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교육》 43호는 시장이 교육에 침투하고 교육을 바꾸어 가는 현실을 드러내려 했다. 이를 통해 역으로 교육의 공공성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교육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역시 이야기한다. 또한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칠레의 사례를 통해 변화의 가능성 역시 보여 주려 했다.
지난 호에 이어서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2018’ 지상 중계를 통해, 김성애 전교조 여성위원장에게서 교육의 페미니즘적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내부형 공모 제도를 통해 교장이 된 이상대 삼정중 교장에게서 학교 관리자의 역할과 민주적인 학교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 밖의 지면에서도 세월호 참사 이후 4년,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실천을 소개하는 한편, ‘미투 운동’ 등 현안이 되고 있는 문제들을 학교 현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현장의 목소리로 전한다.
특집
“교육을 팝니다”
《오늘의 교육》 43호 특집은 교육의 시장화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채웠다. 언뜻 식상한 듯 보이지만, 오늘날의 학교 현실에 생각 이상으로 친숙하게 밀착해 있는 시장의 논리를 다시 조명하고 우리 교육의 내부를 직시하는 것은 꼭 필요한 작업이다. 특집의 글들은 현실을 드러낼 뿐 아니라 공교육과 교육의 공공성의 의미, 나아가 교육의 진로를 고민하게 해 준다.
정용주는 ‘시장화’란 시장이 교육을 구성하는 근원적 원리의 지위에 오르게 된 것이라고 말하며, 이에 따라 모든 교육 주체가 기업가적으로 행동하도록 제약받는다고 지적한다. 교사의 노동 역시 유연화되며 교사들은 그 속에서 자기 관리의 주체, 혁신가, 전문 경영인이 될 것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이다.
공현의 글은 시장화를 정당화하는 주 논리 중 하나인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이라는 관념에 주목한다. 그리고 선택권을 원하게 되는 밑바닥에 있는 것이 존중받고 싶은 욕구라고 짚으며 공공성에 기초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임수진은 칠레에서 2006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학생들의 교육 개혁 운동을 소개한다. 칠레의 시장주의적 교육 현황과 이에 맞서 온 학생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변화의 주체가 될 의지가 있는지를 묻는다.
채효정의 글은 묵직하다. 채효정은 학교에 혁신, 기업가정신, 창의성, 창업, 진로 등의 말과 함께 침투하고 있는 시장의 모습을 낱낱이 드러낸다. 그러면서 학교 시장화의 세 가지 방향으로 혁신을 통한 ‘창조적 파괴’, 기술과 교육의 융합, 공공 부문 시장으로의 재조직을 꼽는다. 공교육과 교육운동의 본령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비판이다.
차례
8 바라보다 | 최승훈 기자 PDF
특집 “교육을 팝니다”
11 시장화의 진전과 교육의 거대한 후퇴 | 정용주 PDF 바로보기
- 시장화는 교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23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이라는 환상 | 공현 PDF
33 성난 펭귄들, 교육 개혁을 외치다 | 임수진 PDF
- 모두를 위한 교육을 만들겠다는 칠레 학생들
41 학교는 어떻게 시장이 되는가 | 채효정 PDF 바로보기
후속 ‘진로’는 ‘교육’될 수 있는가
77 교육이 곧 진로다 | 임재일 PDF
- 단절된 진로교육 회복과 초등 진로교육의 사례
지상 중계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95 페미니스트 교사가 불온한 교사다 | 김성애 PDF
- 교육의 페미니즘적 전환
139 영혼 있는 관리자로 살아가기 | 이상대 PDF
- 무관의 평교사는 왜 교장이 되었는가
연재 인간의 교사를 돌아보다
144 이 ‘알 수 없음’은 어찌할 것인가 | 윤지형 PDF
- 만해 선사의 〈알 수 없어요〉 앞에서
대학의 이유
158 내가 대학에서 배운 것 | 루블릿 PDF
에세이
166 다시 봄 마주하기 | 어쓰 PDF
- 세월호 형제자매들과 함께한 여행 이야기
기고
174 ‘스쿨 미투’가 필요하다 | 양말 PDF 바로보기
- 교사에 의한 성폭력은 어떻게 일어나고 지속될 수 있었는가
리뷰
182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 | 김혜림 PDF 바로보기
- 《걸 페미니즘》
193 약자의 입장에서 가족 바라보기 | 치이즈 PDF
- 《이상한 정상가족》
201 아주 교육적인 게임 실행기 | 진냥 PDF
- 《10대, 평화를 디자인하다》
213 새 책 나들이 PDF
215 잠깐 독서 PDF
