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교육》 79호 특집은 2024년 봄을 맞아, 교육에 닥친 위기가 무엇인지, 교육 체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운동과 어떤 성찰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세월호 10주기를 추모하며, 4.16 교육 체체와 안전 담론을 되짚어 본다.
특집
교육과 교육운동, 전환의 과제
기후 위기와 전쟁 등으로 돌출되고 있는 세계의 위기는 우리의 일상에까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학교교육의 위기’, ‘교실 붕괴’와 같은 표현은 오래된 진단이지만 이제는 비유를 넘어 생생하게 체감되고 있다. 《오늘의 교육》은 2024년 봄을 맞아, 교육에 닥친 위기가 무엇인지, 교육 체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운동과 어떤 성찰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채효정은 자본주의 체제가 일으킨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며, 낡은 체제를 전환하는 교육의 생태적 전환 ‘운동’을 시작하자고 역설한다. 학교의 안과 밖을 분리하고 교육을 교육 문제로만 바라보는 사유를 버리고 연결되어 무너지고 있는 교육, 돌봄, 노동 체제를 모으고 엮어 새로운 교육운동을 실천하자고 제안한다.
진냥(희진)은 〈‘교육, 무엇을 전환해야 할까’에 대한 소론〉에서 지방, 나이, 교육의 전문성의 전환을 촉구한다. 교육의 목표가 ‘in 서울’이 되고 모든 자원이 집중되는 서울공화국을 벗어나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 나이에 상관없는 서로 배움, 교사와 이해관계자들 간의 연대를 기반으로 하는 ‘협동적 전문성’을 제안한다.
공현의 〈교육운동에 부족한 것에 대한 짧은 생각〉은 입시 폐지 대학 평준화 운동의 경험으로부터 교육운동에 폭넓은 관점의 정치적 언어가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비판을 제기한다.
강석남은 교육부의 대학 간 통폐합과 글로컬 대학 사업 등 대규모 재정 지원 사업을 미끼로 한 대학 구조 조정에 대응하는 대학 사회의 의제와 운동의 부재를 지적한다. 대학의 위기에 대해 관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학생 사회를 주체로 한 대학운동을 촉구한다.
보란은 교육을 돌봄의 권리와 정치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려면 교사 또한 돌봄 부정의에 직면한 청소년, 교육 노동자와 함께 교육 현장에서의 불평등한 돌봄 경험을 말해야 한다고 요청한다.
이번 특집은 현 교육 체제를 총체적으로 바라보며 편집위원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의제를 제기하고 교육운동을 성찰한 데 의의가 있다. 언급된 의제들은 우선순위에 따른 것이 아니고, 교육 체제와 교육운동의 현주소를 모두 담고 있진 않지만 직면한 위기와 문제의 단면을 드러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편집부
차례
읽은 이야기 | 성현석
오늘의 교육을 열며 | 채효정
특집│교육과 교육운동, 전환의 과제
체제를 전환하는 교육의 생태적 전환 ‘운동’을 시작하자 | 채효정
‘교육, 무엇을 전환해야 할까’에 대한 소론 | 진냥(희진)
교육운동에 부족한 것에 대한 짧은 생각 | 공현
- 입시 폐지 운동의 사례로부터
익숙해진 대학의 위기와 ‘대학운동’의 부재 | 강석남
교육은 돌봄의 권리와 정치로 확장해야 한다 | 보란
기획│세월호 10주기, 4.16 교육 체제와 애도 수업
바다의 기억, 시간의 물결 | 정용주
- 세월호 10주기와 안전 담론의 재조명
학생들로부터 시작된 4.16 수업 | 박정현
