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농]땅속에서 서서히 움트는 싹처럼(김경희)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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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농 / 나의 학교 텃밭, 3월



땅 속에서 서서히 움트는 싹처럼

김경희 서울 중광초





▲교육농 모임 때 학교 텃밭에서 갈무리했던 작물들.



새 학년 준비로 분주한 2월 마지막 주를 보내고 있다. 출근하며 텃밭을 둘러보았다.


작년에 심은 양파 모종의 어린 잎이 덮어놓은 낙엽 사이로 삐죽 올라 와 있다. 텃밭 뽕나무의 잔가지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군데군데 텃밭에 정리 못한 잡풀이 무성하다. 정문 앞 상자 텃밭의 바늘꽃이 아직도 겨울잠을 자고 있는 듯 가지가 앙상하다. 상자 흙 사이로 납작하게 붙어 돋아난 별꽃이 반갑다. 작년에 학생들과 뿌려놓은 수레국화의 새싹이 군데군데 돋아나고 삐죽하게 돋아난 튤립 싹도 반갑다. 운동장 구석의 상자논에도 보리와 밀싹이 제법 무성하다. 입춘에 보리 뿌리를 캐어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쳤다던데*... 나도 보리 뿌리를 빼어 세어 보니 세 가닥이다. 그럼 대풍이려나. 아무래도 지난겨울 눈이 적당히 내려 줘서 그런지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릴 만했나 보다.


보안관님이 걱정하신다. “입학식이 낼모레인데 작년과 달리 튤립이 올라오지 않네요.” 사실 나도 내심 걱정하고 있던 중인데... 작년을 떠올려 보면 햇살이 따사로워 일찍 튤립 구근과 보리에서 싹이 올라왔고 3월 중순엔 튤립과 보리가 어우러져 싱그러웠었는데... 2월 맹추위가 큰 타격이었다.


궁리 끝에 화원에 문의하니 지금 꽃을 볼 수 있는 모종은 펜지, 비올라 정도란다. 코로나로 화원도 그리 꽃모종을 많이 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팬지와 비올라는 추위에 강하고 6월까지 꽃이 피고 지며 오래 두고 볼 수 있어서 많이 심는 한해살이 화초인데 그래도 가격이 저렴하니 구입해서 화단 여기저기 심어서 예쁜 꽃을 맘껏 구경하기로 했다. 올해 구경만 하지 말고 학생들과 꽃을 따서 압화도 만들고 그림도 그려 보면 좋겠지 하는 생각에 일단 구매하기로 했다.


새학년 교실을 옮기면서 텃밭에서 사용하는 장갑과 모종삽 호미 등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았다. 빈 화분들도 정리해 놓고 작년에 갈무리해 둔 씨앗도 펼쳐 보았다. 완두, 메주콩, 팥, 쌀, 보리, 밀, 까치콩, 제비콩, 조롱박씨앗, 바질씨앗, 루꼴라씨앗, 수레국화씨앗, 금계국씨앗, 해바라기씨앗, 유홍초씨앗, 수세미씨앗, 옥수수, 토마토, 가지, 고추, 들깨, 달맞이꽃, 목화, 땅콩 등 정말 다양한 씨앗이 있었다. 재미삼아 채종한 감자씨앗도 있다. 작년 활발한 교육농 활동에서 공동체 선생님들이 함께 나눔해 주신 덕에 여러 종류의 씨앗을 갈무리해 둘 수 있었다.


개학하면 교실에서 씨앗을 싹틔워보면 좋겠다. 완두콩은 3월 초에 바로 텃밭에 심어도 된다. 텃밭 교재에 보면 3월 10일 전까지 심어야 수확량이 좋다고 한다. 작년 우리반 현준이가 화분에 심어 놓았던 완두가 겨울방학과 2월 추운 교실에서 제법 잘 자란 모습을 보니 볕 좋은 창가에 완두를 심어도 좋을 것 같다. 일단 교실 창가에 화분을 정리하고 흙도 채워 놓았다.



3월 2일~ 3월 31일


새 학년이 시작되면 어수선하니 정신없이 하루가 갈 테지만 잠깐 학생들과 학교 정원과 텃밭 나들이를 해야겠다. 교실을 벗어나 봄햇살이 가득한 하늘을 볼 것이고 하늘로 향해 뻗은 나무를 찬찬히 보면서 앙상한 가지에 부풀어 오른 작은 꽃눈과 잎눈들을 발견하면 좋겠다. 우리 반 나무도 정해 볼까, 친구 나무도 정해 볼까... 운동장과 텃밭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누구보다도 먼저 싹을 틔워낸 작은 풀들을 발견할 수있을 것이다.


