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가 된 산업 쓰레기, 농촌은 병들어 간다

202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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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가 된 산업 쓰레기, 농촌은 병들어 간다

- 농촌과 폐기물

 

일시 : 2023.02.17.

장소 : 교육공동체 벗 나눔공방 및 온라인

이야기 : 하승수(농본 대표)

 

 

교육농협동조합에서 농촌과 폐기물이라는 주제로 연수를 했습니다. 대면과 온라인을 병행했던 자리였습니다. 이 이야기 자리를 갖게 된 계기는 이렇습니다. 운영위원회 때입니다. 교육농에서 순환을 기본으로 삼고 있지만, 그래도 밭에 돌려주지 못하고 버려야 하는 쓰레기들이 나온다. 심지어 한 번 쓰고 마는 것들도 적지 않다. 다니다 보면 주말농장이나 농촌의 경우에도 비닐 사용은 예사이다. 이것들은 어떻게 될까. 이런 자성의 이야기를 나누다, 방효신 조합원이 홍동의 풀무학교 전공부 공부 때 농촌과 쓰레기 문제와 관련해서 하승수 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했고, 그럼 모셔 보자 제안돼 만들어진 연수 자리입니다. 하승수 님은 변호사로서 농촌·농민·농업의 문제에 집중한 비영리 공익법률단체 농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산업 폐기물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습니다.

보시면서 질문거리가 있으면 댓글 주세요. _ 정리 풀씨

 


농촌의 폐기물 문제는 도시의 폐기물 문제와 같은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폐기물 문제가 있기도 합니다.


농촌이라고 해도 읍과 면이 많이 다릅니다. 읍은 아파트도 많습니다. 도시화가 많이 됐습니다. 어쨌든 사람이 살면 생활 폐기물은 나오게 돼 있습니다. 도시에서 나오듯이 농촌에서도 나오죠. 그래서 농촌에도 종량제 봉투를 쓰라고 지자체들이, 특히 어르신들한테는 계속 홍보와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냥 다 태워버리는 경우가 있거든요.  음식물 쓰레기는 농촌의 면 지역 같은 경우 그냥 밭에 버리거나 퇴비화해 쓰거나 해서 수거 용기가 아예 없습니다.  대체로 그렇습니다. 어쨌든 생활 폐기물 처리는 도시하고 유사합니다.

 


도시와는 다른 폐기물


도시하고 다른 점 중 하나는 영농 폐기물이 많이 나온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게 비닐이죠. 멀칭 비닐, 부직포 같은 폐기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양이 꽤 됩니다. 요즘에는 지자체들이 다 수거를 지원합니다. 수거장에 갖고 오면 돈을 주기도 하고 일손이 모자라면 돌아다니면서 수거하는 인력을 지원합니다. 지자체에서 정책적으로 풀어가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수거를 안 하면 비닐 같은 걸 태우는 영농 폐기물 소각 문제가 있습니다.


쟁점이 되는 건 농사 영농 부산물입니다. 예를 들면 고춧대가 폐기물이냐 아니냐 이런 게 지금 농촌에서는 문제가 됩니다. 폐기물일까요? 아닐까요? 고춧대, 깻대, 옥수숫대 심지어 볏집도. 아닐까요?


폐기물로 분류합니다. 농사 부산물인 벼, 보리, 옥수수, 콩, 고추, 깨 이런 작물을 수확하고 남은 것들도 법적으로는 폐기물로 분류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폐기물의 정의가 “생활이나 사업 활동에 필요하지 아니하게 된” 건 다 폐기물로 규정하기 때문입니다(폐기물관리법 2조 1항). 고추 따고 나서 남은 고춧대도 필요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밭에 있는 상태에서는 폐기물로 분류가 됩니다. 문제는 옛날부터 이런 영농 부산물을 태워왔는데 이게 불법 소각인가 하는 것이죠.


요즘 농촌 지역 지자체들 홈페이지에서는 불법 소각을 점검할 테니까 조심해라 그럽니다. 이런 생물성 부산물, 영농 부산물도 태우면 안 된다, 이것도 생활 폐기물처럼 소각하면 불법 소각이다, 과태료 50만 원 나온다, 이렇게 알리고 있습니다. 다만 논두렁, 밭두렁에 붙어 있는 걸 태우는 거는 과태료까지는 부과는 안 한다, 그렇지만 어떤 부산물을 모아가지고 태우거나 심지어는 아궁이에 넣어서 태우는 것도 불법 소각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폐기물관리법〉이 농촌 지역의 생활하고는 안 맞는 거죠.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농촌 지역의 생활에서는 영농 부산물은 아궁이에서도 쓰고 별 문제가 없었던 거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하라는 이야기냐? 파쇄기에 넣어 파쇄하라는 거예요. 근데 집집마다 파쇄기가 있지는 않잖아요. 


이런 비슷한 문제가 쌀겨, 왕겨입니다. 쌀겨와 왕겨도 폐기물로 분류가 돼요. 똑같은 논리로. 그게 사료 공장, 비료 공장 이런 데 가면 폐기물이 아닌데 그냥 쌀겨, 왕겨 상태로 있을 때는 폐기물이라는 거예요. 하지만 쌀겨나 왕겨는 여러 가지 용도로 쓰지 않습니까? 음식물과 섞어서 퇴비로 만들 수도 있고, 양파와 같은 월동작물 멀칭용으로 쓰기도 하는데 폐기물로 분류가 돼요. 그러니 겨를 배출할 때 폐기물 처리 수수료를 내고 폐기물 업체한테 넘겨야 됩니다.


만약에 쌀겨, 왕겨가 필요해서 정미소나 RPC(미곡종합처리장米穀綜合處理場, rice processing complex) 같은 데 가서 받아오면 법적으로 폐기물을 불법 유통시키는 게 돼 버립니다. 때문에 한참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제 환경부가 법 해석을 좀 바꾸는 걸로 한다고 합니다. 


이런 일들이 생기는 이유는 폐기물관리법이라는 법이 농촌을 염두에 두고 만든 법이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형식적으로 따져 생활이나 사업 활동에 필요가 없으면 다 폐기물로 분류가 되고 영농 부산물이나 이런 것들까지 문제가 되는 경우들이 있는 것이죠. 도시 지역에서는 없는 일인데 농촌에서는 이런 애매한 일들이 있어요.

 

산업 폐기물

 

농촌 지역에서 제일 심각한 문제는 산업 폐기물입니다. 불법 폐기물이나 합법적으로 처리되는 폐기물이나 두 가지가 다 문제입니다. 농촌 지역의 힘만으로는 해결이 안 됩니다.


충남 보령에 있는 라원리 지역을 말씀드릴게요.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지역입니다. 보령에서도 오서산이라는 산에 가까운, 농촌보다는 산촌에 가까운 지역이고요. 예전에 석탄을 캐던 탄광이 가까이 있었던 지역입니다. 지금은 굉장히 청정한 마을이죠. 그래서 조용한 산골을 찾아서 귀촌한 분들이 오는 지역인데 어떤 땅 소유주가 산 위에 불법 폐기물을 갖다 버린 거예요, 몇 년 동안. 주민들이 악취가 나서 문제 제기를 하니까, 산 위에 있던 걸 산 밑으로 옮긴 거예요. 계곡 쪽으로, 주민들이 사는 마을에 엄청 가까운 데로 옮겨버렸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작년부터 버린 사람과 보령시청에 이걸 처리해 달라고 요구해서 행정대집행이라는 절차가 진행중입니다.


행정대집행이란 원래 불법 폐기물을 버린 사람이 처리해야 되는데 그 사람이 안 치우고 버티면 지자체가 대신 치우고 나중에 토지 소유자한테 구상권 비슷하게 비용을 청구하는 겁니다. 문제는 이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겁니다. 25톤 트럭으로 몇 백 대 분량이라고 주민들은 이야기합니다. 지금도 치우고 있어요. 근데 이런 게 여기만 그런 게 아니라 곳곳이 다 그렇습니다.