- 연대와 공감을 통해 ‘정의’ 감각을 피워 내기를
기획│법화사회와 교육
학교폭력과 사법 폭력의 연쇄고리 | 김정희원
- 엄벌주의가 아니라 공동체의 변혁이 필요하다
학교공동체는 회복할 수 있을까? | 허진재
- 배려가 사라지고 대화가 단절되며 소송전이 난무하는 학교
연속 기획│특수에서 보편으로
급진적 교육으로서 통합교육 제안서 | 최경미(사이다)
- 성미산학교의 통합교육을 돌아보며
새 학기, 통합교육을 시작하려는 선생님들께 | 이영수
- 특수 교사 아닌 교사를 위한 통합교육 이야기
“당신의 권리를 알고 계시나요?” | 전국장애인부모연대_보다
- 장애 학생 부모를 위한 권리 안내
연속 기획│변방에서 온 편지 - 충북 괴산
삶의 방향을 찾고, 나를 이해하고, 관계망을 만드는 학교 | 김석규
- 목도나루학교 개교 후 첫해를 마치며
연재│청소년의 시좌에서 - 교육복지 현장의 이야기 ①
들리지 않는 목소리,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 | 발랑(신선웅)
- 교실 밖으로 밀려나는 학생들
연재│동맹의 교실, 해방의 교육학 ⑤
반짝이는 눈망울이 내 마음에 | 서한영교
- 눈의 정치학, 눈빛의 교육학
연재│대학생운동 인터뷰 – 대학의 위기와 대학 안의 운동 ⑤
‘대학의 공공성’을 매개로 캠퍼스 바깥과 관계 맺기 | 강석남
[인터뷰] 경희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울림 김연우 위원장
기고
인권과 교육의 문법 다시 쓰기 | 배경내
- 존엄의 상호의존 관점에서 본 교사와 학생
학생의 인권은 폐지할 수 없다 | 이름
수업
아픈 역사의 한 페이지를 노래하다 | 안사을
- 제주 4.3과 사북항쟁, 창작 뮤지컬 수업
에세이
특성화고는 사라지고 있다 | 이윤승
나에게 ‘참 아름다운’ 학교 | 강주희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지길 | 고래
리뷰
조용한 혁명을 기대하며 | 박성실
[리뷰] 《회복되는 교실》
학교에 작업치료를? 학교에 작업치료를! | 박지희
[리뷰] 《학교에는 작업치료가 필요합니다》
오늘 읽기 | 공현
세 줄 새 책
어제와 오늘의 어린이책 | 조현민
내가 밀고 있는 단체
출판노동유니온 | 이용석
살처분 폐지연대 | 김선철
피스모모 | 하영
책 속에서
각자의 삶 속에 각자의 목소리로 터져 나오는 위기들은 상관없어 보이지만 모두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교육 현장에서 날마다 마주치는 존재들도 그러하다. 학교에는 마트 앞에서 오이를 들고 망설이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을 것이고, 어머니의 간병이나 노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돌봄 노동자가 있을 것이고,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발을 구르는 교사도 있을 것이다. 또한 학교에는 입시 제도나 평가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아무런 상관이 없는, ‘교육 경쟁’에서 완전히 ‘열외’인 학생들, 아침밥을 먹지 못하고 온 어린이, 생활비나 대출금 때문에 벌어진 부모의 싸움 소리를 듣고 잠든 청소년이 있을 것이다. ‘불법 외국인 노동자’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위축되고 불안해지는 이주 배경 가정의 자녀와, ‘외국인 노동자 불법 고용 때문에’ 일자리를 뺏겼다고 생각하는 건설 노동자의 자녀가 함께 있을 것이다. 학교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온갖 문제들, 그 속에서 그어진 온갖 적대와 혐오와 차별의 선들이 뒤엉키는 곳이기도 하다. 이 다양한 취약성들이야말로 연대의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취약성을 잇는 선들을 연대와 저항의 선으로 만드는 운동이 필요하다.
