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33호] 인공 지능 시대 앞에 선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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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인공 지능 시대 앞에 선 교육

우리가 이제까지 미래라는 시간 속에서 그리고 다소 이론적인 수준에서 4차 산업 혁명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제4차 산업 혁명의 도래를 목도하게 했다. 이제 각종 산업에서 인공 지능의 활용 문제를 포함한, 스스로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인공 지능과 인간과의 관계, 여기서 더 나아가 인간 이후의 문제에 대한 담론들이 생산되고 있다. 우리 역시 이러한 다양한 논의들을 시작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인공 지능과 관련된 기술들이 급속히 진화하고 있고 이러한 진화가 우리 삶, 우리 일, 우리 경제와 교육을 변모시키는 역동적인 힘들의 전모를 우리가 생생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데이터화되고 자동화되는 세상에서 인간의 배움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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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는 시장적 인적 자원 모델 위에서 알파고 시대의 교육을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노동이라는 산업 사회 모델 자체에 균열을 만들어 내면서 학생들이 배움에서 자기 책임성, 자기 조직화, 그리고 생동하는 연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알파고 이후의 교육을 상상하는 것이다. 공부는 취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평생의 로맨스가 되어야 하며, 언제 시작해서 어떤 책을 단계적으로 배우는 방식, 학년제 운영 등이 재검토되도록 하여야 한다. 교육이 경제적 가치 창출의 극대화를 지향하며 인간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유 경쟁을 유도하는 것에서 해방되어, 학생들이 평생교육적 관점에서 배움을 자기 삶에서 조직하고, 개인 간의 생동하는 배움의 연대가 일어나도록 하는 상상력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학생들의 시민으로서 참여와 인권을 대학에 간 이후로 유예시켜선 안 된다. 학생들이 교육권과 시민권을 가지고, 동시대적 참여를 통해 상생보다 경쟁에 치중하게 하고 비민주적이며 반생명적인 교육에 반대하는 행동에 참여하면서, 지금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실천이 조직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배움의 자기 조직화, 자기 책임성, 생동하는 배움의 연대로 말미암아, 공유와 협력하는 인간간의 연대, 상생의 삶을 촉진하는 앎의 세계를 재구성하고, 인간과 자연간의 창조적인 신진대사를 활성화하게 된다. 모든 교과 공부는 삶을 위한 교과교육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알파고 시대 교육의 핵심은 공유와 타인에 대한 공감,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이다. 고립된 개인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개인이 타인과 평등한 관계 속에서 시민적 지위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될 수 있으며 개인이 사회 속에서 다른 행위자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를 전제로, 이러한 공동체 내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복속되어 있지 않는 지위, 조건을 구체화하는 교육이 활성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을 상상할 때 인공 지능 시대가 던지는 충격은 우리 사회의 교육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전근대적이라는 사실이다. 

 -  편집위원장 정용주


차례


6 바라보다    최승훈 기자 PDF

 

특집  인공 지능 시대 앞에 선 교육

8 반드시 일어날 일인가요,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인가요?”    정용주 PDF  바로보기 

    인공 지능 시대, 교육에 대한 성찰

25 기술 사회에서 살아가는 기술    최빛나 PDF  바로보기

37 인공 지능이 아니라 인간과 인공 지능이 맺는 관계가 문제이다    심임섭  PDF 바로보기 

    복잡성교육의 간객관적 인식론과 인공 지능 시대

 

기획  페미니즘과 교육

50 교직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진냥 PDF  바로보기 

    -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과 학부모·지역 주민 집단 성폭력 사건에 부쳐

63 강남역 10번 출구    난할 PDF  바로보기

75 여성혐오를 재생산하는 학교 생활지도를 돌아보다    우완 PDF  바로보기 


후속  마을교육공동체 만들기의 두 얼굴

88 공동육아운동의 관점에서 바라본 마을교육공동체 만들기    윤상혁 PDF 

101 《오늘의 교육》 따로 읽고 함께 이야기하기    정용주, 김석규 PDF 

    우리는 마을에서 살고 있는가?

 

후속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다시 묻는다

117 나는 너와 함께 물가를 걷겠다    강성규 PDF 

    학생들한테 배운 중립의 참뜻

 

에세이

128 새내기 해고자로 낯선 길에 접어들다    이민숙 PDF 

134 산내에서 살고 싶은 청년들, 산내를 떠나고 싶어 하는 아이들    탁구 PDF 

142 이전과는 다른 삶을, 진짜 세상을    강유진 PDF 

    세월호, 외면하거나 감당할 수 없기에 ‘함께’

152 껍질을 벗은 청소년     서온 PDF 

    청소년 녹색당 활동을 하면서

 

르포

161 미뤄지는 사람들, 재수생    필부, 공현 PDF 

 

리뷰

177 새 책 나들이 PDF 

179 잠깐 독서 PDF 

181 주제가 있는 책_ 인공 지능    정용주 PDF 


책 속에서 


현재의 근대적 학교 체제는 자아실현의 최종적인 목표를 노동에 두고 있다. 즉 최종 학력을 획득하여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향에서 나이에 따라 단계적으로 설계되었다. 이것은 아동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나름 균형 있는 성장에 기여하는 등, 나름대로 기여한 점이 많다. 그러나 학교라는 독점적 공간에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출석하여, 국가교육과정에 따라 만들어진 교과서의 내용을, 공식적인 면허를 가진 교사가 가르치고 얼마나 잘 배웠는지 평가하고, 이러한 평가결과가 누적된 학력을 토대로 노동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은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다. 패러다임 변화에 맞게 이러한 근대적 교육 체제를 해체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 본문 18쪽, 정용주, ““반드시 일어날 인인가요,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인가요?”“