책 속에서
교사가 시장 지향적이고, 문제 해결 지향적이며, 변화 지향적인 주체로 생산된다는 것은, 한편으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잘 이행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하고, 사회 변혁가이자 혁신적이고 전문적 경영인으로서 역할을 가지고 학교 운영에도 참여하면서, 학부모와의 문제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슈퍼맨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본문 13-14쪽, 정용주, “시장화의 진전과 교육의 거대한 후퇴”
학생들이 다양성과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논리에 동조하는 배경에는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 욕구,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학교에서 겪은 일방적인 강요와 평가와 차별, 무의미하게 느껴지거나 무리하게 느껴지는 학습 내용 등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의사, 개개인의 개성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법이 꼭 선택권 확대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 본문 30쪽, 공현,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이라는 환상”
교육은 보다 높은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고, 투자에 따라 지위는 달라진다. 그만큼 우리 사회 구조가 계층화되었다는 뜻이기에 교육 개혁은 사회 전반에 대한 과감하고 근본적인 개혁이 동시에 이뤄져야 가능하다. 문제는 우리가 혁명적인 수준의 교육 개혁이 필요한지를 인식하고 있는가, 또 그 변화의 주체가 되려는 의지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 본문 39쪽, 임수진, “성난 펭귄들, 교육 개혁을 외치다”
수도권 지역 교대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특강에서 한 학생이 나에게 그렇게 말했던 적이 있다. 강의를 듣고 비로소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깜짝 놀라서 물었다. 그 감옥이 뭐였냐고. “나다운 나”라고, 그는 대답했다. 그날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지금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너다운 너, 너만의 너, 너 자신의 너가 되어라’라는 주문에 포획되어 마음의 감옥에 갇혀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건 또 다른 ‘특별한 사람이 되어라’는 주문이었다. 어쩌면 그건 ‘1등이 되어라’보다 더 무서운 주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본문 56쪽, 채효정, “학교는 어떻게 시장이 되는가”
학교는 이 사회에서 성별을 재생산하는 주요 장치입니다. 남자로 태어나고 여자로 태어나는 것, 성별 자체도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남자와 여자로 나눠야 하는데 그 기능을 학교가 하는 거죠. 그리고 ‘남자다움’, ‘여자다움’ 등 성차별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거죠. 그 다음에 지식을 전달하는데, 이 지식은 기존의 남성 중심 사회가 만들고 필요로 하는 것들이에요. 남성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만들어진 지식과 체계들을 의심하고 다시 써야 합니다.
- 본문 110쪽, 김성애, “페미니스트 교사가 불온한 교사다”
교장이란 직함을 달고 있긴 합니다만, 어떻게 명패를 달든 ‘영혼’을 잃지 않기 위해서 깜냥껏 긴장하며 살고 있습니다. 제가 늘 경계하는 것은 가지런함, 일사불란함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겁니다. 관리자가 돼 보니까, 아이들도 단정하고 가지런했으면 좋겠고, 교사들도 매뉴얼대로 일사불란하게 착착 움직였으면 좋겠고, 충분히 이런 유혹에 빠질 수 있겠더라고요. 그러나 이건 관리이지 교육은 아니지요.
- 본문 126쪽, 이상대, “영혼 있는 관리자로 살아가기”
다시 한 번 이 여행에 대해 제가 가졌던 긴장과 걱정을 떠올렸습니다. 저는 ‘세월호 유가족’을 만난다는 생각만 가지고 왔고, 그 마음만 가지고 온 제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세월호 유가족’인 그/녀들뿐이었습니다. 그러니 20대로서의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사람과 처음으로 유가족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려는 사람을 마주했을 때 부끄러워진 것은, 제 자신의 게으름과 편협함을 적나라하게 보게 되었기 때문이겠죠. 이 부끄러움 속에서, 저는 이 ‘사람들’이 더 많이 궁금해졌습니다.