요즘 또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농지를 사서 이용하려고 보니까 땅 밑에 폐기물이 묻혀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걸 버린 사람을 못 찾으면 농지를 산 사람이 치우게 돼 있습니다. 모르고 샀어도 그렇습니다. 폐기물 치우는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한 돈을 써야 돼요. 그러니까 폐기물이 발견이 돼도 덮습니다.  



재벌들 산업 폐기물 매립장 사업에 뛰어든다

 

불법 폐기물 양에 대해서는 환경부도 실태 파악을 못할 정도예요. 조금 버려진 것은 셀 수도 없고 어마어마하게 버려진 경우도 많죠. 그리고 요즘에 SK, 태영그룹 같은 재벌 또는 준재벌 건설사들이 농촌에 산업 폐기물 매립장을 많이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가 충남 홍성에 사는데 홍성 옆 예산에서 주민들이 산업단지 반대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산업단지 이름은 그린컴플렉스예요. 그린이니까 친환경인 것 같지만 그 산업단지 안에 폐기물 매립장을 만듭니다. SK는 폐기물 매립장을 만드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걸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이 산업단지는 사업성이 없어서 다른 데서 추진하다가 접었는데 SK가 그걸 인수해 지금 다시 하려고 하는 겁니다. 그 내용을 보니까 바뀐 게 이전에는 없던 폐기물 매립장이 있더군요.


지금부터 우리나라의 폐기물 관련된 제도가 어떻게 돼 있는지, 시스템이 어떻게 되는지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폐기물 관련 문제에 대해서 찾아보면 쓸 만한 통계 자료가 별로 없습니다. 환경부하고 환경공단이라는 곳에서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이라는 자료를 만드는데 그나마 이 자료가 우리나라에서 폐기물 관련된 실태를 알 수 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https://www.recycling-info.or.kr/rrs/stat/envStatList.do?menuNo=M13020201)




폐기물은 크게 보면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생활 폐기물사업장 폐기물입니다. 생활 폐기물은 우리가 가정에서 버리는 거죠. 그러면 동네 식당에서 버리는 건 어떤 걸까요? 사업장 폐기물일까요? 생활 폐기물일까요? 생활 폐기물입니다. 사업장 폐기물이 되려면 버리는 양이 많아야 돼요. 음식물 쓰레기는 똑같지 않습니까? 집에서 나오나 식당에서 나오나 크게 보면 다른 건 아니죠. 근데 양이 많으면 사업장 폐기물이 되고, 양이 적으면 생활 폐기물이 되는 거예요. 그런데 대학교나 대형 병원 같은 곳의 식당은 엄청 크잖아요? 거기서 쓰레기가 엄청 나올 거 아니에요. 그런 건 사업장 폐기물이 될 수 있는 거죠.


사업장 폐기물은 세 가지로 분류가 됩니다. 사업장 일반 폐기물, 건설 폐기물, 지정 폐기물. 지정 폐기물에는 의료 폐기물까지 포함합니다. 

사업장 일반 폐기물 안에는 또 사업장 비배출 시설계 폐기물이라고 있습니다. 대학교나 대형 병원에서 나오는 생활 폐기물을 말합니다.  왜 이렇게 어려운 이름을 쓰는지… 공무원들이 용어를 만든 거라서 법적 용어입니다.  비배출 시설계 폐기물은 사실상 생활 폐기물과 같습니다. 다만 대량으로 배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묶어서 생활계 폐기물이란 말을 씁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종량제 봉투라든지 음식물 쓰레기라든지 이런 것들이 다 여기에 해당이 됩니다.

 

그럼 사업장 배출 시설계 폐기물은 뭘까요? 

그야말로 공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업장 일반 폐기물 중에서도 배출 시설계 폐기물은 공장, 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폐기물입니다. 발전소는 가령 석탄을 태우면 석탄재가 나오잖아요. 그리고 하수 슬러지가 어마어마하게 나오는 하수 처리장, 오수 처리장, 폐수 처리장 이런 곳들은 다 사업장 배출 시설계 폐기물에 들어갈 수 있고요. 그것도 종류에 따라서 또 일부는 지정 폐기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건설 폐기물은 건물 부수면 나오는  폐기물입니다.


지정 폐기물은 사업장 폐기물 중에서도 유해성이 강한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쉽게 생각하면 학교에서 석면을 제거하잖아요? 이 폐석면이 지정 폐기물입니다. 여기에 의료 폐기물을 포함을 시킬 때도 있고 따로 뗄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나쁜, 제일 나쁜 걸 모아 놓은 게 지정 폐기물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폐기물 관리법 2조).



생활 폐기물은 공공에서 처리한다

 

생활 폐기물은 주택에서 배출이 되지 않습니까? 그러면 음식물이든 재활용이든 다 수집 운반됩니다. 수집 운반은 누가 하죠? 지방자치단체가 하죠. 다만 직접 하지는 않죠. 위탁합니다. 수집 대행 업체 쓰레기 차들 다니잖아요. 그분들이 다 지자체에서 돈을 받고 위탁 대행을 하는 업체들입니다. 그리고 일부는 고물상으로 가죠. 이게 뭘 의미하냐면 공공에서 처리한다는 겁니다. 수집 운반부터 공공에서 합니다. 그러니까 지자체라는 공공 영역에서 하는 거죠.

 

생활 폐기물 처리는 세 가지입니다. 재활용, 소각, 매립. 수집도 처리도 공공이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생활 폐기물은 수집 운반도 지자체가 업체한테 맡겨서 수집 운반을 하고 재활용을 하든 소각을 하든 매립을 하든 공공이 합니다. 이게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산업 폐기물은 민간이 한다

 

근데 사업장 폐기물은 수집 운반부터 민간 업체에서 합니다. 그리고 재활용을 하든 소각을 하든 매립을 하든 다 민간 업체들이 하는 게 원칙으로 돼 있습니다. 그게 원칙이에요. 공공이 하는 게 예외적인 겁니다. 생각해 보면 너무 이상한 일이죠. 아니, 사업장 폐기물 관리가 더 엄격해야 하잖아요, 위험하고 유해 물질도 많고. 그런데 생활 폐기물은 지자체가 수집, 운반, 처리까지 다 하는데 산업 폐기물은 그게 아니라 민간이 하게 맡겨 놨어요. 그래서 지금 문제가 되는 겁니다.
우리가 버리는 종량제 봉투가 불법 폐기물로 유통이 될까요? 안 되죠. 왜냐하면 지자체가 수집하고 운반하니까. 그러면 불법 폐기물이, 아까 보령도 말씀드렸지만, 불법 폐기물은 사업장 폐기물 쪽에서 대부분 생긴다고 봐야 되는 거죠. 수집, 운반부터 민간 업체들이 하다 보니까, 다 돈 주고 해야 되잖아요? 폐기물을 배출하는 사업장 입장에서 보면 수집, 운반이든 처리든 다 돈을 줘야 됩니다. 그런데 불법 폐기물 업자가 와서 우리 싸게 해 줄게 하면 그냥 거기에 맡기면 불법 폐기물이 되는 거거든요.

산업 폐기물 매립장, 소각장도 문제인데 이런 것들을 다 민간 업체들이 대부분 하는 거예요.
공공이 하는 시설이 있지만 예외적인 경우고 대부분이 민간 업체들이 합니다. 민간 업체들은 돈을 버는 게 목적이니까 안전성이나 이런 것들이 확보가 안 되는 상황인 거죠. 이게 지금 대한민국 폐기물 문제의 가장 심각한 본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폐기물 양은 어떨까요?
사업장 폐기물이 압도적으로 양이 많습니다. 대한민국의 2021년 폐기물 중에 가정이나 이런 데 나오는 생활 폐기물과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사업장에서 나오는데 생활 폐기물 비슷한 거를 사업장 비배출 시설 폐기물이라고 부른다고 했는데 이를 합쳐봐야 전체 폐기물의 11.5%밖에 안 돼요. 85.5%는 사업장 폐기물인 겁니다.
근데 국민들 보고는 맨날 생활 폐기물 줄이라고 하는데 사업장 폐기물은 안 줄어들어요. 여기 표에서 사업장 배출 시설계 폐기물이라고 돼 있는 부분 중에 2019년을 보십시오(2021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환경부, 2022).


