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교육》 78호 특집은 대학 입시 제도를 다룬다. ‘킬러 문항’ 논란부터 실제 2024학년도 수능 시험과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까지 훑어보며, 대학 입시 제도를 바꾸기 위한 접근법과 원칙을 논의하였다. 기획 지면에서는 현안으로 국회에 논의 중인 ‘사립대 구조 개선법’을 톺아보며 그 허점을 비판한다. 또한 점점 늘어나는 이주배경 학생들과 함께하는 이른바 ‘다문화교육’의 현황과 과제를 살펴본다. 지난 호에 이어 통합교육에 대한 고민을 담은 지면에는 인문계고에서 일하는 특수 교사의 경험과 성찰을 전한다.
특집
교육의 킬러, 대학 입시
2023년, 다시 ‘수능’은 뜨거운 교육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 문항’ 발언에서 촉발된 수능 시험 난이도를 둘러싼 논란에 이어 ‘2028학년도 대학 입시 제도 개편안’도 발표되면서 수능 시험의 의미와 목표, 입시 제도의 방향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오늘의 교육》 79호는 ‘킬러 문항’ 논란을 돌아보며 그 실상을 짚어 보려 한다. ‘2028학년도 대학 입시 제도 개편안’과 ‘의대 입시’ 등 현재 대학 입시 제도에 관련된 주요 키워드들을 살펴본다.
구본창의 〈‘킬러’가 아니라 ‘세이비어’ 문항이 필요하다〉는 소위 ‘킬러 문항’을 두고 벌어졌던 논쟁과 대통령 발언 이후 실제 수능 시험의 난이도까지 전체적인 흐름을 정리한다. 그리고 수능 자체가 고부담 시험이고 경쟁적인 교육 환경이 ‘학생들을 죽이는’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필요함을 말한다.
강태중은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입시 제도 개편안을 들여다보며 그 문제점을 짚는다. 근본적으로 ‘수능’과 ‘내신’을 바꾸는 것이 대입 제도 개편의 전부라고 여기는 관점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시험 점수를 교육의 목표로 둔갑시키는 대학 입시, 사회적 불평등과 능력주의를 해체하는 개혁을 요청한다.
문호진의 글은 의대 입시가 대학 입시의 본고사화, 선행 학습 조장, 재수 필수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의료와 교육의 공공성이 의대 입시를 공적으로 규율할 이유라는 의견은 다른 대학과 영역에서도 적용할 만하다.
황세원의 〈입시에서의 성취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까〉는 ‘수능 만점자’에 주목하는 언론의 모습에서부터 시작해, ‘공부 잘한 순서’로 줄 세워 차별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구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그 배경에 노동의 현실이 있음에 주목하는 한편, ‘중위값 학생의 삶’을 입시 제도의 목표로 삼아 보자고 제안한다.
청소년인권활동가인 난다는 대학 입시 제도의 폭력성과 비인간성을 부각시킨다. 언제부턴가 학생들의 죽음에 대한 보도가 줄어들고 사회적 논의도 사라졌음을 예로 들며, 학생들의 고통과 아픔, 실패와 약함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킬러 문항’을 둘러싼 논란은 입시 제도의 문제가 곧 시험 난이도나 시험 내외적 공정성의 문제라고 착각하게 만들기 쉽다. 하지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사실은 어쩌면 교육에서 ‘킬러’ 역할을 하는 것은 특정한 시험 문제가 아니라 대학 입시 경쟁 그 자체라는 것 아닐까? 이번 특집은 우리가 대학 입시와 교육을 바꾸어 나가기 위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무엇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재차 환기시키는 데 의의가 있다.
