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농] 거두고, 말리고, 묶어요 (방효신)

202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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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학교 텃밭, 10월


거두고, 말리고, 묶어요

- 1년 텃밭에서 2년 농사로! 


방효신 서울 세검정초



가을빛이 완연하고 뭐든 수확하는 10월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니 해가 뜨고 나서 물을 줍니다. 수도꼭지를 틀면 차가운 물부터 나오기에 30초 정도 틀어놓았다가 그다음 물줄기부터 이용합니다. 가을을 부르는 찬비가 종종 내리기 때문에 물주는 횟수는 줄어들 것입니다. 수확 날짜가 가까워 오면 물을 주지 않아도 됩니다.


세검정초에는 하우스가 있어서 고구마를 큐어링 할 수 있었습니다.  고구마는 하우스 안 틀밭 흙 위에 펼쳐놓고 포대를 덮었습니다. 2~3일 말리는데 10시쯤 포대를 열어놓고 4, 5시에 다시 덮기를 반복합니다. 춥지 않은 곳에 보관하고 한 달 후숙해서 먹어야 물기가 적고 단맛이 납니다.  고구마 수확량이 많으면 예쁘고 큰 것은 종자용으로, 가늘고 긴 것은 말랭이용으로 선별합니다. 고구마밭에는 녹비용으로 밀씨를 뿌려 둡니다.


아이들과 11월에 메주를 만들려면 비를 맞지 않은 볏짚이 필요하므로 홀태로 벼를 털고 나면 볏짚을 한 아름씩 묶어서 하우스 안에 세워 놓았습니다. 벼베기를 하고 나면 가을을 부르는 비가 주말에 오는 경우가 많아 서둘러야 합니다. 나머지 볏단은 이듬해 생강이나 토란을 심고 반그늘을 만들기 위해 벼를 베고 난 상자 논흙 위에 쌓고 방수천으로 덮었습니다. (아래는 2021년 10월 세검정초 텃밭 농사달력)




 

▲약호박을 수확하는 대로 잭오랜턴을 만듭니다. 호박 안을 숟가락으로 팔 때 물컹한 속을 처음 만져 보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볏짚은 이래저래 쓰일 일이 많습니다. 볏짚 상태가 좋은 것을 가져오기 위해 다른 집 논에 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농사를 잘 지어야 볏짚도 쓸만한 것이 나옵니다. 10월 말에 마늘을 심고 난 뒤 비가 한 번 오고 나면 볏단을 풀어서 1단씩 위아래 엇갈리게 쌓습니다.



▲ 10월 중순 덜 익은 벼도 마저 정리했습니다. 상강이 지나면 추워져서 손보기 어렵습니다. 

홀태로 벼를 훑던 성윤이는 작년 11월에 뿌린 귀리가 올해 자랐는데 없애고 다른 학년에서 꽃을 심었다며 소식을 전했어요.



생강이나 토란을 캘 때, 아이들이 색다른 경험이라고 느낀 듯합니다. 생강은 4월 중순 그늘지고 물을 일부러 주지 않아도 되는 밭에 뉘여서 심고 볏짚을 덮어 두었습니다. 잘되면 20배쯤 불어나지만 토종은 1+1쯤 됩니다. 원래 심은 종강은 생강차를 만들고, 불어난 생강은 요리에 씁니다. 생강 줄기로 채소 효소를 만들기도 합니다. 10도 이하에는 얼기 때문에 보관에 유의하고 자루에 담아서 입구를 열어 둡니다. 생강잎과 줄기에도 생강향이 가득하고 대나무잎처럼 생겨서 몇 번을 쳐다보았습니다.


 

▲ 장갑을 끼고 토란뿌리에서 토란을 떼어냅니다. 생토란대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꽤 많아서 아이도 꼭 장갑을 끼도록 했어요.


