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농] 하지만 풀을 뽑으면 생명도 사라진다네 (강주희)

2022-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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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학교 텃밭, 6월



하지만 풀을 뽑으면 생명도 사라진다네

 


강주희 서울 우장초




▲이전 해에 피고 떨어진 당근 씨앗들이 다시 꽃을 피우면서 텃밭을 밝히던 내 키만한 당근 꽃기둥, 텃밭의 랜드마크였다. (2021.6)



교육농의 6월. 지난달 심었던 푸성귀들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달. 꽃들이 만발하고 벌과 나비들이 어지러이 춤을 춘다. 보리나 밀을 심어두었다면 황홀한 황금 물결의 경관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시기다. 쑥갓이나 케일, 당근들이 꽃대를 올리고, 루꼴라나 고수처럼 일찍 파종했던 향신채들도 여기저기 꽃을 피운다. 온통 초록빛이었던 캔버스에 화려한 색들이 채색되어 거대한 정원을 연상시킨다. 아! 정말 아름다운 시간이다. 이 시간은 아쉽게도 무척 짧아 길어야 2주. 더위가 점차 기세를 올리고, 비가 자주, 혹은 많이 온다.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앙증맞은 모종을 심었던 5월의 시작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학교 텃밭은 어느순간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물러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다양한 벌레가 출몰하고 온갖 풀들이 우후죽순 솟는가 싶다가 하루아침에 재크의 콩나무처럼 키가 무르팍까지 자란다. 여름이다. 부드럽던 이파리들은 단단해진다. 키가 제법 자라는가 싶다가 비 한 번에 이리저리 쓰러지고 눕는다. 하나하나 일으켜 주고 세워 주고 싶은 마음에 뒤엉킨 작물들을 하나하나 풀어 내고 보듬어서 바로 세워 주다가 여럿 꺾고 잘라 버린다. 늦어도 6월 첫 주 전에 지주를 세우거나 이미 세운 지주에 묶은 끈의 높이를 올려 주어야 아름다운 정원을 지킬 수 있다.


 

지주 돌보기


지주를 세워 주어야 하는 작물은 토마토, 고추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많다. 4월에 꽃씨를 뿌렸다면 키가 훌쩍 자랐을 꽃양귀비, 수레국화, 코스모스, 백일홍, 해바라기까지 모두 지지를 해 주어야 한다. 한 번 온 비에도 폭격을 맞은 전쟁터처럼 스러지고 엉켜서 상당히 난감해진다. 처음으로 맘먹고 꽃씨를 뿌린 2년동안 화려한 꽃들이 뒤엉키고 쓰러지는 모양을 보게 된 우리학교 주무관님은 ‘키가 큰 건 무조건 싫다’고 하셨다. 가지런하고 나란한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분이라 유난히 키 큰 작물들이 뒤엉킨 것을 질색한다. 뭐, 나도 할 말은 있다. 수업하면서 밭을 돌보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은 아닌 거 아시죠?

아무튼 키가 무릎 높이쯤 된다 하는 작물들은 모두 비오기 전에 수시로 들여다보고 돌봐야 한다. 지주가 잘 서 있는 것 같다가도 비에 땅이 물러지면 기울어지니 망치질이라도 한번 더!




 

▲비를 맞고 쓰러진 대표 작물들. 피마자, 보리, 수레국화(순서대로)



수확


6월의 큰 수확은 쌈채류와 감자 정도. 많은 학교들이 즐겨 심는 토마토는 이제 열리기 시작하기는 하지만 아직 1단 정도이고, 양지바른 곳이어도 풋고추의 수확량 역시 6월 중순을 지나면서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래봤자? 한 그루에 대여섯 개 정도 실한 풋고추가 나온다면 상당히 양지바른 곳이다. 쌈채류를 무척 많이 심었던 적이 있는데, 매주 두 번 이상 수확해 주마다 교내 판매를 한 적이 있다. 물론 교육활동이다. 따고 또 따도 계속 솟아난다. 한 달 내내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마다 학교 마당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상추를 팔았던 1학년들은 이제 5학년이다. 그 기억이 있을까? 어쨌거나 쌈채류는 중앙에 서너 장의 잎만 빼고 시원하게 수확해 주어야 더 많이 수확할 수 있다. 많이 부지런하셔야 한다.


