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52호] 교육 정치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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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 52호 특집은 교육 권력 혹은 교육 정치를 다룬다. 교육 제도나 정책이 만들어지고 결정되기까지, 학교 현장에서의 교육 활동이 이루어지기까지, 수많은 힘과 사회 세력 등이 개입하고 연구 결과와 법령 등이 관여한다. 이러한 현실을 개괄하고 구체적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교육의 정치적 성격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후에도 학교 현장에 좀 더 천착하여 교육의 정치적 모습을 논할 계획이다.

에세이 지면에서는 지난번 내용을 이어, 5.18과 고등학생 열사, 베트남 평화기행 등의 경험담과 생각들을 담았다. 또한 편집위원 등의 글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광주시교육청의 교사 징계 사건을 다각도로 논의했다. 취재와 기고 지면에서도 스쿨 미투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을 모았다.


특집

교육 정치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교육은 그것을 둘러싼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가 만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므로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또한 공적 제도로서의 교육은 구체적인 교육 정책에 따라 구현되는데, 우리는 그러한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는 힘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늘의 교육》 제52호의 특집은, 하나의 교육 제도와 정책이 수립되기까지 어떤 시스템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그와 같은 시스템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피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교육 현장을 움직이는 권력(힘)의 본질을 돌아보고,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데 새로운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김용의 〈교육 정치, 그 표현으로서의 정책과 법〉은 교육의 정치성을 살핀 글이다. 교육 정책이 실행되는 과정이나 교육 관련 법률의 입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육 주체들의 문제를 더듬어 보았다.

정은균의  〈누가 교육을 지배하는가〉는 학교교육을 통제하는 다양한 통제 유형을 일별하고, 강력하고 효율적인 교육 통제 방식인 위계적인 교육 관계 법규들과 교육과정이 교육 현장에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를 다루었다.

진냥의 글은 정책 수립과 결정의 근거가 되는 연구나 연구시범학교 등이 실제로 국가의 영향하에 있음을 보여 준다. 교육 관련 연구 기관이나 연구시범학교 등이 정책의 근거를 사고파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현실을 지적하며, 비교적 객관적이라고 믿는 연구 결과나 데이터도 권력에 좌우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박세영의  〈학교생활기록부는 왜 욕망의 실험장이 되었나〉는 학교생활기록부의 경우를 구체적 사례로 삼아 교육 권력의 실제 양상을 짚어 본 글이다. 최근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사항에 관련하여 진행된 정책 숙려제 경험을 소개하며, 학교생활기록부 설계나 기재 항목 결정에서 어떤 힘들이 무슨 이유로 경합했는지, 또 그런 상황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들을 살폈다.


차례


8  바라보다 | 최승훈 기자


특집  교육 정치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14 교육 정치, 그 표현으로서의 정책과 법 | 김용

25 누가 교육을 지배하는가 | 정은균

- 법과 교육과정을 통해 본 교육 권력

43 교육 정책 권력의 양분 | 진냥

- 정책을 뒷받침하는 우수 사례와 연구의 문제점

50 학교생활기록부는 왜 욕망의 실험장이 되었나 | 박세영

- 학교생활기록부 정책 숙려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


58 임종길의 그림일기


연재 

수업을 사는 교사

62 시대정신과 자유를 향해 온몸을 던진 ‘돌’아이 | 박진환

- 교사 장승규

나눔의 경제인류학

84 나눔과 사회적 인정 | 홍서연


취재 스쿨 미투가 남긴 것 ②

107 “누가 어떤 잘못을 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나” | 이경은

- 더 나은 토론을 위해 필요한 것들


기획

134 행정 폭력, 성평등교육, 교사-학생 관계를 고민하다 | 정은균, 공현, 조영선, 진냥, 정용주

- 광주시교육청-배이상헌 교사 사건을 바라보며

 

기고

157 스쿨 미투 이후, 새로운 공론장이 필요하다 | 양지혜

169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그런데 청소년은……? | 김예찬

- 청소년 알 권리 학교를 준비한 이유

176 사랑의 가면과 문명의 사육 | 김혜나

 

