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교육》 36호는 2016년 하반기 촛불 광장의 경험을 기록하고, 나아가 촛불 집회 정국에서 교육에 관련하여 제기되는 요구들, 민주시민교육과 정치교육 등의 문제를 논한다. 특집 원고들 외에도 손아람 작가 인터뷰와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싸우고 있는 채효정의 노동과 인간의 존엄성과 주권에 대한 기고를 통해 삶 속에서 싸우고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이들의 실천을 보여 준다.
또한 학교와 마을이 불화한 마을 축제의 경험 그리고 《마을 학교》 출간 기념 포럼에서 ‘마을에서 먹고살기’를 고민하고 경험을 나눈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대안으로 거론되고 추진되고 있는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해 입체적인 성찰을 전한다.
특집
광장이 교육에 던지는 질문
우리는 2016년의 끝과 2017년 새해의 시작을 ‘촛불’과 함께 맞이했다. 거리로,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의 정치적 힘은 우리 사회가 쌓은 민주주의의 최소 수준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오늘의 교육》은 이 역사적 사건이 교육에 어떤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지 이야기해 보려 한다. 《오늘의 교육》 36호 특집 주제인 “광장이 교육에 던지는 질문”이란 촛불 광장의 경험이 어떠한 교육적 경험이 되는지를 돌아보는 것이기도 하고, 지금 민주주의와 광장이 화두가 된 이때 학교교육 앞에 놓인 과제를 진단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는 글 격인 정용주의 글은 촛불 광장의 의미를 개략적으로 살펴본다. 정용주는 혁명이 왕을 바꾸는 데서 그치지 말고 일상 문화의 혁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다. 교육 역시 민주주의적으로 급진화돼야 한다며, 광장을 ‘교육의 전환’과 연결한다.
새벽바다시골잡학덕후(고영주)와 긁적(박경석)의 글은 광장에 참여한 경험을 가진 교사와 학생이 쓴 글이다. 고영주는 촛불 집회에서 자신이 느꼈던 ‘불편함’이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하며 부딪혔던 ‘불편함’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민주시민교육은 정해진 길로 가게 하는 ‘홈’들을 지우는 것이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박경석은 시국 촛불 집회에 이어서 야간 자율학습에 반대하는 행진을 하려고 했다가 무산된 경험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촛불 집회 안에 여전히 존재하는 보수성을 드러내며 우리를 주저하게 만드는 공고한 이데올로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환희는 촛불 집회가 촉발된 계기 중 하나였던 입시·학사 부정 논란과, ‘공정한 능력주의 사회’라는 이상(理想)에 초점을 맞추었다. 김환희는 여러 사람들의 연구와 통찰을 소개하며 능력주의가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본질을 밝힌다. 홍윤기의 글은 학교교육이 현실의 정치와 권력이라는 주제를 회피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한다. 민주시민교육도 실제의 정치와 권력을 다루지 않으면 피상적인 도덕교육이 되기 십상이라는 문제의식이다. 그는 정치와 권력에 대한 교육의 출발점으로 헌법의 가치를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이야기하려는 것을 요약한다면 이것이다 ― 촛불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과 교육을 바꿀 수 있는가.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광장이 교육에 던지는 질문은, 학교 그리고 교육에도 광장을 열고 민주주의를 살아 숨 쉬게 하며 혁명을 할 의지가 우리에게 있느냐는 것이다.