▲처음에는 상추를 뿌리째 뽑아내는 1학년도 매주 1~2회 상추를 수확하면 전문가가 된다. 

매주 금요일 상추파는 날 안내-홍보담당 이름표를 달고 있다.


  

▲바질은 씨앗 발아도 잘 되고 물꽂이도 쉽다. 

물꽂이가 까다로운 로즈마리, 오레가노 등은 흙화분에 바로 꽂고 매일 물이 마르지 않게 주다보면 자리를 잡는다.

▲올리브오일에 허브 1~2줄기를 넣어 샐러드 드레싱용 오일을 만든다. 간단하지만 예산이 제법 필요하다.


 

감자는 6월 중순, 보통 하지 전후로 캔다고들 하는데(중부지방의 경우 3월 말에 심은 것), 뒤늦게 4월에 심은 경우 7월 초를 넘겨도 되는 듯하다. 장맛비에 감자가 썩는다고 해서 하지에 맞추어 캔 감자들은 늘 알감자 수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심은 지 2달이 채 되지 않은 기간이라 그런 것 같다. 7월 즈음 미처 캐내지 못한 감자들이 썩지 않고 되려 더 굵어져서 삶아 먹은 적이 있는데, 맛도 더 좋은 것 같다.


흐드러지게 잎들을 피워 올린 허브들을 활용한 작업들을 다양하게 할 수 있다. 허브의 생잎을 블렌딩해서 허브차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시기. 한 가지 허브 잎을 따서 즐길 수도 있지만, 교육농협동조합 교사 연수 때 홍동 풀무학교 오도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방법대로 허브들을 섞는다. 오레가노와 애플민트, 카라민사(나의 애틋한 허브)를 블렌딩해 주셨던 것 같다. 나는 내 밭에 있는 대로 바질을 베이스로 하고 레몬밤이나 레몬버베나, 오레가노나 민트를 살짝 곁들인(비율로 따지면 7:1:2 정도?) 시원한 허브차를 좋아한다. 동료들의 반응도 늘 좋다. 마시기 15~20분 전 시원한 물에 미리 허브 잎들을 투척해 놓으면 된다. 가장 최근에 돋은 작고 어린 잎으로 허브 얼음을 만들거나, 투명한 꼬마 주스병이나 요구르트 병 등에 민트류나 레몬밤 등을 물꽂이하여 뿌리내리게 하거나, 레몬버베나, 로즈마리, 오레가노처럼 줄기가 탄탄하고 물꽂이 뿌리내림이 까다로운 허브들은 흙 화분에 삽목하여(통풍이 되고 반그늘진 곳에 두고 마르지 않게 매일 물을 주면 2주 이내에 생기가 도는 1그루가 된다) 한 그루씩 만들기도 한다(교육농조합밴드 검색 추천!). 허브의 규모가 좀 있다면 스머지 스틱만들기도 좋다. 지난해 학년 전체가 하자니 양이 적어서 망주머니에 허브를 잘라 넣은 포푸리주머니를 만들었다. 동료들하고는 오레가노나 로즈마리 오일을 만들고, 토마토마리네이드를 만들어 즐겼다. 허브가 서양 풀이라는 것이 아쉽지만, 우리의 들풀을 즐기다가(4월~5월초) 이어서 허브까지 즐기면 풍성한 봄과 여름으로 이어지는 거다. 허브는 다루기가 쉽고, 확실하고 정확한 향이 있어 감각적이라 텃밭의 흥미를 한껏 돋운다.



▲모두들 인상쓰며 애플민트차를 마실 때, 우리반 상우가 “숲 속을 산책하는 기분이에요”라고 말해 준 덕분에 분위기가 살았음.

▲코로나19 상황이지만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모히또를 만들어 시음했다. 텃밭 허브 활용의 단골 메뉴.

▲여러 가지 허브 블렌딩에 수레국화를 띄우면 분위기가 또 다른 티타임이 된다.