- 본문 170쪽, 어쓰, “다시 봄 마주하기”
학생들이 성폭력을 고발하면 ‘네가 잘못 안 거 아냐?’, ‘선생님은 그럴 의도가 없으셨을 거야’ 같은 말들이 돌아온다. 비청소년-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주로 남성 교사의 입장에 더 공감한다. 그리고 교사라는 직업과 위치에 대한 믿음과 청소년에 대한 불신이 더해지는 것이다.
- 본문 178쪽, 양말, “‘스쿨 미투’가 필요하다”
최근 ‘학교에 페미니즘을’, ‘우리는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해시태그 운동, 초·중·고 페미니즘교육 의무화 국민 청원 등 학교에서 페미니즘교육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구조의 학교라면 페미니즘교육도 형식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 이유로는 우선 학교는 지극히 배타적으로 성별 이분법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교복이라는 옷을 입는 데서부터 여/남 중 하나의 성별만 강요당한다. 또한 성별 이분법은 성차별과도 연계되어 있다.
- 본문 188-189쪽, 김혜림,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부모를 자녀의 인권을 침해하는 가해자로 상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가장 큰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생각 중 하나였다. 아동이 느끼는 부모의 억압을 이야기하려고 하면, 부모의 입장에서 ‘내가 얼마나 힘들게 너를 키웠는데’라는 억울함의 반응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상한 정상가족》은 이러한 문제가 자녀가 부모의 고통을 헤아려 침묵하고 순종하는 방식으로 해결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 본문 200쪽, 치이즈, “약자의 입장에서 가족 바라보기”
‘요즘 아이들(이 말은 참 들을 때마다 불편하다)’이 놀 줄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데 나는 그 이유가 어린이들의 탈-권력화에 있다고 자주 생각한다. 상황에 대해 판단하고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생산하는 기회와 공간과 권한이 어린이들에게는 박탈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세계평화게임은 그걸 하는 거다! 심지어 몇 달 동안이나. 전 세계를 대상으로.
- 본문 205쪽, 진냥, “아주 교육적인 게임 실행기”
《오늘의 교육》 43호는 시장이 교육에 침투하고 교육을 바꾸어 가는 현실을 드러내려 했다. 이를 통해 역으로 교육의 공공성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교육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역시 이야기한다. 또한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칠레의 사례를 통해 변화의 가능성 역시 보여 주려 했다.
지난 호에 이어서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2018’ 지상 중계를 통해, 김성애 전교조 여성위원장에게서 교육의 페미니즘적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내부형 공모 제도를 통해 교장이 된 이상대 삼정중 교장에게서 학교 관리자의 역할과 민주적인 학교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 밖의 지면에서도 세월호 참사 이후 4년,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실천을 소개하는 한편, ‘미투 운동’ 등 현안이 되고 있는 문제들을 학교 현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현장의 목소리로 전한다.
특집
“교육을 팝니다”
《오늘의 교육》 43호 특집은 교육의 시장화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채웠다. 언뜻 식상한 듯 보이지만, 오늘날의 학교 현실에 생각 이상으로 친숙하게 밀착해 있는 시장의 논리를 다시 조명하고 우리 교육의 내부를 직시하는 것은 꼭 필요한 작업이다. 특집의 글들은 현실을 드러낼 뿐 아니라 공교육과 교육의 공공성의 의미, 나아가 교육의 진로를 고민하게 해 준다.
정용주는 ‘시장화’란 시장이 교육을 구성하는 근원적 원리의 지위에 오르게 된 것이라고 말하며, 이에 따라 모든 교육 주체가 기업가적으로 행동하도록 제약받는다고 지적한다. 교사의 노동 역시 유연화되며 교사들은 그 속에서 자기 관리의 주체, 혁신가, 전문 경영인이 될 것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이다.
공현의 글은 시장화를 정당화하는 주 논리 중 하나인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이라는 관념에 주목한다. 그리고 선택권을 원하게 되는 밑바닥에 있는 것이 존중받고 싶은 욕구라고 짚으며 공공성에 기초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임수진은 칠레에서 2006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학생들의 교육 개혁 운동을 소개한다. 칠레의 시장주의적 교육 현황과 이에 맞서 온 학생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변화의 주체가 될 의지가 있는지를 묻는다.