에세이

197 학생 열사, 청소년운동의 동료로서 뜻을 잇는다는 것 | 빈둥

- ‘5.18과 교육, 학생 열사를 찾아서’ 후기

210 사람을 잇고, 삶과 죽음을 잇다 | 베트남공부모임

- 베트남 평화기행을 다녀와서


리뷰

234 청년 담론과 이름들의 전쟁 | 석영

- 《청년팔이 사회》

243 유가족에게 다가서게 하는 책 | 임동헌

-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251 ‘밀양’이 우리를 다시 썼다 | 양선화

- 《송전탑 뽑아줄티 소나무야 자라거라》, 《밀양을 듣다》


261 두 줄 새 책

263 주제가 있는 독서

265 어린이 책 나들이


책 속에서 


중산층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선호에 부합하는 정책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며, 자신들의 이해와 일치하는 정책 대안을 채택하도록 정부에 압력을 넣는다. 무엇보다 정부 관료 대다수가 중산층 의식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의 교육 정책에서 중산층의 지향은 중요한 변수가 된다. 그런데, 중산층 역시 분화의 과정을 겪는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학 입시 전형 제도 개편과 관련하여 중산층의 정책 선호와, 그 가운데 상위 1% 집단의 정책 선호는 같지 않다. 정책 선호의 분화는 정책 과정의 정치성이 더 복잡한 양상으로 드러날 것임을 예고한다.

- 본문 23쪽, 김용, 〈교육 정치, 그 표현으로서의 정책과 법〉


서구의 교육 통제의 역사는 전문적 통제 시스템에서 시장 통제 시스템 쪽으로 옮겨 왔음에 반해 한국은 강고한 관료 통제 방식 시스템의 지배 아래 있다가 의사擬似 신자유주의적 통제 시스템을 거쳐 전문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 거버넌스나 개혁에 관여하는 주체가 시대, 지역(국가)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분석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교육 개혁을 좌우하는 힘의 역학을 이해하는 것은 당대 교육 운영의 철학, 본질, 방향을 알게 해 주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 본문 27쪽, 정은균, 〈누가 교육을 지배하는가〉


한국의 교육 정책은 입시 정책 외에는 공론화된 평가 과정을 겪지 않는다. 건물을 지을 때도 신고를 하고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안전 검사를 하는데, 이토록 온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공공 재원으로 운영되는 거대 공공 서비스 정책인 교육 제도는 그렇지 않다. 정책 입안자 실명제를 하자는 제안은 오래도록 있어 왔지만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고 거의 유일한 검증과정이 연구시범학교/학급 운영인데 그 과정이 오염되어 있는 것이다. 심지어 실험 및 검증과정에 참여하는 학생 및 보호자에게는 동의 절차나 고지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더욱 오염된 결과가 나오기 쉬운 이유다.

- 본문 46-47쪽, 진냥, 〈교육 정책 권력의 양분〉


연구 결과를 무시하고, 교육부가 정책 숙려제를 시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 항목을 줄이는 대신, 교과 세특(교과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을 확대하고 싶었던 교육부의 입장에서는 원하는 연구 결과가 아니었다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 숙려 과정에 참여한 입학 사정관들의 행보 역시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다. 항목을 줄이는 것에 반대하기도 했고, 기재 내용을 축소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표성을 가진다기보다는, 자기가 속해 있는 학교에 유리한 입학 전형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듯했다.

- 본문 55쪽, 박세영, 〈학교생활기록부는 왜 욕망의 실험장이 되었나〉


‘왜 교육 예술인가?’ 그리고 ‘교사는 왜 예술가이어야 하는가?’ 그는 이것이 자신이 만들고자 했던 교육과정의 가장 중요한 점이었다고 강조한다. 학문과 예술의 차이는 학문은 답이 있는 세계이고 진리의 세계이지만 예술은 답이 없고 환상의 세계라는 것이다. 그는 예술은 지식과 견주면 일종의 거짓이고 환상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예술적 환상은 사람들에게 삶을 살아가는 힘을 준다고 믿는다. 그에게 학문이라는 것은 형이상학의 세계에 있는 것을 이 땅에 내려오게 사람들에게 주입하는 것이지만, 예술은 현상계에 있는 세계에서 사람이나 사람이 가진 씨앗, 본질을 드러내어 빛나게 하는 것이다.

