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66호] 기후 위기 시대의 교육


《오늘의 교육》 66호는 ‘기후 위기 시대의 교육’과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과제를 집중적으로 논했다. 기후 위기 시대 교육이 변화해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한편, 다양한 교육 실천과 활동들을 다룸으로써 전환을 막고 있는 요소들을 드러냈다. 기획에서도 ‘법의 생태적 전환’이란 주제로 생태주의 법학과 학교에서의 사례를 소개하며, ‘기후 정의 선언’을 포함하여 2021년에 발표된 의미 있는 선언들을 전한다.


특집
기후 위기 시대의 교육


온실가스 감축, 탄소 중립 같은 말을 요 몇 년만큼 자주 듣게 된 적이 없다. 기상 이변이 빈발하고 식량 생산 차질이 가시화되며 전 세계에 신종 감염병이 유행하니, 이제야 사람들이 기후 위기를 실감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기후 위기 시대의 교육이 단지 기후 위기라는 주제를 다루는 수업을 늘리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의문이다. 기후 위기가 자본주의 체제나 인류 문명의 존재 방식으로 인해 비롯되었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면적인 반성과 전환이 필요하다면, 교육 역시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오늘의 교육》은 2011년부터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이야기해 왔다. 채효정 편집위원장은 기후 위기의 시대, 교육의 생태적 전환의 구체적 의미를 다시 답한다. 바로 지금 ‘전환’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체제 유지의 언어로 바뀌고 있는지를 꼬집는 것에 더하여, 교육과 노동과 경제와 정치를 모두 연결하여 사유해야 전환이 가능함을 주장하는 이 글은 시론이자 총론이다. 이제 교육의 생태적 전환 담론이 ‘좌표’에서 ‘서사’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하는 글은 사회와 교육을 아우르는 과제를 제시한다.
남미자의 〈탈성장으로 가는 길, 교육〉은 기후 위기를 눈앞에 둔 지금, ‘탈성장’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경제 성장을 지상 목표로 삼은 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인 탈성장이 교육 제도에 시사하는 문제의식을 정리한다.
진냥의 글 〈기후 위기 시대엔 기후 위기 경험에 터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교사, 청소년, 활동가 등을 인터뷰하여 기후 위기를 어떻게 감각하고 인식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나아가 기존 환경교육의 패러다임이 어떤 점에서 적절하지 않은지를 분석한다.
서부원의 글은 오랫동안 채식과 채식 교육 등을 실천해 온 교사의 경험담이다. 기후 위기에 관한 체감과 문제의식이 학교 현장에서 어떤 실천으로 나타나고 있고, 어떤 장벽에 막히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특집에 이어지는 두 편의 인터뷰 역시 기후 위기 문제에 관한 교육과 활동의 현장 경험을 전한다.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어젠다 제시를 주제 삼은 교육 활동이 지역 사회에 반향을 일으킨 사례는 교육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하지만 이런 활동에 대해 학생들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다는 듯 학교와 기업이 응대한 것은 부끄러운 한계를 보여 준다.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인터뷰는 ‘청소년’과 ‘기후 위기’가 결합됐을 때 우리 사회가 보이는 태도와 관점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기후 위기 시대, 사회가 바뀌어야 하고, 교육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러나 변화의 계획은 아직 그리 구체적이지도 전면적이지도 않다.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 세 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은 가장 무의미한 행위다”란 말이 있다. 교육과 사회를 바꾸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새로운 목표를 천명하고 다짐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늘의 교육》이, 기후 위기 시대에 교육은 무엇을 바꾸어야 할지,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더 실질적인 논의와 실천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



차례


10  읽은 이야기 | 난다  PDF

특집 기후 위기 시대의 교육
16 교육의 생태적 전환과 기후 정의 | 채효정 PDF 바로 읽기
- 전환을 탈환하는 사유와 저항을 위하여
39 탈성장으로 가는 길, 교육 | 남미자 PDF 바로 읽기
- 기후 위기를 초래한 성장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는 교육의 필요성
49 기후 위기 시대엔 기후 위기 경험에 터한 교육이 필요하다 | 진냥(희진) PDF 바로 읽기
- 교사, 학생 및 청소년, 활동가 인터뷰로 본 기후 위기와 교육에 관한 인식
70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실천, 학교에서 어떻게 이야기할까 | 서부원 PDF 바로 읽기 
- 채식 교육과 쓰레기 줄이기 교육, 도전과 실패의 기록

인터뷰 | 광양만녹색연합 박수완 사무국장
81 기후 문제 지적이 잘못인 양 몰아간 학교와 기업 | 공현, 진냥 PDF 바로 읽기

인터뷰 | 청소년기후행동 윤현정 활동가
94 “한국의 툰베리” 소리는 그만 | 공현 PDF 바로 읽기

기획 | 법의 생태적 전환
108 생태적 법질서 : 지구법학과 생태헌법 | 박태현 PDF
124 법 프로젝트를 통한 생태적 전환의 판단력과 상상력 키우기 | 정용주 PDF
- 교육과 생태의 수줍은 포옹을 넘어

