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35호] 존재를 위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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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 35호는 노동·경제·정치와 교육을 격리시키고, 나이에 따라 사람을 나누며 이루어지는 학교교육을 비판하던 《오늘의 교육》의 논의의 흐름을 이어서 그 대안으로 거론될 수 있는 ‘평생교육’에 대해 논한다. 국가 차원에서 노동자의 직업능력에만 초점을 맞추고 운영되는 평생교육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평생학습관에서 이루어지는 존재를 위한 학습의 사례, 그리고 교사를 평생학습자로 본 교사의 연수 경험 등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교육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보편적인 의미를 알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페미니즘과 교육’ 기획에서는 남성이 페미니즘과 만나는 방법에 대해 남학교 현장에 있는 청소년의 증언과 남성성 수업 사례를 통해 집중적으로 탐구했고, 최근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여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정치적 사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생긴 마찰에 대한 에세이 등을 실었다.


특집

존재를 위한 교육 - 평생교육을 다시 묻는다

숨 가쁘게 달려온 2016년, 《오늘의 교육》의 올해 마지막 특집 주제는 ‘평생교육’이다. 올해 《오늘의 교육》이 특집으로 다룬 교육 시스템 안과 밖의 절망, 교육의 정치적 중립, 마을교육, 인공 지능 시대, 나이주의라는 주제들은 학교교육의 형식성이 인위적으로 교육 실천과 삶을 분리하고, 차별을 만드는 구조와 문화를 재생산해 내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교육 불가능의 파국 위에서 우리는 인공 지능 충격과 전 세계적인 극우 세력의 창궐로 표출되는 정치적 허무주의 등 전환기의 징후를 목도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이라는 키워드 아래 새로운 시대를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의 방향을 설계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의 탐색이다. 그간 《오늘의 교육》에서 주로 다루었던 교육의 문제가 학교교육 시스템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대안 탐색을 위해 학교 바깥의 평생교육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교육 불가능의 ‘시대’에 평생교육이 과연 대안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비판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평생교육 담론은 크게 직업능력개발 담론과 자신을 성찰하고 성장시키는 인문학적 담론으로 구분된다. 전자를 대표하는 것이 학습 경제의 성격을 바탕으로 인적 자원 개발 담론을 주도하고 있는 OECD의 평생교육론이라면, 후자를 대표하는 것은 ‘존재를 위한 평생학습’이라는 선언에 담긴 UNESCO의 평생교육론이다. 다시 말해 평생교육 안에는 경제적 자원으로 환산할 수 있는 스펙을 쌓기 위한 직업능력개발이라는 흐름과, 자기성찰·시민의식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적 탐구라는 흐름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두 가지 흐름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볼 수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오롯이 인문학적 주체나 직업능력개발이 필요한 노동자, 둘 중 하나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정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직업능력개발과 인문학적 성장이라는 두 흐름의 시너지가 평생교육 담론을 성장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이번 특집에서는 이러한 평생교육의 두 가지 흐름이 각각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특집 “존재를 위한 학습”에서 보여 주고 있는 평생교육의 여러 측면의 모습들이 다른 교육을 상상하는 이들에게 고민의 계기가 되어 주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러한 고민들을 모아서 새로운 담론적 실천으로 만들어 가는 것은 추후의 과제로 남기고자 한다.


차례


6  바라보다        최승훈 기자 PDF


특집  존재를 위한 교육 - 평생교육을 다시 묻는다

8   [여는 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다른 교육을 향한 상상        석영 PDF 