 

 

계속 심을 수 있다


6월에는 콩을 심는다. 까치콩이나 쥐눈이콩과 같은 일반 콩들과 팥을 직파한다. 콩을 심으면 여름꽃과 가을꽃 사이에 콩 덩굴과 꽃들이 또 한번 텃밭을 채워 준다. 화려하진 않지만 제법 고상한 멋이 느껴지는 콩꽃 울타리는 여름 방학을 근사하게 채워 준다. 지난해에 방효신 조합원이 메주콩을 소개해 주어서 몇 알 심었는데(노원초 교장 김두림 선생님의 흰까치콩과 갓끈동부에 주력하느라 메주콩은 체험용으로만 서너그루 심었더랬다), 솜털이 가득한 메주콩 꼬투리를 보자마자 어렸을 적 외갓집 마당에서 콩대째로 구워 먹고, 가마솥에 쪄서 내어 주신 풋콩찜이 이 콩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세상에! 우리 조합원들 사이에 ‘아다마메’에 대한 로망이 있는데, 그게 아무래도 풋콩을 소금물에 짭짤하게 쪄낸 이것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 작년에는 조금만 심어서 아쉬웠는데 메주콩을 잔뜩 심어서 아이들과 풋콩 쪄먹기를 해 봐도 좋겠다. 방효신 조합원은 아이들과 메주띄우고 간장까지 만들었음! (교육농 밴드 참고)



▲ 6월에 싹을 틔워 심은 콩은 여름 방학을 푸르게 채우고 가을 밭을 멋지게 지킨다.

콩 벽. 흰까치콩 꽃, 메주콩 꽃, 까치콩 꼬투리, 메주콩 꼬투리.



올해는 토종콩 종자들을 얻을 수 있게 되어서 쥐눈이콩, 어금니동부, 나물콩, 오리알태, 제비콩, 호랑이콩, 검정강낭콩(유두콩), 검정팥, 부엉다리콩, 머루콩 모종을 내어 놓았다. 채종할 만큼은 나올텐데, 과연 아까워서 먹어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추천 – 흰/검은제비콩(울타리 벽을 만들면 근사하다. 스티치를 넣은 듯한 꼬투리가 새롭다), 붉은/검은팥(붉은 팥은 노란 꽃이 봄의 화사함을 선물한다), 메주콩(노란콩 - 풋콩 쪄 먹기!), 고구마도 심을 수 있다. 고구마 심기는 늦어도 6월 첫 주 전까지 심는다.

 

 

 

방충 방제


콩이라고는 강낭콩만 심어본 내가 지난해에는 흰/검은까치콩과 메주콩, 팥, 그리고 갓끈동부라는 녀석을 길러봤는데, 보통의 콩들이 달콤해서 진딧물들이 들러붙는 걸 봤지만 이렇게 어마무시하게 까만 진딧물이 붙어 있는 건 난생 처음 봤다. 콩 꼬투리가 내 팔보다도 길게 늘어져 자라는데다 시꺼멓게 진딧물이 들러붙고 개미까지 오르락거리니 애들은 징그럽대고 나는 끈적이는 그 꼬투리가 난감했다. 초기 방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다. 꽃이 피기도 전부터 벌레 쫓기를 했어야 했거늘. 아이들과 쉽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제약으로는 난각칼슘과 난황유, 식소다물이다. 직접 만들기도 쉽다. 어떤 방제약이건 1리터에 5~10ml 정도 넣어 희석해서 사용하는데, 예방차원보다 좀더 쎄게(?) 쓸 때는 50ml 정도 희석해서 뿌린다. 아이들과 함께할 때는 분무용 분사기에 넣어서 잎 뒤쪽에 뿌려 주는데, 혼자서는 일찍 출근하는 아침이나 건물 그늘이 지는 3시 이후에 물뿌리개에 섞어서 물 주듯이 뿌려 준다. 한낮(2시 전)에 진하게 뿌리면 잎이 타니 주의하자.


