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각자에게 허락된 능력만큼 실천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오래된미래(윤상혁)
책의 마지막 그림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 울컥했다. “내 집은 여기고, 또 모든 곳이야!”라는 시몽 위로 – 이 책의 저자 - 의 말이 그림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처음부터 읽은 사람이라면, 그래서 시몽 위로와 그의 가족들이 정원을 어떻게 가꿨는지 목격한 사람이라면 이 그림이 예사롭지 않을 것이다.
2018년 8월 28일 시몽 위로는 아침 식사를 하면서 라디오를 듣다가 마크롱 정부의 환경부 장관 니콜라 윌로의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된다.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니콜라 윌로는 프랑스 공영 라디오 방송 앵테르에 출연하여 “생태다양성은 태양 아래 눈처럼 녹아내리고 있지만, 늘 중요한 문제로 취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제 자신을 속이고 싶지도 않고, 제 정치 활동을 통해 우리가 이 문제를 잘 해결해가고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고 싶지도 않습니다”라며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환경부장관인지 환경파괴부장관인지 헷갈리는 행보를 보이면서도 자리에 연연하는 어떤 나라의 환경부 장관도 문제이지만, 시몽 위로가 볼 때는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나온 니콜라 윌로의 행보 역시 찬사를 받을 행동은 아니었던 것 같다. “생태다양성은 태양 아래 눈처럼 녹아내리고 있다… 맞는 말이지만, 왜 아무도 생태다양성을 보존하는 것, 더 나아가 망가진 생태계를 복구하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쉽다는 말은 하지 않는 걸까요? 이건 마법이 필요한 일이 전혀 아니에요.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증거가 우리네 정원이고요.” 이 책이 나오게 된 이유다.
책이 쓰여진 시점과 시몽 위로가 귀농을 한 시점 사이에 약간의 혼란이 있을 수 있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니콜라 윌로의 사임 발표 이후에 저자가 가족들과 함께 150평 정원이 딸린 시골집으로 이사한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10년의 기록이 담긴 책이 아닌가! 처음 이사했을 때 정원의 모습(15쪽), 5년 후 정원의 모습(57쪽), 그리고 마지막에 10년 후 정원의 모습(118쪽)을 보면 ‘동물들이 찾아오고 이야기가 샘솟는 생태다양성 가득한 정원 탄생기’라는 책의 부제가 허튼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도시에 살다가 귀농을 선택한다는 것이 누구나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넓은 정원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특권처럼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변해가는 그의 정원을 보면서 우리 각자에게 허락된 능력만큼 실천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내 집은 여기고, 또 모든 곳이야!”라는 깨달음을 갖게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지구정원사로 살아가는 방식은 이 세상 생명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생명과 다양성을 창조하고 싶다고 해서 신이나 부자나 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사실, 그저 손에 흙을 조금 묻히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시몽 위로
1977년에 태어났다. 프랑스 캉의 예술학교, 스트라스부르 장식예술학교에서 공부했다. 2001년에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신인상을, 2012년에 《이상한 침입자》로 프랑스 국영철도사 SNCF에서 수여하는 추리물 상을 수상했다.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는 2020년 블루아 페스티벌에서 상트르발 드 루아르 상을 받은 작품이다.
우리 각자에게 허락된 능력만큼 실천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오래된미래(윤상혁)
책의 마지막 그림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 울컥했다. “내 집은 여기고, 또 모든 곳이야!”라는 시몽 위로 – 이 책의 저자 - 의 말이 그림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처음부터 읽은 사람이라면, 그래서 시몽 위로와 그의 가족들이 정원을 어떻게 가꿨는지 목격한 사람이라면 이 그림이 예사롭지 않을 것이다.
2018년 8월 28일 시몽 위로는 아침 식사를 하면서 라디오를 듣다가 마크롱 정부의 환경부 장관 니콜라 윌로의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된다.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니콜라 윌로는 프랑스 공영 라디오 방송 앵테르에 출연하여 “생태다양성은 태양 아래 눈처럼 녹아내리고 있지만, 늘 중요한 문제로 취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제 자신을 속이고 싶지도 않고, 제 정치 활동을 통해 우리가 이 문제를 잘 해결해가고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고 싶지도 않습니다”라며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환경부장관인지 환경파괴부장관인지 헷갈리는 행보를 보이면서도 자리에 연연하는 어떤 나라의 환경부 장관도 문제이지만, 시몽 위로가 볼 때는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나온 니콜라 윌로의 행보 역시 찬사를 받을 행동은 아니었던 것 같다. “생태다양성은 태양 아래 눈처럼 녹아내리고 있다… 맞는 말이지만, 왜 아무도 생태다양성을 보존하는 것, 더 나아가 망가진 생태계를 복구하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쉽다는 말은 하지 않는 걸까요? 이건 마법이 필요한 일이 전혀 아니에요.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증거가 우리네 정원이고요.” 이 책이 나오게 된 이유다.
책이 쓰여진 시점과 시몽 위로가 귀농을 한 시점 사이에 약간의 혼란이 있을 수 있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니콜라 윌로의 사임 발표 이후에 저자가 가족들과 함께 150평 정원이 딸린 시골집으로 이사한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10년의 기록이 담긴 책이 아닌가! 처음 이사했을 때 정원의 모습(15쪽), 5년 후 정원의 모습(57쪽), 그리고 마지막에 10년 후 정원의 모습(118쪽)을 보면 ‘동물들이 찾아오고 이야기가 샘솟는 생태다양성 가득한 정원 탄생기’라는 책의 부제가 허튼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도시에 살다가 귀농을 선택한다는 것이 누구나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넓은 정원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특권처럼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변해가는 그의 정원을 보면서 우리 각자에게 허락된 능력만큼 실천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내 집은 여기고, 또 모든 곳이야!”라는 깨달음을 갖게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지구정원사로 살아가는 방식은 이 세상 생명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생명과 다양성을 창조하고 싶다고 해서 신이나 부자나 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사실, 그저 손에 흙을 조금 묻히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시몽 위로
1977년에 태어났다. 프랑스 캉의 예술학교, 스트라스부르 장식예술학교에서 공부했다. 2001년에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신인상을, 2012년에 《이상한 침입자》로 프랑스 국영철도사 SNCF에서 수여하는 추리물 상을 수상했다.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는 2020년 블루아 페스티벌에서 상트르발 드 루아르 상을 받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