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65호] 대학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오늘의 교육》 65호 특집은 ‘대학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물으며, 대학교육 공공성의 의미와 대학 구조 조정 문제를 이야기한다. ‘인구가 감소하니까 대학도 줄여야 한다’라는 논리를 넘어, 대학이 왜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했는지 돌아보고 대학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글들은 ‘정말로 인구가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지난 63호 특집과 64호의 ‘교육운동에 대학이란’이라는 주제의 글들과 이어서 읽으면 좋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만 2년을 향해 가는 지금, 온라인 수업에 관해 다른 각도에서의 문제의식을 던지는 기획 지면과 지방대 차별을 주제로 한 책과 한국의 교사 교육 문제를 다룬 책을 소개하는 리뷰 등이 이어진다.


특집

대학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대학 진학률이 70%를 상회하는 한국이지만, 의외로 대학에 관한 우리 사회의 관심사는 한정적이다. 대학 입시가 오래도록 ‘뜨거운 감자’였고, 대학 등록금 문제가 한때 관심사였으며, 이제 막 ‘대학 구조 조정’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학 구조 조정 논의는 단순한 듯 보인다. 학령 인구가 줄어들면서 대학의 정원보다 입학생 수가 적어질 것이니 대학의 수를 줄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에는 누락된 질문들이 있다. ‘대학의 수는 애초에 왜 그렇게 늘어났는가?’, ‘대학이 사회를 위해 필요한 공교육의 일부라면 그렇게 쉽게 통폐합해도 되는 것인가?’, ‘대학은 사회에서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하고 있고 해야 하는가?’ 등이다. 현재 대학은 단지 ‘너무 많아서’ 문제인 것이 아니다.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 공공성을 가진 기관인지 등이 제대로 합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대학의 현실을 짚어 보고 구조 조정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묻는 《오늘의 교육》 이번 특집의 문제의식은,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으로 모인다.
진냥의 첫 번째 글은 대학에 관련된 자기 삶의 경험을 돌아보며, 우리 사회에서 대학과 학문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성찰하게 한다. 그리고 지역 사회에서 정책 논의를 위해 대학과 대학 연구자가 필요했던 상황을 통해 대학과 사회가 ‘인구’와 ‘상권’, ‘입시’ 말고 다른 것으로도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강석남의 〈한국 대학교육 팽창의 제도적 기원〉은 1995년 5.31 교육 개혁의 대학 설립 준칙주의가 나온 배경과 이유를 검토한다. 김영삼 정부의 교육 개혁과 노동 개혁은 신자유주의적 노동 유연화와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되었다. 강석남은 이러한 역사적 고찰에 근거해 숫자를 줄이는 식의 구조 조정으로는 대학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어지는 하승우, 홍성학, 강태경의 글은 현재 각기 다른 각도에서 한국의 대학이 가진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승우는 지방대의 위기가 단순히 재정만이 아니라 능력주의와 지역 격차 등에 의해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것임을 보이고, 지방대의 지속 가능성과 공공성 확보를 고민한다. 홍성학은 ‘한국 대학의 공공성이 부족하다고 평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한다. 첫째, 교육 경비의 공적 책임성 문제, 둘째, 교육 경비 부담의 불평등성, 그리고 셋째로 본래의 교육 목적을 이행하지 않고 있음이다. 강태경은 ‘대학 민주주의’의 담론이 그동안 대학 사회 안에서 어떻게 기능했는지를 검토하고, 현시점에서 대학 구조 조정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분석한다. 지식의 생산과 분배라는 사회 재생산을 담당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인식하는 것이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이 어떤 교육을 하는 곳인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등의 논의는 없다시피 했다. 대학이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 ‘대학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의 앞에 놓인 과제이다.



차례


10  바라보다 | 최승훈 기자
12 읽은 이야기 | 피아 PDF

특집 대학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18 대학과 ‘나’, 삶의 연결 고리 | 진냥(희진) PDF 바로 읽기
28 한국 대학교육 팽창의 제도적 기원 | 강석남 PDF 바로 읽기
- 1995년 5.31 교육 개혁과 1996년 신노사 관계 구상을 중심으로
52 대학 공공성의 걸림돌은 지역일까, 대학일까 | 하승우 PDF 바로 읽기
- 위기의 시대, 지방대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62 한국 대학은 어떤 점에서 공공성이 부족한가 | 홍성학 PDF 바로 읽기
-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의 의미와 방안
75 대학 민주주의의 새로운 길 | 강태경 PDF
- 지식의 생산과 분배라는 대학의 역할을 중심으로

기획 | 온라인 수업과 강사의 위험한 영향력
88 온라인이 만드는 ‘하나의 교실’에 대한 고민 | 진냥(희진) PDF
95 교육과 사회의 ‘비선 실세’, 인강 강사 | 이윤승 PDF 바로 읽기
- 인터넷 강의 강사들의 과도한 영향력에 대한 고민

