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맞춤통합지원이 던진 문제의식은 가볍지 않다. 학생의 위기는 학습, 정서, 관계, 가정 환경처럼 여러 영역에 걸쳐 나타나지만, 그동안 학교와 지역 사회는 이를 분절적으로 바라보고 대응해 온 측면이 있었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 학생의 삶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위기를 발견하는 것과 실제 지원으로 연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학생의 위기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학교와 지역 사회는 어디까지 함께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체계는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가.
기획 ‘선거와 교육 사이’는 교실에서 이루어진 모의선거교육 사례 등을 통해 민주시민교육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선거를 단순한 투표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삶과 사회를 성찰하고 타인과 토론하며 시민으로 성장하는 과정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의 한계와 과제
2026년 3월 1일,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이 시행되었다. 시행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여러 교원 단체와 현장 교사들은 업무 과중, 책임 범위의 불명확성, 전문 인력과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학생 지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학교에 또 다른 책임만 더해지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였다.
법 시행 이후 몇 달이 지난 지금도 현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 지역과 학교에서는 새로운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학생 지원의 범위를 넓혀 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 사업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라는 냉소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학생맞춤통합지원이 던진 문제의식은 가볍지 않다. 학생의 위기는 학습, 정서, 관계, 가정 환경처럼 여러 영역에 걸쳐 나타나지만, 그동안 학교와 지역 사회는 이를 분절적으로 바라보고 대응해 온 측면이 있었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 학생의 삶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위기를 발견하는 것과 실제 지원으로 연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학생의 위기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학교와 지역 사회는 어디까지 함께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체계는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가.
이번 특집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학교와 복지 기관, 보호시설, 대안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필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학생맞춤통합지원의 가능성과 한계를 마주해 왔다. 4편의 글은 이 제도가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무엇이 변화했고 무엇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이를 통해 학생맞춤통합지원의 현재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모색해 본다.
진냥(희진)은 학생맞춤통합지원을 둘러싼 현장의 기대와 혼란을 교사의 경험을 통해 들여다본다. 위기 상황에 놓인 학생과 가족을 지원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여전히 교사 등 개인의 선의와 헌신에 기대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학교만이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지원 체계, 이를 연결하는 중간지원조직, 그리고 지역 간 복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공공 인프라 등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진정한 ‘통합 지원’이 되기 위한 조건들을 제시한다.
이봉수는 진냥(희진)이 제기한 학생맞춤통합지원의 과제를 학교 현장의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위기 학생 발굴과 지원 과정에서 학교 안의 협력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 학생의 어려움에 학교와 지역 사회가 어떻게 함께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이를 통해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지속가능한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학교 안팎의 협력과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신선웅은 학교 안팎에서 발견되고 있는 위기 청소년의 현실을 다룬다.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심리·정서적 어려움, 가족 관계의 붕괴, 자해와 자살, 범죄와 학대 문제가 서로 연결된 채 드러나고 있다. 학생의 어려움이 이전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원인을 발견한다고 해서 곧바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복지센터가 학생 지원 과정에서 마주하는 무력감과 한계, 그럼에도 학생 곁을 지키려는 학교 밖 현장의 노력을 담았다.