- 편집부
차례
이윤엽의 오늘 용이 된 쏘가리 | 이윤엽
읽은 이야기 | 김서화
특집│교육의 킬러, 대학 입시
‘킬러’가 아니라 ‘세이비어’ 문항이 필요하다’ | 구본창
- ‘킬러 문항’이 남긴 혼란과 수능 개혁을 위한 관점
‘2028 대학 입시 제도 개편안’의 본질적인 일탈 | 강태중
의대 입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무엇이 문제인가 | 문호진
입시에서의 성취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까 | 황세원
- ‘고3 때 공부 잘한 순서’로 평생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문제
언젠가부터 말하지 않게 된 것 | 난다
- 입시 경쟁이 외면하는 약함과 실패
기획│숫자만 줄이겠다는 사립대 구조 조정
꼬리 자르기식 대책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 임은희
- ‘사립대 구조 개선법’ 주요 내용 및 문제점
사립대 구조 개선법이 놓치고 있는 것 | 남중섭
- 대학 통폐합은 근본적 대안이 아니다
학생과 사회의 미래를 위한 대학 개혁의 원칙 | 김명환
- 사립대 구조 개선 관련 법안들의 한계 극복을 위하여
기획│이주배경 학생과 함께하는 학교
낯선 이에게 따스한 환대를 하는 학교는 가능할까? | 박복희
- ‘다문화 밀집학교’에서의 한국어 교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더 이상 일부만의 문제가 아닌, 다문화교육과 학생 지원 | 박에스더
- 서울 서남부 지역 거점 센터 ‘다+온센터’ 활동을 중심으로 본 현황과 과제
‘언어’만 잘하면 된다? | 김다솔
- 언어 중심 프랑스 이주배경 학생 지원 교육의 현황과 과제
기획│‘특수’라는 벽장을 넘어 교육 보편의 담론으로 ③
통합과 분리, 그 사이 존재로서의 고민 | 조윤주
-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통합교육을 한다는 것
연재│동맹의 교실, 해방의 교육학 ④
지지지끄러지고 빠빠빠그라진 마마말 | 서한영교
- 교란의 페다고지
연재│동물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한 교육 ④
공교육 속에 동물권교육의 씨앗을 심다 | 김은지
- 학교에서의 동물권교육과 실천
연재│대학생운동 인터뷰 - 대학의 위기와 대학 안의 운동 ④
편협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가 보여 주는 대학생운동의 가능성 | 강석남
[인터뷰] 한국예술종합학교 동아리 ‘돌곶이포럼’ 권나민, 여인서, 송정효
리뷰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에 함께한 우리 모두에게 | 공혜원
[리뷰] 《전기, 밀양 - 서울》
체념을 넘어선 단호하고 무거운 질문 | 허태준
[리뷰]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청년이 된 발달장애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 류승연
[리뷰] 《마을에서 경계 없이 다정하게》
오늘 읽기 | 서경, 공현
세 줄 새 책
어제와 오늘의 어린이책 | 조현민
내가 밀고 있는 단체 블랙리스트 이후 | 오동석
책 속에서
대한민국은 소멸 위기에 놓여 있는 국가인데 태어난 아이들마저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인해 자살과 자해를 떠올리는 환경에 놓여 있어 앞으로도 아이를 낳으려는 재생산의 회로가 멈춘 나라라는 결론이 나온다. 더욱 경악할 만한 사실은 이런 나라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수험생을 ‘kill’하는 소위 ‘킬러 문항’이 출제된 지 수년이라는 것이다. ‘킬러 문항’을 모르고 성인이 된 세대들도 과도한 경쟁 환경에서 생존하느라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현실인데, 청소년 시기부터 생존을 위해 킬러 문항을 넘기 위한 학습 노동을 한 이들의 미래야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 본문 21-22쪽, 구본창, 〈‘킬러’가 아니라 ‘세이비어’ 문항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문제부터 잘못 짚었다. 대입 제도 “개편의 열쇠는 수능과 내신”에 있다고 전제했는데, 바꾸어 말하면, 교육부로서는 수능과 내신이 없는 대입 제도는 상상할 수도 없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수능과 내신을 핵심 기둥으로 삼아야만 대입 제도가 지탱되는가? 말이 안 된다. 수능과 내신이 대입 제도를 떠받치고 있다는 구도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어쩔 텐가? 수능과 내신을 버리든지, 아니면 환골탈태시켜야 하지 않을까? 교육부는 이런 가능성을 애초에 덮어 버렸다. 수능과 내신이라는 구도 자체가 초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룰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 본문 34쪽, 강태중, 〈‘2028 대학 입시 제도 개편안’의 본질적인 일탈〉
의대 입시는 현재 고교에서 대비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며, 이러한 현상이 타 모집 단위로 파급되는 상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현재의 선행 학습, ‘무한 N수’ 경향은 사실상 대학이 조장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당국과 시민 사회는 대학이 누리는 과도한 자율성을 통제하고 고교생 수준에 맞게 평가의 형식과 내용을 제한해야만 한다. 그러지 않고 내신이나 수능 등 공교육 틀 내의 시험의 범위나 수준을 아무리 통제하려고 노력해 봐야 현재의 악순환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 본문 51쪽, 문호진, 〈의대 입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무엇이 문제인가〉
특히 한국에서는 성적에 따라서 대학만이 아니라 전공까지도 좌우되고, 단지 직업만이 아니라 대기업이냐 아니냐, 정규직이냐 아니냐까지 정해진다. ‘대기업 정규직’ 또는 그에 준하는 최상위권의 일자리에 들어가면 엘리트 네트워크에도 더 단단하게 소속될 수 있다. 재직하는 동안의 소득 및 안정성만이 아니라 각종 사회 자원들을 획득할 기회, 그리고 노후의 안정성까지도 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말은 곧, 10대 후반의 나이에 ‘공부를 잘한 정도’가 일생을 좌우하게 된다는 의미다.