- 본문 72쪽, 박진환, 〈시대정신과 자유를 향해 온몸을 던진 ‘돌’아이〉


스쿨 미투는 일부 교사의 잘못에 대한 시정을 넘어 교육 전반의 개혁을 요구하는 문제 제기다. 학생들은 교사에게 말하기보다는 교육청에 신고하기를, 교육청에 신고함과 동시에 언론과 SNS를 통해 압박하기를 선택했다. 이는 학생의 권한이 현저히 부족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던 상황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가해자 분리와 처벌 위주 대처에 대한 비판과 함께, 사실 관계 파악 절차에 대한 불신으로 가해 지목된 교사의 결백을 주장하고 학생의 신고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 본문 132쪽, 밀루, 〈“누가 어떤 잘못을 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나”〉


한국 교사가 정규직 비율이 굉장히 높음에도 직업 안정성은 낮게 느낀다는 조사가 있다. 민원에 무력하고 징계에 대한 방어권을 제대로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 스쿨 미투 등과 관련해 굉장히 많은 교사들이 ‘나도 가해자로 지목될지 모른다’는 높은 불안감을 갖는 것도 같은 이유다. 나 역시 2017년에 성평등교육을 하다가 민원과 학부모단체의 파면 요구 대상이 되었고 교육청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

- 본문 149쪽, 정은균·공현·조영선·진냥·정용주, 〈행정 폭력, 성평등교육, 교사-학생 관계를 고민하다〉


스쿨 미투가 교육적 지도를 방해한다는 주장은 그간 ‘교권’ 혹은 ‘교사다움’이 얼마나 폭력과 연루되어 있었는지를 보여 준다. 동시에 스쿨 미투 고발 이후, 학교에서 교사의 위치가 변화해야 함을 시사한다. 더 이상 두발 규제 등 학생의 일상적인 결정권을 박탈하고 통제하는 것을 ‘교육적 지도’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교육적 지도’에 대한 합의는 더욱 면밀해져야 하고, ‘지도받을 권리’는 ‘지배받지 않을 권리’를 동반해야 한다. “세상은 저렇게나 떠들썩한데, 여기만 이렇게나 소리를 죽여 놓았다.” 학교를 함께 다닌 동료가 나에게 한 말이다.

- 본문 159-160쪽, 양지혜, 〈스쿨 미투 이후, 새로운 공론장이 필요하다〉


청소년이 정보 공개 청구를 할 권리를 공공 기관이 근거 없이 제한하고 있는데, 공공 기관은 그러한 사실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활동해 온 정보공개센터 역시 고민조차 해 보지 못한 문제였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시민’의 범위에 청소년들이 빠져 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 본문 173쪽, 김예찬,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그런데 청소년은……?〉


 너도나도 청년들을 자기 입맛대로 주체화하고자 하는 시도는 자연스레 주체화와는 가장 거리가 먼 결과, 즉 타자화를 낳는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지금 청년들이 담론 팔이에 동원되는 양상은 제국주의 시대 서양의 인류학자들이 신대륙의 원주민들을 ‘학문적 연구 대상’으로 삼았던 것과 다르지 않다. 누가 청년에 대해 말하는가. 청년들보다 더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는, 청년이 아닌 사람들이다.

- 본문 238쪽, 석영, 〈청년 담론과 이름들의 전쟁〉


그동안 현장 실습 문제에 대한 많은 접근 방식이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을 하였을 뿐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공감하는 것은 부족하였다. 어쩌면 용기가 없었을 수도 있다. 유가족과 관계 맺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다가서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신선한 접근 방식을 택하였다. 사회 구조에 희생된 유가족들의 감정을 매만지기보다는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해 유가족들이 수단으로 이용되지는 않았는지에 주목한다.

- 본문 249쪽, 임동헌, 〈유가족에게 다가서게 하는 책〉


밀양이 왜 나에게, 우리에게 왔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밀양이 우리에게 가져온 것은 너무도 명징하다. 자연과 생명을 위한 ‘탈핵’이라는 과제. ‘함께 살자’라는 권유. 우리가 전국에 걸쳐 연결되어 있다는 체감. 밀양을 정리해서 ‘직선’으로 잇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 어디가 시작인지도 모르게, 끝이 어딘지도 알 수 없게 얽혀 있던 힘, 그것이 중요하다.

- 본문 254쪽, 양선화, 〈‘밀양’이 우리를 다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