토란은 큰 포크 모양 농기구로 찍어서 바로 옆 땅을 흔듭니다. 줄기를 잘라서 채반에 말려 학생 몇 명이 가져갔고, 아래 토란은 뜯어서 포대에 담았다가 가져갔습니다. 알밤 큰 것 정도의 크기는 종자용으로 남겨두었다가 이듬해에 또 심습니다. 토란대는 덜 마른 상태를 깨끗이 씻은 뒤, 위아래 잘린 부분에서 껍질을 아래로 내려 벗깁니다. 세로 방향으로 길게 잘라서 손가락 굵기 정도의 너비가 되게 만들어 낮에 적절히 말립니다. 밤에는 이슬이 내리므로 교실 안에 들여다 놓았습니다.



 

▲ 달맞이꽃이나 유홍초 씨앗도 채취합니다. 약호박 줄기를 정리하다 암꽃, 수꽃, 열매가 연달아 보이길래 

교실에 가져와서 아이들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밭 정리


고구마순을 다듬고 삶아서 채반에 고루 펴서 넙니다. 냄비에 물을 가득 넣고 끓이면서 고구마순이 살짝 아삭하면서 물렀다 싶은 느낌일 때 건져서 체에 받쳐 놓았다가 밖에서 말립니다.


찬바람 맞은 시금치가 맛있습니다. 내년 봄에 시금치를 맛보고 싶다면 10월에 수확하고 난 뒤의 빈 땅에 심어둡니다. 뾰족한 시금치씨앗을 하룻저녁 미지근한 물에 담갔다가 낮에 줄뿌림합니다.


10월 말에 양파 모종을 노지에 심습니다. 하우스가 있다면 씨앗으로 키워놓은 양파 모종이 볼펜 사이즈보다 가는 굵기가 되었을 때 호미를 깊이 넣어서 캔 다음, 마르기 전에 바로 본밭에 심습니다. 골을 내고 핸드폰 세로 길이 만큼 간격으로 뉘여 놓은 뒤 흙을 덮습니다. 며칠 뒤에 알아서 양파 모종이 섭니다. 햇빛을 많이 받는 방향을 고려해서 남동쪽으로 뿌리가 가게 심습니다.


토란대나 고구마순이 적절히 마르면 양파망에 넣어서 보관합니다. 저는 작년 11월 초에 토란과 고구마를 정리했습니다.


농사를 지으며 나오는 쓰레기들이 꽤 됩니다. 밭에 이물질이 남지 않게 자주 정리합니다.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다시 밭에 돌려줄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지요) 11월에는 낮에 일할 시간이 줄어듭니다. 아이들이 가고 난 뒤 늦은 오후에 작업하려면 춥고, 땅이 얼면 지주대를 뽑기 어렵습니다. 10월부터 밭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학교 내 낙엽이 떨어지면 주무관님이 매일 아침 포대에 담아 버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리 텃밭 구석으로 옮겨달라고 했습니다. 11월에 텃밭을 맨 얼굴로 두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아이들과 할 일


다양하게 심은 작물을 직접 수확하고 정리합니다. 배추가 ‘쑤욱’ 뽑혔다고 좋아했던 아이가 생각납니다. 뿌리 속 열매를 흙을 털어서 확인하고, 먹기 직전까지 씻지 않는다고 말해 줍니다.


양파 모종이나 마늘을 심으면 겨울 방학과 내년 2월에도 텃밭 갈 일이 생깁니다.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도요. 저는 올해 학교를 옮겼는데 세검정초 아이들이 작년 10, 11월에 파종한 작물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지금까지 연락이 옵니다.




➊ 큐어링 curing. 상처를 치유한다는 뜻이다. 고구마의 경우 수확 직후 고온(32℃ 정도)과 고습(90% 상대습도)에 3~4일간 보관한 후에 저장한다. 이것이 큐어링인데 큐어링을 하면 수확 시의 상처, 병해충에 의한 상처가 잘 아물어 저장력을 크게 높인다. [출처: 약과 먹거리로 쓰이는 우리나라 자원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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