- 본문 58쪽, 황세원, 〈입시에서의 성취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까〉
우리가 이야기하려고 한 것은 지금의 경쟁 교육이 외면하고 추방하는, 때로는 탄압하고 추방하는 존재들을 드러내고 그런 사람들의 연대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가령 대학 입시를 향해 숨 가쁘게 달려가는 일정 속에서, 크게 다치거나 병이 들어 아픈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공부를 잘 따라올 수 없는 학생들, 다른 학생들을 앞서야만 하는 경쟁의 규칙을 소화할 수 없는 학생들은 어떨까. 옛날부터 많은 사람이 ‘누군가는 꼴찌가 될 수밖에 없다’라는 이야길 해 왔는데, 그 ‘꼴찌성’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약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고난은 그 자체로 학생들의 삶을 불안정하고 취약하게 만들고 기회를 박탈한다. 소수자로서 차별과 상처를 겪고 이질적인 조건 속에 학교생활을 해야 하는 이들에게 여러모로 경쟁은 ‘공정’할 수 없다. 경쟁적인 교육 제도는 이러한 실수, 실패, 고통, 소수자성, 약함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입시 경쟁 교육이 비인간적이라고 비판받아야 할 지점이다.
- 본문 74-75쪽, 난다, 〈언젠가부터 말하지 않게 된 것〉
이 법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사립대에 신입생이 늘어나지도 않을 것이고, 지역 교육, 지역 소멸을 막을 수도 없다. 법안이 취지대로 작동된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지역에 A, B, C 대학이 있다고 가정할 때, A라는 부실 대학을 구조 조정 하여 통합 또는 폐교한다고 해서 A 대학의 재학생이나 미래의 입학생들이 모두 B, C 대학으로 흡수되지는 않는다. B, C 대학은 일시적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지역 인재가 유출될 것이고 더불어 지역 경제 또한 침체될 것이다. 즉 사립대 구조 개선법으로 몇몇 대학을 통폐합하는 것이 학령 인구 감소 및 지역 소멸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이 법안에 대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 본문 88-89쪽, 남중섭, 〈사립대 구조 개선법이 놓치고 있는 것〉
학교가 업무상 어려움에 처할 때 제일 먼저 도움을 요청할 곳이 교육지원청이다. 그러나 사실 다문화교육과 관련하여 지역 교육지원청에 전화하면 어떤 답도 얻을 수 없다. 이를 경험한 이도, 전문가도 없기 때문이다. 다문화교육 관련 업무는 초등 장학사에게 강제로 할당되는 업무이고, 업무가 많은 초등 장학사에게 정해진 다문화교육 관련 일은, 매년 통계를 제출하거나 몇 회의에 참여하는 것 정도이다. 더군다나 이것도 2년이면 타 업무 담당으로 옮겨 가니, 교육지원청은 다문화교육에 대한 노하우가 있을 수 없다.
- 본문 107쪽, 박복희, 〈낯선 이에게 따스한 환대를 하는 학교는 가능할까?〉
나는 속으로 철렁했다. ‘내가 고민하고 주저하는 사이 이런 불편한 일들이 생기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명확하게 요구를 표현하는 아이들에게 난 어떤 교사가 되어 주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한 선배에게 자문을 구했다. 선배가 해 준 여러 조언 중에 아직도 잊히지 않는 한마디가 있다.