난각칼슘

잘 씻어서 말린 달걀 껍질을 잘게 부수어 식초에 넣고 부식시킨다. 식초에 달걀 껍질을 넣는 순간 끓어오르는 가스에 아이들이 환호한다! 1리터 병에 달걀 껍질 가루 1센티(양을 모르겠다. 검색에 의하면 100g 정도란다) 이하로 넣으면 된다. 주의 사항은 가스가 잦아질 때까지 2, 3일간은 뚜껑을 닫지 않는 것. 식초와 달걀 껍질이 반응하여 생성된 가스가 병을 폭발시킨다. 달걀 껍질을 잘게 부수는 것이 관건인데, 큰 절구에 담아 직접 가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 일단 큰 절구와 절구공이가 있어야 하고, 아이들을 3분 이내로 순서를 바꾸어 가며 갈도록 해야 참 재미있는 일로 마무리할 수 있다. 바쁘니까 작은 믹서기로 갈기도 하는데, 갈리면서 발생하는 열로 묘한 냄새가 난다. 상당히 미세한 가루도 날리니 주의한다. 아이들에게 잘 씻어 말린 달걀 껍질을 엿이랑 바꿔 준다고 하면 참 많이 모이니, 식초에 담그고도 남는 달걀 껍질가루는 텃밭에 직접 뿌려 준다. 가을 배추 1라운드(9월 한 달)에 대단히 유용하게 쓰이니 미리미리 대량으로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마요네즈 난황유

주로 허브, 바질에 뿌리는 용으로 이용해 봤는데, 달걀노른자와 식용유로 만드는 난황유는 번거로워서 해 보지 않았다. 물 1리터에 마요네즈 1~2숟가락을 넣어 잘 섞이도록 흔든다. 스프레이통에 넣고 곧바로 쓸 수 있는데, 마요네즈가 상할 수도 있어서 장기 보관은 어렵고 장시간 안 쓰면 스프레이 노즐이 막히는지, 시원찮다. 하지만 수시로 뿌려 주면 진딧물이 붙지 않게 하는 데는 최고다.


식소다물

물 1리터에 베이킹소다 5g을 섞어서 뿌려 준다. 지난해 호박과 참외 흰가루병에 좋다고 해서 만들어서 뿌려 보았는데, 부지런을 떨지않아 효과는 모르겠지만, 검색 후기로는 상당히 좋다고 한다.




▲방제약을 희석해서 뿌릴 때 물 뿌리개를 사용하지만 저학년용으로는 자동 분무기가 엽면시비용으로 알맞다.

 

 ▲난각칼슘은 급격히 반응해서 가스가 대량 발생한다. 사각형 물병이 가스 팽창으로 둥글둥글해졌다.

▲우리 집은 매일 5개씩 달걀을 먹는다며 학년이 끝날 때까지 달걀 껍질을 가져오는 친구가 있었다.


 


풀매기


작년 나는 참 야심차게 풀 멀칭을 다짐했다. 대략 80여 평에 가까운 밭의 풀들을 수시로 잘라 덮어 주리라 마음먹고, 학교 주무관님들께도 내가 다 알아서 하겠노라고 선언했다. 우리 반 아이들과 밭일을 나갈 때마다 가위를 하나씩 들리고 잘라 내는 일도 매주 했다. 6월 중순까지는 참 자신만만했다. 왕겨도 수시로 덮어 주었고 사이사이 나오는 풀들이 자라는 속도를 따라잡고 있었다(고 착각했다).



▲텃밭 일을 좋아하지 않는데, 풀을 자르는 일은 은근히 힐링이 된다고 말한 녀석. 졸업후에도 매달 오고 있음



적절히 뜨거운 여름, 비가 내리면 작물이 자라는 속도보다 빠른 바랭이, 방동사니, 둑새풀은 하루만에 10센티씩은 자라는 것 같다. 3일에 한 번 풀을 매주다가 한 번 놓치니 두둑과 고랑의 구분이 사라지더니, 일주일을 넘기고 열흘 만에 마주한 밭은 그들이 모두 점령을 해 버렸다. 하루는 마음먹고 3시간 꼬박 낫질을 했는데, 3미터 짜리 두둑 두세 곳의 풀만 잡을 수 있었다. 그나마도 2~3일 뒤(허리통증이 가라앉은 후), 나머지 두둑의 풀을 잡으려고 나갔을 때는 망연자실! 한다고 하는데 결국 내가 졌다. 겸손하지 못했다. 매일 낫질을 했다면 괜찮았을까, 하는 미련이 남아 있지만. 결국 허벅다리 높이만큼 자란 풀들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여름방학이 한참 진행된 8월초 보다 못한 주무관님이 나 몰래 예초기로 다 밀어버리셨다. 늦게까지 두어서 꽃이 피고 씨앗들이 맺힌 풀들을 날리며 자른 통에 온갖 풀씨앗들이 죄다 날렸다. 그래서 올해가 더 두렵다.


