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8호] 교육과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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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의 공간

이번 특집은 교육과 기본소득이라는 주제이다. 이 주제를 특집으로 기획하게 된 것은 녹색전환연구소에서 교육과 기본소득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자고 한 제안 덕분이다. 이후 편집위원회에서는 교육공동체 벗이 이야기해 온 교육 불가능성이라는 담론을 기본소득 개념을 통해 확장시켜 보자는 논의를 했고 이를 통해 기본소득과 교육을 특집 주제로 정했다.

기본소득은 선별적 조건이나 자산 조사 없이 정기적으로, 모든 개인에게 현금으로 지급되는 소득이다. 이 단순하고 명료한 아이디어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전제 조건들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이 단순한 아이디어가 교육에 가져올 변화들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기본소득이 교육 불가능과 만났을 때 어떤 교육적 변화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논의들이 주가 되었다.

……

기본소득은 부자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재산 수준이나 노동 여부 등 여타 조건과 관련 없이 모두 동일한 액수의 소득을 지급받지만,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통해 달성되는 평등은 모두가 공통적으로 필요조건을 가진다는 의미이지 동일한 조건을 가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즉, 기본소득은 전면적인 조건의 평등이 아니라 조건의 부분적인 평등일 뿐이며 사회 자체가 평등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정 수준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동일한 사회적 조건을 확보한다는 것과 모두가 절대적으로 동일한 조건을 가진다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아울러 이는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 직접적으로 경제적 평등의 원리에 의거하여 정당화되지 않으며, 기본소득과 경제적 평등은 기본소득이 지급되는 액수의 범위에 서만 원리적 상동성을 가질 뿐임을 뜻한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로부터 출발하면서 노동할 자유, 노동 안에서의 평등, 노동하지 않을 자유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새롭게 한 발을 내딛는 것은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 중 하나다. 현재의 지배 체제 안에서 느끼는 절망감, 패배감, 상실감을 떠나 미래에 희망을 걸어 보고자 하는 뛰어넘음을 통해서 가능한 비현실이 시작된다. 그러나 세상을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세상을 우리가 원하는 모습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즉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 문제, 학교 밖 청소년, 최저임금 인상에 저항하는 자본의 조직된 힘, 열악하고 분열된 노동자 등 현재 위치한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특집을 단순히 교육을 경제로부터 해방시키자거나, 청소년들을 지긋지긋한 입시교육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자는 배려 차원에서 기획한 것이 아니다. 또한 저임금 아르바이트에 시달리고 있는 청소년들의 현실을 애처롭게 여겨 기본소득으로 학생들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상관없이 공부에만 전념하도록 하자고 기획한 것도 아니다. 우리는 기본소득의 보장을 통해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인간이 아니지 않음을, 서로가 서로에게 인간임을, 우리의 관계가 인간의 관계임을 깨우치게 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기본소득이 학부모, 학생, 교사를 포함해 교육과 관련된 사람들 모두에게 시간 활용의 폭이 커지게 함으로써 유의미한 사회적 활동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가능성을 열 수 있으며 또한 개인이 능력에 따른 위계적 분업 구조와 그에 따른 차별적 결정권 속에서 살아가는 임노동의 주체가 아니라 자유로우며 실질적으로 온전한 개인으로서 시민적 주체성을 형성할 수 있게 하는 가능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 편집위원장 정용주


차례


004 바라보다 최승훈 기자 PDF

 

특집 / 교육과 기본소득

008 교육 불가능과 기본소득 공현 PDF 

018 청소년의 권리와 기본소득 스밀라 PDF 

028 기본소득, 가능한 비현실의 시작 윤상혁 PDF 

038 석기시대는 왜 끝났을까? 정용주 PDF 

 

지난 호 특집 <다시, 교육의 생태적 전환> 후속

057 우리는 다른alius 장소에ibi 있다_불편한 변명 : 알리바이 림보 PDF 

 

연재

065 교직, 마지막 1년 /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 혹은 창조적으로 반응하기 안준철 PDF 

079 삶을 위한 수학교육 / 생각에 대한 공부, 수학 수업 김보현 PDF 

091 정용주의 교육학 담론 문제화하기, 정치화하기 ⑥ / PISA를 활용한 국가의 교육 통치 전략 PDF

104 청년, 땅에서 삶을 찾다 - 농(農)진로 이야기 / 전북 완주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 PDF

-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문화예술공동체 토리(김주영)

119 청년 이슈 / 인터뷰 독립 음악가 한받

“던전 같은 삶에 한줄기 희망의 빛과 에너지가 되길” 김환희 PDF 

135 모두를 위한 학교 행정 / 프롤로그를 가장한 프로포즈 진냥 PDF 

 

기획 학교 민주주의 설계도

141 학교 민주주의, 학생의 정치적 권리 보장 없이는 불가능하다 오진식 PDF 

151 ‘학생 사회’는 가능한가? 배이상헌 PDF 

 