“특수 교사는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장애 학생으로 명명되는 학생, 학부모의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며 나도 조금씩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교장, 교감 선생님을 찾아가서 ‘도움실’, ‘도움반 아이’로 명명되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말씀드렸다.
- 본문 153-154쪽, 조윤주, 〈통합과 분리, 그 사이 존재로서의 고민〉
세계시민교육 연수 때마다 제가 강조하는 것은 ‘감수성’을 길러서 ‘실천’까지 연결하라는 것입니다. 세계시민교육을 9년째, 동물권교육을 4년째 이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실천을 통해 학생들과 제가 변화하고 성장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엄마에게 말해서 동물 복지 인증 달걀을 구입했다며 인증 사진을 보내 주던 아이, 강아지를 사 달라고 졸라 대던 아이가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엄청난 책임감과 준비가 필요하다며 180° 달려졌다는 학부모님의 연락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문 안내판에 ‘애완동물’ 출입 금지라고 되어 있다며 ‘애완동물’ 글씨에 볼펜으로 X표를 하고 왔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친구의 이야기에 반 전체에 잠시 정적이 흘렀던 에피소드는 교직 생활에서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 본문 192-193쪽, 김은지, 〈공교육 속에 동물권교육의 씨앗을 심다〉
이전의 나는 탈핵, 탈송전탑 운동을 위해 핵발전 원리부터 공부했다면, 이제는 기후 정의와 탈핵, 에너지 정의 운동을 위해 각자의 경험과 이야기들로 ‘정의’의 내용을 채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도 어느 마을 주민인지, 연령대나 주거 환경, 재산 현황 등에 따라 모두 다른 경험을 했고, 연대자들도 어떤 주민을 만났는지, 어느 농성장에 방문했는지에 따라 다른 경험을 했다. 이런 서로 다른 경험들과 이야기들이 만나 마을공동체를 파괴한 국책 사업의 실체와 공권력이 ‘국가폭력’이라고 밝혀낼 수 있었고, 탈핵과 탈송전탑 운동으로 확장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본문 229쪽, 공혜원,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에 함께한 우리 모두에게〉
《오늘의 교육》 78호 특집은 대학 입시 제도를 다룬다. ‘킬러 문항’ 논란부터 실제 2024학년도 수능 시험과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까지 훑어보며, 대학 입시 제도를 바꾸기 위한 접근법과 원칙을 논의하였다. 기획 지면에서는 현안으로 국회에 논의 중인 ‘사립대 구조 개선법’을 톺아보며 그 허점을 비판한다. 또한 점점 늘어나는 이주배경 학생들과 함께하는 이른바 ‘다문화교육’의 현황과 과제를 살펴본다. 지난 호에 이어 통합교육에 대한 고민을 담은 지면에는 인문계고에서 일하는 특수 교사의 경험과 성찰을 전한다.
특집
교육의 킬러, 대학 입시
2023년, 다시 ‘수능’은 뜨거운 교육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 문항’ 발언에서 촉발된 수능 시험 난이도를 둘러싼 논란에 이어 ‘2028학년도 대학 입시 제도 개편안’도 발표되면서 수능 시험의 의미와 목표, 입시 제도의 방향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오늘의 교육》 79호는 ‘킬러 문항’ 논란을 돌아보며 그 실상을 짚어 보려 한다. ‘2028학년도 대학 입시 제도 개편안’과 ‘의대 입시’ 등 현재 대학 입시 제도에 관련된 주요 키워드들을 살펴본다.
구본창의 〈‘킬러’가 아니라 ‘세이비어’ 문항이 필요하다〉는 소위 ‘킬러 문항’을 두고 벌어졌던 논쟁과 대통령 발언 이후 실제 수능 시험의 난이도까지 전체적인 흐름을 정리한다. 그리고 수능 자체가 고부담 시험이고 경쟁적인 교육 환경이 ‘학생들을 죽이는’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필요함을 말한다.
강태중은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입시 제도 개편안을 들여다보며 그 문제점을 짚는다. 근본적으로 ‘수능’과 ‘내신’을 바꾸는 것이 대입 제도 개편의 전부라고 여기는 관점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시험 점수를 교육의 목표로 둔갑시키는 대학 입시, 사회적 불평등과 능력주의를 해체하는 개혁을 요청한다.
