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68호] 자본주의 교육, 어떻게 반대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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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 68호는 자본주의 교육, 신자유주의 시장화 교육 정책에 반대하고 저항해 온 교육운동과 실천을 돌아보며 시작한다. 교육이 계층 이동 역할을 해야 한다는 통념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왜 잘못된 것인지 짚고, 교육운동과 대학 구조 조정 반대 투쟁의 사례, 대안교육운동, 혁신 교육 등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앞으로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교육운동, ‘탈자본 교육’을 만들어 가는 활동이 가져야 할 문제의식과 지향을 제시하고자 했다.
기획 지면에서는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최근 한국 사회의 아동 관련 담론을 성찰하는 내용을 소개하고, 세월호 참사 8주기의 실천들, 선거 관련 교육의 사례들을 담았다. 연재로 변화의월담의 ‘바디 커뮤니케이션 교육’과 정용주의 프로젝트 수업 이야기를 새로 시작한다. 


특집
자본주의 교육, 어떻게 반대해야 하는가

교육운동은 오랫동안 교육 시장화와 구조 조정,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에 반대하며, 경쟁 교육을 개혁하고 학교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와 교육에 대한 근본적 비판이 요청되는 지금, 교육운동 역시 시장화나 경쟁에 반대한다고 하는 것 이상의 고민과 언어가 필요하다. 《오늘의 교육》은 그동안 한국 사회의 교육 담론과 교육운동을 성찰하며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탈자본주의 교육(운동)의 진로를 모색하고자 한다.
연혜원의 〈교육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일 수 없다〉는 한국 사회의 역사를 짚으며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되어야 한다는 통념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한다. 교육을 ‘평등한 출발선’이자 계층 경쟁의 장으로 만들려는 것이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귀결된다는 문제의식이다.
이용기와 강석남의 글은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교육운동을 일별하고 반성한다. 교육 시장화에 반대하고 시장적 대학 구조 조정에 반대하는 운동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고,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를 돌아본다. 강석남은 대학 구조 조정 반대 투쟁이 각 대학 내에서의 투쟁으로 고립되며 시장 논리에 정면으로 저항하지 못한 이유를 분석하고 앞으로 과제를 제시한다.
강수돌의 글 〈‘탈자본 교육’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현재 자본주의 교육의 문제점을 대학 서열화, 노동 차별화, 자동 주체화 세 가지로 요약한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탈자본 교육의 내용과 지향을 제시하고, 근본적 대안을 추구하는 운동을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이번 특집은 자본주의 교육에 반대하는 운동과 대안을 구체적으로 그렸다기보다는, 과거와 현재의 교육운동을 되돌아보고 한계와 과제를 정리한 것에 가깝다. 우리에게 어떤 사유와 실천이 필요할지 앞으로도 더 많은 제안과 논의를 기대해 본다.



차례


10 읽은 이야기 | 권미지

 

특집 자본주의 교육, 어떻게 반대해야 하는가

16 교육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일 수 없다 | 연혜원

32 신자유주의 교육 시장화 저지 투쟁의 의의와 한계 | 이용기

- 교육운동 연대 단체의 활동을 중심으로

46 대학 구조 조정 반대 투쟁 되돌아보기 | 강석남

- 우리는 무엇으로 대학 구조 조정을 마주할 수 있을까?

69 ‘탈자본 교육’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 강수돌

 

후속 | ‘자본주의를 위한 경제교육’을 넘어

84 ‘돈 되는 교육’과 ‘돈을 위한 교육’을 넘어 | 김형성

 

연속 기획 | 변방에서 온 편지 – 충북 괴산, 전남 순천

97 괴산의 마을교육공동체는 마을 자치로 향한다 | 김석규

- 깨어 있는 마을 활동가와 교사들의 공간, 행복교육괴산어울림

115 시민은 교육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 | 임경환

- ‘교육 도시’ 순천에서 만들어 가는 새로운 실험들

 

연속 기획 | 동물과 함께 삶, 배움

129 동물 공존과 돌봄을 배우는 교육 | 조진희

 

기획 |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의 자리를 묻다

138 어린이에 대한 ‘배려’와 ‘혐오’ 사이에서 | 오은선

- 어린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기르는 사회를 위해

145 어린이는 ‘오늘’을 사는 ‘사람’입니다 | 김희진

- 아동 인권의 핵심적인 내용

156 우리도 〈우리들〉처럼 | 조원식

- 어린이날을 맞아, ‘교육 중독’과 ‘놀이간격’에 대하여

 

