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9
사무국 풀씨입니다.
지난 주 전교조 서울지부 참실의 이송희일 님의 강연이 독서회에 참여할 입장에서는 책읽기 도입으로 좋았습니다. 어느 곳에서는 8시간 동안 강의를 했다는데, 그에 비해 1시간 반의 짧은(?) 시간이어서 압축과 생략 기법을 쓰면서 나머지 부분은 책을 보라~ 하시더군요. 네, 동기유발로 참 좋았습니다.
기후정의 소모임 분과에서는 조진희, 강주희 님이 발표를 했습니다. 더불어 고교 학생/교사의 자기 학교가 있는 지역에서 활동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교육농의 공부도 좀 더 깊고 넓어지는 것 같은 자리였습니다.
배이슬 님의 '안전한' 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교육 활동을 두고 늘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관련한 이야기가 더 나눠지고 보태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작품명 : 우리라는 건. 배이슬 그림
서울지부 참실
조진희, 강주희 조합원 발표
교육의 눈으로 바라보는 농을 이야기하며, 학교 텃밭/텃논을 통한 시민성 교육의 실철 사례 발표.
에코포비아를 기르지 않는 주의사항과 기후 돌봄(기후 위기로 인해 삶 또는 자기 실현이 어려워진 인간/비인간 약자들, 기후 재난 상황에 처해 취약해진 인간/비인간 존재들을 돌보는 일)의 방향 제안
- 조진희
기후 위기 시대에 토양을 잘 돌보는 것은 왜 중요한가, 생물 다양성을 보장하는 장소로서, 탄소 저장의 보고로서 토양을 이야기하며, 땅갈이를 동반하는 단작 중심 재배가 토양을 파괴(탄소 배출)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에 비해 다년생 작물들이 그 뿌리를 깊이 내려 토양을 보존하고 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사례 이야기
- 강주희
😊관련 사진과 자료는 교육농 밴드에 올라 있습니다.
보러 가기
밑줄독서회
밑줄독서회 12분이 함께합니다
지난 통신에 안내드렸던 2025년 첫 밑줄독서회(대상 서적 :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에는 모두 12분이 신청하셨습니다.
신청하신 분들에게는 따로 단톡방을 안내해 일정을 정할 예정입니다.
😀혹시 깜박해서 신청 못 했다, 나도 참여하겠다 하실 분이 계시면 연락주세요~
이런저런
기억을 위한 실천
강주희 조합원의 1029 할로윈 참사 2주기 자료.
자료 보기
동물을 위한 정의
사천 흙사랑 농장의 젖소, 돼지, 당나귀, 청계가 생각납니다. 관련하여서 철학자 마사누스바움의 "동물을 위한 정의" 강의를 소개합니다. - 조진희
자료 보기
기쁘다, 앗!
조합원들 10여 명이 모여 주말 텃밭을 일궈온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기껏 흙을 좀 살려 놓으면, 터무니없이 임대료를 올려 포기하거나 풀을 키운다고 쫒겨나기도 하다 이곳 고양시 대장동(대곡역)에 자리 잡은 지 6년째. 텃밭 작물들처럼 가족이 더 생기고, 현직에서 물러나 퇴직도 하고, 또 새로운 멤버도 만나면서 지낸다. 엊그제는 점점 살아나는 흙에 감사하며 이제 올해 농사는 무, 배추 등 수확으로 마무리를 짓고 월동 작물과 내년 계획을 세워야지 싶은데... 앗! 이곳이 신규택지로 지정되고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뉴스가 떴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이다.
