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42호] 학교는 장애를 아는가


《오늘의 교육》 42호는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의 현실을 기록하면서, 학교교육과 장애인의 관계를 파고든다. 특집의 글들은 평소에 쉽게 생각하는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이라는 구분선을 다시 성찰하게 하고, 지금의 학교교육과는 다른 교육, 그리고 통합교육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 논의가 장애인의 교육권에 대한 고민을 넘어 학교교육의 근본적인 전제와 체계에 대한 물음으로 독자들을 이끌기를 기대한다.

42호에서는 또한 새해를 맞이하여 지난 2년간 《오늘의 교육》을 돌아보고 평가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편집위원들의 좌담을 통해 《오늘의 교육》의 문제의식을 엮었고, 독자들의 평가를 통해 《오늘의 교육》의 의의와 한계를 점검해 본다. ‘다시 돌아온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지상 중계는 《오늘의 교육》이 담아 온 문제의식을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기고 지면에서는 초기 문해력 교육(‘한글교육’), 대안 수학 교과서, 민주시민교육, 청소년 참정권, 행복교육지구 사업 등 다양한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미국에서 시작된 녹색 교실 이야기를 다룬 《식물의 힘》과 청소년들의 성적 경험에 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은 질문들》 리뷰를 통해 페미니즘과 학교 텃밭 실천 등 우리 교육이 가진 고민들에 힌트를 주는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특집

학교는 장애를 아는가

《오늘의 교육》 42호 특집은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고, 장애인도 차별받지 않고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통합교육의 이념을 말하고, 교육청이 특수학교 설립을 천명하는 시대가 왔다. 하지만 장애인 교육권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학교는 장애를 아는가?”라는 질문은, 문제는 어쩌면 학교교육 자체에 있을 것이라는 관점의 전환을 담고 있다. 학교의 무지가 고의적이고 체계적인 것은 아닌지, 장애인을 차별하는 학교의 현실, 장애인을 포함하지 못하는 학교의 모습이 학교의 전제와 토대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닌지 묻는 것이다.

고등학교 특수 교사인 윤상원의 글 〈“아니, 특수 아이들을 신청하면 어떻게 합니까?”〉는 최근 겪은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 경험담을 통해 그는 ‘특수교육’이라는 말 자체, ‘특수 아이는 특수하게’라는 믿음 자체가 배제의 논리임을 드러낸다. 학교 현장에 여전히 존재하는 한계를 보여 주면서 근본적 문제를 성찰하자는 제안이다.

이어지는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박정수의 글은 학교의 근본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분석한다. 그는 역사 속의 학교가 적극적으로 장애인을 규정하고 분리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 모두에게 학교란 대체 무엇인지 묻는다. 근대 학교교육은 장애를 배제하면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탈학교와 탈시설-장애인 통합 사회를 나란히 놓으며 다른 교육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김예백의 글은 학생의 입장에서 통합교육에 참여해 온 경험을 전한다. 김예백은 성미산학교 통합교육의 이념과 방식을 정리하는 한편 자신이 변화한 과정을 반추한다. 김예백의 글을 읽으며 통합교육의 교육적 의미를 생각하고, 독자들도 가능한 실천 방법을 그려 볼 수 있을 것이다.

학교는 장애를 아는가? 학교가 장애에 대한 고의적 무지를 벗어나 이 질문에 떳떳하게 답할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다른 학교, 전환된 학교를 상상하고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차례


6  바라보다        최승훈 기자 PDF


기획  오늘의 교육,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들었나

8   근본을 물으며 변두리를 찾는다                | 편집위원회 좌담 PDF 

25  중매처럼, 끈처럼, 벗처럼                    | 주수원, 이수경 PDF 


특집  학교는 장애를 아는가

37  “아니, 특수 아이들을 신청하면 어떻게 합니까?”        | 윤상원 PDF 

    - ‘특수는 특수하게’라는 분리와 배제의 논리

43  우리, 혹은 장애인에게 ‘학교란 무엇인가?’            | 박정수 PDF 

56  이제야 나에게도 장애인 친구가 생겼다            | 김예백 PDF 

    - 성미산학교의 통합교육 이야기


연재

     수업비평 10년, 변화된 학교 현장을 찾아서

74  사상 최대의 수업 프로젝트, 미래 교실에 가장 가까운 수업!    | 이혁규, 장지혁 PDF 


지상 중계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116 불온함은 ‘밖’을 상상하는 힘                | 박형일 PDF 