박은주는 학대 피해 아동과 위기 청소년의 관점에서 학생맞춤통합지원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학교 부적응은 단순한 학업 문제나 생활지도 문제가 아니라 삶의 상처와 트라우마가 드러나는 방식일 수 있다. 그는 “왜 문제를 일으키는가”가 아니라 “왜 힘든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말하며, 관리와 통제를 넘어 이해와 관계 중심의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특집의 글들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같은 질문을 던진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무엇을 위한 제도인가. 위기 학생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체계인가, 아니면 학생의 삶을 이해하고 공동체가 함께 책임지기 위한 약속인가. 4편의 글은 각자의 경험과 실천을 통해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이 현장에서 어떤 가능성과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지, 그리고 학생의 삶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지를 함께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
- 편집부
차례
읽은 이야기 | 오은영
오늘의 교육을 열며
왜 교육의 본질적 문제는 논쟁하지 않는가 | 이윤경
특집 | 학생맞춤통합지원의 한계와 과제
지원과 혼란 사이,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작동하기 위한 조건 | 진냥
학생의 어려움을 함께 책임지는 학교 | 이봉수
- 학생맞춤통합지원 운영 사례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시행 후, 위기의 청소년 마주하기 | 신선웅
학교생활 적응에 초점을 둔 청소년 지원 | 박은주
기획 | 선거와 교육 사이
학교 모의선거교육, 왜 필요할까 | 이봉학
선거 전에 모여 정치 이야기 좀 해 보자 | 난다
- 투명가방끈 ‘이름 없는 학교’의 선거교육
시
여기가 온통 네 집이다 / 연두 | 정우영
사랑은 홀로 어둠의 숲을 헤매고 / 그렇게 그대가 오면 | 박두규
연재 | 완성된 체크리스트 - 성공한 진보교육의 자화상 ②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 민주도, 시민도, 교육도 없다 | 문호진
기고
이름만 쓰는 시험 | 이수현
- 장애 학생을 배제하는 평가와 교육의 문제
AI를 동료 교사로 부를 때, 교사는 무엇을 잃는가 | 정용주
에세이
멀리에서도 함께하기 위해 | 감자
- 학교에서 실천한 ‘팔레스타인에 해방을’
리뷰
생명의 그물망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 김중미
- 《위기의 청소년 마주하기 - 교육복지 현장 리포트》
오늘 읽기 | 공현
세 줄 세 책
오늘의 어린이·청소년책 | 김소희
오늘의 어린이·청소년책 | 안정선
책 속에서
‘교육 불가능’이 화두가 된 시대다. 못 하는 것이든, 안 하는 것이든, 교육 현장이 이토록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갈등과 분쟁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유독 교육 기관은 그것을 당사자 간의 문제로 몰아 버린다.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학생 사이의 사안에서 교육 당국이 중재하거나 책임지는 구조가 아직도 갖춰져 있지 않다. 교권 보호, 학교폭력, 아동학대, 민원 대응 시스템 등 관련 정책들은 결국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고, 처벌을 강화하고, 분리와 배제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만 흘러왔다. 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덮어 왔던 교육 기관의 잘못된 관행을 질책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 본문 17쪽, 이윤경, 〈왜 교육의 본질적 문제는 논쟁하지 않는가〉
개별 지원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지원이 불평등을 해소할 수는 없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학교 재정 지원의 균등화, 교육 격차를 심화시키는 사교육 의존 구조의 해소, 경쟁 중심 입시 제도의 개혁 등 세상을 바꾸는 변혁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아동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상호 이해를 넓혀야 한다. 이러한 구조적 접근 없이 위기 학생을 학교에서 발굴하고 지원하는 방식만으로는 근본적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제도가 아무리 촘촘한 그물망을 치더라도, 그물망을 필요로 하는 조건을 재생산하는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면, 제도는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시스템의 완충재에 머물 뿐이다.
- 본문 42~43쪽, 진냥(희진), 〈지원과 혼란 사이,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작동하기 위한 조건〉
위기 학생에 대한 지원 방안이 마련되더라도 보호자의 거부로 인해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역 사회와 연계하는 거버넌스 경험도 부족해 많은 학교가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이 역시도 각 학교가 알아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법의 정비, 제도와 인적 지원, 거버넌스 경험의 축적과 공유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학생맞춤통합지원은 격화소양(隔靴搔癢), 즉 신을 신고 발바닥의 가려운 곳을 긁는 격이 될 것이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이 학생의 성장과 돌봄을 학교만의 책임으로 두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면, 그 실행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해소하는 일 또한 학교만의 몫이어서는 안 된다.
