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56호] 코로나19 사태로 바라본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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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 56호는 우리 사회와 교육 현장을 덮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드러나고 있는 교육의 문제와 고민들을 전한다. 또한 공교육과 교육의 공공성에 대해 탐구하는 연중 기획을 통해 온라인 교육 확대 추세에 개입되어 있는 영리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고발하며, 공교육의 조건과 목적에 대해 논한다.

기획 지면에는 18세 선거권 도입과 함께 치러진 총선 이후,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위해 활동한 청소년들, 직접 정치 활동을 하고 선거법에 불복종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N번방’ 사건에 대해 교육에서 고민해야 하는 바 등 현재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이슈들을 다루는 글들도 빼놓지 않았다. 오래 묵은, 그러면서도 현안이라 할 수 있는 교육의 문제들을 정리해 보는 진냥 편집위원의 연재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를 첫 주제로 하여 이번 호부터 게재된다. 다양한 교육의 현장을 찾고 교육 주체들의 이야기를 듣는 ‘교육 현장 찾기’도 새 코너이다.


특집

코로나19 사태로 바라본 교육


“‘코로나가 세상을 바꿨는가?’가 아니라, 코로나가 세상을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5월 14일 열린 ‘사회적 소수자 그리고 재난’ 기획 토크쇼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변재원 정책국장이 한 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례 없는 개학 연기와 온라인 수업 등의 상황 속에서 학교 역시 많은 물음과 고민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므로 아마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가 학교의 문제점/한계/필요성/의미를 드러냈다.’

《오늘의 교육》 56호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학교교육의 현실을 다층적으로 담으려고 시도했다. 김중미, 이윤승, 조영선 등의 글은 돌봄, 취업, 입시, 수업 등을 둘러싼 현재의 상황을 살피고 전한다. 그 안에서 학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재발견, 입시나 취업 등으로 왜곡된 학교교육의 의미, 학교와 학생들 사이의 위계와 차별 등을 복합적으로 읽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온라인 방담 기사도 형식과 내용 모두 현재의 상황을 담고 있다.

정형철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정지된 대안학교의 일상을 돌아보면서, ‘이전의 일상은 과연 돌아가고 싶은 것이었는지’, 그리고 ‘학교의 과제는 무엇인지’를 묻는다. 이현애의 글 〈코로나19가 호출한 노동과 몸, 그리고 교육〉은, 코로나19가 학교 안의 노동의 위계, 돌봄이나 행정이 교육 노동에 포함되지 않는 문제점 등을 드러냈다고 지적하고, 원격 교육 신화 속에서 공간과 몸, 목소리가 지워지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특집에 이어 ‘교육공동체 벗 연구소 준비위원회’의 제언과 연중 기획 등 다른 지면에서도 작금의 사태에서 촉발된 다양한 문제의식들을 담으려 애썼다. 채효정의 글은 공공성이란 가치를 놓지 않으며 온라인 교육 확대가 자본의 ‘쇼크 독트린’은 아닌지 되묻는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얻은 우리 교육의 현실에 대한 통찰들이, 독자들에게 또 다른 성찰과 논의의 계기가 되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차례


8   바라보다                        | 최승훈 기자

10  읽은 이야기


특집  코로나19 사태로 바라본 교육

14  코로나19가 바꾼 것들                    | 김중미

    - 재난 이후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사회

26  특성화고 학생들, 그들 각각의 고민                | 이윤승

    - 코로나19 사태, 취업 희망 학생들과 학교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며

35  코로나19와 입시 중 누가 더 힘이 셀까?            | 조영선

    - 온라인 교육에서 등교 준비까지

48  코로나 시대, 아이들은 왜 학교에 가야 하는가            | 정형철

58  인터넷으로 학교를 다니는 날이 오다니            | 이경은

74  코로나19가 호출한 노동과 몸, 그리고 교육            | 이현애


제언

89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과 교육의 생태적 전환        | 박복선·정용주·윤상혁

    - 교육공동체 벗 연구소 준비위원회의 제안


연중 기획 ‘공(公)’을 다시 묻다

108 ‘구글리피케이션’                    | 채효정

    - 온라인 교육 시장이 공유지를 약탈하는 방법

123 쓸모 있는 공교육?                    | 공현

    - 교육의 목적을 교육 외부에 두지 말아야


기획 정치를 만드는 청소년

129 선거권은 인권이다                    | 김윤송

    - 선거권 연령 하향을 위한 43일의 거리 농성과 청소년 참정권 운동 분투기

147 선거와 정치, 청소년의 이름으로 도전합니다            | 조민

162 내가 있어야 할 곳, 청소년 녹색당                | 최혜성


에세이

173 평화를 만들고 함께하고자 하는 인연            | 짜미


연재  

교육 현안 꺼내 보기 ①

185 비교원, 비정규직, 교직원                    | 진냥(이희진)