- 풀씨
안전한 논, 밭
어릴적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밭에 나가 계신 할머니를 찾아 나서는 것이 일상이었다. 집에 다녀오는 것이 아까우니 맨손으로 나가 왼종일 일하고 계신 할머니에게 물 한 병, 새참거리를 들고 나가는 일은 언제나 뿌듯한 모험이었다. 동네 어딘가 있을 할머니를 찾아 목놓아 불러가며 싸돌아다니다 보면 어디가 누구네 밭이고 논인지 알게되었다. 뿐이랴 논둑을 후다다닥 뛰어 다니려면 아슬아슬 스릴이 넘치는 놀이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논, 밭을 다니다 보면 늘 뱀 한 마리 쯤은 예사로 마주쳤다. 스르륵 지나가는 꼬리 끝만 보고도 머리가 쭈뼛 섰다. 어떤 때는 논을 가로질러 유연하고 빠르게 헤엄치는 뱀을 넋 놓고 보기도 했다. 그렇게 할머니를 찾아 떠나는 그 잠깐의 길은 언제나 위험과 재미가 넘쳐났다. 무릎까지 자란 풀속을 헤집고 다니거나, 미끄러지거나 엎어지기 좋을 만한 두둑과 언덕을 기어올라 다니는 것을 지금의 어른들이 본다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의 나는 그 어느 곳에서보다 안전했다. 논과 밭, 산속에는 벌과 뱀, 옻나무, 두릅나무, 멧돼지까지 위험하다고 볼게 많았지만 할머니~~~~ 하고 걸어다니니, 뉘집 큰 손주딸이 어디로 갔는지 온 동네가 보고 있었다. 그렇게 뱀을 만나면 위협하지 않고 살금살금 뒷걸음질하는 법을 배우고 뱀을 못 보고 밟을 것 같은 풀숲을 지나려면 미리 큰 소리를 치고 발을 구르며 박수를 쳐 가며 그 길을 헤쳐 가는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그렇게 천둥벌거숭이처럼 뛰어다니는 모든 곳이 참 안전했다. 안전하다는 건 아무 위험 요소가 없는, 다칠 일 없는 그런 평이한 공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안전이라는 것은 언제고 위험할 일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소통하고 살아갈 것인지 아는 것, 몸과 마음 모두 제 색깔 대로 살아가도 차별받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을 만나러 나서는 도심 한복판에서 마주하는 사람들과 차들, 시선과 판단들보다 밭을 매다 보면 뛰쳐 나오는 개구리를 보고 놀라 자빠지는 일이 안전했다. 텃밭에 작물과 함께 사는 풀과 곤충들을 들여다보면 배우게 되는 것 중 하나였다. 분명 살기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는 식물들과 먹고 먹히는 동물, 곤충들이 한데 뒤엉켜 있는데 아무도 사라지지 않는다. 28점 무당벌레가 열심히 감자 잎을 갉아먹어 구멍이 나도 감자는 꽃을 피우고, 땅속 줄기를 단단히 여물게 했다.
진딧물이 모두 엉겨 붙어 제가 가진 연보랏빛 꽃이 검게 보일 정도여도 지칭개는 꽃을 피웠고 그 덕에 텃밭 고추는 진딧물이 조금 붙더라도 죽지 않았고, 진딧물을 먹이삼는 칠성무당벌레유충과 기생벌들에게는 풍요로운 집이 되었다. 어느 하나 혼자 먹고사는 것이 없고, 그렇게 치열해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건강한 생태계에서는 모두가 살아남았다. 작물도 풀도 진딧물도 무당벌레도 말이다.
아이들을 만나는 텃밭에서 안전과 배움, 지속 가능성과 다양성을 다시 그리고 싶었다. 빨간 토마토들 사이에서 새파랗고 노랗고 줄무늬를 가진 토마토여도 괜찮은 그런 시공간. 아이들이 텃밭에서 나를 만나는 짧은 그 시간에 우리는 모두 다르고 그 다름 덕에 모두 더 풍성하게 살아갈수 있다는, 감자과 지칭개, 진딧물과 무당벌레가 알려 준 모습을 우리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어쩌면 이미 우리에게 있던 자연이 새겨 놓은 지혜를 톡톡 건드려 주고 싶었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논, 밭에서의 경험이 나와 다름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함께 배우기를 꿈꿨다.
호미가 낫이 위험한 게 아니다. 같아야 한다는 괴상한 생각이 논 밭의 생태와는 다른
생각의 바깥이 더 위험하다.
