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32호] 마을교육공동체 만들기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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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마을교육공동체 만들기의 두 얼굴

마을교육공동체는 오래된 이야기다. 이제 다시 마을교육공동체는 현실의 정책이자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에서는 지역 정책의 일환으로 ‘마을 만들기’ 사업들이 전개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혁신학교의 다음 번 진로로서 ‘마을교육’, ‘마을결합형 학교’가 거론된다.
우리는 ‘교육의 생태적 전환’의 구체적이고 공간적인 실천으로서 마을교육공동체를 묻고자 한다. 삶과 지역 속에 녹아드는 교육의 실천으로서 마을교육공동체는 교육의 생태적 전환의 과업일 것이다. 서용선은 마을교육공동체의 현황을 소개하면서 그 가능성과 의의를 보여 준다.
하지만 동시에 현재 진행 중인 마을교육공동체에 관련된 각종 정책과 사업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을 만들기’라는 정책의 명칭은 마을이 없는 현실을 전제하고 있다. 결국 국가 행정은 주민들의 자발성이라는 이름으로 지원을 투입하지만, 이는 자발성을 제거하고 사람들을 길들이는 과정이 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하정호와 홍종원은 마을 지원의 방식이 기존의 주거공동체나 마을에 자연스레 살던 이들을 간과한 과정이라고 지적한다. 홍종원은 이어서 사업에 의해서만 모이는 것이 과연 마을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지, 사회적 계층을 고착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묻는다. 이는 정용주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주지 자체가 상품화·계층화되어 있으며 마을 사업은 이에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의 문제의식이다. 정용주는 마을 사업이 새마을 운동과 닮은 점을 보여 주고, 마을을 낭만화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마을 사업이 저항적 공동체를 도구화된 공동체로 길들이고 있다고 본다.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한 마을 만들기가 거주지 계층 분할을 강화할 거라는 문제의식이다.
마을교육공동체는 필요하고 의미 있다. 그러나 마을이 없는 현실에서 정책적·행정적으로 마을을 만들어 내고 마을교육공동체를 실현하려는 것이 어디까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만일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 그 한계를 마주하며 더 낫게 실패하고 다시 길을 준비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마을과 교육의 결합, 공동체의 의미를 따져 묻는 과정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차례


6  바라보다    최승훈 기자 PDF


특집  마을교육공동체 만들기의 두 얼굴

8   마을교육공동체란 무엇인가       서용선 PDF 바로보기

24  마을교육공동체가 주의해야 할 몇 가지       하정호 PDF 바로보기

40  ‘혁신교육 지구 사업’과 상관없이 마을에서 살아가기   홍종원 PDF 바로보기

51 도구화되는 공동체 그리고 저항적 공동체의 종말 정용주 PDF 바로보기


후속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다시 묻는다
67 묻어갈 수 없는 시대, 금지가 있는 곳에 정치가 시작된다 조영선 PDF 

75  ‘헬조선’의 민주시민교육      장은주 PDF 

91  당신은 나를 민주시민으로 만들 수 없다      밀루 PDF

 

98  《오늘의 교육》 따로 읽고 함께 이야기하기         이택광, 류제민, 공현 PDF 바로보기

     -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다시 묻다


에세이
114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소피아 PDF 

125  마을과 함께하는 혁신학교     최봉선, 이충익 PDF 


기고
135 우리에게 필요한 건 별별 경제 이야기 주수원 PDF 

147  통념에 기댄 외면의 동맹 구조       배경내 PDF  바로보기

     - 아동학대를 말하는 새로운 방법

161  교육 전환의 도구, ‘수저게임’      최서윤 PDF 


연재

   수업 비평 10년, 변화된 학교 현장을 찾아서

176  그림(수업), 영혼을 깨우다      조용훈, 조미영 PDF 

202  원숙함과 균형 감각 그리고 창조적 탈주       이혁규, 박현숙 PDF 

   청년 이슈

247  시끄럽고, 불안정하고, 불온한 평화를 위하여       김환희 PDF 

    - 평화교육프로젝트 모모 대표 문아영


리뷰
269 《땅에서 삶을 짓다》 - 무엇을 하기 위해 시골에 가는가? 소란 PDF
278 《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 - 애도의 정치는 가능한가? 하승우 PDF 


286  새 책 나들이 PDF 

288  잠깐 독서 PDF 

290  주제가 있는 책_ 마을교육공동체      주수원 PDF 


책 속에서 


마을, 교육, 공동체라는 말에 우리가 담고 싶은 교육 희망이 들어 있다. 마을교육공동체에서 말하는 ‘마을’은 학교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학교와 마을, 이 둘은 서로 교류하면서 함께 변화한다. ‘학교가 마을이다’, ‘학교 밖 학교’ 같은 말들이 그런 차원에서 생겨난 말들이다. ‘마을’이라는 말 속에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과 지속 가능한 시간, 그리고 다양하고 독특한 마을의 현상이 들어 있다. 마을의 공간과 시간 그리고 현상은 수업, 교실, 교육과정, 학교, 축제 등과 잘 만난다.