에세이

161 잊지 않기 위해 만든 이야기 / 지켜지지 못한 약속, 다녀오겠습니다 최원혜 PDF 

165 한 학교가 망가지기까지 / 누가 이 교사들을 포기하게 만드는가 김기언 기자 PDF 

 

기고

178 꿈꾸지 않을 자유 변중용 PDF 

189 청소년들의 성적 경험은 문제아들의 일탈이 아니다 / 10대도 성적 주체이다 나랑 PDF 

 

리뷰

199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 “어느 누군가 어디에서 그러고 있지나 않을까” 김○○ PDF 

205 <학교 2013>, <후아유 – 학교 2015> / 그 많던 말들은 다 어디 갔을까? 겨울나무 PDF 

214 새 책 나들이 PDF 

216 잠깐 독서 PDF 

218 주제가 있는 책_기본소득 김현 PDF 


책 속에서


기본소득은 교육 불가능론이 지적한 학교교육을 둘러싼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는 기본소득에 나이 제한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 청소년들이 기본소득에 포함되느냐 아니냐 하는 것과도 큰 상관이 없다. 누구에게나 최소한의 생계가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사회, 생존 어려움 정도가 대폭 낮아진 사회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좀 더 다양한 삶의 방식, 더 자유로운 선택과 시간을 사람들에게 보장한다. 기본소득이 완전히 생활을 책임지지는 못하더라도 사람들의 선택 기준이나 고려 사항을 바꾸어 놓을 수는 있다. 모두에게 매월 1인당 40만 원의 돈이 주어질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노동의 의미와 노동-고용 시장의 선택 곡선 역시 크게 달라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학교교육 영역 또한 학생들의 진로나 취업 등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 15~16쪽, 〈교육 불가능과 기본소득〉, 공현

 

기본소득은 만병통치약이 아니기에 주변에 산적해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종속당해야 하는 문제들 ― 성적이 떨어지면 용돈을 끊겠다고 말하는 부모부터 아르바이트비를 떼먹을 궁리만 하는 사장님에 이르기까지 ― 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도 미성년자의 휴대전화 개통은 부모나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데, 보통 청소년의 재산은 부모의 재산으로 이해되기에 청소년의 소비는 ‘부모님이 힘들게 버신 돈을 낭비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하지만 청소년에게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청소년의 소비는 부모의 재산에 무임승차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본인의 재산을 이용하는 행위로 여겨질 것이고, 이는 청소년이 이전과 다른 경제적 지위를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23쪽, 〈청소년의 권리와 기본소득〉, 스밀라

 

파국을 피하기/맞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의 방식이 변화되어야만 한다. 기본소득은 ‘성장’이 아닌 ‘탈성장’을 촉진시킬 것이다. 그것은 경제적인 성장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북돋울 것이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복지의 문제를 넘어 인간 해방의 문제가 된다. 이전에도 이야기했듯이,5)탈성장 시대의 교육은 해방적 주체로서의 자기 인식과 삶의 터전으로서의 장소 인식을 바탕으로, 생산적 탈성장과 부없는 가치라는 생태적 규범을 제시하고, 생산과 소비를 일치시키는 자급자족적 삶의 기술을 전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본소득은 이를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다. 

- 34~35쪽, 〈기본소득, 가능한 비현실의 시작〉, 윤상혁

 

기본소득은 (학교)교육=취업, 학생=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라는 등식이 아니라 교육=내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 학생=인간이라는 공식으로 전환하는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들 역시 학생들의 입시를 준비시키는 존재에서 벗어나 학생들과 진정한 교육을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로 전환할 가능성을 갖게 될 것이다. 학부모들도 ‘네가 지금 이런 식으로 공부하다가는 굶어 죽을 거야! 이래서 어느 대학을 가려고 그러니?’ 하는 질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본소득이 교육에 가져올 변화의 핵심은 학생들로 하여금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이름으로 학교에 결박되어 해 온 진학/입시를 위한 공부로부터 해방되어 스스로의 책임과 방식에 따라 공부할 수 있는 가능성, 삶을 위한 물질적 조건을 확보하여 자본의 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가능성, 우연이 만들어 낸 불평등으로서 가정의 빈곤 문제에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 45쪽, 〈석기시대는 왜 끝났을까?〉, 정용주


PISA는 여러 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하고 그 결과를 국가별로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지구적 수준에서 새로운 교육적 규범과 가치를 생산하고 그것을 확산하며 국가교육을 단일 규범으로 통합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 점에서 PISA는 단순히 학생들의 능력을 측정하여 나타내는 객관적 데이터가 아니라 PISA가 제시하는 방향에 따라 국가교육을 재편하는 전지구적 교육 지배 구조로 기능한다.