차례
6 바라보다 최승훈 기자 PDF
특집 광장이 교육에 던지는 질문
9 광장, 휴머니즘의 페다고지 정용주 PDF
19 파인 홈을 지우는 민주시민교육 새벽바다시골잡학덕후(고영주) PDF
31 촛불 집회에서 새로운 사회를 꿈꾸다 긁적(박경석) PDF
41 공정하게 줄을 세우자고? 김환희 (비게재)
- 능력주의 이후의 교육
52 없으면 절대 안 되는 정치와 권력을 왜 안 가르치나? 홍윤기 PDF
- 대한민국의 민주시민교육, 아니 교육 전반의 결격 요인에 대한 분노
연재
청년이슈
67 세상을 바꿔 나가는 ‘이야기 공학자’ 김환희 PDF
- 소설가 손아람
수업비평 10년, 변화된 학교 현장을 찾아서
82 하브루타로 보는 하브루타 과학 수업 이혁규 PDF
기획 페미니즘과 교육
118 교복 벗고 여성주의, 교복 입고 여성주의 최정희(펭펭) PDF
127 페미니스트가 여학생 용모 규제를 반대해야 하는 이유 쥬리 PDF
- 여성 청소년의 외모 꾸미기 행위에 얽힌 맥락들
에세이
134 학생들과 함께 교사는 어떻게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가? 최은경 PDF
-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과서 활용 수업을 중심으로
기고
144 나는 왜 싸우는 것인가 채효정 PDF
- 〈나는 왜 해고된 것인가〉에 이어지는 이야기
161 덜 죄를 짓고 싶다 박진환 PDF
- 한글교육에 무지했던 1학년 초보 교사의 분투기
173 마을 축제, 하지 말아야 하나? 박현숙, 주영경 PDF
지상 중계
187 마을에서 먹고살 수 있을까 공현, 설원민 PDF
- 《마을 학교》 출간 기념 포럼
리뷰
208 파산한 사회를 위한 심리학 정지우 PDF
-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217 ‘청소년 현장’의 모순 공현 PDF
- 학술제 ‘다시, 청소년운동으로’
224 어쩌면 몰려 있는 ‘우리들’을 마주하며 신원 PDF
- 《좋은 노동은 가능한가 – 청년 세대의 사회적 노동》
233 새 책 나들이 PDF
235 잠깐 독서 PDF
책 속에서
광장이 교육에 던지는 질문은 민주시민교육을 학교에서 실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수렴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광장을 통해 정치적으로 계몽된 주체들이 학교에서 배움을 통해 시민으로서 권리를 누리며 참여하도록, 민주시민교육이 아니라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학교의 모든 교육 활동 계획, 운영 과정에 참여하고 주권적 실천을 하는 방향에서 학생들의 참여가 고민되어야 한다.
- 본문 17~18쪽, 정용주, “광장, 휴머니즘의 페다고지”
표면을 매끄럽게 한다는 말을 광장 민주주의에 적용하면, 촛불이 할 일은 박근혜 퇴진과 최순실 등 비선 세력과 그 부역자들의 처벌 그리고 재벌 해체만이 아닐 것이다. 최저 임금 인상, 비정규직 차별 철폐, 차별금지법 제정 등으로 매끄러운 표면의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 어디든 스스로 갈 수 있는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 광장에 여성과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이미 파여 있는 홈이다. 이를 지우는 것이 촛불이 할 일이다.
- 본문 30쪽, 고영주, “파인 홈을 지우는 민주시민교육”
12월에 지역에서 나를 비롯한 청소년들이 시국에 대해 말하고, 입시 경쟁과 강제 학습, 초과 학습을 없애기 위한 집회와 시위를 준비했다가 학교의 탄압으로 무산되었던 일이 있었다. 이미 11월 25일에 청소년 시국 촛불 집회를 기획해 400명이 넘는 밀양 지역 청소년들과 집회를 성공시켰던 적이 있었기에, 기획단은 집회를 조직하는 데 자신이 있었다. 든든하게 지원을 해 주던 시민사회단체와 활동가들도 있었다. 그래서 별 부담이나 걱정 없이 2차 집회는 강제 학습과 입시 경쟁을 없애자는 의미로 지역에서 야자가 빡세기로 소문난 M고등학교 앞으로 ‘야자 방해 대행진’을 하면서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행진 이후 그 열기를 이어 진행한 시국 집회의 부제는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였다.
- 본문 33쪽, 박경석, “촛불 집회에서 새로운 사회를 꿈꾸다”
정유라 입시 부정 사건으로 확대된 이번 광장 민주주의의 결말이 고작, ‘사람을 좀 더 공정하게 줄 세우자’는 결의로 끝날까 두렵다. 명문대를 가지 않더라도,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시험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죽을 각오로 ‘노오력’하지 않더라도 모두가 꿈꾸며 살 수 있는 사회. 혼자 잘사는 ‘능력’보다 함께 잘사는 ‘공공성’을 중시하는 그런 사회를 만들자는 합의가 이루어지는 2017년이 되기를 바라 본다.
- 본문 51쪽, 김환희, “공정하게 줄을 세우자고?”