기획 | 우리의 이야기, 세월호

169 현재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 강주희

- 세월호 수업을 하고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

182 조용한 사랑의 언어 | 문해람

- 내가 세월호 참사에 관해 활동하며 받은 마음

 

기획 | 선거교육 그 이상의 민주주의교육

196 모의 선거 수업으로 채운 것, 채울 수 없는 것 | 서재민

213 ‘공약을 살펴보는 합리적 유권자 되기’를 넘어 | 공현

- 정치·선거교육의 목적과 방식을 재논의하자

 

연재 

함께 보는 교육 연구 ②

224 스쿨 미투 4년, ‘기특한 청소년’들의 페미니즘 운동 | 이선미

 

몸을 살리는 교육 - 프롤로그

234 1,500명의 몸들이 만들어 낸 변화의 ‘월담’ | 변화의월담

- ‘몸을 살리는 교육’을 시작하며

 

나의 프로젝트 수업 - 프롤로그

250 프로젝트, 충돌과 연결의 언어 | 정용주

 

리뷰

260 수학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과연 바뀔 수 있을까 | 이윤승

- 《사회정의를 위한 수학교육》

 

268 오늘, 읽기 | 진냥

272 내가 밀고 있는 단체 인권재단 사람 | 난다



책 속에서


개인이 대학에 가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학업 성취도 이전에 ‘진학 가능성’이다. 대학교육 무상화가 이뤄지지 않은 한국에서 진학 가능성의 선행 조건은 말 그대로 등록금을 내면서 학업 기간 동안 노동을 유예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자산의 유무이다. 앞서 말했듯이 상류층 자녀들이 비평준화된 중등교육과정에서 자본을 통해 실력을 갖추고 특별한 상위권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지 않는 직업계 고등학교 입학 역시 철저하게 계층의 동학이 개입한다.

- 본문 26-27쪽, 연혜원, 〈교육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일 수 없다〉

현재 교육 체제가 ‘자본주의 교육 체제’라는 인식이 현실 사업에서 반영되지 못했다. 교육 체제를 변화시키려면 사회 체제 변화를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투쟁이 때로는 교육 시장화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데 복무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평등 교육과 입시 폐지는 기득권의 재생산 구조에 파열을 일으키기 때문에 자본과 대립할 수밖에 없다. 교육 혁명을 실현하려면 사회 체제를 변화시켜야 가능할 수 있다. 현재의 불평등 사회 체제에 대한 문제와 함께 교육 혁명을 의제화시켜 큰 틀의 흐름에서 사회와 교육의 변혁 방향을 잡아야 한다.

- 본문 43쪽, 이용기, 〈신자유주의 교육 시장화 저지 투쟁의 의의와 한계〉


만약 정부나 대학 본부가 천천히 시간을 들여 민주적인 절차를 충분히 거치면서 신자유주의적 시장 논리에 따라 경쟁력 없는 학문은 대학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설득한다면, 우리는 대학 구조 조정을 반대할 수 있을까? 우리는 절차를 문제 삼지 않고서, 그 원리인 신자유주의적 시장 논리에 대한 비판을 무기로 구조 조정에 저항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학령 인구 감소의 현실화로 대학 구조 조정의 당위를 누구도 부정하지 않게 된 현시점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 본문 48쪽, 강석남, 〈대학 구조 조정 반대 투쟁 되돌아보기〉


우리는 처음부터 자본 종속적인 삶을 전제로 학교와 노동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음을 봐야 한다. 실제로 우리가 초·중·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것, 나아가 대학 중에서도 ‘일류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 이어 ‘일류 직장’에 취업한다는 것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는 물론 개인적으로는 놀라운 성취이지만, 사회적으로 그것은 차별적인 노예 제도에 종속되는 과정에 참여하는 일일 뿐이다.

- 본문 76-77쪽, 강수돌, 〈‘탈자본 교육’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자연스레 교실 속 학생들의 관심사도 달라졌다. 돈 공부를 하지 않는 개인의 나태함과 어리석음이 의문과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점점 가난과 빈곤이 개인의 책임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한 아이가 쉬는 시간에 다가와 나에게 비트코인과 테슬라 주식을 샀냐고 질문했다. 선생님도 비트코인과 테슬라 주식을 사면 부자가 될 수 있고, 빨리 은퇴해 파이어족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씨름하며 힘들게 노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학생 나름의 걱정이었다. 변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곳곳에서 들려왔다.