[but 교육농 질문해 보기]

소위 ‘잡초’라고 하는 녀석들은 대부분 토양의 건강을 알려주는 지표인 동시에 거친 땅을 경운하고 단단한 땅을 부드럽게 만져 주는 기특한 녀석들이다. 우리가 돌보지 않아도 척박한 땅에 씩씩하게 뿌리내리고 탄소를 잡아 가두는 기후 위기의 파수꾼이다. 게다가 5월 초까지 대부분의 풀들은 나물, 김치, 페스토, 장아찌, 피클 등의 요리로 활용할 수 있고 약성도 좋다.


개망초

토양의 입장에서 보면 개망초는 뿌리가 깊이 내릴수록 (지상 위에서는 갈대처럼 자란다면 뿌리도 그만큼 깊다) 표토층의 지기를 높여준다. 땅 속 깊은 곳의 철분, 칼슘, 인과 같은 영양소를 끌어올려준다. 억세고 질긴 망초와는 다르다.


벼룩나물, 쇠별꽃

벼룩나물, 쇠별꽃은 밭의 지기가 좋아지면 등장하는 풀로, 수분 함량 등이 균형 잡혀 있다는 지표가 된다. 밭 상태가 안 좋은 밭에서는 볼 수가 없는 풀이다.


쇠뜨기

거친 산성토양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 토양을 개선해 주는 쇠뜨기(잎이 알칼리성이어서 그 자리에서 시들며 흙을 중화시켜 준다)는 규산, 철분, 칼슘 함량이 높아 약용으로, 퇴비나 액비로 활용된다.


바랭이

내 애증의 풀 바랭이는 영양분이 없고 메마른 흙에서 자란다. 한마디로 땅의 지기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잘 키워서(?) 멀칭용으로 활용하면 영양을 흙으로 다시 되돌려 준다.


토끼풀/헤어리베치/자운영

낮은 키로 맨흙을 덮어서 보호하고 질소를 공급해 준다. 꽃이 피면 짧게 잘라 그대로 덮어 퇴비화를 시킨다.








 

▲3일에 한 번씩 풀을 베어서 두둑에 얹어주던 치열한 현장!


 

대부분의 풀들은 뽑지 않고 줄기를 땅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을 잘라 그 자리에 덮어 준다. 내가 원하지 않는 풀일지라도 뿌리는 미생물들의 서식지다. 뿌리째 뽑아내는 순간, 뿌리 근처의 미생물들이 몰살된다. 토양이 척박해지고 단단해지기를 원하면 뿌리째 뽑으면 된다. 반대로 뿌리를 남겨 두면, 뿌리 근처의 미생물들은 뿌리가 퇴화되고 삭기 전까지 다른 뿌리를 찾아 생존할 수 있다. 미생물의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다. 바랭이처럼 벼과의 풀들은 땅속으로 가위나 낫을 집어넣는다고 생각하고 깊은 곳에서 잘라주어야 생장점이 제거되거나, 다시 나오더라도 시간이 최대한 지연된다.