모종삽과 작은 화분을 준비해서 작은 친구들을 조심스레 떠서 화분에 옮겨심고 돌보아 보자. 또 텃밭의 흙과 운동장 흙을 퍼 담아 함께 돌보아 보자. 텃밭과 운동장 흙에서 돋아나는 생명을 보면서 함께 나눌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올 한해 동안 교실과 텃밭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들을 모아 이야기를 나눠 보자. 교육농 효신샘이 소개해 준 3월 농가월령가를 함께 불러보고 우리 반의 3월 농가월령가를 계획하고 실행해 보아야겠다.


새봄이다. 올해도 새 학생들을 만나듯 텃밭 활동을 통해 만날 친구들이 새롭다. 땅속에서 서서히 움트는 싹처럼 나도 함께 기지개를 켠다.


3월 텃밭 활동 정리


1.

3월 초순(경칩)

씨앗, 씨감자 준비, 텃밭용 장갑, 장화, 상토, 퇴비, 농기구, 정리하기

3월 2일 

나들이, 농가월령가, 우리 반 텃밭 계획 세우기

3월 3일 

씨앗 심기(노지와 교실 화분에 심기)

3월 4일 

감자, 완두콩 심을 밭 계획하기, 경칩, 절기 알아보기

3월 7일 

텃밭에 완두콩 심기, 씨감자 자르고 1주일 말리기 완두콩은 나무젓가락 하나씩 들고 넉넉하게 구멍을 내어 세 개씩 넣고 살포시 흙을 덮어 준다. 시중에 파는 완두콩은 약처리가 되어 있어 맨손으로 만지면 안 좋다. 다행히 작년에 갈무리해 둔 완두가 있다. 만지고 본래의 색깔도 느끼면서 심어 본다. 학교 전체에 공지하여 텃밭을 운영할 반을 모집하고 텃밭을 분배하고 완두콩 씨앗과 씨감자를 나눈다. 작년을 재배했던 식물 이름표를 다시 쓸 수 있도록 정리한다. 삼색제비꽃 모종을 준비한다. - 화원에서 금잔화 잉글리쉬데이지 튤립, 수선화 히야신스 등을 구입할 수 있다.


2.

3월 중순과 하순(춘분)

학급비로 나들이 가방과 개인용 관찰 일지, 루페 등을 준비한다. 

교실에 채소, 과일, 곡식, 텃밭과 환경에 관한 책들을 준비하고 생태놀이 활동에 필요한 준비물을 준비하고 텃밭 또는 절기 달력을 게시해 놓는다. 

말린 씨감자 심기, 땅을 따로 개간하지 않고 완두 심은 자리에 씨감자를 함께 심어 볼 예정이다. 

이랑에 포크질을 하고 흔들어 주는 정도로 정리하고 사이사이에 씨감자를 깊이 심어 본다. 심은 자리에 준비한 이름표를 꽂아 둔다.

작년에 남겨둔 배추꽃대 올라오는 것 관찰하고 배추꽃 맛 보기

삼색제비꽃 모종 학교 곳곳에 심기, 튤립싹과 허브싹 등을 찾아 보고 이름표를 꽂아 둔다.

교실 화분에는 바질과 루꼴라 땅콩과 수세미, 목화 해바라기 등의 씨앗과 고구마를 심는다.

제비꽃 모종을 구입할 때 생기는 비닐 화분을 잘 모아두었다가 씨앗 심는 화분으로 활용하거나 신문지로 상자 접기를 하여 모종 화분을 만들어 사용한다.

학생들과 나들이할 때 텃밭을 둘러보면서 작년에 심었던 작은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잘 지켜보며 미리 준비한 이름표를 꽂아 놓아둔다. 아니면 직접 앱을 통해 식물 이름을 찾아본다. 일회용수저와 네임펜을 준비하여 이름표를 만들어 붙인다.

텃밭 활동은 순식간에 끝난다. 학생들과 모두 함께하려는 욕심은 버리자. 아침 등굣길, 하굣길, 그리고 쉬는 시간에 짬을 내어 본다. 창체 활동으로 나들이와 생태전환교육활동으로 해도 좋다. 텃밭을 잠깐 거쳐 운동장과 쉼터에서 맘껏 놀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도 학생들을 나들이와 텃밭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다녀온 뒤엔 꼭 기록하는 시간을 올핸 가질 예정이다.




*보리뿌리점. 『민속』 입춘 날 농가에서 보리 뿌리를 파 보고 그해 농작물의 풍흉을 점치는 일. 보리 뿌리가 세 가닥 이상이면 풍년, 두 가닥이면 평년, 한 가닥이면 흉년이라고 한다. ≒맥근점.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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