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1개, 23조각의 마술
- 서울금나래초등학교 1학년 수업
김이은 서울금나래초
| 이 수업 사례는 2023년 서울지부 참실 발표를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 편집자 주
2017년 3월 1일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에 개교한 서울금나래초등학교는 대단지 고층 아파트 단지 내에 있다. 학교 정원에 다양한 나무와 화초들이 자라고 있고, 학생들이 직접 식물을 기를 수 있는 야외 공간이 여러 형태로 마련되어 있다. 노지 텃밭, 나무로 제작한 베드 텃밭, 플라스틱 화분 등이 그것인데, 이 공간들은 학기 초에 희망하는 학년에서 나누어 갖는다. 1학년도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 모습을 소재로 다양한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8개 학급이 사용할 텃밭과 화분 등을 마련하였다.
금나래초는 금천구 선호학교로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고 학생 수는 약 1천 여명인 대규모 학교입니다. 그에 비해 학교 운동장은 작고, 학교 근처에 있는 금나래 중앙 공원은 서울시립서서울미술관 건립으로 공사 중입니다.
생생한 배움 장소
1학년 학생들은 어리기 때문에 작물을 직접 재배하기보다는 고학년 학생들이 가꾸는 학교 텃밭을 관찰만 하여도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1학년 학생들과 텃밭 작업을 해 보면 학생들은 활동을 잘 수행할 뿐만 아니라 배움과 성장의 효과가 아주 큰 것을 볼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은 발달 단계의 특성상 구체물을 통한 학습, 직접 조작 활동 등을 통한 학습이 효과적이다. 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보는 텃밭 활동은 아주 생생한 배움의 현장이다.
- 수시로 흙과 식물을 직접 만지고 접하며 오감이 자극받는다.
- 내가 직접 키우는 식물이 변화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생명에 대한 보호자로서 책임감과 애착도 갖는다.
- 텃밭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동식물을 발견하며 생명의 다양성을 깨닫고 생명에 대한 존중감을 가지게 된다.
- 친구들과 함께 수확하고 나누는 과정을 통한 공동체성을 기른다.
-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다채로운 텃밭의 모습에 관심을 갖고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동학년 교사 동아리 장점
담임 교사가 학급 학생들과 작물을 기르고 수확하는 과정에 참여한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수업이 이루어질 것 같았다. 학년 초에 동학년 동료들에게 학교 텃밭 활동을 하는 교사 동아리 활동을 제안, 1학년 8개 학급 모든 담임 교사들이 함께했다. 서로의 농사, 작물에 대한 경험이나 이해도 및 선호도 등을 공유하며 1년 농사의 큰 그림을 그렸다. 함께 학교 텃밭을 디자인하고 활동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동료들의 관심도 자발성도 높아졌다. 동료들은 1년간 학교 텃밭 활동을 하는 데 서로가 서로의 든든한 지원군. 특히 동학년이 같이 텃밭 동아리를 하면 함께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적용하게 돼 즉각적인 교육 활동의 실현과 피드백 등이 이뤄진다.
교사도 배운다
교사들은 농작물의 성장과 수확을 처음 경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로 도시 소비자로 생활하기 때문이다. 학교 텃밭 활동을 통해서 직접 길러낸 작물의 형태나 맛이 시중에서 사 먹는 식재료와 어떻게 다른지 차이점을 알게 된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서로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비닐 멀칭이 아닌 신문지나 풀로 멀칭하고, 농약이나 제초제 대신 천연 발효액 등을 직접 만들어 쓰고, 텃밭에 모여드는 다양한 곤충, 지렁이와 땅벌레들을 발견하며 생태 환경에 대한 인식도 넓힐 수 있었다.
(농사 경험이 없어도 대개 밭이 비닐로 덮인 것은 보게 된다. 작물 외에 다른 풀을 자라지 못하게 한다고 비닐을 덮는다. 그러나 비닐은 풀만 못 자라게 하지 않는다. 다른 많은 생명들도 죽인다. 그래서 흙은 점점 생명력을 잃는다. 그 흙에서는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니 화학비료를 자꾸 쓰게 된다. 비료는 작물만 키우지 않는다. 땅과 물을 오염시킨다. 악순환이다. 학교 텃밭은 교육 장소로서 기존 방식을 다시 들여다보고 고려할 사안들이 많다.)
