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_밑줄독서회_우리는 모두 씨앗이다_첫 번째

2026-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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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짓는 이야기

후기, 우리는 모두 씨앗이다, 첫 번째 밑줄독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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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씨앗이다(남효창 지음, 책이라는신화)는 그동안 해 온 교육농 관련 공부를 떠오르게 한다. 앞서 읽은,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 향모를 땋으며, 세계 끝의 버섯, 그리고 임덕연의 시집, 연못 하나를 팠다,까지도.

지식을 직설하지 않아서 무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분들이 있다. 오랜 세월 장승처럼 한 자리에서 일을 해 온 분들. 이야기를 청하는 이들에게, 잔잔한 바람인 듯 조곤조곤 나눠 주는 분들. 지난여름 한살림우리씨앗농장을 방문했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

 

이 책의 두 번째 독서회는 온라인이 아닌 대면. 6월 26일(금). 오후 6시. 벗 사무국. 읽기를 마무리하면서 책거리로 망원시장에서 음식을 마련해 와 나눠 먹는다.

 

 

근황으로


조진희 님이 서천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다음과 같은 곳을 둘러보았다는데,

국립해양생물자원관(https://www.mabik.re.kr)에서는 데미안 허스트 작품의 동물 학대 논란이 떠오르기도 했다죠.(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중)

서천갯벌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자연 갯벌로, 사람이 다가가도 별 동요 없는 수많은 도요새를 볼 수 있다며 나중에 철새 탐조를 가도 좋겠다는 제안을.

문헌서원(http://www.munheon.org)은 목은 이색 등 한산 이씨를 모신 서원으로 그 규모가 보통 봐 왔던 서원보다 크다고. 교사는 여행을 하면서도 자료를 찾고 배움을 따지는 운명이려나...

 

 

내가 그은 밑줄

 

 

박경은

저는 이 책을, 새벽에 한 장씩 읽고 있거든요. 쉽기도 하고 빨리 읽기도 하고. 그런데.

좋았어요.

얼마 전에 작년에 산불이 났던 고운사에 다녀왔어요. 절에서 관리하는 곳은 그대로 놔 두고, 국유림 경우에는 정부에서 조림작업을 해서 두 곳을 비교할 수 있었죠.

우리나라는 문화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소나무를 좋아하잖아요. 또 송이버섯과 관련해서 경제적인 기대도 있어서, 소나무만 많이 심는 거예요. 소나무는 불에도 잘 타지만 마르고 나면 솔방울들이 막 팍팍 튀어 불을 더 옮긴다고 하죠.

숲이, 어떤 하나의 전략으로 지배되면 단순해지고, 단순한 숲은 오래 살지 못한다, 숲은 다양성을 품을 때 가장 안정된다라고 얘기하잖아요.

활엽수 같은 경우에는 나무 자체가 수분을 70% 정도 늘 가지고 있대요. 활엽수들이 소나무와 같이 있으면 불을 덜 옮겼을 텐데, 우리는 단순 조림 때문에 더 피해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책에서 공간의 니쉬, 먹이의 니쉬를 얘기하는데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종이 있을 때 우리에게 주는 것들이 얼마나 큰지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됐어요.

제가 자주 지나는 곳에 작년에 태풍이 있고 나서 작은 나무들은 많이 쓰러졌지만, 아주 커다란, 엄청 잘생기고 둘레도 크고 가지가 옆으로 크게 잘 뻗은, 수형이 너무너무 예쁜 나무가 있거든요. 그 잎들이 햇빛을 받으려고 서로 공간들을 겹치지 않게, 잎들이 저렇게 잘하는구나, 각자의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구나. 각자의 자리를 인정해 주며 조율해 주는 것이 마음에 잘 와 닿았던 것 같아요.

2부 씨앗을 들여다보다에서 나무들이, “해가 좋던 날엔 달콤함이 내려오고 비가 오래 머문 날엔 담백함이 흘러와요. 그 맛들이 저의 몸이 되고 마음이 돼요. 그래서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어머니가 왜 잎을 서로 겹치지 않게 펼쳤는지, 왜 줄기를 곧게 세우고 뿌리를 멀리 뻗었는지. 저를 단단히 여물게 하려는 빛의 예산이 있었던 거죠”라고 얘기하잖아요. 

《자연을 계산하지 않는다》를 썼던 월 키머러의 첫 책이 《이끼와 함께》인데 거기서, 숲이 울창한 곳에서는 우리가 그 숲 안에 들어가면 비가 바로 내 몸을 적시진 않는데, 왜냐하면 잎들이 겹쳐 있어서, 바로 내려오지 않는다는 거죠. 비가 이렇게 왔을 때 잎에서 바로 떨어지는 것은 수관통과수라고 하고, 줄기, 가지와 만나서 나무를 스치면서 내려오는 것들은 수간유화수라고 한다는데, 그렇게 스쳐서 내려오는 물들은 나무에게 좋은 영양분을 많이 준대요. 그래서 비도 나무와 함께, 그 스쳐서 오는 것들, 나무 사이 사이에 있던 것들이 흙에 또 좋은 영양분을 가져다 주는구나, 우리도 서로 그렇구나 싶습니다. 우리도 겹치지 않게 같이 있으면서 서로 많은 것들을, 이렇게 나눌 수 있게 되는구나 생각도 좀 하게 돼요. 이 책은 자신과 주위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서명숙

나의 정서랑 굉장히 잘 맞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에 저희가 읽었던 여러 가지 책들이 이제 좀 연결이 되는 거 같고. 

세계 끝의 버섯,과도 그렇고 내용이 연결되는 것 같았어요.