- 배이슬
할머니와 나의 손
지난 호 보기
2024. 11. 9
사무국 풀씨입니다.
지난 주 전교조 서울지부 참실의 이송희일 님의 강연이 독서회에 참여할 입장에서는 책읽기 도입으로 좋았습니다. 어느 곳에서는 8시간 동안 강의를 했다는데, 그에 비해 1시간 반의 짧은(?) 시간이어서 압축과 생략 기법을 쓰면서 나머지 부분은 책을 보라~ 하시더군요. 네, 동기유발로 참 좋았습니다.
기후정의 소모임 분과에서는 조진희, 강주희 님이 발표를 했습니다. 더불어 고교 학생/교사의 자기 학교가 있는 지역에서 활동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교육농의 공부도 좀 더 깊고 넓어지는 것 같은 자리였습니다.
배이슬 님의 '안전한' 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교육 활동을 두고 늘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관련한 이야기가 더 나눠지고 보태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작품명 : 우리라는 건. 배이슬 그림
서울지부 참실
조진희, 강주희 조합원 발표
교육의 눈으로 바라보는 농을 이야기하며, 학교 텃밭/텃논을 통한 시민성 교육의 실철 사례 발표.
에코포비아를 기르지 않는 주의사항과 기후 돌봄(기후 위기로 인해 삶 또는 자기 실현이 어려워진 인간/비인간 약자들, 기후 재난 상황에 처해 취약해진 인간/비인간 존재들을 돌보는 일)의 방향 제안
- 조진희
기후 위기 시대에 토양을 잘 돌보는 것은 왜 중요한가, 생물 다양성을 보장하는 장소로서, 탄소 저장의 보고로서 토양을 이야기하며, 땅갈이를 동반하는 단작 중심 재배가 토양을 파괴(탄소 배출)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에 비해 다년생 작물들이 그 뿌리를 깊이 내려 토양을 보존하고 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사례 이야기
- 강주희
😊관련 사진과 자료는 교육농 밴드에 올라 있습니다.
보러 가기
밑줄독서회
밑줄독서회 12분이 함께합니다
지난 통신에 안내드렸던 2025년 첫 밑줄독서회(대상 서적 :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에는 모두 12분이 신청하셨습니다.
신청하신 분들에게는 따로 단톡방을 안내해 일정을 정할 예정입니다.
😀혹시 깜박해서 신청 못 했다, 나도 참여하겠다 하실 분이 계시면 연락주세요~
이런저런
기억을 위한 실천
강주희 조합원의 1029 할로윈 참사 2주기 자료.
자료 보기
동물을 위한 정의
사천 흙사랑 농장의 젖소, 돼지, 당나귀, 청계가 생각납니다. 관련하여서 철학자 마사누스바움의 "동물을 위한 정의" 강의를 소개합니다. - 조진희
자료 보기
기쁘다, 앗!
조합원들 10여 명이 모여 주말 텃밭을 일궈온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기껏 흙을 좀 살려 놓으면, 터무니없이 임대료를 올려 포기하거나 풀을 키운다고 쫒겨나기도 하다 이곳 고양시 대장동(대곡역)에 자리 잡은 지 6년째. 텃밭 작물들처럼 가족이 더 생기고, 현직에서 물러나 퇴직도 하고, 또 새로운 멤버도 만나면서 지낸다. 엊그제는 점점 살아나는 흙에 감사하며 이제 올해 농사는 무, 배추 등 수확으로 마무리를 짓고 월동 작물과 내년 계획을 세워야지 싶은데... 앗! 이곳이 신규택지로 지정되고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뉴스가 떴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이다.