동료교사들과 학급 아이들과 1년간 지속한 학교 텃밭에서의 교육 활동들을 통해 신체적, 정서적, 교육적, 사회적, 생태적, 심미적 가치들을 나누며 활동의 주체로서 교사 역할의 중요성을 느꼈다.
생태 활동을 담은 국어, 수학, 통합 교육과정 재구성
국어, 수학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주기집중수업을 하였고 통합 수업은 계절에 따른 수업이라 함께 진행하기가 용이하였다.
국어는 한글 공부에, 수학은 수 세기와 길이 비교에 계절의 어울리는 작물의 열매나 잎 등을 활용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 통합 수업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텃밭의 동, 식물의 변화를 관찰하며 자연스럽게 수업이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국어 수업의 예를 들면, 한글 자음을 배울 때 학교 텃밭에 있는 작물들을 주요 소재로 이야기를 창작하여 단위 수업을 구성하였다. 수업을 시작하며 주인공이 텃밭을 여행하다 ‘감자’를 발견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ㄱ 소리를 연습하고, ㄱ 낱말을 알아본 후, 그 낱말들을 넣어 문장 만들기까지 도전해 본다. 이때 통합 계절 수업과 관련하여 씨감자를 관찰하고, 텃밭에 심고 가꾸며 싹이 나고 감자꽃이 피고 감자를 수확하는 과정을 함께할 수 있다. 학생들은 수확한 감자를 만져보고, 냄새 맡고, 맛보는 체험을 한다. 동시에 씨감자나 감자꽃 등 관련 노래도 배우고, 신체 움직임 표현도 하게 된다.
○ 학교 텃밭 수업을 활용한 국어 수업 재구성의 예 |
6월 국어 자음(닿소리) 주기집중 수업 차시별 계획 |
차시 | 주제 | 소재 | 소리의 느낌과 느낌을 살린 낱말 | 여름과 통합 |
01 | 자음 원리 | 조음 방법에 따른 자음의 모습 | | |
02 | ㄱ, ㄲ | 감자 | 곧게 내려오는 느낌 - 곧장, 직선, 죽죽, 박박, 벅벅 | 감자 관찰, 맛보기 노래와 율동 |
03 | ㅋ | 콩 | 커지는 느낌 - 크다, 키우다, 큼직큼직, 쿨쿨 | 콩 관찰 콩 가족 그리기 |
04 | ㄴ | 나무 | 가라앉고 나오는 느낌 - 나타나다, 나오다, 나풀나풀 | 나무의 특징, 노래 |
05 | ㄷ, ㄸ | 더위 | 어떤 것을 벗어나거나 닫아두는 느낌 - 닫다, 담다, 다독거리다, 달리다 | 여름 날씨 |
06 | ㅌ | 텃밭 | 터져나가는 느낌 - 터지다, 툭, 튀다, 튀김 | 학교 텃밭 |
07 | ㄹ | 레몬 | 흔들거리고 구르는 느낌 - 놀다, 날다, 흔들라, 살랑살랑 | 레몬 관찰, 맛보기 |
08 | ㅁ | 매실 | 모아지고 안에 담는 느낌 - 마음, 몸, 모으다, 뭉치다, 몽글몽글 | 매실 담기, 건강 |
09 | ㅂ, ㅃ | 비 | 밖으로 뻗는 느낌 - 불, 번지다, 밝다, 빛나다, 밝다 | 빗방울 전주곡 듣고 표현하기 |
10 | ㅍ | 파프리카 | 피어나고 퍼지는 느낌 - 피다, 펴다, 퍼지다, 펄럭펄럭 | 파프리카 찍기 |
11 | ㅅ, ㅆ | 수박 | 생명력 있고 솟는 느낌 - 사람, 산, 솟대, 살다, 싱싱하다 | 여름 놀이 |
12 | ㅈ. ㅉ | 지렁이 | 가라앉고 작아지는 느낌 - 저녁, 잠, 작다, 졸졸졸 | 관찰하기, 그리기 |
13 | ㅊ | 참외 | 넘치거나 차오는 느낌 - 출렁출렁, 차다, 철썩철썩 | 참외 관찰, 맛보기 |