기고
108 모두를 위한 학교와 마을을 꿈꾸다, 실천하다 | 최경화(소피아) PDF
- ‘2021 발달장애와 마을 포럼’ 〈모두의 학교, 모두의 마을〉을 마치고

에세이
127 우리는 저항할 수밖에 없다 | 김나혜 PDF 바로 읽기
- 유천초 교사들은 왜 투쟁에 나섰는가

연재 

영화와 아이들 번외 편
140 사람들은 왜 〈오징어게임〉에 열광한 것일까 | 김종구 PDF

한국 교직의 보편성과 특수성 ⑤
151 팬데믹 시대의 시민과 시민교육 | 이혁규 PDF

리뷰
177 ‘인서울’을 목표로 했던 우리들은 지방대를 혐오했다 | 여름 PDF
-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
186 학교 수학의 본질을 위한 방향 찾기 | 윤상혁 PDF
- 《질문과 유추로 탐구하는 수학수업나침반》
199 교육의 형성적 맥락과 제도적 상상력을 생각하며 | 정용주 PDF
좁은 벽장을 “넘어서는” 거인 되기 | 박선운 PDF
- 《한국의 교사와 교사 되기》

220 오늘, 읽기 | 공현 PDF
224 내가 밀고 있는 단체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애인지역공동체 | 김기언, 하금철 PDF




책 속에서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로 대변되듯이, 한국 사회는 모르면 무시당하고 아는 게 권력인 문화가 강하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 사회는 지식에는 관심이 없다. 한국이 교육열이 높다는 건 거짓말이다. 한국은 ‘학벌열’이 높을 뿐이다. 공부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그 공부는 그냥 입시 경쟁을 준비하는 것이고, 과학 기술 발전에 집착하지만 소위 ‘고부가 가치 산업’, 즉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혹은 그럴 것이라고 기대되는 지식의 경제성에만 주목한다.

- 본문 22쪽, 진냥, 〈대학과 ‘나’, 삶의 연결 고리〉


5.31 교육 개혁이 추진하는 대학교육 개혁은 시장 경쟁이라는 수단만 교육 개혁의 내부에 존재할 뿐, 구체적으로 개별 대학이 어떤 방향으로 다양화·특성화되어야 하는지, 나아가 대학교육이 어떤 지향으로 개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준거는 교육 부문의 외부인 노동 부문에 있다. 5.31 교육 개혁은 노동 부문 없이 스스로 완성될 수 없다는 점에서 노동 부문에 열려 있는 정책이자 자기 불완결적 정책이다. 때문에 5.31 교육 개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같은 시기에 추진되었던 노동 부문의 개혁에 주목해야 한다.

- 본문 36쪽, 강석남, 〈한국 대학교육 팽창의 제도적 기원〉


이제 수도권의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 비수도권의 일자리가 나쁜 일자리라는 서열은 이미 굳어졌다. 이런 서열은 오랫동안 교육과 학벌을 통해 정당화되었다. 그런 과정은 한국의 능력주의를 공고하게 만든다. 학벌과 시험, 이에 기반한 공정성은 지금 시대의 서열을 유지하고 강화시키는 중요한 장치이다. 그래서 이 서열을 무너뜨리지 않고서는 지방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 본문 57-58쪽, 하승우, 〈대학 공공성의 걸림돌은 지역일까, 대학일까〉

 
거시적 흐름을 나열하면서 드러내고 싶었던 점은 대학에서의 ‘민주주의’라는 이데올로기는 대학생의 사회적 역할에 중점을 둔 담론에서 점점 구체적 시민 하나하나의 요구에 초점을 맞춘 담론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과거에는 대학에서 힘을 모아서 사회를 바꾸려고 했다면, 지금은 대학 역시 자신이 속한 여러 사회 중 하나로서 바라보고 있고, 학생이라는 정체성을 자신이 당장 처한 구체적 입장과 환경에 한정하여 사고하는 편이 주를 이룬다.

- 본문 79쪽, 강태경, 〈대학 민주주의의 새로운 길〉

 

서울시장이 학생들의 인강 강의비를 지원하자고 했을 때 한 서울시의원이 ‘검증’이라는 말을 꺼내서 논란이 되었다. ‘1타 수학 강사 현우진이 화가 났다’라는 내용의 영상과 기사들을 보고 현우진이라는 강사의 힘을 체감했다. 시장보다, 시의원보다 현우진의 영향력이 더 커 보였다. 감히 시의원이 스탠퍼드 대학 출신 대한민국 1타 강사를 검증 운운할 수 있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검증이라는 말은 논란이 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인강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기에 검증은 필요하다. 교사 자격증의 유무 같은 검증 말고,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개인 사업자로서의 검증은 필요하다. 그들의 언어와 행동에 반인권적인 요소가 있지 않은지, 강의를 하는 도중에 학생 고객에 대한 소비자 주권을 침해하는 것들은 없는지와 같은 관리·감독은 필요하다.