이렇게 투명해지고 해상도는 높아만 가고 지각적 정보는 넘쳐 가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정보적 경험의 풍성함 속에 지식을 중심으로 한 이제까지의 교육은 큰 전환을 요구한다. ‘탐구’와 ‘제작적 실행’이라는 배움의 형태로 말이다. 즉 우리는 이제 교육의 오랜 요구에 더욱 강하게 직면하게 된다.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탐구하는 법을 배우라’라는 요구 말이다. 이것은 결론 없는 탐색 자체를 위한 배움의 시공간인 ‘불확실한 학교’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 본문 31쪽, 최빛나, “기술 사회에서 살아가는 기술”


인공 지능 시대 인간의 학습이나 노동은 세상이나 삶과 분리된 학교나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에서 사람과 사물의 접속과 소통을 통해 간객관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빗물질 노동 내지 정동 노동은 곧 삶과 세상의 창조를 의미한다. 인공 지능이 인간의 인지 노동을 대체하여 현재 선망의 대상인 회계사, 의사, 법조인 등도 사라질 거라고 한다. 그러나 사라진다고 보기보다는 인공 지능과 새로운 형태의 회계사, 법조인, 의사 등이 연결되어 새로운 행위 능력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옳다. 새로운 형태의 회계사, 법조인, 의사 등이 더 이상 회계사, 법조인, 의사 등으로 불리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 본문 49쪽, 심임섭, “인공 지능이 아니라 인간과 인공 지능이 맺는 관계가 문제이다”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나는 학교에서 ‘교사’를 살아내고 있지만 ‘여성’을 살아내고 있기도 하다고. 내게는 학교 안에서 ‘교사’로서의 대안도 필요하지만 ‘여성’으로서의 대안도 필요하다고. 그래서 학부모·지역 주민 집단 성폭력 사건 때 나온 전교조 지회 성명서 같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훌륭한 교육자로서의 소양이 있다 운운하는 소리는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 본문 61쪽, 진냥, “교직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기술 과목 실습 시간이었다. 톱질을 하고 못을 박아서 가구를 만드는, 즉 세간에서 주로 ‘남성의 일’로 받아들여지는 수업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여학생은 남학생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내 옆자리 여학생이 같은 조 남학생에게 “이것 좀 도와달라”라고 말하며 부품을 건넸다. 그러자 남학생은 “너 김치(녀)야?”라고 대답했다. 진지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처럼 여학생은 같은 조원이니 당연히 할 수 있는 부탁을 하면서도 ‘김치녀’ 소리를 듣는 반면,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자신의 일을 떠넘기는 것은 너무 흔했다. 학교 친구들과 친구를 맺은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는 남자 친구에게 선물을 받은 자신이 ‘김치 짓’을 한 게 아닌지 반성하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당장 ‘김치녀’ 라는 단어를 쓸 때의 분위기는 장난스러울지 몰라도 그 효과는 전혀 장난이 아니다.

- 본문 72쪽, 난할, “강남역 10번 출구”


교복 치마의 길이를 규제하고 여름에 다리를 오므려 앉도록 잔소리하며 속옷을 갖추어 입게 지도하는 등 여성에게만 가리고 감추는 정숙함의 미덕을 강조하는 현 중·고등학교의 생활지도 방침은, 여성이 몸을 내보이는 것은 자칫 성적인 의미를 띠고 또 교실 내에서 불필요한 성적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것은 성추행과 성폭력 사건에서 문제를 유발하는 것은 여성의 몸이라는 잘못된 관점을 전제한 지도 방침이다. 이런 복장 규정이 존재하고 이 규정에 의해 지도하는 학교에서 자라난 학생들은, 남성이 여성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일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달받는 셈이고, 동시에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성과 관련된 문제가 생겼을 때에 신체를 노출한 여성이 오히려 처벌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학습하고 있는 셈이다.

- 본문 84쪽, 우완, “여성혐오를 재생산하는 학교 생활지도를 돌아보다”


그 과정에서 더욱 강조한 것이 있다면, 내 수업마저 비판적으로 듣고 이제부터 여러분의 궁금증과 세상에 대한 관심을 키워 나가 달라는 개방적인 마무리 멘트였다. 그리고 “늘 ‘맹신’을 조심하자, 스스로 생각하자”라고 강조하였다. 면피용 방어막이 아니라 내 태도의 변화였고 그것은 어느 정도 전해진 듯하다.

- 본문 122쪽, 강성규, “나는 너와 함께 물가를 걷겠다”


“자기 비하도 많이 시켰다. ‘너는 성인이지만 그런 권리를 주장하면 안 돼’ 하는 식으로. 내가 재수한 연도에 리조트 붕괴 사건도 있었고 세월호 참사도 있었고 지방선거도 있었다. 그때도 그런 거에 가지 말라고, 선거에도 관심 갖지 말라고 했다. 한 강사는 데모는 대학생들이 하는 거고 너네는 대학생들 아니니까 하지 말라고 했고, 담임들은 이상한 데 쏘다니지 말고 집회 가지 말라고 했다. 선거날에 같은 학원에 다니던 애들이 그랬다. 자기는 아직 고등학교 4학년 같아서 투표 못 하겠다고. 자기는 아직 잘 모르고 책임질 수 없을 것 같다고.

- 본문 174쪽, 필부·공현, “미뤄지는 사람들, 재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