 

 

증가하고 있어요. 사업장 배출 시설의 폐기물 발생량이 늘고 있어요. 그러면 생활 폐기물 좀 줄인다고 이 폐기물 문제가 해결됩니까?

생활 폐기물은 줄어들 때도 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줄일 수 있는데, 문제는 이 산업 폐기물은 늘어나는데 정부가 관리를 안 한다는 거죠. 공공이 관리를 안 하고 민간에 맡겨놨다는 거죠. 대한민국 폐기물 문제의 가장 심각한 부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영향을 도시가 받는 게 아니라 다 농촌이 받는 거죠. 불법이든 합법이든 결국 이 폐기물들이 농촌으로 오니까요. 이게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역별 폐기물 발생량도 분석을 해보면 생활 폐기물은 인구가 많은 경기, 서울, 경남 순으로, 정확하게 인구수대로 폐기물 발생량이 많습니다. 이건 당연한 거죠. 인구가 많으면 생활 폐기물은 많이 나옵니다.

 

- 생활 폐기물 발생량은 1,675만톤/년이며, 경기(404만톤, 24.1%), 서울(290만톤, 17.3%), 경남(122만톤, 7.3%) 등 순으로 발생

- 사업장비배출시설계폐기물 발생량은 594만톤/년이며, 경기(143만톤, 24.1%), 서울(106만톤, 17.9%), 인천(58만톤, 9.7%) 등 순으로 발생

-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 발생량은 8,490만톤/년이며, 경북(1,528만톤, 18.0%), 충남(1,480만톤, 17.4%), 전남(1,421만톤, 16.8%) 등 순으로 발생

- 건설폐기물 발생량은 8,381만톤/년이며, 경기(2,265만톤, 27.0%), 서울(1,254만톤, 15.0%), 인천(560만톤, 6.7%) 등 순으로 발생

- 지정폐기물 발생량은 598만톤/년이며, 경기(144만톤, 24.0%), 경북(76만톤, 12.7%), 충남(64만톤, 10.7%) 등 순으로 발생

- 2021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 환경부, 2022


그런데 사업장 배출 시설계 폐기물 발생량은 전남, 경북, 충남이 많아요. 왜 그럴까요? 서울에는 공장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생활 폐기물은 경기, 서울, 경남 인구수대로 나오는데 사업장 배출 시설계 폐기물은 공장이 많은 지역부터 나오는 거죠. 지금 서울에 굴뚝 있는 공장이 없어졌잖아요. 구로공단, 성수공단 그 공장들이 다 어디 갔냐? 다 농촌에 간 거예요.


지금 산업 폐기물은 오히려 농촌 지역에서 더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경북, 충남, 전남, 순으로 나오고요 경북이 왜 수위냐? 포항이나 경주나 구미 산업단지가 다 경북이잖아요.
지정 폐기물 발생량은 보면 경기, 경북, 충남 순인데 경기도도 꽤 공장이 많죠.

 

 

생활 폐기물의 발생지 책임의 원칙

 

폐기물과 관련해서는 이 폐기물을 처리할 때 발생지 책임의 원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발생시킨 곳에서 처리를 해야 된다는 게 발생지 책임의 원칙이거든요. 그래서 생활 폐기물은 발생지 책임의 원칙을 적용하기가 쉬워요. 서울에서 발생하는 건 서울에서 처리, 경기에서 발생한 건 경기에서 처리 그렇게 하면 됩니다. 그게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금 서울 같은 경우는 마포 상암동에 새로 소각장 하나 지으려고 하는 것 때문에 마포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잖아요. 이해가 됩니다. 왜냐하면 서울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일부 중 인천 수도권 매립지로 가는 게 있는데, 그걸 못 보내게 되니까 발생지 책임의 원칙에 따라서 서울에서 책임져야 거든요. 그걸 마포 소각장 증설로 해결한다는 건데 마포 주민들 이야기는 왜 마포에서 그걸 다 책임져야 되느냐 반대하는 거예요. 마포는 지금도 소각장이 하나 있습니다. 서울에는 25개 구가 있죠. 골고루 책임을 져야 되는데 왜 마포에만 몰아서 소각장을 지으려고 하느냐 이런 거죠.


생활 폐기물은 발생지 책임의 원칙을 적용하면 서울에서 발생한 건 서울에서 책임져야 되고 그 부담을 어떻게 균등하게 나눌 건지를 고민해야 되는 거죠.



산업 폐기물도 발생지 책임의 원칙?

 

산업 폐기물이 발생하는 곳은 농촌이 많습니다. 공장이 많으니까 많이 발생하죠. 그런데 그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들이 최종적으로 소비재로 쓰여지는 건 도시잖아요. 그러니 농촌이 다 책임진다는 것도 안 맞는 면이 있죠.


근데 지금 현재의 문제는 그보다도 민간 업체들이 어느 한 군데라도 소각장이나 매립장 인허가를 받으면 전국 폐기물을 다 가져올 수 있다는 거거든요.


생활 폐기물은 발생지 책임의 원칙이 있는데 산업 폐기물엔 발생지 책임의 원칙이 없다는 게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환경부는 발생지 책임의 원칙은 생활 폐기물에만 적용되는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만약에 충남에서 어느 업체가 매립장이나 소각장을 만들면 부산이나 울산 경남 것도 다 가져와도 된다는 겁니다. 그걸 제한하는 건 오히려 불법인 거죠. 영업구역 제한이라고 하는데 가령 충남에서 매립장, 소각장을 만들어서 충남권만 받겠다고 하면 불법이 되는 거예요.

 

처리 방법과 관련해서 제가 재활용, 소각, 매립밖에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건 우리나라만 아니라 전 세계가 똑같습니다. 그러면 재활용률을 높이는 게 좋다고 볼 수 있겠죠. 그다음 소각이고 매립은 제일 안 좋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장기적으로 환경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건 매립이니까. 물론 소각도 고민입니다. 소각을 하면 온실가스가 나올 수밖에 없거든요. 또 유해 물질도 나올 수밖에 없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산업 폐기물은 공공이 책임지는 비율이 굉장히 낮습니다.



가령 지정 폐기물은 공공이 처리하는 비율이 0.1%밖에 안 되고요. 자가처리라고 돼 있는 건 발생한 공장에서 안에서 처리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공공처리하고 자가처리를 포함해도 유해성이 가장 강한 지정 폐기물은 5%가 안 되는 거예요.
나머지 95%는 어떻게 하느냐? 업체한테 맡겨 재활용을 하든 소각을 하든 매립을 하든 업체가 가지고 가서 처리하는 겁니다.
자가 처리는 공장 안에서, 예를 들면 현대라든지 포스코 이런 데들은 자체 처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그 안에서 소각을 하든 매립을 하든 하는 건데 그게 안 되고 그냥 처리 업체에다가 맡기는 비율이 95%라는 거예요. 가장 유해성이 강하고 환경이나 건강에 미치는 피해가 큰 지정 폐기물이 그렇게 처리되고 있습니다.
나머지 사업장 배출 시설계 폐기물, 건설 폐기물도 대체로는 보시는 것처럼 위탁처리라고 돼 있는 건 민간 업체들에게 맡겨서 처리하는 건데 위탁처리 비중이 가장 높다는 거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음은 우리나라 폐기물 처리 업체 숫자들을 보여주는 건데

 


최종처분업이라고 중간에 보이시죠? 최종처분업이 뭐냐면 매립입니다. 그러니까 폐기물을 최종 처분한다는 건 곧 매립을 의미하는 거예요. 그다음 중간 처분이라고 돼 있는 게 있죠. 중간 처분은 소각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중간 재활용, 최종 재활용, 종합 재활용 이런 말들이 있는데 이건 재활용이라고 분류되는 건데요. 중간처분업하고 최종처분업 업체 숫자를 보시면 적어요. 수집 운반업은 업체의 숫자가 8천 개가 넘죠. 근데 중간 처분업은 200개 정도, 최종 처분업은 50여 개밖에 안 됩니다. 이 말은 뭐냐? 일종의 이 폐기물 업계 내에서 소각이나 매립장 허가를 받은 사람들이 갑이라는 것이에요.