 - 102쪽, 〈PISA를 활용한 국가의 교육 통치 전략〉, 정용주

 

대중을 향해 있는 실용음악, 지식인과 엘리트에게 가 닿는 실험 음악과는 달리 제3의 영역으로 새롭게 거리로 내몰려 나온 새로운 민중/주체를 향한 음악, 송전탑이 세워진 밀양의 보라마을, 그 논과 밭 위로 몸을 거꾸로 박으며 세웠던 희망의 노래탑. 그것이 바로 발효 음악이 실천 음악으로 나아가는 지점이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자 외치며 광화문역사 안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실한 규명을 촉구하는 촛불들 속으로, 강제 해고에 맞서 싸우며 대한문 앞에 나온 해고 노동자들 속으로,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는 비정규직 파견노동자들에게. 기타를 만들다 해고당한 노동자들은 아예 직접 밴드를 결성해서 실천 음악의 주체가 되었다. 건물주에 의해 거리로 내몰린 세입자들과 국가에 의해 거리로 나오게 된 밀양, 청도, 강정의 주민들. 모두 어찌 보면 대중매체와 언론에서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사람들이다. 권력과 자본에 몸과 마음을 심하게 상처 입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다가가 힘을 줘야 한다 

- 132쪽, 〈독립음악가 한받〉, 김환희

 

월급날이 되면 급여명세서를 행정실에서 인쇄해서 봉투에 넣어 주었습니다. 처음 두 달은 명세서를 받았는데 그 다음에는 주지 않아서 고민한 기억이 납니다. 월급이 얼마 들어오는지 궁금한데 물어보러 가려니 뻘쭘해서요. 한번은 연말에 예산이 부족해 정규직 교사들 월급은 겨우 지급했지만 기간제 교사들 급여는 지급 못 한다며 원래 월급날인 17일을 지나 12월 30일에 급여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때 저희 어머니는 말도 안 된다며 학교에서 무슨 임금 체불이냐고, 니가 어디 월급을 다른 데 써 놓고 거짓말하는 게 아니냐 의심하셨습니다. 저 역시도 이런 경우가 있구나 하며 어이없어 했었죠. ‘이거 불법 아냐?’ 뭐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 136쪽, <모두를 위한 학교 행정> 중에서, 진냥

 

종종 내가 활동하는 아수나로 부산지부의 모임에 와서 “학교를 바꾸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난다. 만약 이들이 학생이라면 나는 언제나 “먼저 학교 안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모으세요”라고 조언한다. 학생 한두 명을 징계하는 것은 쉽지만 열다섯 명을 징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학교가 그들을 왕따시키는 분위기를 조장하려 하더라도, 열 명 쯤 되면 쉽지 않다. 심지어 그 열다섯 명의 학생들 요구가 옳고, 학생들이 참여하진 못해도 지지한다면 학교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 150쪽, 〈학교 민주주의, 학생의 정치적 권리 보장 없이는 불가능하다〉, 오진식

 

b는 교장의 성향이 학교 분위기를 결정짓는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그는 이를 ‘민주주의는 학교 500미터 접근 금지’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리고는 만약 학교에서 민주주의가 구현되고 있다면 교장이 그런 사람인 것이라면서 다른 사람이라면 또 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장의 권한이 무소불위한 것의 부당함도 이야기하면서 학교가 2천 개면 2천의 영주가 있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K학교의 경우는 교장의 권한 때문에 교사의 자율권이 침해받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무능한 교장의 취임을 갈구하는(?) 상황에 이르게 한다. 

- 168쪽, 〈누가 이 교사들을 포기하게 만드는가〉, 김기언

 

좀 더 나은 직업, 더 편하고 더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은 지금의 시스템 안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직업을 갖게 되는 것은 쉽지 않다. 더 많은 일을 하고도 더 적은 돈을 받게 될 사람들은 이미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으며 그들은 자신의 직업을 보잘 것 없이 여기고 그런 일을 하게 된 자신을 자책한다. 이런 낙담과 무기력은 ‘꿈’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일자리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들을 압도해 왔다는 것을 반증한다. 애초에 그 과정이 누군가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면 가난한 누군가가 지금도 매달리고 있을지도 모를 그 꿈은 무의미함을 넘어서 구조적 문제를 가려 줄 뿐만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재생산한다. 이미 충분하지만 끊임없이 다시 만들어지는 꿈과 열정에 대한 이야기들에 대해 단호한 비판과 적절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꿈’이라는 예쁜 포장지 안에 숨어 있는 진실은 경쟁과 착취의 시스템을 정당화하고 이어 나가기 위한 이데올로기인 것이다. 

- 187쪽, 〈꿈꾸지 않을 자유〉, 변중용

 

어른들은 외면하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청소년들은 이미 성적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그 연령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금욕’을 강조하면서 성적인 의사소통에 대해서 교육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성폭력의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보통 ‘데이트 성폭력’이라고 하면 주로 성인, 그중에서도 20~30대의 문제로 생각하기 쉽지만 10대 또래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하지만 10대의 성을 ‘보호해야 할 성’으로만 보고 성적인 행동을 금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10대 간 데이트 성폭력은 오히려 방치되고 드러나지 않는다. 

- 190쪽, 〈10대도 성적 주체이다〉, 나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