11  국가가 허락한 평생교육                            석영 PDF 

26  불안한 사회에서 흔들리며 삶의 방향 잡기            잼잼 PDF 

     - 경기도 수원시 평생학습관 ‘나침반’ 이야기

39  가르치는 존재를 위한 교육                                  김수현 PDF 

     - 연수 너머, 당신만의 배움을 위해


기획   페미니즘과 교육

52  남학교 청소년이 바라본 여성혐오                이승엽, 조행하 PDF  바로보기

62  ‘남성’과 페미니즘이 만나야 할 때                마쯔 PDF  바로보기


연재

    청년이슈

52  정직한 절망으로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김환희 PDF 

      - 예술가 홍승희, 인문학 카페 36.5° 대표 홍승은

     수업비평 10년, 변화된 학교 현장을 찾아서

96  거인의 시대를 뒤로하고                    김동원, 류경민 PDF


에세이

121  하야를 하야라 말하지 못하고                조영선 PDF  바로보기

      - 학생회 담당 교사의 ‘찌질한’ 고백

128  올해는 누가 진지한 낯빛으로 말을 걸어 줄까?    최선영 PDF 

      - 우리 학교 백일장 이야기

138  세상이 달라지지 않으면 우리가 변할 것이다        이혜진 PDF 

      - 416기억과행동청소년실천단 이야기


기고

150  나란히, 함께 나아가자                    윤규식 PDF 

      - 특수학교, 특수 학급 내 CCTV 의무 설치 법안을 넘어서서

160  ‘주인 교사’인가 ‘머슴 교사’인가?                정은균 PDF 

      - 교육력을 떨어뜨리는 교원평가제와 교사 감시 시스템


지상중계

170  청소년운동의 역사라는 내러티브를 만들자        진주, 공현 PDF  바로보기

      - 《인물로 만나는 청소년운동사》 출간 기념 토크 콘서트


리뷰

185  인권활동가들이 이야기하는 어린이 책         변춘희 PDF 

      - 《어린이 책 비밀의 독서》

194  ‘일탈’의 경계로부터 성을 다시 사유하기        나영 PDF 

      - 《일탈 - 게일 루빈 선집》

203  88만원 세대, 부채 세대가 되다                후쿠시마 미노리 PDF 

      -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213  새 책 나들이 PDF 

215  잠깐 독서 PDF 

217  주제가 있는 책_ 평생교육                    석영 PDF 


제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에 초대합니다

221  서로의 목소리가 흘러넘치게 하라            윤상혁, 이형환, 백승범, 김환희 PDF 


책 속에서 


취업난은 고용노동부와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려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굳이 취업교육을 얼마나 많이 시키고, 취업률이 얼마나 높은지로 대학을 평가하고, 평생교육 정책의 방향 역시 취업에 도움이 되는 스펙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의자 개수는 늘리지 않으면서 의자놀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힘만 계속 기르라는 것이다. 그 와중에 의자놀이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배움의 기회는 점점 줄어만 간다. 다채로운 배움의 가치가 인정되기보다는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기준으로 쓸모 있는 배움과 쓸모없는 배움이 구분되고, 쓸모없는 배움에 대한 배제의 논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 본문 24쪽, 석영, “국가가 허락한 평생교육”

 

학교는 인간의 성장을 기다려 주기 어려운 시스템이고, 오늘날 평생교육도 이 체제를 닮아 가고 있다. 국가나 관 주도의 평생교육은 유명한 강사를 초빙해 정해진 프로그램을 교수자가 학습자에게 전달하는 특강 중심으로 흐르며 실적 쌓기에 매달린다. 학교는 등수로 교육을 평가하고, 평생교육 기관은 수강생 숫자로 교육을 평가한다. 시장 영역의 평생교육에서는 주제별 학습 모임 등의 시도도 보이지만 돈이 되는 활동을 만들어 가야 하기에 효율성과 시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본문 37~38쪽, 잼잼, “불안한 사회에서 흔들리며 삶의 방향 잡기”

 

타고난 몸치인 내가 3개월간 노력해 연마한 웨이브를 춤신 신입수 강생이 일주일 만에 해내는 것을 보고, 그때부터 겸손함을 배웠다. 나는 신기하게도 십 년이나 춤을 췄는데 아직도 허리를 숙였을 때 손이 발끝에 닿지 않는다. 사람이 노력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일방적으로 학생들을 좌지우지하거나 노력을 강요하지 않게 됐다. 교사 전문성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교과 지식이나 강의 스킬일 텐데, 내 생각엔 이건 웬만큼 노력하면 생각보다 빨리 이룰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교사 전문성은 ‘학생들이 선생을 우습게 봐 어떤 말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과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것’ 두 가지인데 다 춤으로부터 배웠다.