이번 시민 항쟁에 아동과 청소년이 직접적으로 또 가족과 더불어 대거 참여한 가운데서도 전혀 꿈쩍하지 않는 곳이 있다는 것은 아주 이상하면서도 불합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이 글 서두에서 거론한 대로 2016년 시민 항쟁에 나타난 아동들과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 또는 시위 가담은 현재 대한민국 학교교육에서 설정하고 있는 학교 규칙의 도덕성 기준을 모두 훼손한 일종의 ‘일탈 행위’(?)이다. 그러면서 각급 학교는 아동과 청소년, 그리고 이들과 더불어 가족 단위로 저질러진 이런 ‘일탈 행위’에 대해 그 어떤 처벌도, 그리고 거꾸로 그 어떤 교육적인 계기 교육도 행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서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이는 요동기를 앞에 두고 학교는 학생들에게 어떤 것도 교육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 본문 58쪽, 홍윤기, “없으면 절대 안 되는 정치와 권력을 왜 안 가르치나?”
“혁명으로 하야하게 된다면, 4.19가 되는 거다. 3.15 부정 선거 이후 4월 26일 하야까지 신문 기사를 하나도 안 놓치고 다 찾아봤다. (……) 오히려 지금보다 어떤 면에서 더 심각했지만, 그 당시 사람들에게 대통령 퇴진은 상상 너머의 일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퇴진하고 나니까 그 모든 것을 역사가 다 재구성하여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도 지금 당장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수 있지만, 하야가 이루어진다면 역사에서 11.12혁명이라고 기술될 만한 일로 바뀌는 거라고 생각한다.”
- 본문 78쪽, 김환희, “세상을 바꿔 나가는 ‘이야기 공학자’”, 손아람 인터뷰
만약 내가 화장을 하지 않고 ‘학생답게’ 다녔다면 조신한 소녀로, 아이다운 여자아이로, 혹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여학생으로 보였을 것이다. 여성의 외모가 가부장적 시선으로 평가되는 것은 개인의 옷차림이나 외모 탓이 아니다. 여학생이 어떻게 입든 그녀는 대상화당할 것이다. 화장하지 않고 긴 치마를 입어 조신한 여학생으로 평가되는 것이, 화장하고 짧은 치마를 입어 성性적으로 평가되는 것보다 과연 덜 끔찍한가?
- 본문 130쪽, 쥬리, “페미니스트가 여학생 용모 규제를 반대해야 하는 이유”
외주화는 대학이 마땅히 해야 할 학문 후속 세대의 양성과 소속 교원에 대한 고용의 책임을 용이하게 회피할 수 있게 해 주는 수단이 된다. 정치적으로는 어떤가. 사실 정치적으로는 가장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대학을 유민流民들의 도시로 만들기 때문이다. 세입자로 사는 사람이 전세 값이 오르면 2년 살고 떠날 동네에 애착을 가질 수 없듯이, 이들 임시 거주자들도 학내 문제에 무관심하고 무책임할 수밖에 없다. 대학 당국으로서는 비판도 개입도 않고 방문자로 머물다 가는 이들이 편하고 반가울지 모른다. 지금 대학은 4년이면 졸업하고 나가는 소비자 학생들과, 2년이면 해고당하는 비정규직 직원들과, 매 학기마다 교체되는 일용직 알바 같은 교수들로 가득 차 있다.
- 본문 153쪽, 채효정, “나는 왜 싸우는 것인가”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특히 학교 쪽에서 ‘마을교육공동체’를 이야기할 땐 ‘마을’도 없는데 ‘마을’에 ‘교육’에 ‘공동체’까지 이야기하는 그들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다른 동네에 살면서 근무하는 학교가 있는 곳으로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면서, 학교 밖에 나가 동네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 한번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무엇으로 그들과 ‘교육’과 ‘공동체’를 만들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소통은 주고받음이 기본인데, 학교에서 무얼 주고 마을로부터 받으려고 하는지도 궁금하다.
- 본문 180쪽, 박현숙·주영경, “마을 축제, 하지 말아야 하나?”
우리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2016년 하반기를 지나 보냈다. 광장을 향한 열정은 더 이상 국가라고도 부를 수 없는 국가에 대한 공적인 분노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불가능해진 삶으로부터 온 절망이기도 했다. 주말이면 촛불을 켜고 곁에 있는 동료 시민들과 손을 붙잡으며 불가능해진 삶을 복원해 달라고, 퇴보해 버린 역사를 되돌려 놓으라고, 우리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제도를 다시 일으켜 달라고 절규했다. 그로 인해 보수당은 분열하고, 탄핵 절차가 이어지고, 국정 조사와 특검 수사가 이루어졌다. 그 모든 것은 우리의 ‘조증’이 이루어 낸 성과였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는 이 조울증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또한 알고 있다.