문호진의 글은 의대 입시가 대학 입시의 본고사화, 선행 학습 조장, 재수 필수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의료와 교육의 공공성이 의대 입시를 공적으로 규율할 이유라는 의견은 다른 대학과 영역에서도 적용할 만하다.
황세원의 〈입시에서의 성취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까〉는 ‘수능 만점자’에 주목하는 언론의 모습에서부터 시작해, ‘공부 잘한 순서’로 줄 세워 차별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구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그 배경에 노동의 현실이 있음에 주목하는 한편, ‘중위값 학생의 삶’을 입시 제도의 목표로 삼아 보자고 제안한다.
청소년인권활동가인 난다는 대학 입시 제도의 폭력성과 비인간성을 부각시킨다. 언제부턴가 학생들의 죽음에 대한 보도가 줄어들고 사회적 논의도 사라졌음을 예로 들며, 학생들의 고통과 아픔, 실패와 약함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킬러 문항’을 둘러싼 논란은 입시 제도의 문제가 곧 시험 난이도나 시험 내외적 공정성의 문제라고 착각하게 만들기 쉽다. 하지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사실은 어쩌면 교육에서 ‘킬러’ 역할을 하는 것은 특정한 시험 문제가 아니라 대학 입시 경쟁 그 자체라는 것 아닐까? 이번 특집은 우리가 대학 입시와 교육을 바꾸어 나가기 위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무엇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재차 환기시키는 데 의의가 있다.
- 편집부
차례
이윤엽의 오늘 용이 된 쏘가리 | 이윤엽
읽은 이야기 | 김서화
특집│교육의 킬러, 대학 입시
‘킬러’가 아니라 ‘세이비어’ 문항이 필요하다’ | 구본창
- ‘킬러 문항’이 남긴 혼란과 수능 개혁을 위한 관점
‘2028 대학 입시 제도 개편안’의 본질적인 일탈 | 강태중
의대 입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무엇이 문제인가 | 문호진
입시에서의 성취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까 | 황세원
- ‘고3 때 공부 잘한 순서’로 평생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문제
언젠가부터 말하지 않게 된 것 | 난다
- 입시 경쟁이 외면하는 약함과 실패
기획│숫자만 줄이겠다는 사립대 구조 조정
꼬리 자르기식 대책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 임은희
- ‘사립대 구조 개선법’ 주요 내용 및 문제점
사립대 구조 개선법이 놓치고 있는 것 | 남중섭
- 대학 통폐합은 근본적 대안이 아니다
학생과 사회의 미래를 위한 대학 개혁의 원칙 | 김명환
- 사립대 구조 개선 관련 법안들의 한계 극복을 위하여
기획│이주배경 학생과 함께하는 학교
낯선 이에게 따스한 환대를 하는 학교는 가능할까? | 박복희
- ‘다문화 밀집학교’에서의 한국어 교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더 이상 일부만의 문제가 아닌, 다문화교육과 학생 지원 | 박에스더
- 서울 서남부 지역 거점 센터 ‘다+온센터’ 활동을 중심으로 본 현황과 과제
‘언어’만 잘하면 된다? | 김다솔
- 언어 중심 프랑스 이주배경 학생 지원 교육의 현황과 과제
기획│‘특수’라는 벽장을 넘어 교육 보편의 담론으로 ③
통합과 분리, 그 사이 존재로서의 고민 | 조윤주
-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통합교육을 한다는 것
연재│동맹의 교실, 해방의 교육학 ④
지지지끄러지고 빠빠빠그라진 마마말 | 서한영교
- 교란의 페다고지
연재│동물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한 교육 ④
공교육 속에 동물권교육의 씨앗을 심다 | 김은지
- 학교에서의 동물권교육과 실천
연재│대학생운동 인터뷰 - 대학의 위기와 대학 안의 운동 ④
편협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가 보여 주는 대학생운동의 가능성 | 강석남
[인터뷰] 한국예술종합학교 동아리 ‘돌곶이포럼’ 권나민, 여인서, 송정효
리뷰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에 함께한 우리 모두에게 | 공혜원
[리뷰] 《전기, 밀양 - 서울》
체념을 넘어선 단호하고 무거운 질문 | 허태준
[리뷰]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청년이 된 발달장애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 류승연
[리뷰] 《마을에서 경계 없이 다정하게》
오늘 읽기 | 서경, 공현
세 줄 새 책
어제와 오늘의 어린이책 | 조현민
