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55호] 계급과 공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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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 55호 특집은 ‘학교, 공교육은 계급 문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의식을 던진다. 공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묻는 연중 기획에서는 공교육의 역사와 시작점, 쟁점, 공공성의 의미를 다루었으며, 사교육 문제 등을 파고들었다. 계급과 불평등에 대한 고민을 담은 특집과 함께 다양한 고민거리를 던져 준다.

기고 지면에는 대학에 가지 않은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사례를 연구한 글과 더불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전염병 사태의 원인을 성찰하고 우리 사회의 혐오·차별, 민주주의의 문제 등을 살피는 글들을 담았다. 또한 과거 고등학생운동의 역사를 소개하는 ‘1980년대의 청소년들, 너무나 정치적이었던’ 연재가 이번 호부터 게재된다.


특집  

계급과 공교육


《오늘의 교육》 55호는 54호에 이어서 계급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특집에 담았다. 교육 안의 계급 현실을 실증적인 자료와 사례를 통해 소개하면서, ‘공교육은 계급 문제를 어떻게 대하고 있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진냥의 글은 본인의 경험담을 전하면서, 학교는 ‘계급’을 말하지 않고 ‘교육 격차’만을 이야기하며, 지원 정책들 역시 학교에 다닐 기회를 보장하는 데만 급급하다고 지적한다. 계급과 불평등이란 어떤 것인지, 학교와 교육 정책은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다시 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세습 중산층 사회》의 저자 조귀동은 부모의 경제적 배경과 학력이 학생의 학업 성취나 상급 학교 진학 등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여러 연구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설명한다. 그는 “오늘날의 10대와 20대가 경험하는 교육 불평등은 이전 세대와 비교해 봐도 양적으로 더 강력하며, 질적으로 더 다차원적”이라고 평가한다.
정은균의 〈교실, 계급, 공교육〉은 몇몇 사례들과 연구를 통해 교실 안에서 직접적으로 불평등과 계급적 균열이 나타나는 지점들을 포착한다. 공교육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돌아보며, 새로운 공교육 체제를 고민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또한 이번 호부터 연중 기획으로 공교육의 본질을 탐구하는 지면을 꾸렸다. 첫 시작으로 공교육의 이념과 쟁점, 사교육과 공교육 사이의 긴장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특집의 글들과 이어서 읽으면 공교육에서 계급의 문제를 좀 더 입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차례


8 바라보다    | 최승훈 기자

10 읽은 이야기

 

특집 계급과 공교육

14 교육은 계급을 어떻게 대하는가 | 진냥

23 전례 없는 균열, ‘학교 안 불평등’의 현실 | 조귀동

35 교실, 계급, 공교육 | 정은균

- 교실 안팎의 불평등을 직시하자

 

연중 기획 ‘공(公)’을 다시 묻다

51 다시, 공교육 | 이윤미

- 공교육에 대한 개념과 쟁점을 돌아보며

66 위기 시대의 공교육 | 하승우

75 사교육 출신의 엉뚱한 공교육 이야기 | 박재원

 

기획 청년, 그리고 여성으로 살아가다 ③

91 무모하고 아름답게 나선을 나아갑니다 | 세모(민재희)

- 지금 여기에서, 기술로 만나는 새롭고 다정한 세계

113 사람을 움직이는 메시지의 힘 | 조소담

- ‘자격’ 없는 자들이 만든 미디어 스타트업 창업기

133 사랑과 우정의 약한 연대기 | 서새롬

- 다큐멘터리를 통해 기록하다, 기억하다

 

기고

148 ‘청년’ 밖의 청년들, 대학 비진학 청년에겐 기회가 필요하다 | 김은경

170 전염병과 민주주의 정치 | 노태맹

185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는 삶 | 김민정

- 혐오·차별과 가난이 들러붙은 삶, 그 속에 사람이 있다

 

연재 

1980년대의 청소년들, 너무나 정치적이었던 ①

195 시대 속의 중고생들 거리에 서다 | 전누리

- 고등학생운동의 등장과 그 배경

 

영화와 아이들

214 아이들의 신체는 세상을 얼마나 ‘리얼’하게 담아낼 수 있을까 | 김종구

- 〈가버나움〉, 〈로제타〉

 

리뷰

232 아직 더 해야 할 학생인권 이야기 | 이윤승

- 《인권을 만난 교육, 교육을 만난 인권》

239 우리 편과 너희 편에 대하여 | 김동현

- 《바른 마음》, 《나쁜 교육》

 

249 두 줄 새 책

251 주제가 있는 독서



책 속에서 


결국 교육 지원 제도는 예산을 써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 주는 제도다. 절대 계급을 없애거나 평등하게 만들 수 없다. 그저 최저선을 떠받칠 뿐. 흔히 말하는 교육의 ‘기회 평등’에 불과하다. 기회 평등이면 되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묻고 싶다. 그 기회는 무엇을 위한 기회인가?

- 본문 19쪽, 진냥, 〈교육은 계급을 어떻게 대하는가〉


2020년 현재, 교육은 불평등 제조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자녀를 대상으로 한 치열한 교육 투자 경쟁 속에서 중상위층 이상은 자녀를 이른바 ‘상위권 대학’에 진학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으며, 그 이하 계층은 배제당하고 있다. 이 과정은 불법이나 탈법과 거리가 멀다. 또 사교육을 위한 지출의 결과만도 아니다. 오히려 전문직, 대기업 화이트칼라 등의 직업을 가진 중상위층 부모들이 자녀들을 반듯한 품성과 뛰어난 자질을 갖춘 사람으로 성공적으로 양육하는 데 성공하는 과정이다.