조진희

제가 올해 3~6학년 텃밭을 같이 하잖아요. 아이들이 옥수수하고 사탕수수를 심겠다고 해서 배이슬 샘한테 받은 쥐이빨옥수수, 강주희 샘한테 받은 사탕수수를 심었어요. 이 씨앗들은 5년쯤 전에 그냥 관찰만 하고 놔두었던 것이에요. (씨앗이 오래돼서) 발아가 안 되면 안 됐다고 얘기하면 되겠지 하고 심었어요.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있는데 어떤 반은 많이 났고, 어떤 반은 안 나고 불균등하긴 하지만 난 거예요. (시간을 여는 열쇠가 됐네요. 걔들이) 모종상에서 파는 씨앗은 발아 보증 기간이 보통 이삼 년이잖아요. 그것에 해당되지 않았던 거예요. 책에서 씨앗이 발아하는 것은 다 다르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국제종자보관소(노르웨이 스발바르)가 있잖아요. 지구가 멸망할 때 쓰려고 보관해 놓은 곳. 우리나라도 봉화(백두대간글로벌시드볼트)에 있죠. 우리가 멸망해도 씨앗들은 살아남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불이 난 다음에도, 인류가 전쟁으로 멸망해도, 기후 문제로 멸망해도 이 지구는 다시 지속될 수도 있겠다...

우리가 망친거지만 얘네들은 서로를 지지하면서 다시 생존을 하겠고 또 그렇게 생존하면,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작가의 그 소설처럼 누군가 또 어떤 인류는 강하게 살아 남아가지고 또 그 식물, 동물들과 같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우리 모두는 씨앗이다, 책 제목이 깊이 다가왔어요.

이 책은 씨앗을 하나 심고 가꾸면서도 생각 못 해 본 측면들을 얘기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같고, 숲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게 열어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숲을 좀 다시 보게 됐어요.

 

 

김이은

😁발췌글로 대리 출석함

9 삶도 그렇다.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지기를 기다리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단다. 씨앗은 우리에게 속삭이지. “길은 내 안에서 깨어난 순간에 시작된다.”

 

28 씨앗은 각기 다른 생태적 지위에서 뿌리를 내리지만 공생과 공진화를 통해 서로의 삶을 조율한다. 숲의 질서는 같음을 강요하지 않고, 차이를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36 죽음은 새로운 생명의 출발점이다. 쓰러짐과 흩어짐은 곧 다음 세대를 향해 문을 여는 과정이다. 다양성은 차이를 모으는 힘이고, 전환과 순환은 그 다양성을 지켜 내는 길이다. 흔적은 흩어지며 사라지지 않고, 다음 생명을 위한 자양분으로 이어진다. 

 

46 진짜 변화는 언제나 안쪽에서 시작된단다. 눈에 보이는 행동은 이미 내면에서 무수히 준비된 결심의 결과야. 인간의 삶도 그렇단다. 드러난 말과 행동보다 먼저, 마음 깊은 곳에서 오래 다져 온 결심이 길을 열어 주지. 숲은 그 사실을 씨앗의 뿌리로 보여 주고 있단다. 

 

52 뿌리는 눈이 없지만 수분 구배를 따라 물길을 찾아내고, 귀가 없지만 미세한 진동을 감지하며, 화학 신호로 이웃을 알아차린다. 곡선의 손끝으로 흙과 돌의 질감을 더듬으며, 어둠 속에서 가장 섬세하게 세상을 느끼는 존재가 바로 나무의 뿌리다. 

 

73 나무는 언제나 조용한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 간다. 바람이 불면 가지의 각도를 바꾸고, 비가 내리면 잎맥을 오므리며 물기를 조절한다. 햇빛이 기울면 매일 조금씩 방향을 달리한다. 

씨앗 역시 소리 대신 행동으로 삶을 시작한다. 껍질을 열고 뿌리를 뻗으며 제 길을 찾는다... 기다림이 익으면 발아가 시작되고, 감각이 닿으면 길이 열린다. 모든 과정은 고요하면서도 확고하다. 

 

83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중심에, 누군가는 가장자리에, 누군가는 어둠 가까이에 앉는다. 그 차이는 다른 눈으로 숲을 바라보게 하는 시작이었다. 중심에 앉으면 넓은 하늘을 먼저 보고, 가장자리에 앉으면 바람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다. 땅에 가까운 자리에 앉으면 깊은 울림을 먼저 느끼고, 벽에 기대어 앉으면 고요의 숨을 먼저 배운다... 나는 어디에 앉아 있었는가?

 

88 차이는 숲을 단단히 지탱하는 뿌리이자 안정의 토대가 된다. 먼저 자란 씨앗은 숲을 이끌고, 늦게 자란 씨앗은 빈틈을 메우며 세대를 이어간다. 이렇게 다른 자리에서 다른 길을 택하기에 숲은 한 번에 무너지지 않고, 균형과 다양성을 이어가는 것이다. 태좌야. 네가 열어 준 자리는 씨앗 하나의 운명이면서 동시에 숲 전체의 질서를 지탱하는 첫걸음이란다. 네 조용한 수고가 숲을 더 넓고 깊게 한다. 

 

90 뿌리를 내린 존재를 마주했을 때 씨앗은 방향을 바꾸었다. 그것은 제 삶의 반지름을 존중하는 선택이었다. 

호두나무와 쑥, 민들레처럼 어떤 생명은 화학 신호를 흘려보내며 거리를 둔다. 주변 씨앗의 발아와 성장을 늦추거나 조절한다. 그러나 그것은 공격이 아니라 자원을 확보하고 서로의 공간을 보존하기 위한 간격 만들기다. 거리는 벽이 아니라, 함께 살아남기 위한 숨결의 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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