14 | ㅇ | 오이 | 오므리고 작고 귀여운 느낌 - 오므리다, 아기, 송알송알, 강아지 | 오이 관찰, 놀이 |
15 | ㅎ | 해 | 어떤 감정이든 툭 튀어나는 느낌 - 환하다, 해, 하하하, 허허허 | 해바라기 관찰 |
16 | 마무리 | ㄱ∼ㅎ 이 있는 아름다운 글자 찾기 | | |
○ 창체 수업 시간을 활용한 산책과 작물 재배 |
시기 | 활동 |
3월 | - 씨감자 심기 - 완두콩 씨앗 심기 |
4월 | - 해바라기, 봉숭아, 분꽃 씨앗 심기 - 상추, 깨 씨앗 뿌리기 |
5월 | - 가지, 방울토마토, 고추, 파프리카, 오이 모종 심기, 지주대 세우기 - 메리골드, 바질 모종 심기 - 수박, 참외 모종 심기, 볏단으로 밭 멀칭하기 - 감자 북주기 - 상추 수확하기 |
6월 | - 하지 감자 캐기, 감자 쪄 먹기 -고 구마 순 심기 |
7월 | - 가지, 방울토마토, 고추, 파프리카, 오이 수확하기 - 바질 수확하여 페스토 맛보기 |
8월 | - 무 씨앗 뿌리기 - 봉숭아 꽃물 들이기 - 수박, 참외 수확하기 |
9월 | - 무, 배추, 갓 모종 심기 |
10월 | - 고구마 순 따기, 고구마 순 맛보기, 고구마 목걸이와 팔찌 만들기 - 고구마 캐기, 삶아 먹기 - 해바라기 씨앗 수확하여 수 세기, 씨앗 맛보기 - 분꽃 씨앗 수확하여 놀이하기 |
11월 | - 무, 배추 뽑기 - 시금치, 냉이 씨 뿌리기 - 왕겨로 밭 멀칭하기 |
3월 | - 시금치, 냉이 수확하기 |

특별한 날짜에 특별한 장소에 가는 것도 좋지만 같은 장소를 매일매일 가는 것도
되게 의미 있더라고요.
1학년은 밥을 먹고 같이 선생님하고 움직일 수 있잖아요. 이게 큰 장점이더라고요. 밥 먹고 학교를 한 10여 분 돌아요. 학교가 작아서 도는 장소가 맨날 그 장소지요. 그런데 식물들은 계속 바뀌어요.
급식실에서 나오자마자 있는 게 배롱나무거든요. - 학교 나무라는 건 나중에 알았지요. - 근데 이게 간지럼 나무라고 간지럽히잖아요. 봄에 간지럽히면 이렇게 흔들흔들하다가 나중에는 막 잎이 달리고 꽃이 달리고! 이런 모습을 매일 급식실에서 나오면서 보는 장면입니다.
반대쪽 벽에 이렇게 덩쿨식물이 많아요. 능소화도 있고 포도, 장미, 머루, 박태기 등이 있어요. 그러면 계절마다 열리는 게 다르잖아요. 그러면 저희가 머루 같은 거 하나씩 따먹어요, 그 자리에서. 학생들이 급식에서 주는 건 버리는데 이렇게 따서 주는 건 어떻게든 먹으려고 해요. 되게 그거를 소중하게 생각해요.

같은 작물을 작은 플라스틱 화분과 조금 더 크고 깊은 나무로 만든 베드텃밭과 노지 텃밭에 각각 심어 봤어요. 물론 흙의 성분이나 해 드는 위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과는 천지 차이였어요.
저희는 수확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아이들한테는 과정을 보이는 것이 의미가 있어요. 텃밭과 그 둘레는 아이들에게는 다 놀이 공간이 돼요. 생태 공부하면서 놀기도 하면서 들어오는 거예요.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매일매일 하거든요.
참 신기한 게 애들이 저와 함께 산책하다가 저를 안 따라올 때는 무엇을 발견했을까요? 곤충이에요.
6월경 개미의 짝짓기 시기가 되면 미리 아이들에게 목에 루페를 매달고 나가게 하기도 해요. 루페는 교실에 놓고 그냥 언제든지 쓸 수 있게 했어요.
