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벗]그리고 학교는 무사했다

학교폭력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들

진냥, 조영선, 정용주 외 씀

15,000원 | 2013

#학교폭력 #학교가숙주다


2011년 12월, 대구의 한 중학생이 학교폭력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 사회와 학교는 일순 학교폭력이라는 거대한 화염에 휩싸였고, 각종 정책들이 학교 현장을 들쑤셨다. 그로부터 1년 반, 과연 학교에서 폭력은 사라졌는가? 그 떠들썩한 소란은 무엇을 드러냈고, 무엇을 감추었는가. 학교폭력 정국, 그 이후의 폐허를 응시하다. 

* ‘평화도서관 나무’ 선정 2013 평화책


그동안 학교폭력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들

2011년 12월, 이른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학교 현장은 학교폭력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이듬해 2월 교과부는 서둘러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을 내놓고 ‘일진 소탕 작업’을 선포했고, 가/피해자를 가려낸다는 명목하에 ‘학교폭력 전수조사’와 ‘정서‧행동발달 검사’가 학교 현장에 무차별적으로 행해졌다. 학교폭력 예방을 목적으로 한 교육이 강제되고 학교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신설되었으며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가해 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해 일벌백계했다. 그야말로 ‘학교폭력의, 학교폭력을 위한, 학교폭력에 의한’ 행정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폭력은 쉬 사그라지지 않았고, 청소년들의 자살도 끊이지 않았다. 학교폭력을 잉태한 공간으로서 학교에 대해 성찰하지 않고, 학교폭력을 둘러싼 학생들 사이의 정글 같은 먹이사슬을 세세하게 들여다보지 못하고 쏟아진 정책들은 거대한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학생들 사이의 연이은 죽음 앞에서 드러난 것은 우리 사회의, 교사의, 학교의, 정부의 무능력함이었고, 학교폭력을 생생히 그리고 입체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교육학적, 인문학적, 예술적 토양 역시 빈곤함을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지난 1년 반 동안 학교폭력을 둘러싸고 벌어진 한바탕 소란이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감추었는지 증언한다. ‘학교폭력 피해 발생 → 가해자 엄벌 → 가해자 색출을 위한 학교의 사법기관화 → 교육 당국의 꼬리 감추기’라는 도식은 학교폭력이 처음 사회문제화되었던 1990년대 중반부터 지난 20년간 계속 반복되어 온 악순환이었다. 때마다 일진 소탕 작전을 벌여도 학교폭력이 쉬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학교폭력이 수용소로서 기능만이 남은 학교와 안전판 없는 폭력적인 사회를 숙주로 삼고 있기 때문임을 이 책은 이야기한다. 학교폭력 정국이 휩쓸고 간 이 폐허 속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한낱 인권교육센터 ‘들’,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 

진냥 대구학생인권연대

조영선 서울 경인고,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정용주 서울 백석초,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이계삼 경남 밀양 감물생태학습관,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엄기호 연세대 문화학 박사,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김종구 《오늘의 교육》 객원편집위원


목차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애도哀悼 없는 학교 _ 엄기호  


1부. 예견된 폭력

① 학교, 폭력의 숙주 - 학교폭력의 인식론적 회로를 더듬다 _ 이계삼

② 평화로운 학교는 없다 - 학교폭력과 학생인권 _ 조영선                   

③ “걔가 원래 좀 그랬어요”에 담긴 함의 - 차별/혐오의 열쇳말로 살펴본 학교폭력 _ 배경내 


2부. 우정이 불가능한 학교

① 언터처블 학교 1 - 학생편 _ 정용주

② 언터처블 학교 2 - 교사‧학부모편 _ 정용주 

③ 부서지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다 

- 학교폭력을 둘러싼 오해와 착각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학교 : 부서지는 사람들〉 _ 진냥


3부. 당신들의 ‘평화’를 거부한다

① 학교는 교육기관인가, 사법기관인가 

- 학교폭력근절대책은 학교에 어떻게 폭력을 휘둘렀나 _ 조영선 

② 불안으로 유지되는 대규모 산업 - 학교폭력 정국이 우리에게 남긴 것 _ 진냥

③ 은밀한 폭력 - ‘돌봄’과 ‘상담’은 청소년을 구원할 수 있나 _ 한낱

④ 수용소로서 학교 - 전 학교의 감옥화, 전 학생의 죄수화 _ 정용주


4부. ‘장악’이 아닌 ‘해방’으로 

① 폭력의 반대말이 ‘안전’ 맞습니까 

- 자유와 인권을 잡아먹는 몹쓸 ‘안전’에 딴죽걸기 _ 한낱 

② 폭력에 관한 질문은 올바른가  - 갈등과 불화와 함께 살기 _ 하승우 

③  ‘오지랖 넓은’ 학생들을 기르는 교육

- 폭력에 맞서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_ 조영선 


에필로그  폭력이 아닌 감정의 연대로 _ 진냥

비평  학교폭력에 마주 서기 위한 공유된 지식을 찾아서_ 김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