가령 중간 처분 업자들이 트럭에 막 실어서 올 거 아닙니까 그러면 그걸 받아주는 쪽이 갑인 거예요. 그러면 최종 처분은 매립장을 가지고 있는 쪽에서는 어떻게 하느냐 그중에 돈 되는 걸 먼저 받아줍니다. 돈 되는 건 뭐냐? 톤당 수수료가 있는데 나쁜 것일수록, 유해성이 강한 것일수록 단가가 높죠. 단가 높은 것부터 먼저 받아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또 불법 폐기물이 많이 생겨요. 왜냐하면 매립장, 소각장 가진 쪽에서는 돈 되는 것부터 먼저 받다 보니까 수집 운반하는 업체들은 영세 업체들인데 이 업체들은 폐기물을 싣고 와서 막 기다려야 되는 거예요. 종일 기다리고.

 


산업 폐기물 매립장은 노다지?

 

각각의 폐기물 처리 방법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 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지금 제일 돈이 많이 되는 게 매립입니다. 산업 폐기물을 매립하는 매립장이 확실하게 돈이 됩니다. 노다지 비슷한 거예요. 요즘 아파트 건설업은 경기가 좋지 않잖아요? 하지만 매립장은 경기 영향도 없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이 매립장에 SK나 태영그룹이나 아니면 사모펀드들이 달려들고 있습니다. 워낙 순이익률이 좋다고 합니다. 사업하시는 분들은 보통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한 10% 정도만 돼도 좋은 사업이라고 하는데 매립장은 60%, 50%씩 나오는 사업인 거죠. 그러니까 인허가만 받으면 그냥 떼돈을 버는 상황이 됩니다.


문제는, 아까 제가 매립이 제일 안 좋다고 말씀드린 이유는 매립은 사후 관리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핵발전소와 비슷합니다. 핵발전소도 핵 발전에 쓰고 난 핵 폐기물을 처리하는 게 골칫거리지 않습니까? 마찬가지입니다. 법적으로는 30년 정도 사후 관리를 하게 돼 있는데 실제로는 얼마나 오래 사후 관리를 해야 할지 모르는 겁니다. 왜냐하면 유해 폐기물들이 묻혀 있는데 - 우리가 이렇게 산업 폐기물을 대량으로 매립하기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됐습니다. - 이게 과연 얼마나 오래 걸려야 무해하게(?) 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관리가 잘 안 되면 땅이나 물이 오염되니까 결국 피해는 지역 주민들이 봅니다. 또 사후 관리가 안 되면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민간 업체에서 문제를 발생시켰지만 사후 관리는 지자체나 국가가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매립장의 실제 피해 사례가 있습니다. 작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당진에 지금 현대제철이 운영하는 자가 매립장이 있습니다. 산업 해경 매립장인데 여기에서 시안(CN)이라는 맹독성 물질이 유출돼 인근 지하수에서 검출이 된 거예요. 아직 매립이 안 끝난, 매립을 하고 있는 중에 샌 겁니다. 이것도 그나마 여기는 관리를 좀 하는 데라 새어 나온 걸 알게 된 겁니다. 그래서 지금 사용 중지가 내려져 있는 상태입니다.  


요즘에는 매립장을 보통 지하 40m 정도까지 팝니다. 왜냐하면 매립장이 만 평이 있으면 만 평 안에서 최대한 많이 매립해야 돈을 많이 벌잖아요. 민간 업체들 입장에서 보면 땅은 정해져 있고 많이 매립하는 방법은 간단하죠. 깊숙이 팝니다. 보통 지하 40m까지 파고 지상 15m까지 쌓아 올린 다음에 보통 에어돔이라고 풍선으로 덮는 식으로 합니다.


최근에는 주민들이 많이 반대하니까 하기 쉬운 폐광산, 폐채석장 등에 매립장을 하려고 합니다. 주민들 반대가 좀 약한 데는 산업단지 안에 매립장을 설치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때문에 여러 지역에서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요.

 

강원도 영월의 석회석 광산도 그런 경우의 하나입니다. 이곳이 어떻게 되느냐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쌍용양회라고 아시죠? 시멘트 업체죠. 영월 석회석 광산은 채굴을 중단한 폐광산인데 여기에 500만 톤 정도의 매립장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쌍용양회라는 회사가 옛날에는 쌍용그룹 소속이었는데 지금은 사모펀드 겁니다. 이름만 쌍용이라고 쓰고 실제로는 한앤컴퍼니라는 사모펀드가 인수를 했어요. 이 사모펀드가 매립장을 추진한 이유가 뭐겠습니까? 이 매립장 인허가를 받는 순간에 쌍용양회의 주식은 확 뛰는 거죠. 그러면 사모펀드가 그 주식을 팔고 나가겠죠. 매립장 사후 관리를 최소 법적으로도 30년 해야 되는데 매립이 끝나도 그걸 할까요? 사모펀드는 사후 관리에 관심이 없죠. 그냥 팔고 떠나면 그만이니까.

 

얼마 전에 전남 벌교의 농민들이 저한테 연락을 해 왔습니다. 이곳의 추동저수지가 1급 저수지입니다. 아주 청정 지역이고요. 근데 이 저수지 뒤 백이산에 한 200만 톤짜리 산업 폐기물 매립장을 하려고 하는 거예요. 추동저수지 물은 벌교로 흘러가 순천만으로 들어갑니다. 제일 상류에 있는 저수지입니다. 여기 이런 데다가 매립장을 하려는 겁니다. 이 아래에 있는 농민들이나 주민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거죠.

또 다음은 학교 환경과도 관련이 있는 사례입니다. 
천안 성남면이라는 데 있는 산업단지 안에 매립장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 산업단지 안에서 나오는 폐기물만을 매립하려면 그 정도 규모가 필요 없는데 전국 걸 다 받아들이려고 하다 보니까 매립장도 지하로 45m까지 파는 걸로 돼 있습니다. 근데 그 바로 옆에 천남중학교가 있습니다. 이 중학교가 매립장 부지에서 200m밖에 안 돼요 거리가. 매립장이 한 10년 정도 운영된다면 그동안 폐기물 실은 트럭들이 들락날락해야 하죠. 또 업체 입장에서는 돈을 많이 버는 게 지정 폐기물이니 유해성이 강한 지정 폐기물이 엄청 몰리겠죠. 그냥 매립장도 아니고 지정폐기물 매립장인데도 이런 상황이에요. 학교에서 200m 안은 아시다시피 교육환경보호구역이잖아요. 주민들이나 또는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제가 요즘에는 산업 폐기물 관련해서 SK에코플랜트라는 기업을 계속 보게 돼요. SK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산업 폐기물 업계의 1등입니다. SBS 하는 태영그룹이 2등. 둘이 1, 2등을 다투고 있어요. SK에코플랜트는 SK건설이 이름을 바꾼 겁니다. 요즘 그린워싱 이야기가 많은데 비슷한 경우라고 봅니다. SK건설 때 환경을 많이 파괴했던 걸 반성한다고 하면서 SK에코플랜트라고 에코를 넣어서 이름을 지었지만, 아까 보신 것처럼 에코라고 해놓고 산업 폐기물 매립장, 의료폐기물 소각장 이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태영그룹은 KKR이라는 외국계 사모펀드하고 손을 잡고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외국계 사모펀드들은 산업 폐기물 매립장, 소각장을 자기들끼리 사고 팔아서 이미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피해는 지역 주민들이 봅니다. 사후 처리는 지자체나 정부가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 다니다 보면 폐기물 매립장 지붕에 에어돔이라고 해서 풍선 같은 걸 많이 씌워놨어요. 그게 눈이 많이 오거나 폭우가 쏟아지면 많이 붕괴됩니다. 사고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풍선 같은 걸로 뒤집어 씌워서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사고에 취약한 구조입니다 (충북 제천 에어돔 붕괴 사고).