- 본문 52쪽, 이봉수, 〈학생의 어려움을 함께 책임지는 학교〉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이 시행되면서 위기 상황의 어린이·청소년이 많이 발견되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발견조차 되지 않았던 이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활동가들이 느끼는 자괴감과 무력감은 지원 과정에서 마주하는 원인의 복잡성 때문이다. 쏟아져 들어오는 사안의 수와 심각성의 정도에서 우선 한계를 느낀다. 특히 많은 사례에서 가정 내 양육 환경과 정서적 지지 체계의 결핍이 핵심적인 요인으로 분석될 때 현장의 고민은 깊어진다.
- 본문 56~57쪽, 신선웅,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시행 후, 위기의 청소년 마주하기〉
특히 학대 피해 아동의 경우 단순한 교육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이들에게는 심리치료와 상담, 안정적인 돌봄, 의료 지원, 관계 회복 프로그램 등이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지원 체계는 기관별로 분절되어 있고 연속성도 부족하다. 학교는 학교의 역할만, 복지기관은 복지의 역할만, 치료 기관은 치료의 영역만을 강조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삶은 그렇게 나뉘어 있지 않다. 학습의 어려움과 정서적 불안, 관계 문제와 생활 환경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 본문 68~69쪽, 박은주, 〈학교생활 적응에 초점을 둔 청소년 지원〉
현재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민주시민교육은 교과서 중심의 이론 학습과 형식적 참여 활동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선거 제도와 민주주의 원리를 배우지만, 실제 정책을 비교하거나 공약을 분석하거나 투표를 경험하기는 어렵다. 청년층의 보수화, 혐오적 정치 문화, 청년층의 낮은 투표율과 정치 무관심 등의 현상은 단순히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교육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 본문 77쪽, 이봉학, 〈학교 모의선거교육, 왜 필요할까〉
선거를 앞두고 ‘나는 누구/어디를 찍을까?’가 아니라, 기준을 돌아보고 정리해 보자고 한 것은 그것이 좀 더 ‘나다운’ 정치적 선택을 내리는 데 의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선거에서 사람들은 정치인의 단편적인 인상, 선거 마케팅이나 언론이 만든 프레임 등에 영향을 받기 쉽다. 호감이나 부정적 감정, 선입견을 가지게 되고 그 이후에야 자기 선택에 이유를 덧붙이기도 한다. 이처럼 사회적 상황에 휩쓸리거나 선거 마케팅/브랜딩에 ‘속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의 가치관과 기준을 명확히 해 보고 성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다른 사람들의 가치관과 이유를 경청하고 서로의 가치관에 대해 대화하는 것도 좋은 기회 아닐까.
- 본문 85쪽, 난다, 〈선거 전에 모여 정치 이야기 좀 해 보자〉
다수결에서는 적어도 ‘나는 반대했지만 졌다’는 흔적이 남는다. 만장일치는 그 흔적을 지운다. 모두가 같은 문장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 누가 어디까지 반대했는지는 흐려진다. 그 문장에 끝내 들어가지 못한 사람은 다른 의견을 가진 시민이 아니라,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람이 된다. 결론을 늦추는 사람이 되고, 끝까지 동의하지 않으면 결론을 막는 사람이 된다.
민주주의는 합의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끝내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그 차이를 인정한 채 함께 살아가는 제도다. 합의하지 못한 채 남는 일은 민주주의의 실패가 아니다. 때로는 민주주의가 아직 살아 있다는 가장 분명한 흔적이다. 이 수업은 그 흔적을 남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오직 합의할 수 있는 문장으로 다시 다듬는 법을 가르칠 뿐이다.
- 본문 107~108쪽, 문호진,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 민주도, 시민도, 교육도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장면이 내 아이의 일이 되었다. 누군가 특수교육대상 학생인 내 딸에게 풀 수 없는 시험지를 내밀며 “이름만 써서 제출하면 된다”고 말하는 모습을 상상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이 행위의 본질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은 교육이 아니었다. 아이의 배움을 확인하는 과정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 안에는 너무나 선명한 메시지가 숨어 있었다.
‘너는 애초에 배울 수 없는 존재다.’
