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밀알을 이어가는 씨앗, 완두 | 강주희

202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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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밀알을 이어가는 씨앗, 완두



강주희 서울 내발산초






완두는 아이들을 만나자마자 심어야 안전합니다. 봄이 급속도로 뜨거워지기 때문에 3월 3주만 지나서 심어도 생장을 온전히 마무리하지 못하고 멈출 수 있어요.
3년 차 근무교인 여기서는 종일 볕이 쬐는 공간 뿐이어서 더욱 빨리 움직여야 했지만 역시 늦었어요. (상대적으로 그늘 시간이 길고 바람 길에 위치한다면 3월 3주에도 괜찮아요) 완두들은 가을에 심어도 되는데, 8월 개학하자마자 심는 것이 좋지만 작년처럼 9월까지 내내 뜨거울 경우 역시 어렵게 크고 수확이 좋지 않습니다.


완두콩 심기

- 씨앗을 불려줘야 합니다(씨앗 잠깨우기)*씨앗을 잠깨우고 뿌리를 터뜨리는 작업은 1주에서 열흘 걸려요. 

- 싹이 트면 다같이 화분으로 옮겨심고 예쁜 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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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샐러드)딱 먹기 좋을 때의 골든 스노피입니다. ▲ ▲  알이 굵어진 슈가 스냅피.


둘 다 같은 시기(2학기 9월 초)에 심었는데 슈가 스냅피가 더위에 좀더 강했던 것 같아요. 같은 기간에 빨리 꽃을 피워 알이 굵어졌거든요. 아이들과는 꼬투리 속 완두들의 사라 스러움을 보려고 열었지만 껍질째 살짝 데쳐 먹어야 최상의 맛을 누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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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 스내피 꽃과 꼬투리입니다.
이 사진은 2019년 9월 처음 종자를 접하고 심어 11월 6일자로 기록되어 있는 사진이예요. 그늘 시간이 긴 노지에서, 시원한 시간동안 한껏 생장하는 중이었지만 3일 후 첫 서리에 모두 얼어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국화도 사그러드는 계절에 웬 꽃들이냐, 관심받던 중이었습니다만.

▲ ▲ 그 해 자주스냅피 꼬투리입니다. 데쳐 먹어야 할 걸 그냥 먹었죠. 골든 스노우피보다 달큰함이 덜 합니다.


밀싹이 매일 키가 자라고 풍성해지는 걸 보면서 살아 있다는 걸 눈치채 듯, 아이들은 완두들이 퉁퉁하게 커지는 걸 보면서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합니다.(질문에 대한 아이들 답. 밀싹/완두콩은 생명일까, 아닐까) 스스로 움직이고 자라고 있으니 살아 있다는 거래요. 대단한데? 혹시 학교 오는 길에 보는 풀과 꽃, 나무들도 매일 달라지는 걸 눈치챘다면 너흰 생명을 알아차리는 정령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나 다름없어,라고 추켜세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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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디 윤선님과 인터넷으로 구매한 스냅피와 골든 스노우피


올해는 지난 학교서 몇 년간 채종으로 이어오던 스냅피 두 종류와 골든 스노우피의 대가 2년 만에 끊어졌기에 노디 윤선님과 인터넷으로 일부 구매했습니다. 박건오 농부가 소개할 당시만 해도 생소한 종자였는데, 스냅피들은 몇 년 사이에 조금 대중화가 되어서 한 종묘사에서 퍼플피, 슈가피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어요(20립에 5000원 안팎). 골든 스노우피는 여전히 쉽게 검색이 안 되는 것 같고요. 씨앗을 살 수 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본연의 모습을 알기 어려워서 채종으로 이어가는 곳에서 구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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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앗을 사면 같은 콩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어렵죠. 관찰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런 감각적인 다양성을 경험하지 못하는 건 슬픈 일이예요.(사진은 모두 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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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막대를 꽂고 실그물 만들기를 시작했어요. 한 사람이 한 줄씩. 남자 9명이 가로 줄 연결에 30분 가까이 걸렸어요. 원래는 시늉만 하려고 했는데 올해 친구들은 일의 순서나 과정을 단박에 이해해주어 9층까지 올렸습니다. (그 이상은 제가 방과후에 작업) 이번 주 비가 잦아 여자친구들은 지그재그(기울어진 선) 엮기를 다음 주에 작업할 거예요.


연하고 부드러운 풋내 사이에 달큰함이 숨겨져 있는 스노우피는 떠나는 봄(혹은 가을)을 입 안에 가두는 느낌이랄까요. 특히 콩 줄기에서 수확하자 마자 소매에 쓱 닦고 맛보는 즐거움이 있어요. 이번 봄에도 준비. 땅이 없어 화분입니다. 지주를 세우기 위해 깊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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