- 본문 214쪽, 정지우, “파산한 사회를 위한 심리학”
《오늘의 교육》 36호는 2016년 하반기 촛불 광장의 경험을 기록하고, 나아가 촛불 집회 정국에서 교육에 관련하여 제기되는 요구들, 민주시민교육과 정치교육 등의 문제를 논한다. 특집 원고들 외에도 손아람 작가 인터뷰와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싸우고 있는 채효정의 노동과 인간의 존엄성과 주권에 대한 기고를 통해 삶 속에서 싸우고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이들의 실천을 보여 준다.
또한 학교와 마을이 불화한 마을 축제의 경험 그리고 《마을 학교》 출간 기념 포럼에서 ‘마을에서 먹고살기’를 고민하고 경험을 나눈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대안으로 거론되고 추진되고 있는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해 입체적인 성찰을 전한다.
특집
광장이 교육에 던지는 질문
우리는 2016년의 끝과 2017년 새해의 시작을 ‘촛불’과 함께 맞이했다. 거리로,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의 정치적 힘은 우리 사회가 쌓은 민주주의의 최소 수준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오늘의 교육》은 이 역사적 사건이 교육에 어떤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지 이야기해 보려 한다. 《오늘의 교육》 36호 특집 주제인 “광장이 교육에 던지는 질문”이란 촛불 광장의 경험이 어떠한 교육적 경험이 되는지를 돌아보는 것이기도 하고, 지금 민주주의와 광장이 화두가 된 이때 학교교육 앞에 놓인 과제를 진단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는 글 격인 정용주의 글은 촛불 광장의 의미를 개략적으로 살펴본다. 정용주는 혁명이 왕을 바꾸는 데서 그치지 말고 일상 문화의 혁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다. 교육 역시 민주주의적으로 급진화돼야 한다며, 광장을 ‘교육의 전환’과 연결한다.
새벽바다시골잡학덕후(고영주)와 긁적(박경석)의 글은 광장에 참여한 경험을 가진 교사와 학생이 쓴 글이다. 고영주는 촛불 집회에서 자신이 느꼈던 ‘불편함’이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하며 부딪혔던 ‘불편함’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민주시민교육은 정해진 길로 가게 하는 ‘홈’들을 지우는 것이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박경석은 시국 촛불 집회에 이어서 야간 자율학습에 반대하는 행진을 하려고 했다가 무산된 경험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촛불 집회 안에 여전히 존재하는 보수성을 드러내며 우리를 주저하게 만드는 공고한 이데올로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환희는 촛불 집회가 촉발된 계기 중 하나였던 입시·학사 부정 논란과, ‘공정한 능력주의 사회’라는 이상(理想)에 초점을 맞추었다. 김환희는 여러 사람들의 연구와 통찰을 소개하며 능력주의가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본질을 밝힌다. 홍윤기의 글은 학교교육이 현실의 정치와 권력이라는 주제를 회피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한다. 민주시민교육도 실제의 정치와 권력을 다루지 않으면 피상적인 도덕교육이 되기 십상이라는 문제의식이다. 그는 정치와 권력에 대한 교육의 출발점으로 헌법의 가치를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이야기하려는 것을 요약한다면 이것이다 ― 촛불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과 교육을 바꿀 수 있는가.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광장이 교육에 던지는 질문은, 학교 그리고 교육에도 광장을 열고 민주주의를 살아 숨 쉬게 하며 혁명을 할 의지가 우리에게 있느냐는 것이다.