지렁이나 죽은 꿀벌 등이 보이면 주변에 모여 떠나질 못해요. 또 한여름이 되면 죽은 매미나 매미 껍질이 보이죠. 이럴 때 또 애들이 여기 붙어서 난리가 나고요.

학교 정원에서 볼 수 있는 나무 중 블루베리, 오디, 보리수, 골드 키위, 매실, 대추, 감, 사과, 배 등의 열매를 맺는 과일 나무도 있어요.
노지 텃밭의 한 두둑에는 딸기가 지금 7년째 자생하고 있어요. 딸기가 달릴 때마다 1학년 전체 200여 명의 아이들이 조금씩 따서 먹었어요. 아이들이 다 먹고 싶잖아요. 익은 딸기를 하루에 몇 명만 나눠 먹게 잘라 주고, 딸기가 또 익으며 다음 날, 그 다음다음 날까지 해서 다 맛보게 해요.
이렇게 원하는 사람이 모두 함께 나눠 먹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까 제가 가을에 사과 한 알, 대추 한 알을 따서 이걸 어떻게 나눠먹지 고민하며 “요만한 사과 한 알, 대추 한 알을 얻었는데 이거 어떡하지?” 그랬더니 “선생님 23조각 내세요” 이러는 거예요.

평소 절기에 맞춰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생태 관련 이야기책도 다양한데요.
할미꽃 필 때는 할미꽃 이야기 들려줘요. 그러면 아이들이 야생화 화단을 지나가다 할미꽃을 발견하며 그냥 지나가지 않아요.
“할머니 수고하세요” 등의 위로해주는 말을 하고 지나가요.
1학년들은 정말 확 받아들여요. 수선화 필 때 또 수선화 얘기 듣고 가면
“수선화야 고개 들어” 말하고 지나가기도 해요.

수확을 하고 나면 각 반에서 수확한 수확물들을 연구실에 다 모아요.
모아서 배분해요. 심은 씨앗이 조금 다르거나 텃밭의 위치로 인한 일조량 의 차이 등으로 수확의 결과가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가 있어 일단은 모두 모아 구경도 하고 학급별로 골고루 배분을 해요.
그래서 이렇게 다양한 감자를 아이들이 맛을 봐요.
많이 줄 필요는 없어요. 조금 먹으면 되게 맛있잖아요. 마트 시식 코너처럼! 배불리 먹으면 급식을 잘 안으려고 해서도 조금씩 먹게 합니다.
먹고 나면 어떤 맛이 났는지, 어떤 느낌이 드는지 소감을 나눠요.
아기 씨앗이 땅 속에 심겨진 후, 싹 나고, 꽃 피고, 열매를 매달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비, 바람, 해님을 맞으며 고군분투했는지 알기에 아이들은 보통 ‘수고했다. 맛있게 열매 맺어줘 고마워. 널 먹어서 미안해.’ 등의 이야기를 많이 해요.

완두콩 수확 때는 콩 관련된 책도 읽고 그림도 그려요. 종이접기 잘하시는 선생님께서 예쁜 상자를 만들어 주셔서 여러 가지 종류의 콩을 사서 선물로 나눠줬어요. 그러면 집에 가져가서 화분에 심었어요, 맛있게 먹었어요 하고 소식을 전해주더라고요.
작년에는 고추를 많이 수확해서 숫자 100까지 세어 봤어요.

참외는 잎이 너무 무성해 열매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수확 직전에 제가 아이들 보라고 잎을 많이 잘랐놨어요.
수박은 올해 하나도 못 건졌어요. 방학 지나고 왔더니 밑이 다 터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빨리 숨겨버렸어요. 아이들이 너무 속상해할까 봐.
작년에는 6통이 열렸어요. 작년에는 1학년이 11개 반인데 모든 반에서 수박을 한 통씩 따고 자르며 보여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영상을 찍어서 전했어요.

봉선화씨가 톡 터질 때는 봉숭아를 뿌리째 뽑아 바닥에 놓고, 식물을 뿌리까지 그림도 그려보고, 씨앗도 같이 세보고, 손톱 물들이기를 해요. ‘붉은색’은 너희들 건강을 지켜줘. 추운 겨울 첫눈 올 때까지 색이 잘 남아있는지 보자. 그러면 어떤 아이는 집에서 그 새 손톱 전체를 다시 붉게 물들여 와서 자랑하기도 해요.