그리고 지역에 이런 폐기물 매립장이 하나 들어오면 또 증설을 합니다(경북 포항). 환경부는 뭘 하고 있느냐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빨리 빨리 매립장 소각장을 많이 많이 허가해 주세요라는 게 산업부, 환경부의 입장입니다. 생활 폐기물은 공공이 관리하는데 산업 폐기물은 민간에게 맡겨놓고 환경부가 하는 일은 지자체에 인허가 빨리빨리 해 주라고 공문이나 보내고 있는 게 우리나라 현실입니다.

 

폐기물 매립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정말 부정의합니다. 

일단 환경 부정의입니다. 사실 궁극적인 원인 제공자는 산업이죠.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산업 폐기물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원인 제공자는 책임을 안 지고 특정한 농촌 지역에 책임을 다 지우는 환경 부정의입니다.

그리고 말씀드린 것처럼 공공이 책임져야 되는 건데 그렇지 않고 민간이 무분별하게 이윤 추구를 하다 보니까 몇몇 업체들이 너무나 많은 특혜를 봅니다. 매립장 큰 거 하나 하면 수 천 억 대고요. 의료 폐기물 소각장 하나 하면 2천 억 대 이렇습니다. 하나 인허가 받으면 떼돈을 버는 걸 보장받는 상황이죠.


요즘 생활 폐기물 소각장으로 인한 피해가 있긴 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좀 나아졌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왜냐하면 공공이 관리를 하니까. 근데 이 산업 폐기물들은 민간 업체들이 하니까 관리가 잘 안 되고 지역 주민들이 건강 영향 같은 것들도 많이 받는 걸로 나옵니다. 대표적인 지역이 충북 청주의 부귀면이라는 곳으로 산업 폐기물 소각장만 세 군데가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계속 암 등 여러 질병에 걸려 환경부에 정식으로 건강 영향 조사를 요구해 했습니다. 환경부에서는 인과 관계가 분명치 않다 이럽니다. 근데 주민들 몸을 검사해 보면 중금속이 많이 나와요. 여러 가지 질병들에 많이 걸리고 있다는 게 주민들 이야기고요. 그래서 지금 환경부가 보완 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의료 폐기물


소각장은 농촌 지역으로 밀려들고 있습니다.
다음은 안동의 의료 폐기물 사례인데요. 여기도 굉장히 조용한 시골 마을입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의료 폐기물이 거의 없죠. 우리나라 의료 폐기물은 종합병원에서 발생하는 게 절반 이상입니다. 개인병원이나 소규모 병원에서도 발생하지만 그 양은 얼마 안 됩니다. 이것도 만약 발생지 책임 원칙을 적용한다면 서울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발생하는 건 서울에서 처리하는 게 맞죠.  근데 이걸 안동까지 가져와가지고 농촌 마을에서 처리하는 게 사실은 저는 말이 안 된다고 보고요. 

그럼 서울에서 처리가 가능하냐? 제가 알기로는 양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은 있습니다. 어느 정도 자체 처리도 하고 있고요. 분당에 있는 서울대병원 같은 경우는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시설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걸 농촌으로 다 보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활용을 하면 끝일까?


재활용 문제도 있습니다. 재활용으로 분류돼 있지만 실제로는 소각을 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가령 시멘트 회사들이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예전에는 석탄을 쓰던 걸 요즘은 폐기물을 많이 태우고 있습니다. 비닐이나 플라스틱 같은 것들이 열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죠. 시멘트 재료를 녹이는 공정에서 쓰는 소송로에 폐기물을 많이 쓰는데, 그 시멘트 소송로에서 태우는 거는 법적으로는 재활용이에요. 쓰레기가 분류될 때 소각이 아니라 아까 제가 소각은 중간 처분이라는 말을 쓴다고 했는데, 같은 소각을 해도 시멘트 회사에서 소각하면 재활용이 됩니다.

요즘 SRF발전소라고 폐기물 태우는 발전소들이 있습니다. 폐기물을 태워 난방을 하거나 전기를 생산하면 그것도 재활용으로 분류가 돼요. 똑같이 소각을 하는데도 그렇게 법을 만들어 놨어요. 이렇게 재활용으로 분류가 되면 환경영향 평가를 안 받아도 됩니다. 예를 들면 지금 법적으로는 하루에 100톤 이상 태우면 환경영향 평가 대상인데 소각 시설이 아니라 재활용으로 분류가 되면 하루에 몇백 톤을 태워도 환경영향 평가를 안 받아도 되는 거죠. 

이런 문제들은 도시에는 없는 문제죠. 농촌으로 다 들어옵니다.


영주에서 문제가 된 게 있습니다. 

외국에서 자동차 배터리를 수입해 배터리 안에서 납 같은 중금속을 뽑아내는 공장들이 우리나라에 꽤 있습니다. 저도 최근에 알았는데 이것도 재활용으로 분류가 돼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자동차 배터리만 아니라 외국에서 수입까지 합니다.  녹여가지고 중금속 납 같은 걸 뽑아내서 금괴처럼 납괴를 만듭니다.  근데 이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많이 나옵니다. 이것도 재활용으로 분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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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얼마 전에 충남 예산에 있는 농촌 마을에 갔는데 이런 업체가 있더라고요. 폐배터리에서 납 같은 걸 뽑아내는 걸 하는데 주민들 말로는 너무 이상한 냄새가, 비닐을 태우는 것 같기도 한 이상한 냄새가 많이 나는데 그게 24시간 날 때도 있답니다.

 

우리가 생활 폐기물 재활용이라고 하면 주로 세척해서 다시 쓰고 이런 겁니다만 그런 재활용만 있는 게 아닌 것이죠. 재활용이라고 하지만 문제가 있는 건 다 농촌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불법 폐기물 문제 같은 건 아주 심각합니다. 인허가를 받은 합법적인 사업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불법인 경우들이 많습니다.


지렁이 농장이라고 있습니다. 지렁이한테 하수 슬러지를 먹입니다. 그럼 지렁이가 분변토를 내잖아요. 그 분변토를 파는 거죠. 근데 지렁이가 먹을 수 있는 양 이상의 하수 슬러지를 받아들이는 거예요. 그래서 막 쌓아놓는 거예요. 또는 어떤 데는 가 보면 지렁이 농장으로 돼 있지만 지렁이는 없어요. 그냥 슬러지만 받아서 막 쌓아놓습니다. 그럼 주변 악취라는 게 말도 못하죠. 폐기물이 낼 수 있는 냄새 중 고약한 것 중 하나가 하수 슬러지 냄새입니다. 쌓아놓으면 도저히 주변은 사람이 살 수가 없을 정도가 됩니다. 축사 악취보다도 더 심하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이면 우리가 흔히 수도권이라고 생각하는데 화성의 서부 지역은 농촌 지역입니다. 이곳에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두 곳 있습니다. 송산벽 칠곡리, 우정읍 주곡리 두 군데입니다. 매립이 끝난 상태고요. 그런데 주곡리 오른쪽에 장안면 석포리라는 데 또 매립장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우정읍 주곡리라는 데가 1997년에 매립이 끝난 곳입니다. 이곳이 산업 폐기물 매립장 문제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위치가 바닷가하고 가깝습니다. 1987년부터 1997년까지 매립을 하다 중단이 됐어요. 사고가 나서 바다로 침출수가 대거 빠져나갔습니다. 오염수가 빠져나간 거예요. 그러면서 지역 주민들, 어민들이 항의해 매립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곳에 가 봤는데 정말 관리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지정 폐기물 매립장이었거든요.  유해성이 강한 지정 폐기물이 매립돼 있고 중단된 지가 20년이 넘었지만 손을 못 대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겁니다.

