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46호] 안전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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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 46호는 학교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의 안전 담론과 정책에 대해 다루었다. 학교 현장의 모습과 안전 정책의 한계를 드러냈으며, ‘안전’이라는 개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오늘의 교육》에서는 대학 입시 제도 개편 논란, 아동학대 문제 등 교육계의 현안에 대해서 기획 지면과 에세이·기고 등을 통해서 계속 논의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지역 예술제 사례를 통해 소멸해 가는 지역의 모습을 어떻게 표상하고 기억할 것인지 문제의식을 던지고, 마을학회 일소공도의 《마을》을 통해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해 사유한다.


특집

안전의 위험

《오늘의 교육》 46호 특집에서 다루는 주제는 ‘안전’ 담론과 안전교육이다. ‘안전’은 오늘날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담론이자 정책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시 사람이, 학생이 해를 입기라도 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우려 때문에 안전을 앞세운 주장이나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과연 지금 우리는 안전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고 어떻게 추구하고 있는지, 익숙한 언어를 벗어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필자들은 학교 현장에서 ‘안전’은 어떻게 현실이 되고 있는지 그 실상을 들여다보고 있다. 안전이 강조되고 안전교육을 실시하면서 과거의 요식적이고 부실한 안전 조치들에 비해 개선된 점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한계도 뚜렷하다. 예컨대, 지금의 안전 정책들은 현재의 조건들 속에서 안전을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매뉴얼을 제시하지만, 안전하지 못한 상황 자체를 바꿀 힘은 보장하지 않는다. 안전교육은 때로는 개인에게 안전의 책임을 전가하고, 교육을 실시했다는 것이 안전에 대한 책임을 면제해 주는 알리바이가 되기도 한다. 안전을 위한 보고와 기록을 강조하는 것이 교사 등 책임자들이 정작 책임감을 버리게 만드는 역설이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안전 논의에서도 이야기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너무나 익숙하기에 위험한 광경으로 인식되지 못한다. 역설적으로 사람들의 불안감과 안전에 대한 요구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로 나아가는 것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특집의 마지막에 실린 〈위험한 안전, 불온한 안전〉은 인권과 안전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드러내며 안전 논의를 재구성할 힌트를 준다.

이번 특집에 실린 글들은 안전을 당연한 목표로 설정하고 추구하는 것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질문을 던진다. ‘안전’이란 무엇인가? 누구의 안전인가? 우리는 어떻게 안전해질 수 있는가? 안전을 말하면서 우리는 어떤 삶과 어떤 사회를 바라는가? 우리의 교육과 사회에서 안전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차례


10 바라보다 최승훈 기자


특집  안전의 위험

14 학교에 의 안전은 없다 진냥

23 학교에서 화재를 경험하고 난 뒤 굼바   (온라인 비게재)

학교 안전 그리고 책임과 책무에 대한 소고

30 학교는 누구의 안전은 외면하는가 쥬리

35 안전은 어떻게 교육을 망가뜨리는가 정은균

50 위험한 안전불온한 안전 랑희

인권의 언어로 안전을 말하기

 

64 문구 자랑질


연재  인간의 교사를 돌아보다

66 여름날의 공포와 전율’ 순례기 윤지형

《벌레 이야기》에서 《적지와 왕국》까지

 

기획  아동학대어떻게 말할 것인가

83 어떻게 하면 그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요?” 밀루

체벌가해자에게도 질문해야 한다


기획  대학 입시 제도 길 찾기

105 학생 평가와 선발의 도구가 된 학생부의 전제를 깨자 치이즈

- ‘국민 참여 정책 숙려제’ 자문 위원 참여 후기

114 대학 입시 제도 개편 논의가 놓친 것과 나아가야 할 길 김영식

 

에세이

124 나는 같은 판단과 선택을 할 것이다 익명

132 누구나 말할 수 있는 학교를 꿈꾼다 양서영

140 학생 인권의 문을 열자 이은선

울산 학생인권조례 운동 분투기

155 학교에서 키우는 반려 벌! 김진숙

 