- 본문 21쪽, 서용선, “마을교육공동체란 무엇인가” 가운데


마을교육공동체가 필요하다면, 학교 밖에 또 다른 학교를 만들어 아이들을 가두어 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원하는 활동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일을 우리가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마을교육공동체가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체가 되어 버리면 ‘마을’도, ‘교육’도, ‘공동체’도 이루지 못하는 허무맹랑한 결과를 낳을 우려가 크다.

- 본문 30쪽, 하정호, “마을교육공동체가 주의해야 할 몇 가지” 가운데


마을은 무엇이고 공동체는 무엇일까? 흔히 공동육아, 대안학교 등 교육을 함께하기 위한 사람들의 모임이 ○○마을이나 ○○공동체라고 불린다. 우리는 정작 원주민들의 주거공동체는 마을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차라리 마을 축제를 함께 만들기 위한 모임, 텃밭을 가꾸기 위한 모임, 책을 읽기 위한 모임과 같이 그 이해관계와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의 모임을 우리는 마을 모임이라고 여긴다. 내가 생각할 때, 사업을 경유해야만 존재할 수 있는 이와 같은 마을이나 공동체들은 그저 동호회거나 사업체일 뿐이다. 취향에 기초한 사업적 모임은 필연적으로 폐쇄성을 동반한다. 비슷한 수준의 지식과 생활 정도를 가진 사람들만이 모인다.

-  본문 46~47쪽, 홍종원, “ ‘혁신교육 지구 사업’과 상관없이 마을에서 살아가기” 가운데


그러므로 새마을운동과 마을 만들기를 자발성으로 구별하려는 시도는 실패하고 만다. 그런데 보다 중요한 것은 새마을운동과 마을 만들기 모두에서 강조하는 주민의 자발성은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 강한 의지를 가진 인간에 대한 칭송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발성의 강조는 현실의 고단한 어려움 속에서도 그 특유의 창의성과 헌신성을 발휘하여 우리 시대의 새로운 희망을 일궈 낸 사람, 즉 기업가적 정신을 가진 마을 리더에 대한 칭송으로 이어진다.

- 본문 58쪽, 정용주, “도구화되는 공동체 그리고 저항적 공동체의 종말” 가운데


사실 세월호 계기 수업을 둘러싸고 주로 이야기가 되었던 것은 진실을 감추려는 정부와 진실을 알리려는 교사들 사이의 대립이었다. 학생들이 이 진실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에서도 정작 학생의 입장은 배제된 것이다. 어찌 보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아픔이 ‘(아직 미성숙하여) 가만히 있으라는 정보를 곧이곧대로 들은 학생들의 희생’이라는 이미지에 갇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서로가 이야기하려는 진실의 내용이 다를 뿐 이 사건을 대하는 학생들의 주체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는 정말 교육부와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잊지 말자고 하는 것만큼이나 교육부가 이 책을 금서로 지정했다는 사실을 학생들과 공유하려고 애썼다. 금서 조치 자체가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 같다는 나의 느낌은 학생들도 공유하고 있었다.

- 본문 73쪽, 조영선, “묻어갈 수 없는 시대, 금지가 있는 곳에 정치가 시작된다” 가운데


문제는 아동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아동을 어떤 이익의 성취를 위한 도구, 자신의 소유물, 아랫사람, 완성되지 않은 인격체로서 함부로 대해도 되는 존재라고 인식할수록, ‘잘못을 했으면 맞아야 한다’, ‘때려서라도 가르칠 건 가르쳐야 한다’라는 훈육관을 갖고 있을수록 아동학대의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 본문 153쪽, 배경내, “통념에 기댄 외면의 동맹 구조” 가운데


저는 자조야말로 공감대와 동지 의식, 시민 활동, 정치 활동과 쉽게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위와 이론으로 설득하는 것보다 얼굴을 맞대고 재미있는 활동을 하는 것, 사회 구조를 학습하고 신념을 체득시키며 그것을 행동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 저는 지금 그런 것에 더욱 관심이 가요. 그리고 386 아재들은 왜 청년들이 신조어를 쓰는지 좀 더 겸손하게 알아보려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 본문 173쪽, 최서윤, “교육 전환의 도구, ‘수저게임’ ”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