 290

 

10장 한국 교사의 자기 효능감은 왜 낮은가? …… 292

현장의 교육 실천을 이끄는 교사 저자들의 베스트셀러 …… 322

 

11장 패러다임 전환에 기반한 교사 교육 개혁 방안 …… 324

어느 명문 대학(?!) 청소 노동자의 휴게 공간 …… 348

 

 

더 나은 교육을 위한 정책 제안들 …… 350

1 최소 30년을 내다보는 장기 계획을 세우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자.

2 모범적 교육 사례를 사례 조사(benchmarking)부터 철저히 하자.

3 교원 양성 체제 개편의 큰 방향에 대한 공통 인식이 필요하다.

4 자율과 협치가 조화되는 교육적 의사결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5 교원 양성 대학의 정원 관리는 질 높은 교사 교육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6 교원 양성 대학 교수진의 교사 교육자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

7 교육 실습 제도의 개편은 교원 양성 체제 개혁의 맥점(脈點)이라 볼 수 있는 중요 사항이다.

8 교원 전문성 기준을 제정하여 교원의 상, 역할, 전문성 신장의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

9 전문성 기준에 기반하여 임용 시험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

10 생애사적 교원 성장의 관점에서 교원 승진 제도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11 상치 교사를 없애기 위해서 교과의 교사 자격과 교원 양성 과정을 일치시켜야 한다.

12 국가 교육과정과 교과서 개발 관행을 근본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13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 위기 문제 등 위기를 다루는 교육 내용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14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서 ‘권역별 대학 정원 관리제(쿼터제)’와 ‘권역별 취업 할당제’라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별 개혁 과제

학부 5년제 모델을 대안으로 제안하며 …… 390

 

에필로그

우리 교사와 학생들이 세계의 BTSThe best teacher and student가 되기를 꿈꾸며 …… 418

 

권장 도서 …… 426

감사의 글 …… 431

미주 …… 435

 

돋보기

한국의 교원 양성 교육은 국제적으로 어떻게 평가받고 있나? …… 26

학습자의 발달(성장) 과정에 대한 이해 : 교사 전문성의 정수(精髓) …… 46

개방형 vs 목적형, 부적절한 언어적 대비가 일으키는 혼선 …… 70

교과와 과목의 차이 및 교과(과목) 이기주의의 문제 …… 156

중등에 의한 초등 교육과정의 식민화(?!) …… 180

호모 파베르(Homo Faber) : 교과서를 따라서 vs 교과서를 넘어서 …… 190

교육과정 문서 형식 논쟁 : 대강화(大綱化) vs 상세화(詳細化)의 대립을 넘어서 …… 210

교육대학교의 사회적 가치에 대하여 …… 246

사범대학 무용론에서 얻어야 할 교훈 …… 280

교사의 수업 전문성 신장 활동 성향 체크리스트 …… 314

‘교사 교육자(teacher educator)’ 개념이 열어 주는 가능성 …… 340



이혁규 

청주교육대학교 총장

수업과 학교 혁신, 한국 교육 생태계의 변화를 위해 연구하고 실천해 왔다. 1987년에 서울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하여 중·고등학교에서 10년 2개월 동안 가르쳤다. 1997년부터 청주교육대학교에서 현장과 함께 호흡하는 연구와 실천을 하면서 예비 교사를 양성하고 있다. 한국사회과교육학회 회장, 한국열린교육학회 회장, 한국교육인류학회 부회장으로 일했으며,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도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수업과 학교 혁신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현장의 다양한 교원단체와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2019년 12월에 청주교육대학교 제19대 총장 선거에 단독 출마하여 94.04%의 환산 득표율을 얻었다. 이 득표율의 무게감이 종종 가슴을 내리누른다. 2020년 3월 27일부터 소위 ‘코로나 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모두가 존중받는 즐거운 학교’, ‘더불어 연구하고 실천하는 학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랑스러운 학교’를 공약하였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위기의 시대에 올바른 의사결정과 민주적 리더십이 무엇인지 매일 고민한다. 한국 교육이 새로워져서 세계 사람들이 우리 교육을 배우러 오는 미래도 꿈꾸며 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수업 비평가의 시선》, 《수업, 누구나 경험하지만 누구도 잘 모르는》, 《한국의 교육 생태계》, 《수업, 비평의 눈으로 읽다》, 《교과 교육 현상의 질적 연구》가 있고, 함께 쓴 책으로는 《수업, 비평을 만나다》, 《수업 비평의 이론과 실제》, 《실행연구방법》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9월 11일 이후의 감시》가 있다. 언젠가 캠핑카를 빌려서 전국의 학교를 방문하면서 배우고 교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산다. 정년을 맞이하기 전에 여러 나라의 수업을 관찰하여 국제 수업 비평에 관한 책을 내는 것도 여전히 숙제로 안고 있다.

 


*가나다 역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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