- 본문 41~42쪽, 채효정, 〈체제를 전환하는 교육의 생태적 전환 ‘운동’을 시작하자〉
어떤 사회, 어떤 공간, 어떤 지역에서 살고 싶은가에 대한 정치적 논의가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그 지역의 텍스트가 교육의 내용으로 활용될 것이며 교육을 통해 지방 자치의 일상적 실현이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지역이 서울처럼, 도시처럼 되는 방향이 아니라 각각의 이상적인 모습을 논의하고 구현해 나가는 지방 자치가 실현될 때 소위 ‘지방 분권’이 가능하다. 지역 격차, 서울의 높은 지대, 부동산을 둘러싼 부의 불평등 등 서울 중심주의를 해체하지 않고서는 한국 사회의 체제를 전환할 수 없다. 서울과 도시 중심주의의 고리를 끊어 내고 지역의 공공성을 시민적 감각으로 체득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 본문 48~49쪽, 진냥(희진), 〈‘교육, 무엇을 전환해야 할까’에 대한 소론〉
나는 입시 폐지 운동이 여전히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교육운동이 가장 주력해야 할 의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운동이 정책 패키지보다는 교육이 어떠해야 하고 어떻기를 바라는가 하는 더 포괄적인 언어와 담론, 교육관으로 제기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가령,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사회에서도 능력주의 비판 담론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비판 논의를 운동이 흡수하고, 교육을 출발점 삼아 노동에서의 학력·학벌 차별이나 사회 전반의 능력주의를 극복하며 교육·노동 등을 모두 바꾸어 나가는 논의를 제시해야 한다. 커다란 체제의 변화를 던지면서, 그 변화를 이루어 가기 위한 각 영역에서의 중간 과제들이 정책과 의제로 제기되어야 한다. 꼭 능력주의 반대와 입시 폐지가 아니라도 좋다. 어쨌든 완전히 다른 교육의 지향과 그림을 이야기하는 언어를 만들고 그것이 운동에서 공유되어야 한다.
- 본문 64쪽, 공현, 〈교육운동에 부족한 것에 대한 짧은 생각〉
학령 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 조정 담론은 이미 파편화된 학생 사회를 다시 수도권 학생 사회와 생존 경쟁에 내몰린 지역 학생 사회로 분리시켰다. 위계화는 물론이고 경쟁과 통폐합 속에 다시 입시 성적을 서로에게 들이밀며 이해득실을 논하는 대립을 재생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학 구조 조정에 대한 학생 사회 일반의 의제의 부재는 수도권 학생 사회에는 대학 구조 조정에 대한 무관심을, 지역 학생 사회에는 상대적 차별을 전제한 대립으로 귀결되고 있다. 대학 구조 조정의 가장 큰 당사자인 대학생 주체들이 오히려 대학 구조 조정의 과정에서 가장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 본문 80쪽, 강석남, 〈익숙해진 대학의 위기와 ‘대학운동’의 부재〉
학생들이 교육 공간에서 하는 학습 노동을 포함한 노동이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학생의 의무 또는 봉사 활동으로만 여겨지는 것에 의문이 생겼다. 교육 수혜를 명목으로 학생이 돌봄과 재생산 노동을 주체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은폐함으로써, 학생을 시민권을 지닌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불평등을 생각할 수 있었다. 또한, 과학실 청소를 하면서 청소 노동자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나의 무심함으로 인해 그분이 손을 다치는 일을 목격했다. 그분은 손을 다쳤어도 학교에 말하지 못했다. 그 이유를 알고 보니, 학교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하청 업체에 위험을 외주화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급식 노동자의 파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분주하게 일하시는 급식 조리원분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기도 했다. 대화를 통해 필수 노동자가 병원에 가기 어려운 현실이 노동 약자 착취 구조(노동 시장 이중 구조)와 척박한 노동 환경에서 비롯됨을 알게 되었다. 결국 교사/돌봄 노동자, 정규직 노동자/비정규직 노동자, 비청소년/청소년, 인간 동물/비인간 동물 등의 이분법이 차별의 기제를 재생산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 본문 95~96쪽, 보란, 〈교육은 돌봄의 권리와 정치로 확장해야 한다〉
나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기억과 공감, 연대의 중요성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또한 곧 사회로 나아갈 학생들에게 참사 너머를 바라볼 수 있는 무언가를 전하고 싶었다. 그것은 바로 연대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 ‘정의’였다. 슬픔이 잦아든 학생들은 ‘도대체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궁금할 테다. 그래서 책임자는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진상을 규명했는지, 지금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가 되었는지, ‘정의’를 바탕으로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10주기를 맞은 올해도 어김없이 학생들과 함께 4.16 문학 수업을 진행할 것이다. 학생들이 연대와 공감을 통해 정의에 대한 감각을 피워 내기를 바란다.