- 풀씨
안전한 논, 밭
어릴적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밭에 나가 계신 할머니를 찾아 나서는 것이 일상이었다. 집에 다녀오는 것이 아까우니 맨손으로 나가 왼종일 일하고 계신 할머니에게 물 한 병, 새참거리를 들고 나가는 일은 언제나 뿌듯한 모험이었다. 동네 어딘가 있을 할머니를 찾아 목놓아 불러가며 싸돌아다니다 보면 어디가 누구네 밭이고 논인지 알게되었다. 뿐이랴 논둑을 후다다닥 뛰어 다니려면 아슬아슬 스릴이 넘치는 놀이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논, 밭을 다니다 보면 늘 뱀 한 마리 쯤은 예사로 마주쳤다. 스르륵 지나가는 꼬리 끝만 보고도 머리가 쭈뼛 섰다. 어떤 때는 논을 가로질러 유연하고 빠르게 헤엄치는 뱀을 넋 놓고 보기도 했다. 그렇게 할머니를 찾아 떠나는 그 잠깐의 길은 언제나 위험과 재미가 넘쳐났다. 무릎까지 자란 풀속을 헤집고 다니거나, 미끄러지거나 엎어지기 좋을 만한 두둑과 언덕을 기어올라 다니는 것을 지금의 어른들이 본다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의 나는 그 어느 곳에서보다 안전했다. 논과 밭, 산속에는 벌과 뱀, 옻나무, 두릅나무, 멧돼지까지 위험하다고 볼게 많았지만 할머니~~~~ 하고 걸어다니니, 뉘집 큰 손주딸이 어디로 갔는지 온 동네가 보고 있었다. 그렇게 뱀을 만나면 위협하지 않고 살금살금 뒷걸음질하는 법을 배우고 뱀을 못 보고 밟을 것 같은 풀숲을 지나려면 미리 큰 소리를 치고 발을 구르며 박수를 쳐 가며 그 길을 헤쳐 가는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그렇게 천둥벌거숭이처럼 뛰어다니는 모든 곳이 참 안전했다. 안전하다는 건 아무 위험 요소가 없는, 다칠 일 없는 그런 평이한 공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안전이라는 것은 언제고 위험할 일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소통하고 살아갈 것인지 아는 것, 몸과 마음 모두 제 색깔 대로 살아가도 차별받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을 만나러 나서는 도심 한복판에서 마주하는 사람들과 차들, 시선과 판단들보다 밭을 매다 보면 뛰쳐 나오는 개구리를 보고 놀라 자빠지는 일이 안전했다. 텃밭에 작물과 함께 사는 풀과 곤충들을 들여다보면 배우게 되는 것 중 하나였다. 분명 살기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는 식물들과 먹고 먹히는 동물, 곤충들이 한데 뒤엉켜 있는데 아무도 사라지지 않는다. 28점 무당벌레가 열심히 감자 잎을 갉아먹어 구멍이 나도 감자는 꽃을 피우고, 땅속 줄기를 단단히 여물게 했다.
진딧물이 모두 엉겨 붙어 제가 가진 연보랏빛 꽃이 검게 보일 정도여도 지칭개는 꽃을 피웠고 그 덕에 텃밭 고추는 진딧물이 조금 붙더라도 죽지 않았고, 진딧물을 먹이삼는 칠성무당벌레유충과 기생벌들에게는 풍요로운 집이 되었다. 어느 하나 혼자 먹고사는 것이 없고, 그렇게 치열해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건강한 생태계에서는 모두가 살아남았다. 작물도 풀도 진딧물도 무당벌레도 말이다.
아이들을 만나는 텃밭에서 안전과 배움, 지속 가능성과 다양성을 다시 그리고 싶었다. 빨간 토마토들 사이에서 새파랗고 노랗고 줄무늬를 가진 토마토여도 괜찮은 그런 시공간. 아이들이 텃밭에서 나를 만나는 짧은 그 시간에 우리는 모두 다르고 그 다름 덕에 모두 더 풍성하게 살아갈수 있다는, 감자과 지칭개, 진딧물과 무당벌레가 알려 준 모습을 우리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어쩌면 이미 우리에게 있던 자연이 새겨 놓은 지혜를 톡톡 건드려 주고 싶었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논, 밭에서의 경험이 나와 다름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함께 배우기를 꿈꿨다.
호미가 낫이 위험한 게 아니다. 같아야 한다는 괴상한 생각이 논 밭의 생태와는 다른
생각의 바깥이 더 위험하다.
- 배이슬
할머니와 나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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