    -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10년의 역사

1980년대의 청소년들, 너무나 정치적이었던 ②

199 학교와 사회를 바꾸는 주체로 나서다            | 전누리

    - 전교조 지지 투쟁까지의 고등학생운동의 폭발적 전개


기고

215 의견을 물을 대상도 되지 못한 학생들            | 이찬영

223 강간 문화가 정상인 사회에서 교육의 과제            | 솔리

    - ‘N번방 사건’ 예방 교육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

229 ‘성 비위’로 전락한 나의 성평등 수업            | 배이상헌

    - 수업 배제와 직위 해제에 이르기까지


교육 현장 찾기

245 왜 노무사가 됐는지 잊지 않게 해 주는 교육            | 공현

    - ‘우리동네노동권찾기’의 노무사 대상 청소년노동인권 강사 교육


리뷰

255 모든 상식적인 일들이 자연스러워지기를            | 김보영

     - 《유예된 존재들》

265 꽃과 메스꺼움                        | 윤상혁

     - 《아스팔트를 뚫고 피어난 꽃》

274 ‘아직 수치’와 ‘이미 자긍심’ 사이에서            | 나영정

     - 《망명과 자긍심》


284 두 줄 새 책

286 주제가 있는 독서


책 속에서 


코로나19는 학교가 초·중·고 학생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의미를 지닌 곳인지를 드러내 주었다. 또 학교라는 공동체가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의 협업으로 움직이는 곳인지,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필요한지도 드러냈다. 학교에서의 한 끼는 제대로 된 밥상을 가져 본 적 없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 그 아이들의 한 끼를 위해 영양사와 조리사가 필요하고, 여러 식품 업체와 농촌의 생산공동체와의 긴밀한 연결이 있어야만 한다. 장애 학생들이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하기 위해서도 특수 교사와 장애 학생의 활동 보조 교사가 필요하다. 가난한 학생들을 살피고 지원할 수 있는 학교 복지사도 필요하고, 보건실과 도서관, 상담실에도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 본문 21-22쪽, 김중미, 〈코로나19가 바꾼 것들〉


특성화고가 뭔지 모르는 사람도 많은 판에, 특성화고엔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재난으로 인해 일자리가 부족하며 실습도 제대로 못 하고 있으니 정부에서라도 나서서 특성화고 학생들을 위한 공공 일자리를 늘려 줄까. 그럴 것 같지가 않아서 그런 기대를 할 수도 없다. 그냥 2020년의 특성화고 3학년은 오롯이 개인이 재난의 피해를 감당해야만 할까.

- 본문 29쪽, 이윤승, 〈특성화고 학생들, 그들 각자의 고민〉


이 모든 모순의 핵심에는 입시가 있다. 모든 학생을 동일한 조건에서 시험을 보게 하여 상대적인 등수를 내서 대학을 가게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동일한 조건을 만들어 내기 위해 모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개학을 하자마자 급식도 하면서 하루 종일 시험을 치게 하는 모의고사를 볼 것이다. 빨리 모의고사를 봐야 상대적인 위치를 알고 정시로 갈지 수시로 갈지 입시 전략을 짤 수 있다는 여론에 등 떠밀린 것이다.

- 본문 45쪽, 조영선, 〈코로나19와 입시 중 누가 더 힘이 셀까?〉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을 하기 전에 이 말이 갖는 의미를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자조 섞인 푸념을 늘어놓기에 앞서 코로나가 창궐하기 이전의 우리의 삶은 과연 제대로 된 것이었는지,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안전하고 정상적인 상태라 말할 수 있는 것이었는지 분명하게 살펴야 한다.

- 본문 52-53쪽, 정형철, 〈코로나 시대, 아이들은 왜 학교에 가야 하는가〉


지식 중심의 교육만을 전제한다면 장기적으로 원격 교육에서 학교와 교사는 콜센터화될 것이고, 교사의 몸이 놓이는 노동 환경은 사회 전체 노동자의 노동 환경에 종속될 것이다. 이번 집단 감염으로 드러난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곧 교사의 노동 환경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과도한가? 다른 가능성이 있다면 ‘전문가 프리랜서’라는 이름의 특수 고용직화가 아닐까. 지식교육을 넘어서는 교육의 재개념화와 교육 공공성의 문제는 학생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사의 ‘노동’의 조건, 위계와도 직접 연결된 문제이다.