차례
6 바라보다 최승훈 기자 PDF
특집 광장이 교육에 던지는 질문
9 광장, 휴머니즘의 페다고지 정용주 PDF
19 파인 홈을 지우는 민주시민교육 새벽바다시골잡학덕후(고영주) PDF
31 촛불 집회에서 새로운 사회를 꿈꾸다 긁적(박경석) PDF
41 공정하게 줄을 세우자고? 김환희 (비게재)
- 능력주의 이후의 교육
52 없으면 절대 안 되는 정치와 권력을 왜 안 가르치나? 홍윤기 PDF
- 대한민국의 민주시민교육, 아니 교육 전반의 결격 요인에 대한 분노
연재
청년이슈
67 세상을 바꿔 나가는 ‘이야기 공학자’ 김환희 PDF
- 소설가 손아람
수업비평 10년, 변화된 학교 현장을 찾아서
82 하브루타로 보는 하브루타 과학 수업 이혁규 PDF
기획 페미니즘과 교육
118 교복 벗고 여성주의, 교복 입고 여성주의 최정희(펭펭) PDF
127 페미니스트가 여학생 용모 규제를 반대해야 하는 이유 쥬리 PDF
- 여성 청소년의 외모 꾸미기 행위에 얽힌 맥락들
에세이
134 학생들과 함께 교사는 어떻게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가? 최은경 PDF
-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과서 활용 수업을 중심으로
기고
144 나는 왜 싸우는 것인가 채효정 PDF
- 〈나는 왜 해고된 것인가〉에 이어지는 이야기
161 덜 죄를 짓고 싶다 박진환 PDF
- 한글교육에 무지했던 1학년 초보 교사의 분투기
173 마을 축제, 하지 말아야 하나? 박현숙, 주영경 PDF
지상 중계
187 마을에서 먹고살 수 있을까 공현, 설원민 PDF
- 《마을 학교》 출간 기념 포럼
리뷰
208 파산한 사회를 위한 심리학 정지우 PDF
-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217 ‘청소년 현장’의 모순 공현 PDF
- 학술제 ‘다시, 청소년운동으로’
224 어쩌면 몰려 있는 ‘우리들’을 마주하며 신원 PDF
- 《좋은 노동은 가능한가 – 청년 세대의 사회적 노동》
233 새 책 나들이 PDF
235 잠깐 독서 PDF
책 속에서
광장이 교육에 던지는 질문은 민주시민교육을 학교에서 실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수렴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광장을 통해 정치적으로 계몽된 주체들이 학교에서 배움을 통해 시민으로서 권리를 누리며 참여하도록, 민주시민교육이 아니라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학교의 모든 교육 활동 계획, 운영 과정에 참여하고 주권적 실천을 하는 방향에서 학생들의 참여가 고민되어야 한다.
- 본문 17~18쪽, 정용주, “광장, 휴머니즘의 페다고지”
표면을 매끄럽게 한다는 말을 광장 민주주의에 적용하면, 촛불이 할 일은 박근혜 퇴진과 최순실 등 비선 세력과 그 부역자들의 처벌 그리고 재벌 해체만이 아닐 것이다. 최저 임금 인상, 비정규직 차별 철폐, 차별금지법 제정 등으로 매끄러운 표면의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 어디든 스스로 갈 수 있는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 광장에 여성과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이미 파여 있는 홈이다. 이를 지우는 것이 촛불이 할 일이다.
- 본문 30쪽, 고영주, “파인 홈을 지우는 민주시민교육”
12월에 지역에서 나를 비롯한 청소년들이 시국에 대해 말하고, 입시 경쟁과 강제 학습, 초과 학습을 없애기 위한 집회와 시위를 준비했다가 학교의 탄압으로 무산되었던 일이 있었다. 이미 11월 25일에 청소년 시국 촛불 집회를 기획해 400명이 넘는 밀양 지역 청소년들과 집회를 성공시켰던 적이 있었기에, 기획단은 집회를 조직하는 데 자신이 있었다. 든든하게 지원을 해 주던 시민사회단체와 활동가들도 있었다. 그래서 별 부담이나 걱정 없이 2차 집회는 강제 학습과 입시 경쟁을 없애자는 의미로 지역에서 야자가 빡세기로 소문난 M고등학교 앞으로 ‘야자 방해 대행진’을 하면서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행진 이후 그 열기를 이어 진행한 시국 집회의 부제는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였다.
- 본문 33쪽, 박경석, “촛불 집회에서 새로운 사회를 꿈꾸다”
정유라 입시 부정 사건으로 확대된 이번 광장 민주주의의 결말이 고작, ‘사람을 좀 더 공정하게 줄 세우자’는 결의로 끝날까 두렵다. 명문대를 가지 않더라도,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시험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죽을 각오로 ‘노오력’하지 않더라도 모두가 꿈꾸며 살 수 있는 사회. 혼자 잘사는 ‘능력’보다 함께 잘사는 ‘공공성’을 중시하는 그런 사회를 만들자는 합의가 이루어지는 2017년이 되기를 바라 본다.
- 본문 51쪽, 김환희, “공정하게 줄을 세우자고?”