- 본문 123쪽, 이수현, 〈이름만 쓰는 시험〉
즉 외주화의 본질은 “이제부터 교사를 없애자”라는 노골적 선언에 있지 않다. 오히려 교사를 돕기 위해 도입된 시스템이 질문 생성, 수업안 구성, 수준별 자료 제안, 피드백 문안 작성, 평가 루브릭 설계 같은 기존의 교사 고유 업무를 조금씩 대체하면서, 교사의 노동을 창안에서 검토로, 판단에서 승인으로 이동시키는 데 있다. 이 외주화는 대개 정책의 의도라기보다 정책의 귀결로 나타난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명시적 대체보다 암묵적 전이가 훨씬 저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본문 135~136쪽, 정용주, 〈AI를 동료 교사로 부를 때, 교사는 무엇을 잃는가〉
다른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수많은 사람이 죽어도, 사실 나의 문제로 느끼기 어렵고 정말 ‘남 얘기’처럼 들린다. 하나의 생명이 죽어도 놀랄 일인데 수만이 죽고 수천이 죽는 건 상상이 잘 안 된다.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처참한 것인지 사실 우린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다. 교사도 학생도 그렇다.
다큐멘터리 영화 〈사마에게〉를 보기로 했다. (……) 분쟁 중에도 서로가 서로의 희망이 되어, 웃고 결혼도 하고 아이가 태어나는 일상도 보았다. 그 일상이 무너지는 것이 곧 전쟁임을 생생하게 느끼게 되었다.
- 본문 142쪽, 감자, 〈멀리에서도 함께하기 위해〉
지역 사회가 예전처럼 자연스러운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의도적으로 연결망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든, 지역이든 위기에 처한 존재를 발견해 손을 내밀려면 관계망이 살아 있어야 한다. 하다못해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서라도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잊지 않게 해야 한다. 청소년들은 흔히 다 귀찮다며 스마트폰을 들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을 외면하지 않고 말을 걸고 곁을 내어주길 원한다. 기존에 있는 드림스타트 제도를 잘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고, 서울의 지역교육복지센터와 같은 기관을 곳곳에 만드는 것도 꼭 필요하다.
- 본문 162쪽, 김중미, 〈생명의 그물망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학생맞춤통합지원이 던진 문제의식은 가볍지 않다. 학생의 위기는 학습, 정서, 관계, 가정 환경처럼 여러 영역에 걸쳐 나타나지만, 그동안 학교와 지역 사회는 이를 분절적으로 바라보고 대응해 온 측면이 있었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 학생의 삶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위기를 발견하는 것과 실제 지원으로 연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학생의 위기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학교와 지역 사회는 어디까지 함께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체계는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가.
기획 ‘선거와 교육 사이’는 교실에서 이루어진 모의선거교육 사례 등을 통해 민주시민교육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선거를 단순한 투표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삶과 사회를 성찰하고 타인과 토론하며 시민으로 성장하는 과정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의 한계와 과제
2026년 3월 1일,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이 시행되었다. 시행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여러 교원 단체와 현장 교사들은 업무 과중, 책임 범위의 불명확성, 전문 인력과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학생 지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학교에 또 다른 책임만 더해지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였다.
법 시행 이후 몇 달이 지난 지금도 현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 지역과 학교에서는 새로운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학생 지원의 범위를 넓혀 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 사업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라는 냉소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학생맞춤통합지원이 던진 문제의식은 가볍지 않다. 학생의 위기는 학습, 정서, 관계, 가정 환경처럼 여러 영역에 걸쳐 나타나지만, 그동안 학교와 지역 사회는 이를 분절적으로 바라보고 대응해 온 측면이 있었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 학생의 삶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위기를 발견하는 것과 실제 지원으로 연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학생의 위기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학교와 지역 사회는 어디까지 함께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체계는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가.
이번 특집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학교와 복지 기관, 보호시설, 대안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필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학생맞춤통합지원의 가능성과 한계를 마주해 왔다. 4편의 글은 이 제도가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무엇이 변화했고 무엇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이를 통해 학생맞춤통합지원의 현재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모색해 본다.