- 본문 50쪽, 김수현, “가르치는 존재를 위한 교육”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페미니즘 교육이 마주하는 주요한 장벽은 단순히 ‘무지’만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이 가장 큰 문제일 때가 많다. 따라서 단순히 ‘올바른 지식’을 전달해 주는 방식만으로는 페미니즘에 대한 남성 적대를 해결하기 어려우며, 더 나아가 이런 접근으로는 남성들이 이런 적대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도 파악하기 어렵다. 왜 이렇게 페미니즘이 많은 남성들의 감정을 건드리고, 남성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분노와 적대를 포기하지 않는 것일까?

- 본문 66~67쪽, 마쯔, “‘남성’과 페미니즘이 만나야 할 때”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낙태 경험을 고백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말할 수 있고, 공격에 대해서도 “나 더럽다고 말하려면 말해. 난 안 더러워”라고 맞설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 같다. 많은 여성들이 성폭력 경험 증언까지 하고 있다. 난 너무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 본문 82쪽, 김환희, “정직한 절망으로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홍승희·홍승은 인터뷰

 

왜 닮음만 유독 다른 평면 도형의 성질과는 달리 원론 6권에 배치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오늘날 성질로 가르치는 내용이 원론에는 정의로 기술되어 있는지, 왜 통상적으로 가르치는 SSS닮음, SAS닮음, AA닮음의 순서가 원론에서는 뒤바뀌어 있는지 확인해야만 한다면? 더불어 기하학의 역사적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출현, 변환군의 등장으로 인한 기하학의 새로운 질서 재편, 20세기 초 현대 기하학의 흐름까지 찾아봐야 한다면? 부끄러운 일이지만 수학교육학을 전공하고 수학교육을 강의하고 있는 나조차도 이 수업을 보기 전까지는 위 질문들에 대해 체계적으로 고민해 본 적이 없다.

- 본문 115쪽, 김동원, “거인의 시대를 뒤로하고”

 

학교 몰래 학생회가 공식적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한 집회를 학생들과 함께 갔다가 돌아오는 길. 한편으로는 작은 꿈틀이라도 한 것 같아 기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또 학교에서 침묵의 카르텔은 계속될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대통령은 퇴진하라고 자신 있게 말하면서도 자신에게 폭언을 하는 교사에게 대들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는 학생들에게 나는 무엇을 말할 수 있을 것인가? 학교 밖의 박근혜에게는 물러가라고 외친다고 하지만 학교 안의 수많은 박근혜들한테 우리는 어떻게 하자고 말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가슴을 친다.

- 본문 127쪽, 조영선, “하야를 하야라 말하지 못하고”

 

서로 비난하며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기를 멈춰야 한다. 오롯이 자기만이 정답을 가진 존재로서 결백하게 남으려 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CCTV 혹은 다른 그 무엇이 서로의 공감대를 확장하는 교사-학부모의 만남을 초월할 수 있을까. 학부모의 불안과 교사의 불안을 그대로 인정하고 서로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하는 존재로서 서로 만나야 한다. 외로움과 외로움이 만나고, 괴로움과 괴로움이 만나서 서로 함께 힘든 것도 감당하고 함께 노력해 나가는 동반자로 만나야 한다. 아이를 두고 부모와 교사가 마주 서서 서로를 평가할 것이 아니라, 나란히 서서 함께 노력하는 관점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간절한 것은 CCTV가 아니다. 서로 함께 노력하는 존재로서의 협력자, 동반자인 것이다.

- 본문 158~159쪽, 윤규식, “나란히, 함께 나아가자”

 

당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반대하기 위해 몰려왔던 보수 개신교계의 소위 ‘동성애 반대’ 단체들은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 학교에서 항문 섹스 가르친다”, “항문 섹스도 인권이냐” 같은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피켓은 학생인권조례에 ‘임신·출산한 학생들에 대한 차별 금지’와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 조항이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기 위해 서울시의원회관을 점거했던 LGBTIQ(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인터섹슈얼, 퀴어)들에게도 상당한 당혹감을 안겨 주었다. 투쟁이 끝나고 이 당혹감과 대응에 대해 평가하는 과정에서, ‘왜 우리는 “항문 섹스가 어때서!”라고 말하는 대신 항문 섹스로부터 스스로를 구별 짓고자 했을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본문 200쪽, 나영, “‘일탈’의 경계로부터 성을 다시 사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