 

 

웃거름


6월은 작물들이 힘껏 자라는 시기라고 했다. 바꿔 말하면 영양분이 많이 필요한 시기다. 보통 축분이 들어간 퇴비를 초봄에 밑거름으로 넣어주었을 테지만, 열매 작물들을 키울 때는 웃거름에 신경을 써 주는 것이 좋다. 아이들과의 텃밭활동으로 달걀 껍질을 갈아서 한 주먹씩 올려 준다거나 시판하는 지렁이분변토 퇴비(냄새가 없고 질감이 좋아서 맨 손으로 웃거름 주기 활동에 사용한다)를 얹어 주기도 한다. 손쉽고 폼이 나는 작업이다. 지난해에는 조합원 김진숙 선생님이 2년 전 해외로 가면서 넘겨주신 액비를 희석해서 뿌려 주었다. 냄새가 엄청 강해서 아직도 그 향이 코끝에 묻어 있는 듯 생생히 기억할 수 있다고 졸업한 우리 반 녀석이 그랬다. 사실, 차에 흘린 액비 냄새가 한 달 가까이 남아 몹시 괴로웠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각오해야 할 향을 품고 있어서 감히 만들기는 조심스럽다. 


[but 교육농 질문해 보기]

우리가 이렇게 토양에 인위적으로 거름을 얹어 주는 방법은 토양이나 지하수, 강과 하천을 오염시킨다. 우리가 작물을 위해 투입하는 토양 영양분은 N, P, K(질소 인 칼륨)과 미량원소들이다. 이 성분들은 대부분 암석으로부터 유래된다. ‘바위돌 깨뜨려 돌덩이, 돌덩이 깨뜨려 돌멩이, 돌멩이 깨뜨려 자갈돌, 자갈돌 깨뜨려 모래알이 된’다. 식물의 뿌리는 약산과 효소를 분비해서 암석이나 흙 속의 유효 성분을 화학적으로 녹이고 변환시켜 흡수한다. 각종 거름을 물에 녹여 주면 잘 흡수가 된다고 하는데, 그 말의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물에 녹여 주면 화학적 과정이 줄어들긴 하지만 작물의 뿌리는 먹을 만큼만 먹는다. 이 말은 먹고 남는 양은 버려진다는 것이다. 뿌리가 마시기 좋게 국물로 제공한 토양 영양분은 흙 속에 길게 머물지 못하고, 비에 씻겨 나간다. 제아무리 좋은 비타민을 먹는다해도 우리 몸에 흡수되는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학 비료, 퇴비는 10%정도만 이용되고 미처 흡수되지 못한 질소는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강과 하천에 흘러가 부영양화를 발생시킨다.


대표적으로 자연상태에서 합성하기 어려운 질소는 세포의 기능과 성장에 큰 역할을 하는 영양소인데, 질소가 가득한 토양에서 자란 작물은 쉽게 무른다. 마트에서 산 상추는 며칠을 못가는데, 텃밭의 상추는 열흘이 넘도록 생생하더라는 동료들의 감탄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한 눈에 보기에 건강해 보이는 무성한 잎을 단 초록 작물 줄기가 어느 날 쓰러지고, 잘 달려 있던 꽃이나 열매가 녹듯이 사그러들거나 뚝뚝 떨어진다. 분명 짙은 초록빛으로 건강해보이는데, 온갖 벌레들이 득세한다. 작물에 남은 잉여 질소를 얻기 위해서다. 반대로 질소는 토양의 수분을 날려 버려서 토양속 염분이 높아진다. 이로 인해 잎 끝이 누렇게 마르고 시든다. 질소는 마그네슘의 흡수를 돕지만, 구리, 칼륨, 붕소가 채워지지 못한다. 우리의 삶과 생태계가 그렇듯, 한 가지 영양분이 많거나 적은 문제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영향을 끼친다.


비단 질소 뿐만 아니라 많은 영양소들은 유기물에 묶여 흙 속에 머무르다가 작물의 뿌리가 마시고 싶을 때 꺼내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등장하는 주인공은 바로 미생물이다. 흙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은 바로 미생물을 키우는 일이고, 미생물에게 밥을 주는 일이다.

 

지렁이를 키운다

왕겨와 짚, 낙엽 등으로 두둑을 최대한 두껍게 덮어 준다. 지렁이들이 절로(?) 모인다. 더 적극적으로는 지렁이들의 먹이가 되는 채소들의 껍질을 모아 넣어 주는 지렁이 아파트를 텃밭에 설치한다. 깨진 항아리나 화분을 두둑에 묻고 그 안에 요리 전 처리된 채소나 과일 껍질을 채워 주는 것이다. 물론 음식물의 위는 탄소질, 왕겨나 짚, 톱밥 등으로 덮어 가려 주고 뚜껑을 덮어둔다. 그러면 항아리 속의 음식들을 먹기 위해 지렁이들이 오가고 지렁이들이 다니는 길마다 흙은 부드럽고 촉촉하며 분변토가 가득한 최고의 흙이 되는 것이다.