채효정의 글은 묵직하다. 채효정은 학교에 혁신, 기업가정신, 창의성, 창업, 진로 등의 말과 함께 침투하고 있는 시장의 모습을 낱낱이 드러낸다. 그러면서 학교 시장화의 세 가지 방향으로 혁신을 통한 ‘창조적 파괴’, 기술과 교육의 융합, 공공 부문 시장으로의 재조직을 꼽는다. 공교육과 교육운동의 본령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비판이다.
차례
8 바라보다 | 최승훈 기자 PDF
특집 “교육을 팝니다”
11 시장화의 진전과 교육의 거대한 후퇴 | 정용주 PDF 바로보기
- 시장화는 교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23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이라는 환상 | 공현 PDF
33 성난 펭귄들, 교육 개혁을 외치다 | 임수진 PDF
- 모두를 위한 교육을 만들겠다는 칠레 학생들
41 학교는 어떻게 시장이 되는가 | 채효정 PDF 바로보기
후속 ‘진로’는 ‘교육’될 수 있는가
77 교육이 곧 진로다 | 임재일 PDF
- 단절된 진로교육 회복과 초등 진로교육의 사례
지상 중계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95 페미니스트 교사가 불온한 교사다 | 김성애 PDF
- 교육의 페미니즘적 전환
139 영혼 있는 관리자로 살아가기 | 이상대 PDF
- 무관의 평교사는 왜 교장이 되었는가
연재 인간의 교사를 돌아보다
144 이 ‘알 수 없음’은 어찌할 것인가 | 윤지형 PDF
- 만해 선사의 〈알 수 없어요〉 앞에서
대학의 이유
158 내가 대학에서 배운 것 | 루블릿 PDF
에세이
166 다시 봄 마주하기 | 어쓰 PDF
- 세월호 형제자매들과 함께한 여행 이야기
기고
174 ‘스쿨 미투’가 필요하다 | 양말 PDF 바로보기
- 교사에 의한 성폭력은 어떻게 일어나고 지속될 수 있었는가
리뷰
182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 | 김혜림 PDF 바로보기
- 《걸 페미니즘》
193 약자의 입장에서 가족 바라보기 | 치이즈 PDF
- 《이상한 정상가족》
201 아주 교육적인 게임 실행기 | 진냥 PDF
- 《10대, 평화를 디자인하다》
213 새 책 나들이 PDF
215 잠깐 독서 PDF
책 속에서
교사가 시장 지향적이고, 문제 해결 지향적이며, 변화 지향적인 주체로 생산된다는 것은, 한편으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잘 이행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하고, 사회 변혁가이자 혁신적이고 전문적 경영인으로서 역할을 가지고 학교 운영에도 참여하면서, 학부모와의 문제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슈퍼맨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본문 13-14쪽, 정용주, “시장화의 진전과 교육의 거대한 후퇴”
학생들이 다양성과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논리에 동조하는 배경에는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 욕구,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학교에서 겪은 일방적인 강요와 평가와 차별, 무의미하게 느껴지거나 무리하게 느껴지는 학습 내용 등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의사, 개개인의 개성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법이 꼭 선택권 확대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 본문 30쪽, 공현,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이라는 환상”
교육은 보다 높은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고, 투자에 따라 지위는 달라진다. 그만큼 우리 사회 구조가 계층화되었다는 뜻이기에 교육 개혁은 사회 전반에 대한 과감하고 근본적인 개혁이 동시에 이뤄져야 가능하다. 문제는 우리가 혁명적인 수준의 교육 개혁이 필요한지를 인식하고 있는가, 또 그 변화의 주체가 되려는 의지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 본문 39쪽, 임수진, “성난 펭귄들, 교육 개혁을 외치다”
수도권 지역 교대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특강에서 한 학생이 나에게 그렇게 말했던 적이 있다. 강의를 듣고 비로소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깜짝 놀라서 물었다. 그 감옥이 뭐였냐고. “나다운 나”라고, 그는 대답했다. 그날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지금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너다운 너, 너만의 너, 너 자신의 너가 되어라’라는 주문에 포획되어 마음의 감옥에 갇혀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건 또 다른 ‘특별한 사람이 되어라’는 주문이었다. 어쩌면 그건 ‘1등이 되어라’보다 더 무서운 주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본문 56쪽, 채효정, “학교는 어떻게 시장이 되는가”
학교는 이 사회에서 성별을 재생산하는 주요 장치입니다. 남자로 태어나고 여자로 태어나는 것, 성별 자체도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남자와 여자로 나눠야 하는데 그 기능을 학교가 하는 거죠. 그리고 ‘남자다움’, ‘여자다움’ 등 성차별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거죠. 그 다음에 지식을 전달하는데, 이 지식은 기존의 남성 중심 사회가 만들고 필요로 하는 것들이에요. 남성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만들어진 지식과 체계들을 의심하고 다시 써야 합니다.