진냥(희진)은 학생맞춤통합지원을 둘러싼 현장의 기대와 혼란을 교사의 경험을 통해 들여다본다. 위기 상황에 놓인 학생과 가족을 지원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여전히 교사 등 개인의 선의와 헌신에 기대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학교만이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지원 체계, 이를 연결하는 중간지원조직, 그리고 지역 간 복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공공 인프라 등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진정한 ‘통합 지원’이 되기 위한 조건들을 제시한다.
이봉수는 진냥(희진)이 제기한 학생맞춤통합지원의 과제를 학교 현장의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위기 학생 발굴과 지원 과정에서 학교 안의 협력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 학생의 어려움에 학교와 지역 사회가 어떻게 함께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이를 통해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지속가능한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학교 안팎의 협력과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신선웅은 학교 안팎에서 발견되고 있는 위기 청소년의 현실을 다룬다.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심리·정서적 어려움, 가족 관계의 붕괴, 자해와 자살, 범죄와 학대 문제가 서로 연결된 채 드러나고 있다. 학생의 어려움이 이전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원인을 발견한다고 해서 곧바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복지센터가 학생 지원 과정에서 마주하는 무력감과 한계, 그럼에도 학생 곁을 지키려는 학교 밖 현장의 노력을 담았다.
박은주는 학대 피해 아동과 위기 청소년의 관점에서 학생맞춤통합지원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학교 부적응은 단순한 학업 문제나 생활지도 문제가 아니라 삶의 상처와 트라우마가 드러나는 방식일 수 있다. 그는 “왜 문제를 일으키는가”가 아니라 “왜 힘든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말하며, 관리와 통제를 넘어 이해와 관계 중심의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특집의 글들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같은 질문을 던진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무엇을 위한 제도인가. 위기 학생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체계인가, 아니면 학생의 삶을 이해하고 공동체가 함께 책임지기 위한 약속인가. 4편의 글은 각자의 경험과 실천을 통해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이 현장에서 어떤 가능성과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지, 그리고 학생의 삶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지를 함께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
- 편집부
차례
읽은 이야기 | 오은영
오늘의 교육을 열며
왜 교육의 본질적 문제는 논쟁하지 않는가 | 이윤경
특집 | 학생맞춤통합지원의 한계와 과제
지원과 혼란 사이,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작동하기 위한 조건 | 진냥
학생의 어려움을 함께 책임지는 학교 | 이봉수
- 학생맞춤통합지원 운영 사례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시행 후, 위기의 청소년 마주하기 | 신선웅
학교생활 적응에 초점을 둔 청소년 지원 | 박은주
기획 | 선거와 교육 사이
학교 모의선거교육, 왜 필요할까 | 이봉학
선거 전에 모여 정치 이야기 좀 해 보자 | 난다
- 투명가방끈 ‘이름 없는 학교’의 선거교육
시
여기가 온통 네 집이다 / 연두 | 정우영
사랑은 홀로 어둠의 숲을 헤매고 / 그렇게 그대가 오면 | 박두규
연재 | 완성된 체크리스트 - 성공한 진보교육의 자화상 ②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 민주도, 시민도, 교육도 없다 | 문호진
기고
이름만 쓰는 시험 | 이수현
- 장애 학생을 배제하는 평가와 교육의 문제
AI를 동료 교사로 부를 때, 교사는 무엇을 잃는가 | 정용주
에세이
멀리에서도 함께하기 위해 | 감자
- 학교에서 실천한 ‘팔레스타인에 해방을’
리뷰
생명의 그물망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 김중미
- 《위기의 청소년 마주하기 - 교육복지 현장 리포트》
오늘 읽기 | 공현
세 줄 세 책
오늘의 어린이·청소년책 | 김소희
오늘의 어린이·청소년책 | 안정선
책 속에서
‘교육 불가능’이 화두가 된 시대다. 못 하는 것이든, 안 하는 것이든, 교육 현장이 이토록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갈등과 분쟁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유독 교육 기관은 그것을 당사자 간의 문제로 몰아 버린다.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학생 사이의 사안에서 교육 당국이 중재하거나 책임지는 구조가 아직도 갖춰져 있지 않다. 교권 보호, 학교폭력, 아동학대, 민원 대응 시스템 등 관련 정책들은 결국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고, 처벌을 강화하고, 분리와 배제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만 흘러왔다. 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덮어 왔던 교육 기관의 잘못된 관행을 질책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 본문 17쪽, 이윤경, 〈왜 교육의 본질적 문제는 논쟁하지 않는가〉
개별 지원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지원이 불평등을 해소할 수는 없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학교 재정 지원의 균등화, 교육 격차를 심화시키는 사교육 의존 구조의 해소, 경쟁 중심 입시 제도의 개혁 등 세상을 바꾸는 변혁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아동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상호 이해를 넓혀야 한다. 이러한 구조적 접근 없이 위기 학생을 학교에서 발굴하고 지원하는 방식만으로는 근본적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제도가 아무리 촘촘한 그물망을 치더라도, 그물망을 필요로 하는 조건을 재생산하는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면, 제도는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시스템의 완충재에 머물 뿐이다.