▲ 장독을 사기도 그렇고, 내 밭도 아니어서 눈치만 보다가 코로나19로 밭을 장악한 터에 이웃 골목 주택 재개발로 버려진 장독을 구했다. 

그 덕에 가장 거칠고 건조한 두둑에 설치한 지렁이 아파트. 내가 학교를 이동하게 되면 도로 파내어야 할 것이다.



커피박

커피 찌꺼기를 톱밥을 넣어 부식시킨다. 이때 미생물을 투입해 주면 좋은데, EM효소나 용기에 남은 요거트를 헹궈 병에 담아 두었다가 넣어 주기도 한다. 커피 가루에 수분만 보충해 주고 열흘에 한 번 섞어 공기와 접촉시키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커피를 손으로 꾹 쥐었을 때 형태가 유지되는 정도의 수분을 넣어 주어야 한다. 이따금 뚜껑을 열어 보면 곰팡이 같은 것이 발견되는데, 그것이 미생물이다. 50~70도 사이의 열이 나다가 더 이상 열이 나지 않으면 위 아래를 뒤섞어 미생물들의 호흡을 돕는다. 발열 - 멈춤 - 섞어 주기를 서너 번 반복하면 발효 과정이 끝난다. (대개 30일~45일 사이) 좀더 부숙 시간을 거쳐 쓰거나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 잘 부숙된 커피박 퇴비는 커피향을 품은 기분 좋은 흙냄새가 난다. 향이나 질감에 거부감이 없어서 추천한다.


EM효소

쌀뜨물 2L에 설탕1~2숟가락과 EM효소 1g를 넣어 삭힌다. 발효 과정에서 가스가 상당히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첫 일주일간은 뚜껑을 살짝 열어둔다. 깜빡하고 꽉 닫아 둔 뚜껑을 다음 날 열다가 터지듯 튀어나온 뚜껑에 손바닥이 멍이 든 적이 있는데, 하루를 더 늦게 깜빡했다면 페트병이 터져 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탄산음료수 페트병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잘 발효되면 구수한 막걸리 향 속에 와인향까지 대단히 향기롭다. 미생물이 활성화되어 탈취에 엄청난 역할을 한다. 작물에는 20배 희석액을 수시로 흙에 뿌려 준다.




▲향긋한 EM효소와 요거트 헹궈서 상온 방치(발효)액

 

▲전처리 채소, 과일을 햇볕에 말려서 흙과 함께 섞어 주는 퇴비화 도전. 

다양한 색의 곰팡이까지는 마주할 만했는데, 무수한 벌레는 소화하지 못했음



음식물 쓰레기 퇴비

이 퇴비는 국사봉중 교장 박진교 조합원의 경험이 귀하다. 교육농 연수 때 직접 제조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듣고 보았는데, 감히 시도하지 못했다. 음식물 쓰레기가 퇴비화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침출수와 냄새를 마주하기 거북한 것이 그 이유였다. 어떻게 하면 한가득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방법을 아이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 고민만 하다가 이번 봄, 서울환경운동연합의 캠페인에 동참하며 시도해 보았다. 스티로폼 상자에 채소와 과일 껍질 위주의 전처리 음식물 쓰레기를 잘 말려서 흙, EM효소나 요구르트 희석액과 함께 섞는 방식으로 시도해 보았는데, 보름만에 뒤집어 주기를 놓치고 다채로운 색깔의 곰팡이와 알 수 없는 벌레들이 등장해서 약을 뿌리고 텃밭 햇볕에 내어놓는 것으로 끝났다.



▲ 박진교 선생님의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사례 나눔(2021).

교내의 전처리 음식물 쓰레기를 삭히는 과정에 나오는 침출수가 발효되면 매우 향긋해지는데, 직접 맡아 본 바로 놀라울 정도다.

침출수는 액비로 활용. 사진은 삼정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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