     - 삶과 교육의 농적 전환

139 청소년운동이 바라는 학교는……                 | 공현 PDF 

     - 학생과 교사는 어떻게 만나야 할까


오늘의 교육 시

160 정 / 밤길 / 이사 가는 날                    | 조영옥

165 방일리 전설 / 위곡분교 가을에는 / 우리 학교 앞산, 보리산 2    | 김영진

168 무슨 허락 / 세상 어디에서 / 학교의 온도             | 조경선


기고

171 한국 공교육의 사막에 떨어진 초기 문해력 개별화 교육의 씨앗    | 엄훈 PDF 

195 수학 교과서에 대한 단상                    | 윤상혁 PDF 

     - 《학생 공감 수학 대안 교과서》 발간에 부쳐

205 프랑스 학교의 민주주의-시민교육                | 목수정 PDF 

     - 초등학교·중학교의 시민 윤리 교육을 중심으로

220 촛불 이후의 과제로서의 청소년 참정권            | 공현 PDF 

232 아이들만 행복교육지구? 아니! 어른들도 함께            | 이치열 PDF 

     - 2017년 충북 지역 행복교육지구 사업에 관한 단상


에세이

242 불안과 해방                        | 이글 PDF 

     - 평범하고 비겁하고 불안한 사람의 대학거부

249 베트남에서 다시 평화를 물으며                | 권현우 PDF 


리뷰

263 아이들과 함께 교실에서 일상적인 대화모임을 시작하자        | 송창호 PDF 

     - 《교실 갈등, 대화로 풀다》

271 식물의 힘, 교사의 힘                    | 정진영 PDF 

     - 《식물의 힘》

283 새로운 복원을 위한 나의 반성                | 박영길 PDF 

     - 《풀뿌리운동, 새로운 복원》

293 섹스와 섹슈얼리티를 말해야 하는 이유            | 혜원 PDF 

     -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은 질문들》


301 새 책 나들이 PDF 

303 잠깐 독서 PDF 


책 속에서 


‘특수는 특수하게’라는 상식에 동의하는 순간, 아이들을 분리하고 배제하는 최전선에 동맹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나라고 아이들을 분리하고 배제하는 데 기여하지 않는다고 말하진 않겠다. 나도 특수 교사인 이상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아니 나의 존재 자체가 이 분리와 배제에 기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 때 적어도 ‘특수’라는 이름으로 분리하고 배제하는 악을 덜 행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본문 42쪽, 윤상원, ““아니, 특수 아이들을 신청하면 어떻게 합니까?””

 

장애인 교육은 장애를 배제하면서 형성된 근대 교육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하기를 요구한다. 장애인이 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장애인을 배제하면서 설립된 근대 학교의 배치를 전면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 특수교육이란 개념은 그런 근본적인 재조정을 회피하게 한다. 그것은 지금의 교육, 지금의 학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하며, 다만 장애인에게도 학교교육의 일부를 떼어 주는 식으로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장애인들이 교육 기회를 잃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의 교육, 지금까지의 학교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성할 기회까지 잃어버린다.

- 본문 47쪽, 박정수, “우리, 혹은 장애인에게 ‘학교란 무엇인가?’”

 

10학년 때까지만 해도 장애 학생은 무조건 개별 수업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장애 학생과 함께할 수 있는 걸 생각하고 그것을 수업으로 만들어서 같이하는 게 좋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장애에 대해 알아 간 것이기보다는 그 친구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학교 안에서의 관계뿐만 아니라 졸업 후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인식이 넓어졌다. 특히 수업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고, 같은 프로젝트나 수업을 진행하더라도 학생의 욕구나 기대, 능력이나 필요에 따라 목표가 달라지고 활동을 다르게 만들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 본문 71쪽, 김예백, “이제야 나에게도 장애인 친구가 생겼다”

 

저는 기회가 되어 청년들을 만나는 일을 많이 해 왔는데, 실제 많은 청년들이 불안과 절망, 무기력 같은 것을 안고 살아가고 있어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의 문제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삶의 선택지가 제한되어 있고, 삶에 대한 상상력이나 전망도 다양하게 가질 수 없는 거죠. ‘울타리가 넓으면 가축을 매어 기를 필요가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 사회는 ‘삶의 울타리’가 너무 좁은 거죠. 좁은 울타리 속에 매어서 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해요.