- 본문 42~43쪽, 진냥(희진), 〈지원과 혼란 사이,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작동하기 위한 조건〉
위기 학생에 대한 지원 방안이 마련되더라도 보호자의 거부로 인해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역 사회와 연계하는 거버넌스 경험도 부족해 많은 학교가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이 역시도 각 학교가 알아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법의 정비, 제도와 인적 지원, 거버넌스 경험의 축적과 공유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학생맞춤통합지원은 격화소양(隔靴搔癢), 즉 신을 신고 발바닥의 가려운 곳을 긁는 격이 될 것이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이 학생의 성장과 돌봄을 학교만의 책임으로 두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면, 그 실행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해소하는 일 또한 학교만의 몫이어서는 안 된다.
- 본문 52쪽, 이봉수, 〈학생의 어려움을 함께 책임지는 학교〉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이 시행되면서 위기 상황의 어린이·청소년이 많이 발견되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발견조차 되지 않았던 이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활동가들이 느끼는 자괴감과 무력감은 지원 과정에서 마주하는 원인의 복잡성 때문이다. 쏟아져 들어오는 사안의 수와 심각성의 정도에서 우선 한계를 느낀다. 특히 많은 사례에서 가정 내 양육 환경과 정서적 지지 체계의 결핍이 핵심적인 요인으로 분석될 때 현장의 고민은 깊어진다.
- 본문 56~57쪽, 신선웅,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시행 후, 위기의 청소년 마주하기〉
특히 학대 피해 아동의 경우 단순한 교육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이들에게는 심리치료와 상담, 안정적인 돌봄, 의료 지원, 관계 회복 프로그램 등이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지원 체계는 기관별로 분절되어 있고 연속성도 부족하다. 학교는 학교의 역할만, 복지기관은 복지의 역할만, 치료 기관은 치료의 영역만을 강조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삶은 그렇게 나뉘어 있지 않다. 학습의 어려움과 정서적 불안, 관계 문제와 생활 환경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 본문 68~69쪽, 박은주, 〈학교생활 적응에 초점을 둔 청소년 지원〉
현재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민주시민교육은 교과서 중심의 이론 학습과 형식적 참여 활동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선거 제도와 민주주의 원리를 배우지만, 실제 정책을 비교하거나 공약을 분석하거나 투표를 경험하기는 어렵다. 청년층의 보수화, 혐오적 정치 문화, 청년층의 낮은 투표율과 정치 무관심 등의 현상은 단순히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교육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 본문 77쪽, 이봉학, 〈학교 모의선거교육, 왜 필요할까〉
선거를 앞두고 ‘나는 누구/어디를 찍을까?’가 아니라, 기준을 돌아보고 정리해 보자고 한 것은 그것이 좀 더 ‘나다운’ 정치적 선택을 내리는 데 의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선거에서 사람들은 정치인의 단편적인 인상, 선거 마케팅이나 언론이 만든 프레임 등에 영향을 받기 쉽다. 호감이나 부정적 감정, 선입견을 가지게 되고 그 이후에야 자기 선택에 이유를 덧붙이기도 한다. 이처럼 사회적 상황에 휩쓸리거나 선거 마케팅/브랜딩에 ‘속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의 가치관과 기준을 명확히 해 보고 성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다른 사람들의 가치관과 이유를 경청하고 서로의 가치관에 대해 대화하는 것도 좋은 기회 아닐까.
