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들]트림하며 자음 공부, 사탕 물고 모음 공부

트림하며 자음 공부, 사탕 물고 모음 공부


85fdf861f7bff.jpg


안정선 지음

2015년 3월 3일 처음 펴냄

정가 5000원

ISBN 978-89-6880-018-4  (03370)





차례


책을 펴내며  |  수업은 씨앗과 같아서


1부    가위 들고 풀칠하고 잠잘 틈이 없네


소년들의 ‘첫 시’ 쓰기    14   

세상에 하나뿐인 ‘시집ʼ 만들기   22

긴 글 읽을 땐 깨알 같은 학습지로    30

‘포스트잇ʼ으로 읽고 요약하기    38

‘신문 비교ʼ의 길고 긴 여정    44

아주 ‘올드ʼ한 방법으로 신문 만들기    50

내 수업은 진화한다 – 현대문학사 1    56

그 소설 꼭 한번 다시 만나리라 – 현대문학사 2    63

트림하며 자음 공부, 사탕 물고 모음 공부 

– ‘졸라ʼ는 자음동화다, 자음 동화는 연애다    72

독서도 연애처럼 ‘밀당ʼ이 필요해    81

추천 도서 목록집 만들기    93



2부    사공이 많아야 수업이 살아난다


막말이 슬픈 학교, 비속어 수업으로 극복해 볼까?    100

토론에 지는 방법 ‐ 토론 수업 1    110

아이들 토론이 ‘대통령 후보 TV토론ʼ보다 아름다운 이유 

– 토론 수업 2    117

내 목소리로 선언문 쓰기    123

휴대폰으로 하는 일거양득 연설문 수업    132

‘핫도그 마이크ʼ로 아나운서가 되어 볼까?    136

공동 평가, 공동 채점    142

완전 서술형 문제    148

서술형 빵점들의 품앗이 공부    154

곰돌이 가르치기    159

청소년과 ‘인문학ʼ의 먼 거리, 토론으로 메우다    163





책을 펴내며


수업은 씨앗과 같아서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것이 있다. 왜 세상 모든 지적 소산물들에는 저작권을 주장하면서 교사들의 수업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않는가? 새롭고 신선한 수업 방식의 개발을 위해 노력한 교사들의 공에 대해서는 존중이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누군가는 이에 대해 수업의 ‘공적 기능’을 이야기하면서 지적 재산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좋은 수업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맞는 게 아니냐고 일침을 가한다. 그래, 맞다. 좋은 수업의 자료와 방법들은 어떻게든 널리 공유하고 퍼트려야지, 몇몇 사람들의 권리를 주장하여 그 영향력을 한정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수업의 저작권’을 주장하던 내 의식 안에는 교사를 진정한 ‘전문가’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 교육 풍토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 물으면 이상적인 교사의 모습을 언급함과 동시에 백 가지 긍정적 교사론을 펼칠 수 있다. 아이들의 참된 발전을 돕는 교사, 아이들이 행복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교사, 함께 있으면 더 나은 사람이 될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교사, 다정하고 따뜻하고 친절한 교사, 정말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사, 끊임없이 아이들을 채찍질하고 발전하게 하는 교사, 잘못을 바로잡아 주는 교사, 아이들 사이의 관계를 잘 풀어 나가는 지혜를 가르쳐 주는 교사,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교사…….


그러나 ‘이상적인 교사’, ‘긍정적인 교사관’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나의 경우 ‘친절하고 따뜻하여 아이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교사’가 되고 싶지만 어떤 교사는 교사가 꼭 친절하고 다정해야 하는지, 그와 같은 태도는 오히려 ‘방임’이 아닌지 묻기도 한다. 꼭 ‘좋은 교사’라는 애매한 가치에 목맬 필요가 있는지 묻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나는 나와 다른 가치를 지향하는 동료들의 다양성에 대해 인정한다. 특히 방식의 문제는 더욱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교사라도 ‘수업을 잘하는 교사’가 훌륭한 교사임에 이의를 달지는 않으리라 본다. 


나로 말하자면, 대체로 아이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 왔지만 아이들과의 관계가 좋은 교사라 해서 나 스스로 내 수업에도 만족했느냐 하면, 그렇지 않았다. 철학이 있는 수업, 세상을 옳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 주는 수업을 꿈꾸었고, 사람을 따뜻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아이들로 키우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와 같은 나의 열망을 아이들은 이해했을지언정 한없이 진지하기 짝이 없는 내 수업이 좋기만 하지는 않았나 보다. 즉, 선생님의 진정성은 이해하나, 그래서 감히 선생님의 수업에 떠들거나 딴지를 걸기는 미안하나, 수업이 재미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떻게 했냐 하면…… 수업 시간에 졸기 시작했다! 