지금 화성시는 매립되어 있는 걸 파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좀 정리를 해 보려고 합니다만 주민들은 파내는 것에 찬성한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파내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생각도 있고 이대로 놔 둘 수는 없으니까 파내야 되는 거 아니냐 이견들이 혼재하고 있습니다. 관리가 안 되고 있고 또 관리를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한 매립장입니다.

 

 

공공 폐자원 관리 시설의 설치 운영 및 주민 지원 등에 관한 법률 특별법

 

국회가 2020년에 〈공공 폐자원 관리 시설의 설치 운영 및 주민 지원 등에 관한 법률 특별법〉이라는 걸 만들었어요. 하도 불법 폐기물이 많으니까 발견되면 어디선가에서든 매립을 하든 소각을 하든 해야 될 거 아닙니까? 근데 이거 할 데가 없으니까 공공 폐기물 시설을 하나 만들기로 한 거예요. 그래서 특별법을 만들었습니다. 이걸 하겠다는 지자체에다가는 아주 파격적인 지원도 하고 주민들한테도 감시할 수 있도록 하고 혜택도 많이 주겠다는 거죠. 근데 이걸 전국에 하나를 일단 시범 설치를 하겠다고 한 겁니다. 


공공 폐자원 시설법이라는 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활 폐기물과 사업장 폐기물 처리 과정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생활 폐기물하고 사업장 폐기물 두 가지가 완전히 다르게 처리되고 있습니다.

 

생활 폐기물은 일단 지자체가, 주로 기초 지자체가 어쨌든 처리를 합니다. 그리고 이 생활 폐기물 소각장이나 매립장을 설치할 때 그냥 설치하는 게 아니라 주민 참여 입지 선정위원회라고 해서 입지 선정 절차가 있어요. 지금 마포의 경우도 소각장 때문에 주민들이 반대하는데, 그것도 일단 형식적으로는 입지 선정위원회를 거친 겁니다. 생활 폐기물은 지자체가 관리하고 입지 선정위원회를 거쳐서 입지를 선정하고 입지가 정해지면 주민들 지원도 해 주고 주민들 협의체가 상시 감시도 할 수 있고 그렇습니다. 수도권 매립지도 서울 쓰레기가 일부 들어가지만 거기 주민들이 다 감시하거든요. 수도권 매립지 주민 협의체도 있습니다. 

 

사업장 폐기물은 유해성이 강한데도 처리 주체는 사업자로 돼 있고, 입지 선정 절차라는 게 없습니다. 민간 업자들이 돌아다니면서 여기 소각장 한번 해 보자, 여기 매립장 한번 해 보자 그러면 그게 입지가 되는 거예요. 주민들을 지원하거나 이익을 공유하거나 이런 것도 없어요. 업체가 선심 쓰듯이 주민들한테 마을 발전기금을 얼마 내면 그게 끝입니다. 그리고 관리 과정에서 주민들 감시도 불가능해요. 매립장이든 소각장이든 일단 설치가 되면 민간 업체가 하는 거니까 사유 재산이어서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지역 주민들의 감시가 불가능해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한 번 설치하면 전국이 다 영업 구역으로 보장되는 식으로 돼 있습니다.

 

공공처리대상폐기물이라는 건 특별법에 의해 이렇게 하지 말자는 겁니다. 방치 폐기물이나 부적정처리폐기물 등의 불법 폐기물이나 재난으로 생긴 폐기물부터 일단 국가가 관리하고 국가가 처리하자, 생활 폐기물처럼 입지 선정도 주민 참여로 선정을 하고 주민 기금도 주고 주민들 감시도 보장하겠다는 겁니다. 일종의 산업폐기물을 공공이 책임지는 것을 시작해 보겠다라는 의미가 있는 거죠.


불법 폐기물에 국한돼 있긴 하지만, 공공이 책임지는 그런 개념의 특별법입니다. 완전히 민간 영역에 맡겨져 있던 걸 공공 영역으로 가지고 오는 첫 단계 정도로 2020년에 법을 만든 겁니다. 그렇지만  전혀 진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의지가 없습니다. 아예 올해는 예산도 없어졌어요. 그리고 지자체 상대로 공모를 했다는데 응모한 곳이 지금 한 곳도 없습니다. 우리 지역에 이런 산업 폐기물, 불법 폐기물, 재난 폐기물을 받겠다고 하는 지자체장이 나올 수가 없죠. 그래서 특별법을 만들어놓고도 아무것도 안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공이 책임지는 원칙을 정해야 한다


근데 저는 이게 굉장히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공공이 책임지는 원칙을 정하면 됩니다. 사업장 폐기물도 생활 폐기물처럼 공공이 책임지고 관리하고, 소각장 매립장이 필요하다면, 입지도 투명하게 선정하고 주민들 지원도 하고 감시도 보장하고 이렇게 하는 게 가능하다는 겁니다.


폐기물이라는 건 줄이는 게 최우선입니다. 민간에게 맡겨 놓으면 감량이 안 됩니다. 폐기물을 배출하는 사업장 입장에서는 돈 주고 배출하면 끝입니다. 내 눈이 안 보이면 끝입니다. 그걸 받아서 처리하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폐기물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경제적 논리에 따르면 폐기물을 줄일 이유가 없습니다. 생활 폐기물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캠페인도 하면서 줄여나가려고 하지만 훨씬 더 많은 우리나라 전체 폐기물의 88%를 차지하는 사업장 폐기물은 줄일 유인이 전혀 없는 것이죠. 

 

그러니까 생활폐기물은 지자체가 책임지고 산업폐기물은 특별법처럼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서 관리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실질적 감량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지역에 있는 주민대책위하고 환경단체들이 몇 해 전에 모여서 합의한 내용이 있습니다. 생활 폐기물은 지자체가, 산업 폐기물은 국가가 책임지고 공공이 관리하도록 하자, 그리고 앞으로 산업폐기물 매립장이나 소각장은 민간업체들이 하지 못하도록 만들자, 이미 인허가를 받은 건 어쩔 수 없지만 새로 하려고 하는 것은 전부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출연 기관 등 공공성이 담보되는 주체만 하도록 하자는 겁니다. 지금 인천에 있는 수도권 매립지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라는 공공기관이 관리하고 있거든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주로 생활 폐기물을 많이 매립해 왔습니다. 생활 폐기물을 공사를 만들어서 한다면 산업 폐기물도 그렇게 관리를 못할 이유가 없지 않겠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매립장, 소각장은 다 공공 영역에서 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산업 폐기물도 발생지 책임의 원칙을 적용해야 된다, 그래서 최소한 시·도 정도로 권역을 나눠 자기 시·도 안에서 발생한 건 자기 시·도에서 처리하게 해야 된다, 왜냐하면 지자체들이 산업단지를 유치한다고 난리인데 산업단지는 유치해 놓고 산업 폐기물은 처리 안 하겠다? 그럼 말이 안 되는 거죠. 다른 지역에 피해를 주게 되는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도 권역을 정해서, 산업 폐기물도 자기 권역에서 발생한 거는 자기 권역에서 처리하도록 해야 된다, 그래야 무분별하게 폐기물을 많이 발생시키는 시설을 받아들이는 것도 억제가 된다, 책임 원칙을 부여해야지 폐기물이 관리도 안 되고 남발되는 것들을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기존에 있는 매립장, 소각장은 최소한 생활 폐기물 매립장, 소각장 수준으로 민간 감시를 제도화하자, 이걸 저희가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관심이 없다


문제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거예요. 환경단체와 주민대책위는 나름대로 연구해 대안을 제시했습니다만. 지난 작년 대통령 선거 때 어쨌든 저희가 모든 후보들에게 질의서를 보내 답을 받았는데 제일 나쁜 답을 한 분이 대통령이 되셨어요.