- 본문 85쪽, 난다, 〈선거 전에 모여 정치 이야기 좀 해 보자〉
다수결에서는 적어도 ‘나는 반대했지만 졌다’는 흔적이 남는다. 만장일치는 그 흔적을 지운다. 모두가 같은 문장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 누가 어디까지 반대했는지는 흐려진다. 그 문장에 끝내 들어가지 못한 사람은 다른 의견을 가진 시민이 아니라,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람이 된다. 결론을 늦추는 사람이 되고, 끝까지 동의하지 않으면 결론을 막는 사람이 된다.
민주주의는 합의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끝내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그 차이를 인정한 채 함께 살아가는 제도다. 합의하지 못한 채 남는 일은 민주주의의 실패가 아니다. 때로는 민주주의가 아직 살아 있다는 가장 분명한 흔적이다. 이 수업은 그 흔적을 남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오직 합의할 수 있는 문장으로 다시 다듬는 법을 가르칠 뿐이다.
- 본문 107~108쪽, 문호진,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 민주도, 시민도, 교육도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장면이 내 아이의 일이 되었다. 누군가 특수교육대상 학생인 내 딸에게 풀 수 없는 시험지를 내밀며 “이름만 써서 제출하면 된다”고 말하는 모습을 상상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이 행위의 본질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은 교육이 아니었다. 아이의 배움을 확인하는 과정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 안에는 너무나 선명한 메시지가 숨어 있었다.
‘너는 애초에 배울 수 없는 존재다.’
- 본문 123쪽, 이수현, 〈이름만 쓰는 시험〉
즉 외주화의 본질은 “이제부터 교사를 없애자”라는 노골적 선언에 있지 않다. 오히려 교사를 돕기 위해 도입된 시스템이 질문 생성, 수업안 구성, 수준별 자료 제안, 피드백 문안 작성, 평가 루브릭 설계 같은 기존의 교사 고유 업무를 조금씩 대체하면서, 교사의 노동을 창안에서 검토로, 판단에서 승인으로 이동시키는 데 있다. 이 외주화는 대개 정책의 의도라기보다 정책의 귀결로 나타난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명시적 대체보다 암묵적 전이가 훨씬 저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본문 135~136쪽, 정용주, 〈AI를 동료 교사로 부를 때, 교사는 무엇을 잃는가〉
다른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수많은 사람이 죽어도, 사실 나의 문제로 느끼기 어렵고 정말 ‘남 얘기’처럼 들린다. 하나의 생명이 죽어도 놀랄 일인데 수만이 죽고 수천이 죽는 건 상상이 잘 안 된다.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처참한 것인지 사실 우린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다. 교사도 학생도 그렇다.
다큐멘터리 영화 〈사마에게〉를 보기로 했다. (……) 분쟁 중에도 서로가 서로의 희망이 되어, 웃고 결혼도 하고 아이가 태어나는 일상도 보았다. 그 일상이 무너지는 것이 곧 전쟁임을 생생하게 느끼게 되었다.
- 본문 142쪽, 감자, 〈멀리에서도 함께하기 위해〉
지역 사회가 예전처럼 자연스러운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의도적으로 연결망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든, 지역이든 위기에 처한 존재를 발견해 손을 내밀려면 관계망이 살아 있어야 한다. 하다못해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서라도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잊지 않게 해야 한다. 청소년들은 흔히 다 귀찮다며 스마트폰을 들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을 외면하지 않고 말을 걸고 곁을 내어주길 원한다. 기존에 있는 드림스타트 제도를 잘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고, 서울의 지역교육복지센터와 같은 기관을 곳곳에 만드는 것도 꼭 필요하다.
- 본문 162쪽, 김중미, 〈생명의 그물망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