- 본문 129쪽, 박정현, 〈학생들로부터 시작된 4.16 수업〉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왜 같은 반 친구를 도구화하는 것으로 자신의 분을 풀려고 할까. 학교폭력 해결 과정에서 가해자들은 진정한 책임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관해, 타인을 혐오하지 않고 동등한 인간으로 고귀하게 대한다는 것의 의미에 관해 대화할 수 있을까.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은 엄벌주의 앞에서, 혹은 퇴학과 대입 실패의 두려움 앞에서 그 시도조차 무력화될 것이다. 영구 추방의 미래를 앞에 두고는 그 누구도 반성과 성장을 모색하지 않는다. 축출과 처벌만이 자신에게 남겨진 미래라면 가해자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그저 사태를 모면할 방법만 찾을 뿐이다. 그래서 학교폭력 해결은 비록 처벌이 수반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축출과 추방이 아니라 치유와 포용을 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 본문 142~143쪽, 김정희원 〈학교폭력과 사법 폭력의 연쇄고리〉
학생의 존엄을 지키는 일은 교사의 자기 정체성의 일부이기도 한 ‘어린 나’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차별받고 배제되었던 ‘어린 존재’를 품고 있는 존재이다. 교사는 더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아니지만, 이제는 학생이 아닌 교사의 위치로 학교에 돌아왔지만, 과거의 나를 지우고 현재의 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 곳곳에 깔린 학생 혐오, 어린 존재에 대한 혐오는 교사들의 자기혐오로도 이어진다. 사람 누구에게나,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나 존재하는 미숙함과 취약함, 자유분방함, 실수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취약함 속에 깃든 존엄을 아끼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인권 옹호는 ‘내 안의 어린 존재’을 옹호하는 일이고 “내 편이 되어 주는” 일이기도 하다.
- 본문 299쪽, 배경내, 〈인권과 교육의 문법 다시쓰기〉
《오늘의 교육》 79호 특집은 2024년 봄을 맞아, 교육에 닥친 위기가 무엇인지, 교육 체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운동과 어떤 성찰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세월호 10주기를 추모하며, 4.16 교육 체체와 안전 담론을 되짚어 본다.
특집
교육과 교육운동, 전환의 과제
기후 위기와 전쟁 등으로 돌출되고 있는 세계의 위기는 우리의 일상에까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학교교육의 위기’, ‘교실 붕괴’와 같은 표현은 오래된 진단이지만 이제는 비유를 넘어 생생하게 체감되고 있다. 《오늘의 교육》은 2024년 봄을 맞아, 교육에 닥친 위기가 무엇인지, 교육 체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운동과 어떤 성찰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채효정은 자본주의 체제가 일으킨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며, 낡은 체제를 전환하는 교육의 생태적 전환 ‘운동’을 시작하자고 역설한다. 학교의 안과 밖을 분리하고 교육을 교육 문제로만 바라보는 사유를 버리고 연결되어 무너지고 있는 교육, 돌봄, 노동 체제를 모으고 엮어 새로운 교육운동을 실천하자고 제안한다.
진냥(희진)은 〈‘교육, 무엇을 전환해야 할까’에 대한 소론〉에서 지방, 나이, 교육의 전문성의 전환을 촉구한다. 교육의 목표가 ‘in 서울’이 되고 모든 자원이 집중되는 서울공화국을 벗어나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 나이에 상관없는 서로 배움, 교사와 이해관계자들 간의 연대를 기반으로 하는 ‘협동적 전문성’을 제안한다.
공현의 〈교육운동에 부족한 것에 대한 짧은 생각〉은 입시 폐지 대학 평준화 운동의 경험으로부터 교육운동에 폭넓은 관점의 정치적 언어가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비판을 제기한다.
강석남은 교육부의 대학 간 통폐합과 글로컬 대학 사업 등 대규모 재정 지원 사업을 미끼로 한 대학 구조 조정에 대응하는 대학 사회의 의제와 운동의 부재를 지적한다. 대학의 위기에 대해 관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학생 사회를 주체로 한 대학운동을 촉구한다.