기고

168 교복이제는 없어도 괜찮아! 최은순

177 분단을 넘어서는 평화교육 하늬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통일교육 고찰 및 평화교육 제안

 

일본에서 교육을 생각한다

190 소멸해 가는 지역을 사유하게 하는 미디어로서의 지역 예술제 김종구

〈에치고 츠마리 대지의 예술제〉 탐방기


리뷰

211 ‘Post-Village’를 향한 즐거운 여정 정용주

《마을 2

222 《소피의 달빛 담요》와 조용한 미소 심영택

《소피의 달빛 담요》

232 성소수자와 그 부모의 솔직한 이야기를 전한다 송이

《커밍아웃 스토리》

241 청년대학생이 아니다 김경빈

《복학왕의 사회학》

 

255 두 줄 새 책

257 주제가 있는 독서

259 어린이 책 나들이


책 속에서 


마치 부익부 빈익빈처럼 가시화된 영역은 빠르게 개선되고 보이지 않는 부분은 그만큼 더 낙후된다. 어떤 위험은 주목받고 매뉴얼이 만들어지고 대피 훈련이 개선되지만, 어떤 위험은 위험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휠체어 이용 학생이 대피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위험하다’보다 ‘불편하다’로 표현된다. 집단 따돌림 피해는 ‘위험하다’보다는 ‘적응을 하지 못한다’라고 표현된다.

- 본문 19-20쪽, 진냥, “학교에 ‘나’의 안전은 없다”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은 학교 관리자들로부터 학교 홈페이지 알림장, 주간 학습 안내장을 통해 학생 안전과 관련된 내용을 써 보내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이 메시지에는 알림장이나 안내장의 그 한두 줄이, 혹여나 있을지 모를 학교 내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 추궁으로부터 교사 개인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함의가 들어 있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대비할 수 있는 것은 단연코 학교 내 안전사고 자체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 본문 27쪽, 굼바, “학교에서 화재를 경험하고 난 뒤”


학교는 폭력이 싹을 틔우는 토양인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관해선 적극 개입하지 않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예를 들어 학생이 잠재적 가해자로 지목되는 학교폭력(학생 간 폭력)에 대해서는 교실 칠판 옆에 경고와 신고 안내문을 붙여 둘 수 있지만, 교사가 잠재적 가해자로 지목되는 폭력(체벌)에 대해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발생 수로만 따지면 교사에 의한 학생에 대한 폭행이나 언어 폭력이야말로 학교에서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는 폭력이며 체벌을 신고하고 구제받을 경로를 모르는 학생이 대다수라는 현실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권력이 흐르는 방향에 함께하는 폭력인가 또는 역행하거나 돌발하는 폭력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 본문 32쪽, 쥬리, “학교는 ‘누구’의 안전은 외면하는가”


공포는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을 피해자의 자리에 고정시키기 쉽다. 공포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안전감을 느끼기 위해 따라야 하는, 감수해야 할 제약들이 늘어날 뿐이다.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 사람들 역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어려워지고 부당한 조치에 항의하기 쉽지 않다. 안전을 위협당한다고 느끼는 사람, 안전을 위협한다고 지목된 사람 모두를 무력하고 수동적으로 만드는 것이 안전한 사회는 아니다.

- 본문 62쪽, 랑희, “위험한 안전, 불온한 안전”


우리는 체벌을 한 부모와 교사들을 낙인찍고 엄벌하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현재의 사회 분위기가 그렇지 않기도 하지만, 중요하게는 피해자들의 치유와도 거리가 멀고, 오히려 처벌을 피하기 위해 가해를 인정하지 않고 은폐하려 드는 현상을 부추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상황에 따라서는 처벌이 내려져야 하고, 가해자와의 공간 분리가 필요할 수 있다. 피해자에게는 스스로 더 나은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경제적, 정서적, 관계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단지 교사나 부모들 개인의 도덕적 책임을 물으며 그들을 낙인찍고 배제한다면, 앞에서 본 것과 같은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데서는 빗나가 버리고 만다.

- 본문 88쪽, 밀루, “어떻게 하면 그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요?”