 

국회의원들은 관심이 없습니다. 모든 농촌 지역에서 다 보편적으로 생기는 일이 아니잖아요. 불법 폐기물은 특정한 마을 산업 폐기물 소각장이나 매립장, 가령 예를 들면 천안시가 있으면 천안시에서도 제일 외곽 지역에 있는 제일 인구가 적고 고령화돼 있는 마을로 가거든요. 

 

천안시 동면이라고 있습니다. 천안의 제일 외곽이에요. 충청북도하고 붙어 있는데요. 이곳에서 전화가 왔는데, 아무리 봐도 좀 이상해 저한테 전화를 했다는 거예요. 에코 무슨 업체가 대학 교수 한 명을 데리고 나타나 생활 폐기물을 소각한 다음에 남은 찌꺼기, 잔재를 매립하는 매립장을 하려고 하는데, 우리가 마을에 돈도 많이 낼 거다, 우리 이름도 에코이고 안전하다면서 주민들 동의를 받는 작업을 아마 하려고 돌아다니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지정 폐기물 매립장인 거죠. 생활 폐기물 소각장이나 매립장이면 천안시가 하는 거기 때문에 민간업체가 대학 교수와 다니면서 일을 안 하고 입지 선정위원회를 만들어서 공식 절차에 따라서 하거든요. 얘기를 들어보면 지정 폐기물 매립장인 거예요. 지하 한 40m까지 파고 매립하겠다는 거고 민가는 별로 없는 골짜기로 그 밑으로는 다 논밭이라는 거죠. 만약에 매립장에서 사고가 생기거나 하면 아래쪽에 있는 논밭은 다 피해를 보는 건데 그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는 겁니다. 주변 1~2km 안에 한 100가구 정도 사는, 완전히 고령화된, 인구가 줄어든 시골 마을 찾아다니면서 잘 모르는 주민들한테 동의받아 하려는 거죠. 


그런 분들 해 봐야 표로 따지면 얼마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국회의원들이 관심이 없죠. 환경노동위원회라고 있지만 이게 어마어마한 규모의 문제인데도 관심 있는 국회의원이 거의 없어요.

 

정말 문제를 풀기가 어려워서 올해는 제가 활동하는 농본이라는 단체에서 전국을 순회하면서 이런 산업 폐기물, 사실 배경에는 산업단지 문제가 있는데, 산업단지하고 산업 폐기물 문제를 지역을 순회하면서 저희가 먼저 토론도 하고 지역 피해 사례를 수집해 올가을에 국회에서 하든지 서울시청 광장에서 하든지 아니면 SK그룹 본사 앞에서 하든지 데모도 하고 토론회도 해 보려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폐기물 산업 규모는 엄청 커졌어요


폐기물 산업 규모는 대기업이나 사모펀드가 들어올 정도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이 영향을 받는 주민들은 수가 워낙 적고 고령화돼 있으니까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정부나 국회는 업체가 그런 일을 하는 걸 사실상 방치, 방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농촌에 있는 학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서 불과 한 몇백 미터, 1km 안에 들어서려고 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학교 옆에 이런 시설들이 막 들어서는데도 시골 학교다 보니까 학부모들도 목소리를 못 내고 잘 알지도 못한 경우들이 많습니다.


제가 충남 홍성군 홍동면이라는 시골에 삽니다. 저도 생활 폐기물 종량제 봉투를 내놓을 때마다 마음에 많이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홍성군 안에도 홍북읍이라는 곳에 생활 폐기물 매립장이 있어요. 내가 버리는 쓰레기가 그곳으로 가는 거죠. 이것도 맞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우리 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우리 면에서 해결하는 게 더 맞지 않는가, 왜냐하면 홍성군 전역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한 군데 마을로 가는 건데, 정의롭지 못한 거 아니냐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거든요. 그렇게 본다면 산업 폐기물도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도시 사람들하고 무관한 게 아니라 산업화가 되고 도시화가 되면서 산업 폐기물이 더 많이 발생한 겁니다. 그것이 결국 일부 농촌 지역으로 가고 있는 거죠. 그런 관점에서 사회적인 문제로 관심을 많이 가져야지 싶습니다.




질문
산업 폐기물이 어떻게 생활 폐기물과 달리 공공에서 관리를 안 하게 됐을까요?


답변

처음부터는 아닙니다. IMF 전에는 공공 매립장도 꽤 있었습니다. 아까 화성의 두곡리라고 지금 문제 많다는 곳도 원래 공공에서 시작했던 매립장이고요. 근데 IMF 때 민영화를 했어요. 지금도 환경부 관료들에게 생활 폐기물도 공공이 관리하니 산업 폐기물도 당연히 공공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질문하면 이럽니다. 발생하는 사람이 책임져야 되는데 생활 폐기물은 모든 시민들이 발생시키니까 지자체가 하는 거고, 산업 폐기물은 발생시키는 업체가 비용을 부담해 처리 업체에다 넘기는 게 일종의 원인 제공자가 책임지는 방식이라면서 민간에서 하는 것을 정당화시키고 있죠. 원인 제공자가 책임을 져야 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만 원인 제공자는 비용을 낸다면 그 비용을 받아서 공공이 하면 되잖아요? 민간 업체가 비용을 받아서 할 필요가 없죠. 민간 업체에게 맡겨놓는 게 좋다는 식의 민영화라는 논리가 여기에서도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질문
생활 쓰레기는 소위 민간 캠페인으로 해서 어느 정도 계속 개선할 여지들을 만들어갈 수 있는데 산업 폐기물 문제는 캠페인 이런 것으로 개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군요.


답변
정치, 정책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이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피해를 보는 주민들은 자기 문제지만 나머지 시민들 입장에서는 내가 어떻게 해볼 수가 없는 영역의 일이라서 정치를 통해서 정책을 바꾸는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경제정의라는 차원에서 보더라도 정의롭지 못하죠. 일부 대기업과 사모펀드들이 이 쓰레기를 통해서 어마어마한 이익을 뽑아가면서도 책임은 안 지는 구조이니까요.

저희도 이 일을 가지고 현장에서 반대 운동하는 주민들을 도우면서 어떻게든 사회적으로 공론화를 하려고 하는데 정당이나 국회의원이나 관심들이 없습니다. 올가을에 서울에서 데모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산업 폐기물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고 이에는 큰 경제적 이권이 걸려 있습니다. 며칠 전에 경남 사천 곤양면 주민들한테 연락을 받았는데, 거기도 어떤 업체가 조성한 산업단지가 분양이 안 된 거예요. SK가 그걸 인수해 일종의 매립장, 소각장을 하겠다는 거죠. 이름은 자원순환단지인데 산업단지 전체를 사실은 다 폐기물 업체로 채우겠다라는 거죠. 주민들이 최근에 그걸 알게 돼서 반대 운동을 시작하는데 도와달라고 연락을 해 온 겁니다.
제가 조성지 위치를 확인해 보니 바로 밑이 만이고 갯벌입니다.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하고 있던 갯벌이더라고요. 이런 곳에 산업단지를 허가해 준 것도 이해가 안 되는데 매립장, 소각장을 대규모로 하겠다고 하니까 너무 심각합니다.