- 본문 89쪽, 김형성, 〈‘돈 되는 교육’과 ‘돈을 위한 교육’을 넘어〉


괴산행복교육지구사업에서는 초기부터 한 학기 단위 마을교육과정을 적용하려고 노력했다. 마을을 이해하기 위해, 마을 어른들과 만나기 위해, 또 마을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기 위해 마을교육과정을 만들려고 했다. 이렇게 만든 마을교육과정을 통해 농산촌 교육의 특징이 나타나고, 지방 소멸을 막는 ‘지역 인재’를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지역 인재’라는 표현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요즘에는 ‘지역 인재’나 ‘인재 유출 방지’라는 표현 대신에 ‘마을 시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편이다.

- 본문 107쪽, 김석규, 〈괴산의 마을교육공동체는 마을 자치로 향한다〉


어린이가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어린이답게 지낼 환경을 만들어 줄 생각은 하지 않고, 어린이를 미래의 언젠가 날개를 펼칠 꿈나무로 보는 시선이 문제다. 출생률을 높이고 싶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는 어린이의 행복을 책임지는 것은 오직 양육자 개인의 몫으로만 남아 있다. 개인에게 계속 부담을 짊어지우고, 어린이를 투자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면 양육자와 어린이의 행복은 요원할 것이다. 어린이로서 충분히 존중받고 행복한 세상, 아이와 함께하는 세상의 모든 양육자가 기쁨과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 본문 143쪽, 오은선, 〈어린이에 대한 ‘배려’와 ‘혐오’ 사이에서〉


이런 인식과 현실을 이어 붙여 보면 어떤가. 길거리에서 아무 생각 없이 운전자들을 위협하고, 내가 놀고 쉬는 곳에서 싹 사라져서 보이지 않으면 좋을 법한 ‘잼민이’들은, 나중에 성년이 되었을 때에 지금보다 훨씬 비싼 값에 아파트를 사면서도 노령화된 ‘우리들’을 간병하고 연금도 부담해야 한다. 어지간한 영화에서도 이런 치사하고 악질적인 빌런은 좀처럼 보기 어렵지 않나? 이 글을 읽고 쓰는 우리들이 이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 본문 162쪽, 조원식, 〈우리도 〈우리들〉처럼〉

 

첫 2, 3년 동안은 언론과 정치권이 입힌 ‘세월호’의 이미지가 너무나 강해서, 세월호 수업을 하는 행위는 그 교사에게 용기 또는 진보(동의하지는 않지만), 진취, 행동 등의 이미지를 지니게 해 버렸다. ‘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의 방송은 주술처럼 모두에게 슬픔도 질문도 멈추고 가만히 있으라는 산 자들의 번뜩이는 칼이 되어 춤을 춰 댔다. 그런 생각과 행동은 ‘함께 살지 않겠다’는 나쁜 삶을 향한다. 당장은 나에게 희열(을 느낀다는 것이 기가 막히지만)을 가져오겠으나, 궁극적으로는 나마저 고립되고 외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나에게도 좋지 않은 삶이다. 누군가 슬픔에 빠져 있을 때 그와 똑같은 슬픔을 이해하지는 못해도 연민의 자세는 지녀야 한다. 그것이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최소한의 매너다.

- 본문 172쪽, 강주희, 〈현재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선거 수업을 할수록 이 수업이 민주시민교육의 전부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수업에서 실제 후보와 공약을 검토하는 것이 현실 정치에 대한 관심, 그다음의 사회 참여를 이끌고 ‘정치 효능감’을 가지게 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수업을 해 보면 이 시간이 오히려 ‘정치 무관심’ 나아가 ‘정치 혐오’를 가지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따라다닌다.

- 본문 207쪽, 서재민, 〈모의 선거 수업으로 채운 것, 채울 수 없는 것〉


움직임 교육을 할수록 몸의 움직임 자체가 중요하기보다, 움직임이 하나의 자극이 되어 나오는 몸의 이야기가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아 갔다. 새로운 몸의 경험은 또 하나의 추억에 머무르지만, 그 경험에서 몸을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이 싹트고, 새롭게 이야기하는 서사가 생기면 그건 삶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었다. 몸을 살리는 교육은 신체 기능을 증진시키기보다 몸과 맺는 관계, 몸을 향하는 언어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어디까지, 어떻게 움직이냐보다 지금 이대로의 몸이 지닌 가능성과 힘을 믿는 마음을 싹틔우는 데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 본문 244쪽, 변화의월담, 〈1,500명의 몸들이 만들어 낸 변화의 ‘월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