- 본문 128쪽, 박형일, “불온함은 ‘밖’을 상상하는 힘”

 

성찰의 과정에서 필자는 아이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대원칙임을 깨달았다. 아이의 상태를 이해하고, 아이의 고통에 공감하고, 아이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성찰의 지점은 문제 해결의 당사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었다. 공교육의 읽기 문제에 관한 한 교사와 학교가 당사자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필자의 첫 5년간의 실행 연구는 학교 문화의 장벽을 뚫고 들어가 교사와 학교를 문제 해결의 주체로 세우는 데 실패하였다.

‘아이로부터 출발하라. 그리고 교사를 세워라.’

- 본문 178쪽, 엄훈, “학교 공교육의 사막에 떨어진 초기 문해력 개별화 교육의 씨앗”

 

인류가 자산으로 삼아 온 훌륭한 생각들은 프랑스 시민 윤리 교과서들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학생들이 그 생각들을 교사들로부터 전달받기 위해선 적잖은 행운의 여신들이 그들의 어깨 위에 내려앉아야 한다. 교사의 재량에 맡겨진 한 달 2시간 정도의 수업에서 아이들은 아무것도 배우지 않을 수도 있고, 인생의 가장 중요한 교훈들을 캐낼 수도 있다. 중2인 딸은 이 수업을 다른 어떤 수업보다 좋아한다고 했다. 왜일까? “다른 어떤 수업보다 우리의 삶과 밀접하다고 느낀다”가 아이의 입에서 나온 답이었다.

- 본문 218쪽, 목수정, “프랑스 학교의 민주주의-시민교육”

 

박근혜가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시민들의 입을 막고 반대 세력을 탄압한 과정, 명백히 반민주적인 태도와 행적을 제대로 보지 못한 우리 사회의 한계가 있다. 민주주의의 취약한 토대를 강화하는 것이 촛불 이후의 필수불가결한 과제이며, 청소년 참정권 문제도 그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박근혜 퇴진 운동 와중에 ‘18세 선거권’을 비롯해 청소년 참정권 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 본문 223쪽, 공현, “촛불 이후의 과제로서의 청소년 참정권”

 

대학거부를 내 신념을 바탕으로 한 행동이나 운동으로만 말할 때 내 보잘것없는 서사는 지워지고 만다. 학벌주의에 찌든 나, 입시 경쟁에서 친구들을 짓밟고 올라가려 했던 나, 입시가 너무나도 하기 싫었던 나, 수능을 한 달 남기고 학교를 나오면서 우연히 대학거부를 할 조건이 된 나는 사라진다. 그리고 특이하고 특별한 존재, 당차고 씩씩한 존재로만 남는 것이다. 사실 난 평범한 사람이고, 또 평범한 삶을 바라기도 하는, 비겁한 사람일 뿐인데 말이다.

- 본문 247쪽, 이글, “불안과 해방”

 

한편으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을 넘어서야 하는 숙제도 있다.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의 존재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그들 중의 일부는 베트남의 민간인들을 학살한 가해자임이 분명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은 국가 폭력으로 베트남전쟁에 동원된 피해자이기도 하다. 일본의 평화활동가 오다 마코토는 이러한 점을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이기 때문에 가해자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베트남에 사과도 해야 하지만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고 그들을 가해자로 만든 채 비겁한 침묵을 수십 년간 지키고 있는 국가 권력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 본문 259쪽, 권현우, “베트남에서 다시 평화를 물으며”

 

채 한 뼘의 길이도 되지 않는 조그만 가슴속에 누군가는 드넓은 인류애와 희망을, 또 누군가는 증오와 분노를 키워 나간다. 우리가 아이들의 조그만 가슴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나는 생활부장 교사로서 생활 지도의 본질을 ‘아이들의 가슴속에 따뜻한 밥 한 공기 심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본문 269쪽, 송창호, “아이들과 함께 교실에서 일상적인 대화모임을 시작하자”

 

“페기 오렌스타인의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은 질문들》의 원제는 “Girls & Sex”이지만, 한국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에는 오히려 한국판 번역본의 부제인 “우리에게 필요한 페미니즘 성교육” 쪽이 훨씬 더 적합한 것 같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십 대 딸의 엄마로서 여성 문제와 페미니즘에 대해 활발하게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저자는 70여 명이 넘는 젊은 여성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십 대 소녀들이 겪고 있는 섹스를 둘러싼 문제들과 그 원인 진단, 나아갈 방향을 명쾌하게 풀어낸다.“

- 본문 294쪽, 혜원, “섹스와 섹슈얼리티를 말해야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