- 본문 24쪽, 조귀동, 〈전례 없는 균열, ‘학교 안 불평등’의 현실〉


10년 전에 나온 권영길 의원의 보고서에서는 장래 희망 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학생들 간의 사회적 격차를 줄여 줄 수 있는 공교육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는 현재와 같은 공교육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아직 한 번도 제대로 공론의 장에서 공교육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공교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 운영해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현실의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전면적으로 근본적으로 고민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 본문 49쪽, 정은균, 〈교실, 계급, 공교육〉


저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선발 구조가 바뀌지 않는 조건에서, 아직도 많은 사람은 학교를 분류, 변별, 인증을 위한 도구적 공간으로 보고 있다. 학교를 성장 발달이 이루어지는 곳보다는 사회적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생각하는 것이 사람들의 공교육에 대한 기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렇다면 공교육에 대한 이러한 기대는 타당하거나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인가.

- 본문 52쪽, 이윤미, 〈다시, 공교육〉


물론 교육의 공공성은 국가가 교육 서비스를 보장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고려할 때 국가의 획일적인 개입이나 통제는 공공성을 해친다. 즉 교육에서 국가의 책임은 중요하지만 국가가 교육의 목적이나 내용을 결정할 권한을 독점하는 것은 위험하다. 공공성은 국가가 보장하는 것(公)이기도 하지만 민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共)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과 장소에 따라 공公과 공共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교육 주체들의 중요한 과제이다.

- 본문 71쪽, 하승우, 〈위기 시대의 공교육〉


다양한 기술을 접하고 경험할수록 세계가 입체적으로 보였다. 학생으로 책을 보며 공부하던 생의 2/3에 가까운 시간들이 결국에 불안과 염세적 태도로 이어졌다면, 고작 1~2년 동안 손과 몸을 움직여 얻은 실체감이 지식의 빈 공간을 채우고 연결해 삶을 풍요롭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어 좌절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편리함과 가성비 대신에 어떤 소비를 선택할 것인지, 어떤 삶의 태도로 세계 속에 존재해 나갈 것인지 구체적인 연결고리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덜 불안해졌다.

- 본문 104쪽, 세모(민재희), 〈무모하고 아름답게 나선을 나아갑니다〉


사업을 해 나가면서 느끼는 이 기쁨과 슬픔, 이 안에서의 성장은 모두 나의 삶 그 자체다. 이 사업의 목적과 내가 이 일을 하는 목적이 일치한다고 느낀다. 출근 시의 나와 퇴근한 후의 나를 분리할 수가 없다(그래서 겪는 어려움도 있다). 닷페이스는 사람들의 ‘무력감’이란 문제를 다루기 위해 만들어진 미디어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데, 그 말을 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함께 이야기할 커뮤니티를 만들어 내기 위한 방편이 닷페이스이다. 그리고, 나는 내 삶에서의 무력감을 해소하기 위해 이 사업을 이용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답답한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니’ 싶을 때 시들시들 병든다. 현실을 직면하고 기뻐하고 분노하는 순간들에, 나는 살아 있다고 느낀다.

- 본문 130쪽, 조소담, 〈사람을 움직이는 메시지의 힘〉


역사가 되지 못하는 역사 이면의 기억들은 너무나도 ‘여성’의 것이었다. 그런 것들은 역사책에 따로 기술되지 않는다. 역사와 전쟁을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매우 중요한 작업이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도,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잃은 아주머니의 이야기도 국가, 남성, 혹은 가부장성이 의도적으로 삭제하거나 누락한 이야기였다. 그것을 재발견하여 기록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억에서 배제되고 기록되지 못했던 역사를 다음 세대에게 또 그 다음 세대에게 전달한다면, 평화가 곧 찾아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본문 145쪽, 서새롬, 〈사랑과 우정의 약한 연대기〉


대학 비진학 청년들이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특성화고에서는 노동 및 인권에 대한 교육이 시행되고 있지만,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은 명목상 권리에 대한 교육일 뿐 실제 교육 내용은 취업을 위한 일종의 예절 교육이라고 지적한다. 취업을 한 학생이 자신의 권리에 대한 주장을 하면 기업으로부터 학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명함을 주거나 악수를 하는 법, 회사에서 잘 보이는 법 등 ‘밑바닥에서 기는 법’을 알려 줄 뿐이라는 설명이다.

- 본문 162쪽, 김은경, 〈‘청년’ 밖의 청년들, 대학 비진학 청년에겐 기회가 필요하다〉


‘재난’이라 불리는 상황 속에서 국가가 해야 할 몫을 개인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각 개인들이 안전한 일상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은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이 혐오·차별에 민감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이러스 때문에 불안감이 높아질수록 혐오도 넘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혐오·차별이 우리 모두에게 결코 ‘건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 본문 188쪽, 김민정,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는 삶〉


교육과 사회 현실을 바꾸는 저항에 참여하고 고등학생운동의 활동가로 스스로를 정체화하는 것은, 기존에 학교가 가르쳐 온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존재이길 거부하고, 현실을 바꿔 낼 수 있는 주체적인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었다. 고등학생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이는 자신이 참여했던 이유를 ‘숨 막히는’ 학교의 공간을 바꿔 내고자 했던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설명했다.

- 본문 206쪽, 전누리, 〈시대 속의 중고생들 거리에 서다〉


학생인권 존중이 왜 필요한가를 설명하면서, “권리 보장에 있어 차별을 둘 수 있는 어떤 예외가 인정되기 시작하면 내가 지닌 어떤 정체성도 예외의 영역이 되기 쉬워지기 때문”(본문 118쪽)이라는 말로 당위성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학생인권이 보장되는 공간이 교사의 인권이 살아나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여러 예시를 통해 보여 준다.

- 본문 236-237쪽, 이윤승, 〈아직 더 해야 할 학생인권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