보란은 교육을 돌봄의 권리와 정치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려면 교사 또한 돌봄 부정의에 직면한 청소년, 교육 노동자와 함께 교육 현장에서의 불평등한 돌봄 경험을 말해야 한다고 요청한다.
이번 특집은 현 교육 체제를 총체적으로 바라보며 편집위원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의제를 제기하고 교육운동을 성찰한 데 의의가 있다. 언급된 의제들은 우선순위에 따른 것이 아니고, 교육 체제와 교육운동의 현주소를 모두 담고 있진 않지만 직면한 위기와 문제의 단면을 드러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편집부
차례
읽은 이야기 | 성현석
오늘의 교육을 열며 | 채효정
특집│교육과 교육운동, 전환의 과제
체제를 전환하는 교육의 생태적 전환 ‘운동’을 시작하자 | 채효정
‘교육, 무엇을 전환해야 할까’에 대한 소론 | 진냥(희진)
교육운동에 부족한 것에 대한 짧은 생각 | 공현
- 입시 폐지 운동의 사례로부터
익숙해진 대학의 위기와 ‘대학운동’의 부재 | 강석남
교육은 돌봄의 권리와 정치로 확장해야 한다 | 보란
기획│세월호 10주기, 4.16 교육 체제와 애도 수업
바다의 기억, 시간의 물결 | 정용주
- 세월호 10주기와 안전 담론의 재조명
학생들로부터 시작된 4.16 수업 | 박정현
- 연대와 공감을 통해 ‘정의’ 감각을 피워 내기를
기획│법화사회와 교육
학교폭력과 사법 폭력의 연쇄고리 | 김정희원
- 엄벌주의가 아니라 공동체의 변혁이 필요하다
학교공동체는 회복할 수 있을까? | 허진재
- 배려가 사라지고 대화가 단절되며 소송전이 난무하는 학교
연속 기획│특수에서 보편으로
급진적 교육으로서 통합교육 제안서 | 최경미(사이다)
- 성미산학교의 통합교육을 돌아보며
새 학기, 통합교육을 시작하려는 선생님들께 | 이영수
- 특수 교사 아닌 교사를 위한 통합교육 이야기
“당신의 권리를 알고 계시나요?” | 전국장애인부모연대_보다
- 장애 학생 부모를 위한 권리 안내
연속 기획│변방에서 온 편지 - 충북 괴산
삶의 방향을 찾고, 나를 이해하고, 관계망을 만드는 학교 | 김석규
- 목도나루학교 개교 후 첫해를 마치며
연재│청소년의 시좌에서 - 교육복지 현장의 이야기 ①
들리지 않는 목소리,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 | 발랑(신선웅)
- 교실 밖으로 밀려나는 학생들
연재│동맹의 교실, 해방의 교육학 ⑤
반짝이는 눈망울이 내 마음에 | 서한영교
- 눈의 정치학, 눈빛의 교육학
연재│대학생운동 인터뷰 – 대학의 위기와 대학 안의 운동 ⑤
‘대학의 공공성’을 매개로 캠퍼스 바깥과 관계 맺기 | 강석남
[인터뷰] 경희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울림 김연우 위원장
기고
인권과 교육의 문법 다시 쓰기 | 배경내
- 존엄의 상호의존 관점에서 본 교사와 학생
학생의 인권은 폐지할 수 없다 | 이름
수업
아픈 역사의 한 페이지를 노래하다 | 안사을
- 제주 4.3과 사북항쟁, 창작 뮤지컬 수업
에세이
특성화고는 사라지고 있다 | 이윤승
나에게 ‘참 아름다운’ 학교 | 강주희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지길 | 고래
리뷰
조용한 혁명을 기대하며 | 박성실
[리뷰] 《회복되는 교실》
학교에 작업치료를? 학교에 작업치료를! | 박지희
[리뷰] 《학교에는 작업치료가 필요합니다》
오늘 읽기 | 공현
세 줄 새 책
어제와 오늘의 어린이책 | 조현민
내가 밀고 있는 단체
출판노동유니온 | 이용석
살처분 폐지연대 | 김선철
피스모모 | 하영
책 속에서