내가 밀고 있는 단체 블랙리스트 이후 | 오동석
책 속에서
대한민국은 소멸 위기에 놓여 있는 국가인데 태어난 아이들마저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인해 자살과 자해를 떠올리는 환경에 놓여 있어 앞으로도 아이를 낳으려는 재생산의 회로가 멈춘 나라라는 결론이 나온다. 더욱 경악할 만한 사실은 이런 나라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수험생을 ‘kill’하는 소위 ‘킬러 문항’이 출제된 지 수년이라는 것이다. ‘킬러 문항’을 모르고 성인이 된 세대들도 과도한 경쟁 환경에서 생존하느라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현실인데, 청소년 시기부터 생존을 위해 킬러 문항을 넘기 위한 학습 노동을 한 이들의 미래야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 본문 21-22쪽, 구본창, 〈‘킬러’가 아니라 ‘세이비어’ 문항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문제부터 잘못 짚었다. 대입 제도 “개편의 열쇠는 수능과 내신”에 있다고 전제했는데, 바꾸어 말하면, 교육부로서는 수능과 내신이 없는 대입 제도는 상상할 수도 없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수능과 내신을 핵심 기둥으로 삼아야만 대입 제도가 지탱되는가? 말이 안 된다. 수능과 내신이 대입 제도를 떠받치고 있다는 구도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어쩔 텐가? 수능과 내신을 버리든지, 아니면 환골탈태시켜야 하지 않을까? 교육부는 이런 가능성을 애초에 덮어 버렸다. 수능과 내신이라는 구도 자체가 초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룰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 본문 34쪽, 강태중, 〈‘2028 대학 입시 제도 개편안’의 본질적인 일탈〉
의대 입시는 현재 고교에서 대비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며, 이러한 현상이 타 모집 단위로 파급되는 상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현재의 선행 학습, ‘무한 N수’ 경향은 사실상 대학이 조장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당국과 시민 사회는 대학이 누리는 과도한 자율성을 통제하고 고교생 수준에 맞게 평가의 형식과 내용을 제한해야만 한다. 그러지 않고 내신이나 수능 등 공교육 틀 내의 시험의 범위나 수준을 아무리 통제하려고 노력해 봐야 현재의 악순환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 본문 51쪽, 문호진, 〈의대 입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무엇이 문제인가〉
특히 한국에서는 성적에 따라서 대학만이 아니라 전공까지도 좌우되고, 단지 직업만이 아니라 대기업이냐 아니냐, 정규직이냐 아니냐까지 정해진다. ‘대기업 정규직’ 또는 그에 준하는 최상위권의 일자리에 들어가면 엘리트 네트워크에도 더 단단하게 소속될 수 있다. 재직하는 동안의 소득 및 안정성만이 아니라 각종 사회 자원들을 획득할 기회, 그리고 노후의 안정성까지도 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말은 곧, 10대 후반의 나이에 ‘공부를 잘한 정도’가 일생을 좌우하게 된다는 의미다.
- 본문 58쪽, 황세원, 〈입시에서의 성취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까〉
우리가 이야기하려고 한 것은 지금의 경쟁 교육이 외면하고 추방하는, 때로는 탄압하고 추방하는 존재들을 드러내고 그런 사람들의 연대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가령 대학 입시를 향해 숨 가쁘게 달려가는 일정 속에서, 크게 다치거나 병이 들어 아픈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공부를 잘 따라올 수 없는 학생들, 다른 학생들을 앞서야만 하는 경쟁의 규칙을 소화할 수 없는 학생들은 어떨까. 옛날부터 많은 사람이 ‘누군가는 꼴찌가 될 수밖에 없다’라는 이야길 해 왔는데, 그 ‘꼴찌성’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약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고난은 그 자체로 학생들의 삶을 불안정하고 취약하게 만들고 기회를 박탈한다. 소수자로서 차별과 상처를 겪고 이질적인 조건 속에 학교생활을 해야 하는 이들에게 여러모로 경쟁은 ‘공정’할 수 없다. 경쟁적인 교육 제도는 이러한 실수, 실패, 고통, 소수자성, 약함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입시 경쟁 교육이 비인간적이라고 비판받아야 할 지점이다.