그런데 SK는 지역 주민들 일부를 회유해 잘 운영되고 있는 매립장이나 소각장 현장 견학도 시키면서 깨끗하다, 안전하다, 그러니까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만약 잘못되면 만 전체가 다 오염될 수도 있습니다.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질문
말씀 들으면서 저희가 생활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학교 텃밭 하는 데서도 조심해서 하고 어떻게든 쓰레기 안 내보려고 해 왔었는데 말씀 들으면서는 우리가 해 왔던 건 뭐냐, 싶네요.


답변
그런 노력이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고요. 다만 여러 가지 환경 사안들이 있지만 저는 산업 폐기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생활 폐기물을 줄이는 실천을 하면서 폐기물 문제 전체를 같이 공부도 하고 관심을 갖는, 이렇게 양쪽이 병행됐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생활 속에서 실천하지 않으면서 전체적인 폐기물 문제를 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뒤 절전 운동도 하면서 전기 생산과 소비 시스템까지 점차 관심을 가지면서 탈핵운동도 했던 것처럼 폐기물도 마찬가지로 생활 속 실천을 하면서 구조적인 문제, 산업 폐기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농본 대표이신데, 농본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세요.


답변

제가 충남 홍성으로 귀촌한 지 만으로 한 7년 지났습니다. 제가 반대 좀 해 봤다는 거 알고 (웃음) 여러 농촌 지역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해 돕다 보니까 저도 그때 처음 알게 됐습니다.
산업단지는 민간 업체들이 개발하는 건데도 강제 수용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살던 사람들이 다 쫓겨납니다. 농지도 뺏기고 집도 뺏깁니다. 주민들이 제일 답답해하는 건 도대체 우리가 어느 단계에서 뭘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대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겠다는 겁니다. 공무원들이 도와주는 경우는 거의 없고 공무원들은 주민도 주민이고 사업자도 주민이라는 입장이니.

그래서 농본이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데, 옛날에 공단 지역에서 노동 상담소 같은 게 생겨가지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는 데 도움을 줬던 경험들이 있잖아요.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이 농촌에서 그와 비슷한 일을 하는 거다, 우리 스스로도 일단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찾아오는 농촌 주민들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되는지 방법을 알려주고 어떤 경우는 현수막 문구도 적어드리고 유인물도 고쳐드리고 그래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거죠.
이런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문제들이 뽑아집니다. 산업폐기물 문제는 이렇게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되겠다, 산업단지 문제는 이렇게 해야 되겠다, 발전소나 송전탑은 이렇게 해야 되겠다 해서 저희 나름대로 정책적인 대안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이렇게 된 이유 중 농촌에서 사람들이 계속 떠나가면서 생긴 일들이 많습니다.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 지금은 다 가능한 게 고령화가 되고 목소리를 낼 사람들조차 없으니까요. 그래서 농촌이나 농업을 살릴 수 있는 방법도 저희 나름대로 같이 고민도 하는 일을 하는 일종의 시민단체입니다.
공익법률센터 농본이라고 홈페이지가 있습니다(nongbon.org). 전국적으로 비슷한 문제들이 있는 지역에서 소문 듣고 많이 찾아오십니다. 저희가 저 말고 활동가 두 명이 있는데 일이 좀 점점 많아져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 중에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일단 도시에서는 접할 수 없는 문제들이 농촌에서 너무 많이 생기고 있기 때문에 결국 따져 보면 민주주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농촌 주민들이 일종의 소수자가 되다 보니까 우리 사회에서 농촌 주민들의 목소리는 반영이 안 됩니다. 심지어 군수나 군청 공무원들도 지자체 외곽에 있는 인구 얼마 안 되는 마을 주민들 목소리는 별로 귀를 안 기울이는 상황이라서 일종의 소수자 문제이기도 하고 민주주의 문제도 있습니다.


질문

해양 폐기물은 그 심각성을 많이 인식하는 것 같아요. 해양 폐기물은 눈에 보이는 거고 산업 폐기물은 눈에 안 보여서 그럴까요?


답변

해양 투기는 일단 금지가 됐습니다. 해양 폐기물, 플라스틱 섬 이런 것들은 많이 보도됐는데 오히려 우리 가까이에 있는 문제들은 사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일단 땅에 묻으면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를 수는 있습니다. 가 보면 그렇거든요. 매립하고 흙을 덮고 매립하고 흙을 덮고 이렇게 하거든요. 그러니 흙이 덮인 상태에서 보면 별로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질문

다른 나라로 돈을 주고 쓰레기를 수출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요.


답변
필리핀에 수출했다가 다시 반송되었다는 뉴스가 있었죠. 국가 간 이동하는 폐기물이 지금도 있긴 있을 겁니다만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예요. 우리나라도 외부 폐기물을 들여오기도 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자동차 배터리 같은 걸 수입하니까요.

환경 정의라는 측면에서 보면 폐기물을 다른 나라에 떠넘기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죠. 가능하면 폐기물을 발생시킨 곳에서 최종적인 처리까지 하는 게 저는 옳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요즘 학교가 한창 인사철입니다.
교실 이동을 하는데,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나와요. 버릴 수는 없는 아까운 것들인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스럽죠. 동료들이 지나가면서 짐이 많으시네요 하는데 좀 가슴이 찔리더라고요. 근데 짐이 많으려고 많은 게 아니라 버릴 수가 없으니까 갖고 있었던 거거든요. 근데 요새는 버리는 프로가 많잖아요. 어떤 분들이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과감하게 버려주는 걸 시원하게 보여주는 그런 프로를 보면서 저렇게 버릴 수 있다는 거는 뭘까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내가 버리는 게 누군가한테 유용하게 쓰이는 게 아니라 쓰레기로 처리가 된다면 과연 버릴 수가 있나, 어떻게 살아야 되지 이런 고민을 합니다.

학교에서 버려지는 많은 쓰레기들을 트럭이 와서 싣고 가요. 그 트럭이 어디로 싣고 가서 어떻게 폐기를 하는 걸까요?

 

답변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리면 생활 폐기물로 처리가 될 거고요. 그렇지 않은데 막 실어간다면 그거는 좀 이상한 일이기는 하죠.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리는 형태가 아니었다면 사업장 폐기물 처리하는 업체에다가 부탁해서 처리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쓰레기 문제를 생각하면 제일 좋은 거는 어쨌든 덜 사는 게 저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버리기를 좀 어렵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고요.

먹거리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잖아요. 꽤 많은 사람들이 어떤 먹거리를 어떻게 먹어야 좋은지 신경을 쓰는데 쓰레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관심을 많이 가지면 좋겠습니다. 쓰레기를 내가 덜 발생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될지 이런 고민들을 좀 더 많이 했으면 합니다.


질문
쓰레기 민감도가 50%의 시민들에게만 있어도 폐기물 정책에 영향이 있겠죠.


답변
쓰레기 민감도 좋은 말씀이네요. 민감해져야죠.




공익법률센터 ‘농본’ 소개

공익법률센터 ‘농본’은 농촌, 농민, 농업을 살리기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공익법률단체입니다. 

지금 노동, 인권, 환경 등을 위해 활동하는 공익법률단체들이 많이 생겼지만, 농촌 · 농민 · 농업을 위해 활동하는 공익법률단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농촌으로 밀려드는 산업폐기물, 송전탑, 대규모 축사, 환경오염시설 등으로 인해 농촌의 마을공동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농사피해가 급증하고 있는데, 근본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농촌과 농업이 지속가능하려면, 농지문제, 농촌주택 문제 등에 대해서도 대안이 필요합니다. 

농업관련된 예산이 적지 않고, 각종 기관,단체들이 있지만, 정작 농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대한 감시와 대안제시도 필요합니다. 

공익법률센터 농본은 비영리 공익법률단체로 후원을 통해 운영됩니다.

농촌, 농민, 농업을 살리는 일에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농본 홈페이지 nongb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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