각자의 삶 속에 각자의 목소리로 터져 나오는 위기들은 상관없어 보이지만 모두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교육 현장에서 날마다 마주치는 존재들도 그러하다. 학교에는 마트 앞에서 오이를 들고 망설이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을 것이고, 어머니의 간병이나 노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돌봄 노동자가 있을 것이고,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발을 구르는 교사도 있을 것이다. 또한 학교에는 입시 제도나 평가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아무런 상관이 없는, ‘교육 경쟁’에서 완전히 ‘열외’인 학생들, 아침밥을 먹지 못하고 온 어린이, 생활비나 대출금 때문에 벌어진 부모의 싸움 소리를 듣고 잠든 청소년이 있을 것이다. ‘불법 외국인 노동자’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위축되고 불안해지는 이주 배경 가정의 자녀와, ‘외국인 노동자 불법 고용 때문에’ 일자리를 뺏겼다고 생각하는 건설 노동자의 자녀가 함께 있을 것이다. 학교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온갖 문제들, 그 속에서 그어진 온갖 적대와 혐오와 차별의 선들이 뒤엉키는 곳이기도 하다. 이 다양한 취약성들이야말로 연대의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취약성을 잇는 선들을 연대와 저항의 선으로 만드는 운동이 필요하다.
- 본문 41~42쪽, 채효정, 〈체제를 전환하는 교육의 생태적 전환 ‘운동’을 시작하자〉
어떤 사회, 어떤 공간, 어떤 지역에서 살고 싶은가에 대한 정치적 논의가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그 지역의 텍스트가 교육의 내용으로 활용될 것이며 교육을 통해 지방 자치의 일상적 실현이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지역이 서울처럼, 도시처럼 되는 방향이 아니라 각각의 이상적인 모습을 논의하고 구현해 나가는 지방 자치가 실현될 때 소위 ‘지방 분권’이 가능하다. 지역 격차, 서울의 높은 지대, 부동산을 둘러싼 부의 불평등 등 서울 중심주의를 해체하지 않고서는 한국 사회의 체제를 전환할 수 없다. 서울과 도시 중심주의의 고리를 끊어 내고 지역의 공공성을 시민적 감각으로 체득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 본문 48~49쪽, 진냥(희진), 〈‘교육, 무엇을 전환해야 할까’에 대한 소론〉
나는 입시 폐지 운동이 여전히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교육운동이 가장 주력해야 할 의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운동이 정책 패키지보다는 교육이 어떠해야 하고 어떻기를 바라는가 하는 더 포괄적인 언어와 담론, 교육관으로 제기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가령,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사회에서도 능력주의 비판 담론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비판 논의를 운동이 흡수하고, 교육을 출발점 삼아 노동에서의 학력·학벌 차별이나 사회 전반의 능력주의를 극복하며 교육·노동 등을 모두 바꾸어 나가는 논의를 제시해야 한다. 커다란 체제의 변화를 던지면서, 그 변화를 이루어 가기 위한 각 영역에서의 중간 과제들이 정책과 의제로 제기되어야 한다. 꼭 능력주의 반대와 입시 폐지가 아니라도 좋다. 어쨌든 완전히 다른 교육의 지향과 그림을 이야기하는 언어를 만들고 그것이 운동에서 공유되어야 한다.