- 본문 110쪽, 김성애, “페미니스트 교사가 불온한 교사다”
교장이란 직함을 달고 있긴 합니다만, 어떻게 명패를 달든 ‘영혼’을 잃지 않기 위해서 깜냥껏 긴장하며 살고 있습니다. 제가 늘 경계하는 것은 가지런함, 일사불란함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겁니다. 관리자가 돼 보니까, 아이들도 단정하고 가지런했으면 좋겠고, 교사들도 매뉴얼대로 일사불란하게 착착 움직였으면 좋겠고, 충분히 이런 유혹에 빠질 수 있겠더라고요. 그러나 이건 관리이지 교육은 아니지요.
- 본문 126쪽, 이상대, “영혼 있는 관리자로 살아가기”
다시 한 번 이 여행에 대해 제가 가졌던 긴장과 걱정을 떠올렸습니다. 저는 ‘세월호 유가족’을 만난다는 생각만 가지고 왔고, 그 마음만 가지고 온 제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세월호 유가족’인 그/녀들뿐이었습니다. 그러니 20대로서의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사람과 처음으로 유가족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려는 사람을 마주했을 때 부끄러워진 것은, 제 자신의 게으름과 편협함을 적나라하게 보게 되었기 때문이겠죠. 이 부끄러움 속에서, 저는 이 ‘사람들’이 더 많이 궁금해졌습니다.
- 본문 170쪽, 어쓰, “다시 봄 마주하기”
학생들이 성폭력을 고발하면 ‘네가 잘못 안 거 아냐?’, ‘선생님은 그럴 의도가 없으셨을 거야’ 같은 말들이 돌아온다. 비청소년-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주로 남성 교사의 입장에 더 공감한다. 그리고 교사라는 직업과 위치에 대한 믿음과 청소년에 대한 불신이 더해지는 것이다.
- 본문 178쪽, 양말, “‘스쿨 미투’가 필요하다”
최근 ‘학교에 페미니즘을’, ‘우리는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해시태그 운동, 초·중·고 페미니즘교육 의무화 국민 청원 등 학교에서 페미니즘교육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구조의 학교라면 페미니즘교육도 형식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 이유로는 우선 학교는 지극히 배타적으로 성별 이분법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교복이라는 옷을 입는 데서부터 여/남 중 하나의 성별만 강요당한다. 또한 성별 이분법은 성차별과도 연계되어 있다.
- 본문 188-189쪽, 김혜림,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부모를 자녀의 인권을 침해하는 가해자로 상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가장 큰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생각 중 하나였다. 아동이 느끼는 부모의 억압을 이야기하려고 하면, 부모의 입장에서 ‘내가 얼마나 힘들게 너를 키웠는데’라는 억울함의 반응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상한 정상가족》은 이러한 문제가 자녀가 부모의 고통을 헤아려 침묵하고 순종하는 방식으로 해결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 본문 200쪽, 치이즈, “약자의 입장에서 가족 바라보기”
‘요즘 아이들(이 말은 참 들을 때마다 불편하다)’이 놀 줄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데 나는 그 이유가 어린이들의 탈-권력화에 있다고 자주 생각한다. 상황에 대해 판단하고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생산하는 기회와 공간과 권한이 어린이들에게는 박탈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세계평화게임은 그걸 하는 거다! 심지어 몇 달 동안이나. 전 세계를 대상으로.
- 본문 205쪽, 진냥, “아주 교육적인 게임 실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