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이 열어 준 가능성의 공간들

후쿠시마 미노리 씀

12,000원 | 2015

#후쿠시마 #일본청년


3.11이 일어난 지 4년, 정치 세계에서 탈원전 무드는 사라졌고 권력을 되찾은 보수 세력은 3.11 이전으로 맹렬히 시계를 되돌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청년 세대는 성장 일변도의 일본 사회에 이미 작별을 고한 듯 ‘전환’을 향한 작은 실천을 조용히 지속하고 있다. 3.11은 일본 청년들에게 무엇이었나?


3.11과 일본 청년 세대

이 책은 ‘3.11’과 ‘청년 세대’라는 두 개에 키워드로 구성되어 있다. 3.11이라는 미증유의 사건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즉, 근대 자본주의사회와는 다른 세계)를 만들어 가도록 우리를 흔들어 깨웠는데, 여기에 누구보다 기민하게 반응한 쪽은 청년 세대였다. 역사를 되짚어 보면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려 할 때 사회는 항상 청년 세대를 호출해 왔다. 

하지만 3.11을 전후한 일본 사회에서 청년 세대의 위치는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일본의 청년 세대는 사회를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세대이기는커녕 도리어 사회적으로 그다지 쓸모없는 존재로, 심지어 민폐를 끼치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기성세대들은 이들에게 프리타, 니트, 파라사이트 싱글 등 부정적인 딱지를 지속적으로 붙여 왔다. 청년들은 사회로부터 끊임없이 자기 책임론을 강요당해 왔고, 자신들이 뭔가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지 못했다. 그런데, 자민당 정권 55년 체제가 막을 내린 2009년을 전후로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그 속에는 기성의 지식인 못지않은 스케일을 가지고 지금의 일본 사회를 진단하고 미래를 디자인하는 청년들도 있었지만,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청년들도 있었다. 이들이 일제히 자신들의 이야기를 쏟아 놓으면서 기성세대가 이야기하는 청년론이 아니라 청년들에 의한 청년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3.11이다.

필자는 3.11을 전후 70년의 사회 구조, 삶의 방식과의 결별로 본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3.11은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이라는 사건과 반드시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다룬 청년들의 목소리와 실천들은 시간적으로는 2011년 이전에 시작된 것들이 많다. 그러니까 3.11 이전부터 일본의 청년들은 이 사회로부터 무언가가 채워지지 않는 갈증 같은 것을 느껴 왔고, 조금씩 다른 사회, 다른 삶의 방식으로 이행하려 하고 있었는데, 그런 움직임이 마침 3.11을 만나면서 시대적, 사회적 맥락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3.11이 준 충격을 청년들이 어떻게 받아들였고 어떤 행동으로 옮겼는지를 살펴본다. 


후쿠시마 미노리(福島みのり) 도코하대학 외국어학부

지금까지 한국의 청년 세대의 모습을 세대, 여성, 노동, 교육, 대중문화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연구해 왔다. 한국에 올 때마다 새로운 일을 벌이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는 게 즐거움 중 하나이다. 지금은 일본 시즈오카(静岡)에 있는 도코하(常葉)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 사회, 문화 등으로 대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목차


유스리포트를 펴내며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들 

들어가는 글 


1장. 포스트 3.11, 일본의 청년 담론을 묻는다

접속이 안 되는 일본의 와카모노론

2장. 일본의 청년들이 데모를 하기 시작했다!

두 번의 대지진 사이를 읽기

3장. 길 위의 생활자에게 배우는 삶의 방식

사카구치 교헤의 제로엔 하우스 실천

4장. 셰어하우스, 청년들의 더불어 살기 실험

싱글족과 주거 공간의 변화

5장. 니트론의 현재

반-하류사회를 향한 움직임

6장. 획일성 속에서 추구하는 ‘개성’이라는 퍼포먼스

일본 대학생들의 취업 활동

7장. 곤카츠, 불가능의 언설

이야기되지 않은 와카모노, 여성

8장. 하위문화 속에서 발견한 ‘민의’

민주주의를 말하는 일본의 청년들

9장. 망각에 저항하라

후쿠시마 제1원전 관광지화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