- 본문 64쪽, 공현, 〈교육운동에 부족한 것에 대한 짧은 생각〉
학령 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 조정 담론은 이미 파편화된 학생 사회를 다시 수도권 학생 사회와 생존 경쟁에 내몰린 지역 학생 사회로 분리시켰다. 위계화는 물론이고 경쟁과 통폐합 속에 다시 입시 성적을 서로에게 들이밀며 이해득실을 논하는 대립을 재생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학 구조 조정에 대한 학생 사회 일반의 의제의 부재는 수도권 학생 사회에는 대학 구조 조정에 대한 무관심을, 지역 학생 사회에는 상대적 차별을 전제한 대립으로 귀결되고 있다. 대학 구조 조정의 가장 큰 당사자인 대학생 주체들이 오히려 대학 구조 조정의 과정에서 가장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 본문 80쪽, 강석남, 〈익숙해진 대학의 위기와 ‘대학운동’의 부재〉
학생들이 교육 공간에서 하는 학습 노동을 포함한 노동이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학생의 의무 또는 봉사 활동으로만 여겨지는 것에 의문이 생겼다. 교육 수혜를 명목으로 학생이 돌봄과 재생산 노동을 주체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은폐함으로써, 학생을 시민권을 지닌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불평등을 생각할 수 있었다. 또한, 과학실 청소를 하면서 청소 노동자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나의 무심함으로 인해 그분이 손을 다치는 일을 목격했다. 그분은 손을 다쳤어도 학교에 말하지 못했다. 그 이유를 알고 보니, 학교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하청 업체에 위험을 외주화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급식 노동자의 파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분주하게 일하시는 급식 조리원분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기도 했다. 대화를 통해 필수 노동자가 병원에 가기 어려운 현실이 노동 약자 착취 구조(노동 시장 이중 구조)와 척박한 노동 환경에서 비롯됨을 알게 되었다. 결국 교사/돌봄 노동자, 정규직 노동자/비정규직 노동자, 비청소년/청소년, 인간 동물/비인간 동물 등의 이분법이 차별의 기제를 재생산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 본문 95~96쪽, 보란, 〈교육은 돌봄의 권리와 정치로 확장해야 한다〉
나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기억과 공감, 연대의 중요성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또한 곧 사회로 나아갈 학생들에게 참사 너머를 바라볼 수 있는 무언가를 전하고 싶었다. 그것은 바로 연대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 ‘정의’였다. 슬픔이 잦아든 학생들은 ‘도대체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궁금할 테다. 그래서 책임자는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진상을 규명했는지, 지금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가 되었는지, ‘정의’를 바탕으로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10주기를 맞은 올해도 어김없이 학생들과 함께 4.16 문학 수업을 진행할 것이다. 학생들이 연대와 공감을 통해 정의에 대한 감각을 피워 내기를 바란다.
- 본문 129쪽, 박정현, 〈학생들로부터 시작된 4.16 수업〉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왜 같은 반 친구를 도구화하는 것으로 자신의 분을 풀려고 할까. 학교폭력 해결 과정에서 가해자들은 진정한 책임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관해, 타인을 혐오하지 않고 동등한 인간으로 고귀하게 대한다는 것의 의미에 관해 대화할 수 있을까.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은 엄벌주의 앞에서, 혹은 퇴학과 대입 실패의 두려움 앞에서 그 시도조차 무력화될 것이다. 영구 추방의 미래를 앞에 두고는 그 누구도 반성과 성장을 모색하지 않는다. 축출과 처벌만이 자신에게 남겨진 미래라면 가해자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그저 사태를 모면할 방법만 찾을 뿐이다. 그래서 학교폭력 해결은 비록 처벌이 수반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축출과 추방이 아니라 치유와 포용을 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 본문 142~143쪽, 김정희원 〈학교폭력과 사법 폭력의 연쇄고리〉
학생의 존엄을 지키는 일은 교사의 자기 정체성의 일부이기도 한 ‘어린 나’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차별받고 배제되었던 ‘어린 존재’를 품고 있는 존재이다. 교사는 더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아니지만, 이제는 학생이 아닌 교사의 위치로 학교에 돌아왔지만, 과거의 나를 지우고 현재의 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 곳곳에 깔린 학생 혐오, 어린 존재에 대한 혐오는 교사들의 자기혐오로도 이어진다. 사람 누구에게나,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나 존재하는 미숙함과 취약함, 자유분방함, 실수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취약함 속에 깃든 존엄을 아끼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인권 옹호는 ‘내 안의 어린 존재’을 옹호하는 일이고 “내 편이 되어 주는” 일이기도 하다.
- 본문 299쪽, 배경내, 〈인권과 교육의 문법 다시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