- 본문 74-75쪽, 난다, 〈언젠가부터 말하지 않게 된 것〉
이 법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사립대에 신입생이 늘어나지도 않을 것이고, 지역 교육, 지역 소멸을 막을 수도 없다. 법안이 취지대로 작동된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지역에 A, B, C 대학이 있다고 가정할 때, A라는 부실 대학을 구조 조정 하여 통합 또는 폐교한다고 해서 A 대학의 재학생이나 미래의 입학생들이 모두 B, C 대학으로 흡수되지는 않는다. B, C 대학은 일시적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지역 인재가 유출될 것이고 더불어 지역 경제 또한 침체될 것이다. 즉 사립대 구조 개선법으로 몇몇 대학을 통폐합하는 것이 학령 인구 감소 및 지역 소멸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이 법안에 대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 본문 88-89쪽, 남중섭, 〈사립대 구조 개선법이 놓치고 있는 것〉
학교가 업무상 어려움에 처할 때 제일 먼저 도움을 요청할 곳이 교육지원청이다. 그러나 사실 다문화교육과 관련하여 지역 교육지원청에 전화하면 어떤 답도 얻을 수 없다. 이를 경험한 이도, 전문가도 없기 때문이다. 다문화교육 관련 업무는 초등 장학사에게 강제로 할당되는 업무이고, 업무가 많은 초등 장학사에게 정해진 다문화교육 관련 일은, 매년 통계를 제출하거나 몇 회의에 참여하는 것 정도이다. 더군다나 이것도 2년이면 타 업무 담당으로 옮겨 가니, 교육지원청은 다문화교육에 대한 노하우가 있을 수 없다.
- 본문 107쪽, 박복희, 〈낯선 이에게 따스한 환대를 하는 학교는 가능할까?〉
나는 속으로 철렁했다. ‘내가 고민하고 주저하는 사이 이런 불편한 일들이 생기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명확하게 요구를 표현하는 아이들에게 난 어떤 교사가 되어 주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한 선배에게 자문을 구했다. 선배가 해 준 여러 조언 중에 아직도 잊히지 않는 한마디가 있다.
“특수 교사는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장애 학생으로 명명되는 학생, 학부모의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며 나도 조금씩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교장, 교감 선생님을 찾아가서 ‘도움실’, ‘도움반 아이’로 명명되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말씀드렸다.
- 본문 153-154쪽, 조윤주, 〈통합과 분리, 그 사이 존재로서의 고민〉
세계시민교육 연수 때마다 제가 강조하는 것은 ‘감수성’을 길러서 ‘실천’까지 연결하라는 것입니다. 세계시민교육을 9년째, 동물권교육을 4년째 이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실천을 통해 학생들과 제가 변화하고 성장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엄마에게 말해서 동물 복지 인증 달걀을 구입했다며 인증 사진을 보내 주던 아이, 강아지를 사 달라고 졸라 대던 아이가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엄청난 책임감과 준비가 필요하다며 180° 달려졌다는 학부모님의 연락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문 안내판에 ‘애완동물’ 출입 금지라고 되어 있다며 ‘애완동물’ 글씨에 볼펜으로 X표를 하고 왔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친구의 이야기에 반 전체에 잠시 정적이 흘렀던 에피소드는 교직 생활에서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 본문 192-193쪽, 김은지, 〈공교육 속에 동물권교육의 씨앗을 심다〉
이전의 나는 탈핵, 탈송전탑 운동을 위해 핵발전 원리부터 공부했다면, 이제는 기후 정의와 탈핵, 에너지 정의 운동을 위해 각자의 경험과 이야기들로 ‘정의’의 내용을 채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도 어느 마을 주민인지, 연령대나 주거 환경, 재산 현황 등에 따라 모두 다른 경험을 했고, 연대자들도 어떤 주민을 만났는지, 어느 농성장에 방문했는지에 따라 다른 경험을 했다. 이런 서로 다른 경험들과 이야기들이 만나 마을공동체를 파괴한 국책 사업의 실체와 공권력이 ‘국가폭력’이라고 밝혀낼 수 있었고, 탈핵과 탈송전탑 운동으로 확장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본문 229쪽, 공혜원,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에 함께한 우리 모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