기획 | 2021년의 선언들
137 체제 변화 없이 기후 정의 없다 | 김선철 PDF
149 청소년과 우리 사회 모두가 잘 살기 위한 선언 | 레빗 PDF 바로 읽기
161 가사돌봄의 사회화로 평등과 연대의 사회를 | 가사돌봄사회화공동행동 PDF

연재 

교육 현안 꺼내 보기 ⑧
170 학교는 폭력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 진냥(희진) PDF
- 법규에만 의존하고 ‘누구’에만 국한된 폭력 논의

누구를 위해 ‘특수’ 교육은 존재하는가 ⑥
183 누구를 위해 ‘직업 교육’은 존재하는가 | 윤상원 PDF
- 스티커 붙이기식 교육은 필요 없다

한국 교직의 보편성과 특수성 마지막 회
197 《한국의 교사와 교사 되기》에서 못다 한 이야기 | 이혁규 PDF

영화와 아이들
212 아이들은 어떻게 죽은 자를 떠나보내는가 | 김종구 PDF
- 〈금지된 장난〉


에세이
229 초등 수학 수업을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 가는 모임 | 이유진 PDF
- ‘조성실과 아이들’로 모여 ‘좋아, 수학 수업’을 꿈꾸는 조아수학공방

기고
239 스쿨 미투 3년, 공론화를 넘어 | 하영, 지혜, 지원, 유경 PDF 바로 읽기
- 정보 공개 청구 운동의 한계와 학교 내 백래시를 묻는다

리뷰
252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를 넘어서기 위하여 | 영실 PDF
- 《페미니즘 교육은 가능한가》
264 솔직한 소통으로 연마되는 장이 되기를 바라며 | 김환희 PDF
- 《오늘의 교육》 65호

272 오늘, 읽기 | 조진희, 진냥, 공현 PDF
276 내가 밀고 있는 단체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인권운동사랑방 | 수인, 공현 PDF



책 속에서



공장 지붕 위에 태양광 패널을 깔고 그 전기로 공장을 가동한다고 해도 그 아래 노동자들이 ‘착한 전깃불’ 아래 밤낮없이 착취당한다면 그걸 생태적 전환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도시의 에너지가 모두 재생 에너지로 조달된다고 해도 그 공급을 맥쿼리 같은 투기 자본이 독점한다면 생태 도시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학교도 마찬가지다. 탄소 중립 건물에서 저탄소 친환경 급식을 먹으면서, 여전히 입시 체제하에서 친구와 경쟁하며 청소년들이 자기의 힘과 에너지를 남김없이 채굴해야 한다면, 그런 학교와 교육을 생태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 본문 27쪽, 채효정, 〈교육의 생태적 전환과 기후 정의〉

경제의 관점으로 보자면 인간 역시 경제 성장을 위한 자원이다. 교육인적자원부라는 용어를 썼던 것도 교육을 통해 유용한 자원으로서 인간을 길러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경제적 접근이다. 교육은 국가적 수준에서는 경제 성장을 위한, 개인적 수준에서는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작동해 왔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성공은 다름 아닌 자본의 축적이다. 즉, 성공한 소비자가 되는 것이 ‘성공’이다. 성공한 소비자는 더 많이 소유하고 소비할 수 있으며, 이 목적을 위해 교육은 수단화되었다. 교육의 결과는 필연적으로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를 만들어 낸다. 결국 교육의 장은 ‘루저’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공간으로 전락했다.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삶의 본질적 질문은 거추장스럽게 되었다.

- 본문 45-46쪽, 남미자, 〈탈성장으로 가는 길, 교육〉

우리는 모두 기후 위기의 당사자이고, 기후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즉, 모든 학습자들은 기후 위기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과 인식은 많은 경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자연보다는 수개월 이어지는 산불이나 하늘을 흙빛으로 채운 미세먼지, 지구의 멸망이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것 같은 위기감 등 절망에 더 가깝고 어두운 결을 가지고 있다. 기존의 환경교육은 아름다운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환경 관리적 패러다임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다 ‘망가져 버린’ 혹은 다 망하기 직전이라고 생각되는 자연 생태계 앞에서, 평생 기후 위기 시대를 경험하며 살아온 세대 앞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자는 환경교육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 본문 64쪽, 진냥(희진), 〈기후 위기 시대엔 기후 위기 경험에 터한 교육이 필요하다〉

‘못 볼 걸 봐 버린’ 학생들에게 분리배출을 생활화하는 교육은 설득력을 갖기는커녕 조롱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렇다고 수거 업체를 탓하기도 뭣하다. 시간과 품만 더 들어갈 뿐 아무런 경제적 이득이 없으니 분리수거를 철저히 할 이유가 없다. 이게 어디 쓰레기 처리만의 문제일까마는 교육과 현실이 따로국밥인 상황에서 사회에 대한 아이들의 ‘불신’은 켜켜이 쌓여만 간다.