나뭇잎 프레디, 이 책은 글밥이 많지만 사진이 있거든요.
프레디라는 잎이 어느 날 봄에 나무에서 태어났어요. 세상을 너무 좋아하고 다른 나뭇잎 친구들이랑 즐겁게 놀다가 여름에 비도 맞고 사람들한테 그늘도 만들어 주며 행복하게 지내요. 그러다 어느 가을에 무시무시한 바람이 불어서 친구들이 모두 공포에 떨게 돼요. 쟤는 찢겨나가고 쟤는 떨어졌네. 그때 프레디는 죽음을 깨닫고 너무 무서워하는 거예요. 근데 현명한 다니엘이라는 친구가 당연한 거라고 괜찮다고 알려줘요. 그래도 프레디는 생에 집착을 떨구지 못한 채 나무에 꼭 붙어 못 떨어지고 있다가 첫눈 오는 날 그 무게에 눌려서 자연스럽게 툭 떨어져요. 그때 내가 이렇게 거대한 엄마 나무의 일부였어 하고 평화롭게 자기의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이야기예요.
이 책을 읽고 나뭇잎을 대하면 아이들한테서 시가 나와요.
가을에 아이들한테 나뭇잎을 하나씩 주워보라고 해요. 여러 개 말고요. 나뭇잎 색깔이 검든 부서지든 다 의미가 있잖아요. 그런 얘기를 하고 그림도 그려 보고 나뭇잎한테 편지를 써 주기도 해요.
이건 아이들과 같이 쓴 거예요. 반 전체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며 아이들이 소감을 이야기하면 조합해서 우리 반 시라고 해요.
그리고 나뭇잎으로 모양을 꾸미는 수업이 있는데, 자기가 나뭇잎이 됐다 생각하고 꾸며보자 했더니 상황도 꾸미고 말주머니도 넣고 싶어해요. 할머니나무가 떨어진 나뭇잎 아이들에게 ‘나중에 봄에 만나자!사랑해!’ 이렇게 외치는 이야기를 꾸미기도 해요.

“이렇게 어린 아기들이다.”
항상 나가기 전에 아이들한테 이렇게 모종을 구경시켜요.
씨앗으로 심을 때도 씨앗을 미리 관찰하고 살펴보고 나가죠.
반별로 선생님들이 보여주고 나기기도 하고, 아침부터 복도에 전시하면 아이들이 오다가다 관심을 가지고 봐요.
그리고 전시한 날 오후에 심습니다.

같은 날 심었던 배추예요. 왼쪽 것은 밭에, 오른쪽 것은 화분에.
어디에 심었는지에 따라서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더라고요.
배추 수확 후, 아이들이 쓴 소감을 제가 하나 읽어보자면
“아기 배추가 흙 속에서 곱게 자라며 새싹을 키우고, 지렁이들이 도와주고, 벌레들을 아껴줬다.”
“아픔을 견뎌내고 싱그러운 어른 배추로 자랐다.”
사과 1개, 23조각의 마술
- 서울금나래초등학교 1학년 수업
김이은 서울금나래초
| 이 수업 사례는 2023년 서울지부 참실 발표를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 편집자 주
2017년 3월 1일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에 개교한 서울금나래초등학교는 대단지 고층 아파트 단지 내에 있다. 학교 정원에 다양한 나무와 화초들이 자라고 있고, 학생들이 직접 식물을 기를 수 있는 야외 공간이 여러 형태로 마련되어 있다. 노지 텃밭, 나무로 제작한 베드 텃밭, 플라스틱 화분 등이 그것인데, 이 공간들은 학기 초에 희망하는 학년에서 나누어 갖는다. 1학년도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 모습을 소재로 다양한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8개 학급이 사용할 텃밭과 화분 등을 마련하였다.
생생한 배움 장소
1학년 학생들은 어리기 때문에 작물을 직접 재배하기보다는 고학년 학생들이 가꾸는 학교 텃밭을 관찰만 하여도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1학년 학생들과 텃밭 작업을 해 보면 학생들은 활동을 잘 수행할 뿐만 아니라 배움과 성장의 효과가 아주 큰 것을 볼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은 발달 단계의 특성상 구체물을 통한 학습, 직접 조작 활동 등을 통한 학습이 효과적이다. 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보는 텃밭 활동은 아주 생생한 배움의 현장이다.