- 본문 100쪽, 이윤승, 〈교육과 사회의 ‘비선 실세’, 인강 강사〉

 

다음 날에는 자율학교 지정 취소 공문이 왔다. 지정 취소 사유는 “비합리적 의사 결정 구조”, “지속적인 구성원 간의 갈등”이었다. 교육청은 그동안 학교에서 요구한 컨설팅에는 “개입할 수 없다”고 하더니 갑작스럽게 학교 실지 감사를 벌이고 일방적으로 자율학교 지정 취소를 해 버렸다. 감사 결과는 나오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구성원 누구와도 협의가 없었던 통보였다. 갈등을 봉합한다더니 더 큰 혼란을 불러왔다.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생, 학부모 어떤 누구도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역의 시민단체들도 연대 성명서를 통해 일방적 지정 취소를 철회하라는 목소리를 냈고 학교 구성원들의 지정 취소 철회 서명운동도 전개되었다.

- 본문 134쪽, 김나혜, 〈우리는 저항할 수밖에 없다〉

 

K-팝의 커버 댄스처럼, 〈오징어게임〉을 본 지구촌의 관객들은, 〈오징어게임〉을 열심히 흉내 내고 있다. 마음이 빼앗기면, 가장 먼저 하는 게 마음을 빼앗아 간 그 대상을 ‘따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드라마 속의 특정 인물의 어떤 동작이나 표정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드라마 속에 나오는 놀이 그 자체를 흉내 내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흉내 낸다기보다는 그 놀이를 고스란히 자신의 것으로 가져와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오징어게임〉의 진짜 주인공은 성기훈(이정재 분)이 아니라, 유년 시절의 그 ‘놀이’였던 것이다.

- 본문 146-147쪽, 김종구, 〈사람들은 왜 〈오징어게임〉에 열광한 것일까〉

 

‘위기 시대’에 잘 대응하기 위해서는 타자에 대한 공감과 사회적 신뢰, 정보의 투명한 공유, 시민의 열린 태도, 활발한 공론의 장, 성숙한 숙의와 합의의 문화, 신속하고 적절한 의사 결정 능력, 행정부와 국회의 정책 형성과 제도화 능력 등이 잘 작동해야 한다. 이것들은 성숙한 시민 사회와 제도 정치를 필요로 한다. 결국, 위기 시대에 잘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민 사회와 시민교육의 문제가 그 핵심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 본문 170-171쪽, 이혁규, 〈팬데믹 시대의 시민과 시민교육〉


서울에서 나고 자라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지방대를 간다는 건 학교 안에서 수치스러운 일로 취급되곤 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는 못 가도 최소한 인서울 대학에 가는 게 학교에서 무시를 당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고3이 되자 선생들은 인서울에 갈 수 있는 애들과 갈 수 없는 애들로 급을 나누고 직간접적인 차별을 하기도 했다. 그것보다 노골적인 차별은 대학을 가지 않는 학생들이 맞닥뜨리게 됐다. 대학을 가지 않는, 거부하는 이들은 고등학교 대학 진학률에서 누락되는 존재들이다. 추후에 대학 진학률 홍보 때 필요가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더는 살뜰히 신경 써 줄 필요가 없었다.

- 본문 180-181쪽, 여름, 〈‘인서울’을 목표로 했던 우리들은 지방대를 혐오했다〉


‘삶을 위한 수학’이라고 하면 가끔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 수학이라는 것이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칙연산 정도면 충분하지 않냐고 말한다. 또는 어려운 수학을 배우더라도 금융 수학 등과 같이 뭔가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을 배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오해도 있다. 아이들이 수학을 싫어하는 이유는 수학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니 뭔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수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본문 194-195쪽, 윤상혁, 〈학교 수학의 본질을 위한 방향 찾기〉

 

책에서 언급한 “교육열은 높으나 공교육 교사의 자질에 관해서는 관심이 적은 역설!”은 이러한 여러 논의들이 그동안 충분히, 아니 치열하게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의 아픈 곳을 찌른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팩폭(팩트 폭행)이라고 해야 할까. 당장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계의 움직임을 보더라도, 수능을 포함한 입시 정책, 대학 등록금 문제, 교육감 선거권 연령 하향 문제 등에 관해서는 곳곳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반면 교사의 역량과 교사 교육의 방향에 대해서는 뚜렷한 언급 없이 오리무중, 묵묵부답이다.

- 본문 218-219쪽, 박선운, 〈좁은 벽장을 “넘어서는” 거인 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