이번 시민 항쟁에 아동과 청소년이 직접적으로 또 가족과 더불어 대거 참여한 가운데서도 전혀 꿈쩍하지 않는 곳이 있다는 것은 아주 이상하면서도 불합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이 글 서두에서 거론한 대로 2016년 시민 항쟁에 나타난 아동들과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 또는 시위 가담은 현재 대한민국 학교교육에서 설정하고 있는 학교 규칙의 도덕성 기준을 모두 훼손한 일종의 ‘일탈 행위’(?)이다. 그러면서 각급 학교는 아동과 청소년, 그리고 이들과 더불어 가족 단위로 저질러진 이런 ‘일탈 행위’에 대해 그 어떤 처벌도, 그리고 거꾸로 그 어떤 교육적인 계기 교육도 행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서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이는 요동기를 앞에 두고 학교는 학생들에게 어떤 것도 교육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 본문 58쪽, 홍윤기, “없으면 절대 안 되는 정치와 권력을 왜 안 가르치나?”
“혁명으로 하야하게 된다면, 4.19가 되는 거다. 3.15 부정 선거 이후 4월 26일 하야까지 신문 기사를 하나도 안 놓치고 다 찾아봤다. (……) 오히려 지금보다 어떤 면에서 더 심각했지만, 그 당시 사람들에게 대통령 퇴진은 상상 너머의 일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퇴진하고 나니까 그 모든 것을 역사가 다 재구성하여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도 지금 당장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수 있지만, 하야가 이루어진다면 역사에서 11.12혁명이라고 기술될 만한 일로 바뀌는 거라고 생각한다.”
- 본문 78쪽, 김환희, “세상을 바꿔 나가는 ‘이야기 공학자’”, 손아람 인터뷰
만약 내가 화장을 하지 않고 ‘학생답게’ 다녔다면 조신한 소녀로, 아이다운 여자아이로, 혹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여학생으로 보였을 것이다. 여성의 외모가 가부장적 시선으로 평가되는 것은 개인의 옷차림이나 외모 탓이 아니다. 여학생이 어떻게 입든 그녀는 대상화당할 것이다. 화장하지 않고 긴 치마를 입어 조신한 여학생으로 평가되는 것이, 화장하고 짧은 치마를 입어 성性적으로 평가되는 것보다 과연 덜 끔찍한가?
- 본문 130쪽, 쥬리, “페미니스트가 여학생 용모 규제를 반대해야 하는 이유”
외주화는 대학이 마땅히 해야 할 학문 후속 세대의 양성과 소속 교원에 대한 고용의 책임을 용이하게 회피할 수 있게 해 주는 수단이 된다. 정치적으로는 어떤가. 사실 정치적으로는 가장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대학을 유민流民들의 도시로 만들기 때문이다. 세입자로 사는 사람이 전세 값이 오르면 2년 살고 떠날 동네에 애착을 가질 수 없듯이, 이들 임시 거주자들도 학내 문제에 무관심하고 무책임할 수밖에 없다. 대학 당국으로서는 비판도 개입도 않고 방문자로 머물다 가는 이들이 편하고 반가울지 모른다. 지금 대학은 4년이면 졸업하고 나가는 소비자 학생들과, 2년이면 해고당하는 비정규직 직원들과, 매 학기마다 교체되는 일용직 알바 같은 교수들로 가득 차 있다.
- 본문 153쪽, 채효정, “나는 왜 싸우는 것인가”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특히 학교 쪽에서 ‘마을교육공동체’를 이야기할 땐 ‘마을’도 없는데 ‘마을’에 ‘교육’에 ‘공동체’까지 이야기하는 그들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다른 동네에 살면서 근무하는 학교가 있는 곳으로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면서, 학교 밖에 나가 동네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 한번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무엇으로 그들과 ‘교육’과 ‘공동체’를 만들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소통은 주고받음이 기본인데, 학교에서 무얼 주고 마을로부터 받으려고 하는지도 궁금하다.
- 본문 180쪽, 박현숙·주영경, “마을 축제, 하지 말아야 하나?”
우리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2016년 하반기를 지나 보냈다. 광장을 향한 열정은 더 이상 국가라고도 부를 수 없는 국가에 대한 공적인 분노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불가능해진 삶으로부터 온 절망이기도 했다. 주말이면 촛불을 켜고 곁에 있는 동료 시민들과 손을 붙잡으며 불가능해진 삶을 복원해 달라고, 퇴보해 버린 역사를 되돌려 놓으라고, 우리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제도를 다시 일으켜 달라고 절규했다. 그로 인해 보수당은 분열하고, 탄핵 절차가 이어지고, 국정 조사와 특검 수사가 이루어졌다. 그 모든 것은 우리의 ‘조증’이 이루어 낸 성과였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는 이 조울증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또한 알고 있다.
- 본문 214쪽, 정지우, “파산한 사회를 위한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