- 수시로 흙과 식물을 직접 만지고 접하며 오감이 자극받는다.
- 내가 직접 키우는 식물이 변화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생명에 대한 보호자로서 책임감과 애착도 갖는다.
- 텃밭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동식물을 발견하며 생명의 다양성을 깨닫고 생명에 대한 존중감을 가지게 된다.
- 친구들과 함께 수확하고 나누는 과정을 통한 공동체성을 기른다.
-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다채로운 텃밭의 모습에 관심을 갖고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동학년 교사 동아리 장점
담임 교사가 학급 학생들과 작물을 기르고 수확하는 과정에 참여한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수업이 이루어질 것 같았다. 학년 초에 동학년 동료들에게 학교 텃밭 활동을 하는 교사 동아리 활동을 제안, 1학년 8개 학급 모든 담임 교사들이 함께했다. 서로의 농사, 작물에 대한 경험이나 이해도 및 선호도 등을 공유하며 1년 농사의 큰 그림을 그렸다. 함께 학교 텃밭을 디자인하고 활동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동료들의 관심도 자발성도 높아졌다. 동료들은 1년간 학교 텃밭 활동을 하는 데 서로가 서로의 든든한 지원군. 특히 동학년이 같이 텃밭 동아리를 하면 함께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적용하게 돼 즉각적인 교육 활동의 실현과 피드백 등이 이뤄진다.
교사도 배운다
교사들은 농작물의 성장과 수확을 처음 경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로 도시 소비자로 생활하기 때문이다. 학교 텃밭 활동을 통해서 직접 길러낸 작물의 형태나 맛이 시중에서 사 먹는 식재료와 어떻게 다른지 차이점을 알게 된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서로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비닐 멀칭이 아닌 신문지나 풀로 멀칭하고, 농약이나 제초제 대신 천연 발효액 등을 직접 만들어 쓰고, 텃밭에 모여드는 다양한 곤충, 지렁이와 땅벌레들을 발견하며 생태 환경에 대한 인식도 넓힐 수 있었다.
(농사 경험이 없어도 대개 밭이 비닐로 덮인 것은 보게 된다. 작물 외에 다른 풀을 자라지 못하게 한다고 비닐을 덮는다. 그러나 비닐은 풀만 못 자라게 하지 않는다. 다른 많은 생명들도 죽인다. 그래서 흙은 점점 생명력을 잃는다. 그 흙에서는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니 화학비료를 자꾸 쓰게 된다. 비료는 작물만 키우지 않는다. 땅과 물을 오염시킨다. 악순환이다. 학교 텃밭은 교육 장소로서 기존 방식을 다시 들여다보고 고려할 사안들이 많다.)
동료교사들과 학급 아이들과 1년간 지속한 학교 텃밭에서의 교육 활동들을 통해 신체적, 정서적, 교육적, 사회적, 생태적, 심미적 가치들을 나누며 활동의 주체로서 교사 역할의 중요성을 느꼈다.
생태 활동을 담은 국어, 수학, 통합 교육과정 재구성
국어, 수학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주기집중수업을 하였고 통합 수업은 계절에 따른 수업이라 함께 진행하기가 용이하였다.
국어는 한글 공부에, 수학은 수 세기와 길이 비교에 계절의 어울리는 작물의 열매나 잎 등을 활용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 통합 수업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텃밭의 동, 식물의 변화를 관찰하며 자연스럽게 수업이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국어 수업의 예를 들면, 한글 자음을 배울 때 학교 텃밭에 있는 작물들을 주요 소재로 이야기를 창작하여 단위 수업을 구성하였다. 수업을 시작하며 주인공이 텃밭을 여행하다 ‘감자’를 발견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ㄱ 소리를 연습하고, ㄱ 낱말을 알아본 후, 그 낱말들을 넣어 문장 만들기까지 도전해 본다. 이때 통합 계절 수업과 관련하여 씨감자를 관찰하고, 텃밭에 심고 가꾸며 싹이 나고 감자꽃이 피고 감자를 수확하는 과정을 함께할 수 있다. 학생들은 수확한 감자를 만져보고, 냄새 맡고, 맛보는 체험을 한다. 동시에 씨감자나 감자꽃 등 관련 노래도 배우고, 신체 움직임 표현도 하게 된다.