교과서나 교육과정 탓을 하기 이전에 나의 목소리나 발성, 모자란 유머 감각은 아마 내 아이들의 국어 수업을 결코 행복하게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물론 유머 관련 책을 십여 권 쌓아 놓고 ‘개그를 책으로 배운’ 어느 방학들도 있었고 혹시 내 발음과 발성이 졸기 딱 좋아서 그럴까 싶어 ‘아나운서 발음법’, ‘기초 연기 수업’, ‘발성과 발음’ 심지어 사투리 관련 책까지 가져다 놓고 복식호흡부터 볼펜 물고 발음하기까지 발성, 발음 공부에 매진하던 방학도 있었다. 결론은, 아무리 주옥같은 말씀, 혹은 개그일지라도 45분 수업 내내 나 혼자 떠들어 대는 수업은 ‘고래도 잠들게 하리라’는 것이었다. 


지루하지 않은 수업의 가장 큰 관건은 백날 〈개그콘서트〉를 들여다봐도 늘지 않는 유머 코드가 아니라 ‘아이들이 움직이게 하는 것’이었다. 설명하고 외우고 시험 보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터득하고 친구들과 함께 활동하고 서로 가르쳐 주고 도와주면서 공부하는 방식 말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방법에 대한 고심은 내가 지루해 견딜 수 없는 이 수업을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고 고백하는 바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내 수업이 아이들이 즐거워 춤추는 수업이 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나는 수업에 대한 열등감을 벗지 못한다. 좀 더 잘 짜인 수업, 모든 아이들이 참여하는 수업, 재미있어 공부 안 하고는 배기지 못하는 수업을 간절히 원하지만 꿈틀꿈틀 도망가려 몸부림치는 아이들을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욕, 혹은 매라도 써서 강제로라도 수업에 참여하게 하고 싶은 유혹도 느낀다. 화장실 가는 복도에서 몰래 훔쳐본 다른 선생님들 수업은 다 완벽해 보이고 내 수업만 별 볼 일 없는 것 같은 생각에 금방 시무룩해진다. 다른 교과 시간에 해맑게 웃고 총명하게 빛나던 아이들이 내 시간에 늘어지는 걸 보면 몹시 화가 나기도 한다. 특히, 우리 학교 국어 선생님들 중 내 수업이 가장 형편없는 것 같아 늘 초조하다. 그래서 아예 학기 초에 아이들에게 고백하기도 한다. 


“나는 우리 학교 다섯 국어 선생님 중에서 제일 재미없게 수업하는 교사다. 이런 나와 공부하게 된 점을 내가 미안하게 생각한다. 대신,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하겠다. 웃길 자신도 재미있게 수업할 자신도 없는 대신에 열심히 공부해서 여러분을 가르치겠다. 그러니 이런 내 마음의 진정성을 믿어 달라. 내가 열심히 할 테니 여러분도 국어시간을 좋아해 주면 좋겠다.”


맨 앞에서 교사가 개발한 수업 방식의 저작권이 어쩌고저쩌고 했지만, 기실 우리 교사들이 ‘창조’한 좋은 수업 방식이란 오히려 널리 퍼지고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여러 선생님들의 아이디어가 뒤섞여 더 좋은 수업으로 승화되면 더욱 아름답고 가치 있을 것이다. 내 수업의 대부분도 우리 경희중학교 동료 교사들, 특히 국어 선생님들에게 빚을 많이 지고 있다. 혹여 이 책에서 다른 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기댄 수업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언짢아하지 마시기를 바란다. 또한 부족하나마 여기서 제시된 수업 장면에 힌트를 얻어 여러 선생님들의 수업이 좀 더 활력을 찾게 된다면 참으로 기쁜 일일 것이다. 수업은 농사짓는 씨앗과 같아서 여럿이 공유하고 널리 퍼질수록 그 가치를 더하리라 믿는다.


2015년 2월 

풀꽃 안정선





안정선

서울 경희중 교사

nuribyul@hanmail.net

졸지에 한국의 제인 구달이 되어 올해로 26년째 어린 늑대들과 강아지들의 서식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남중’ 전문 국어 교사.

《내 어린 늑대와 강아지들》, 《교사와 부모 사이》(이상 교육공동체벗), 《오히려 학교》(내일을여는책) 등을 썼고, 《불온한 교사 양성과정》,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이상 교육공동체벗), 《젠더 감수성을 기르는 교육》(민들레)의 공저자로 참여했다.

동화책으로 《세상에서 가장 큰 담요》(낮은산)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