이처럼 평가하는 사람 80명과 평가당하는 사람 20명이 같이 있던 공론장에서는 ‘학생부 협박’이라고 불리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가장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부 기록의 남용 문제가 전혀 드러나지 못했다. 최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스쿨 미투’ 정국에서 몇몇 학생들은 “교사가 학생부에 자신에게 불리하게 적어 줄까 봐” 성추행을 일삼는 교사를 고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늘날 학생들이 인권 침해적인 학교를 바꾸는 데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부를 기록하는 교사에게 밉보여 입시에 불이익이 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 본문 111쪽, 치이즈, “학생 평가와 선발의 도구가 된 학생부의 전제를 깨자”


고백해야겠다. 나는 학생들을 ‘학교 밖 세상’으로부터 보호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쭙잖고 비합리적인 생각이다. 아이들은 이미 ‘학교 밖 세상’을 살고 있는데, ‘학교 밖 세상’이라는 환상은 교사들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학교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아이들은 온갖 위험하고 불온한 것들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는 생각. 그러나 학교는 과연 안전한 공간인가? 그리고 아이들의 삶에는 이미 ‘위험하고 불온한 것’들이 공존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위험하고 불온한’ 것들은 진짜 위험하고 불온한가?

- 본문 134쪽, 양서영, “누구나 말할 수 있는 학교를 꿈꾼다”


그동안 나는 수차례, 학교 내부에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 학생지도부장 교사에게 찾아가 학교의 여러 인권 침해를 바꾸기 위해 건의했지만, 그 교사는 “너, 선생님이 지금이 학교에 처음 왔다고 무시하냐? 다 바꾸려고 하네”라고 화를 냈다. 내부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해도 손쉽게 학생들의 입을 막아 버리고, 의견을 묵살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길도 만들어 놓지 않았으면서, 문제점을 외부에 알렸다는 것으로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 본문 150-151쪽, 이은선, “학생 인권의 문을 열자”


생산량이 많지 않은 생꿀이었기 때문에 귀한 꿀이었다. 하지만 교내 선생님들과 학생들 대상이었고, 누구나 부담 없이 학교에서 생산된 꿀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가격을 높게 책정하지 않았다. 꿀벌을 통해서 자연에 더욱 가까워지고,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컸으므로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 본문 166쪽, 김진숙, “학교에서 키우는 반려 벌!”


만일 학생들에게 교복 선택권이 주어졌다면 어떻게 했을까? 우리 큰아이처럼 교복을 입고 싶다고, 학생이라면 당연히 교복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많겠지만 전교 학생을 대상으로 자신이 입는 옷에 대해 토론회를 거쳤더라면 충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우리 사회가 오래도록 학생들이 교복을 입는 것이 청춘의 낭만이나 멋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 본문 174-175쪽, 최은순, “교복, 이제는 없어도 괜찮아!”


《마을》 2호에서는 마을교육공동체 담론이 마을을 학교에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역할로 한정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여전히 학교가 교육의 주체이고 마을은 학교에 자유 학기 체험 프로그램, 다양한 체험 학습 프로그램, 질 좋은 강사를 제공하는 환경이라는 인식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학교와 마을의 상호 작용을 통해 순환성이 회복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에도 이러한 방향으로는 거의 진전된 것이 없다는 분석은 마을교육공동체를 강조하던 나를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 본문 213쪽, 정용주, “‘Post-Village’를 향한 즐거운 여정”


저자는 ‘대학이 대학다우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결국 교육을 잘 시켜서 어떠한 인간을 주조해 내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 함정에 빠진 듯하다. 말하자면, 지방대생이 학문을 지속해서, 대학에 머물러 있다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어디로 갈 수 있는가? 대학이 실로 정상화된다면, 학교에서 서로 북적거리고 교수와 더 긴밀해진다면, 지방의 청년들은 정말로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는가? 대학이 대학다워져서, 사회학적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 지방의 1차적인 청년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고 하면, 대학에서 사회학과 거리가 먼 다른 학과에 재학 중인 사람들은 그게 가능한가?

- 본문 253쪽, 김경빈, “‘청년’은 ‘대학생’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