○ 학교 텃밭 수업을 활용한 국어 수업 재구성의 예
6월 국어 자음(닿소리) 주기집중 수업 차시별 계획
차시
주제
소재
소리의 느낌과 느낌을 살린 낱말
여름과 통합
01
자음 원리
조음 방법에 따른
자음의 모습
02
ㄱ, ㄲ
감자
곧게 내려오는 느낌
- 곧장, 직선, 죽죽, 박박, 벅벅
감자 관찰, 맛보기
노래와 율동
03
ㅋ
콩
커지는 느낌
- 크다, 키우다, 큼직큼직, 쿨쿨
콩 관찰
콩 가족 그리기
04
ㄴ
나무
가라앉고 나오는 느낌
- 나타나다, 나오다, 나풀나풀
나무의 특징, 노래
05
ㄷ, ㄸ
더위
어떤 것을 벗어나거나 닫아두는 느낌
- 닫다, 담다, 다독거리다, 달리다
여름 날씨
06
ㅌ
텃밭
터져나가는 느낌
- 터지다, 툭, 튀다, 튀김
학교 텃밭
07
ㄹ
레몬
흔들거리고 구르는 느낌
- 놀다, 날다, 흔들라, 살랑살랑
레몬 관찰, 맛보기
08
ㅁ
매실
모아지고 안에 담는 느낌
- 마음, 몸, 모으다, 뭉치다, 몽글몽글
매실 담기, 건강
09
ㅂ, ㅃ
비
밖으로 뻗는 느낌
- 불, 번지다, 밝다, 빛나다, 밝다
빗방울 전주곡 듣고 표현하기
10
ㅍ
파프리카
피어나고 퍼지는 느낌
- 피다, 펴다, 퍼지다, 펄럭펄럭
파프리카 찍기
11
ㅅ, ㅆ
수박
생명력 있고 솟는 느낌
- 사람, 산, 솟대, 살다, 싱싱하다
여름 놀이
12
ㅈ. ㅉ
지렁이
가라앉고 작아지는 느낌
- 저녁, 잠, 작다, 졸졸졸
관찰하기, 그리기
13
ㅊ
참외
넘치거나 차오는 느낌
- 출렁출렁, 차다, 철썩철썩
참외 관찰, 맛보기
14
ㅇ
오이
오므리고 작고 귀여운 느낌
- 오므리다, 아기, 송알송알, 강아지
오이 관찰, 놀이
15
ㅎ
해
어떤 감정이든 툭 튀어나는 느낌
- 환하다, 해, 하하하, 허허허
해바라기 관찰
16
마무리
ㄱ∼ㅎ 이 있는 아름다운 글자 찾기
○ 창체 수업 시간을 활용한 산책과 작물 재배
시기
활동
3월
- 씨감자 심기
- 완두콩 씨앗 심기
4월
- 해바라기, 봉숭아, 분꽃 씨앗 심기
- 상추, 깨 씨앗 뿌리기
5월
- 가지, 방울토마토, 고추, 파프리카, 오이 모종 심기, 지주대 세우기
- 메리골드, 바질 모종 심기
- 수박, 참외 모종 심기, 볏단으로 밭 멀칭하기
- 감자 북주기
- 상추 수확하기
6월
- 하지 감자 캐기, 감자 쪄 먹기
-고 구마 순 심기
7월
- 가지, 방울토마토, 고추, 파프리카, 오이 수확하기
- 바질 수확하여 페스토 맛보기
8월
- 무 씨앗 뿌리기
- 봉숭아 꽃물 들이기
- 수박, 참외 수확하기
9월
- 무, 배추, 갓 모종 심기
10월
- 고구마 순 따기, 고구마 순 맛보기, 고구마 목걸이와 팔찌 만들기
- 고구마 캐기, 삶아 먹기
- 해바라기 씨앗 수확하여 수 세기, 씨앗 맛보기
- 분꽃 씨앗 수확하여 놀이하기
11월
- 무, 배추 뽑기
- 시금치, 냉이 씨 뿌리기
- 왕겨로 밭 멀칭하기
3월
- 시금치, 냉이 수확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