- 본문 82쪽, 이현애, 〈코로나19가 호출한 노동과 몸, 그리고 교육〉


생태적 전환은 교육 혁명이다. 농업 혁명이나 산업 혁명은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지만, 사전에 어떤 의도와 설계가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생태적 전환은 우리가 만든 세상에 대한 반성과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세상과 좋은 삶에 대한 구체적 상상으로 기획하는 혁명이다. 그것은 구체적으로는 자본과 국가를 넘어서는 새로운 삶의 질서를 만들어 내는 일인데, 교육의 힘을 빌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다.

- 본문 91-92쪽, 박복선·정용주·윤상혁,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과 교육의 생태적 전환〉


에듀테크 산업계는 ‘한국형 에듀테크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와 논의에 들어갔다. 구체적으로는 1학기 초·중·고 원격 수업에 활용한 〈EBS〉 온라인 클래스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e학습터를 민간 통합 학습 플랫폼으로 대체하고, 플랫폼 사업자가 경쟁을 통해 학교에 납품 공급을 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국내 교육 기업들이 수년 동안 하지 못했던 것을 코로나19가 단번에 해내고 있는 셈이다. 외환 위기 때는 기업과 은행이 글로벌 자본의 주요 침략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학교’가 자본이 노리는 최고의 약탈지다.

- 본문 112쪽, 채효정, 〈‘구글리피케이션’〉


당장 내가 무언가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청소년 참정권을 외쳤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법 통과 가능성은 매우 낮았고 우리는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 심지어는 자유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을 하는 바람에 본회의가 열리지도 않았던 터라 내가 청소년일 동안 선거권 연령이 하향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어른이 되고 청소년에게 당연하지 않은 권리를 당연하게 누리는 날이 온다고 해도 어린 시절에 겪었던 수많은 차별과 부당함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 본문 135쪽, 김윤송, 〈선거권은 인권이다〉


“모든 일은 돈과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말은 조직론에서 통용되는 원칙이다. 학교에서는 그 말이 이름만 다른 교육 예산들이 학교로 내려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되는 형태로 실현되었다. 보다 학생 맞춤형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구에 수준별 이동 수업이 도입되었고 수준별 이동 수업 인턴 교사라는 비교원 비정규직 교직원 직종이 탄생했다. 정규 수업 이후 시간에도 어린이·청소년의 돌봄에 대해 학교가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에 방과 후 학교가 도입되었고 그에 따라 방과 후 학교 코디네이터라는 이름의 사람들이 학교에 들어왔다.

- 본문 188쪽, 진냥(이희진), 〈비교원, 비정규직, 교직원〉


학생들의 의견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의견은 학생 스스로 대변하는 것이 맞다. 또한 학교 운영 및 교육 일정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집단인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어봤어야 하는 것이 맞다. 유은혜 장관의 그 문제의 발언은 학생들을 수동적이고 주체적이지 못한 집단이라는 생각하에 나온, 매우 시대착오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유은혜 장관의 발언으로 인해 학생들은 자신의 발언권을 교사와 학부모에게 빼앗긴 셈이 되어 버렸다.

- 본문 217-218쪽, 이찬영, 〈의견을 물을 대상도 되지 못한 학생들〉


교사가 교실의 구원자가 아니듯, 교육은 사회의 구원자가 아니다. 학생의 성장 가능성을 믿는 것과 학생을 뜯어고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수의 교사가 자신이 교실의 구원자가 되어야 한다고 착각하며, 이 착각에서 많은 고통과 비극이 시작된다. 교육은 분명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모든 사회 문제를 교육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 두 명제를 동시에 이야기할 수 있고, 동시에 이야기해야만 한다.

- 본문 225쪽, 솔리, 〈강간 문화가 정상인 사회에서 교육의 과제〉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교복이 생겼고, 나는 선배들이 여름에는 시원한 반바지를, 겨울에는 따듯한 털옷을 입고, 추리닝 바지와 생활한복을 입고 뛰어다니며 사는 모습을 미친 듯이 부러워하며 지냈다. 대체 누가 이 몸에 쩍쩍 달라붙고 움직일 수도 없는 불편한 제복과 나일론 스타킹을 내게 입혔느냐고 정신없이 온 사방에 질문하며 다녔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나고 나니 이제 학생들은 교복을 입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하게 되었다. 교복은 내가 어릴 때에는 이상한 것이었다. 모든 이상한 일이 한번 생기고 나면 당연한 것이 되어 버린다. 동시에 사라지고 나면 그것도 당연한 것이 된다.

- 본문 262-263쪽, 김보영, 〈모든 상식적인 일들이 자연스러워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