- 본문 79-80쪽, 서부원,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실천, 학교에서 어떻게 이야기할까〉

벽에 부딪힌 적이 있는데, 뭐였냐면 강의를 듣고 난 뒤에 우리가 무엇을 공부해야 하나 분과위원회를 만들려고 할 때 학생들이 대체로 진로 중심으로 선택을 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교육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기후 위기를 교육에서 어떻게 다룰지로 주제를 정하거나, 공학을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은 공학적으로 기후 위기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지로 주제를 정하려 했다. 그래서 ‘우리가 진짜 새로운 변화를 위한 어젠다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우리의 삶이 위태롭다, 이렇게 기후 위기로 미래가 불안한 상황에서 우리가 과연 어떻게 꿈을 이루겠는가’ 이런 공감을 만들어 가는 설득 과정이 있었고 더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 본문 86-87쪽, 공현·진냥, 박수완 인터뷰, 〈기후 문제 지적이 잘못인 양 몰아간 학교와 기업〉

 

‘응답하라, 교육청’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청의 주거래 은행을 석탄 발전소에 투자하지 않는 은행으로 해 달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울산시교육청에서는 ‘그런 이야긴 청소년들이 할 이야긴 아닌 것 같다’라면서, 교육청이 할 일은 교육을 바꾸는 일이나 채식 급식 같은 거라고 했다. 심지어 내가 울산에서 시위를 할 때 교육감이 만나러 와서, ‘감명을 많이 받았다, 학교에 기후 위기 동아리를 만들어 줄 테니 시위는 그만해라’라고 하기도 했다. 교육청에서는 기후 위기 문제를 이야기할 때 아이들이 기후 위기라는 중요한 문제를 모르니까 알게 해 줘야 한다는 접근으로, 환경교육으로 기후 위기 대응할 사람을 만들어 내겠다고 항상 이야기한다. 자신들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청소년을 그렇게 키워 내겠다는 계몽주의적 태도인데, 자신들이 직접 해야 할 일은 회피하는 것이고, 청소년을 대상화하는 시선도 문제다.

- 본문 101쪽, 공현, 윤현정 인터뷰, 〈“한국의 툰베리” 소리는 그만〉

법의 생태적 전환은 인간을 평등으로 이끄는 마음의 습관을 고취시켜 자연 안에서 모든 것이 형평을 맞춘다는 의미이다. 기후 위기가 가져오는 절망에 주의를 기울이고 지구에 거주하는 모든 개별자들에게 공감과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생태적 전환과 관련하여 법을 만들고 해석하는 과정은 인간에 한정된 타자를 넘어 비인간에게로 타자성을 확장하여 도덕적 예민함과 타인에 대한 공감을 훈련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법을 만들고 해석하는 과정은 수학 문제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더 예민하게, 더 세심하게, 더 평등한 마음으로 모든 존재를 바라보는 사유 과정이어야 한다.

- 본문 135-136쪽, 정용주, 〈법 프로젝트를 통한 생태적 전환의 판단력과 상상력 키우기〉

나는 취업을 지망하는 고등학생으로 입시 경쟁의 장외에 있다. 수능을 보지 않으며 대학 입시를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입시 경쟁과 관계가 없지는 않다. 사실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 입시 경쟁의 연결고리가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지독한 성과 중심 체제나 끝없는 경쟁과 성장 위주의 사회 분위기가 그중 일부이다. 모든 일에 높은 결과를 요구하며 구성원을 경쟁자로 인식하고, 쉴 틈을 주지 않는 사회생활은 마치 입시 경쟁에 찌들어 치열한 일상을 보내는 학교생활을 확장해 놓은 듯하다.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낳듯이, 청소년에게 부과된 사회의 요구가 고스란히 재생산되는 현상이다. 청소년들과 함께 사회가 점점 병들어 가고 있다.

- 본문 158쪽, 레빗, 〈청소년과 우리 사회 모두가 잘 살기 위한 선언〉

학교 현장은 신규 교사들이 새로운 일터에 잘 적응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과 문화를 갖추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 신규 교사를 위한 체계적 멘토 시스템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다. 교직 문화도 문제이다. 아직도 많은 학교에서 어렵고 힘든 업무를 신규 교사의 어깨 위에 올려놓는다. 더 큰 문제는 교수-학습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문화가 박약하다는 것이다. 수업을 동료 교사들에게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개방하는 교사는 매우 적다. 그런 환경에서 신규 교사들은 혼자서 생존하는 방법을 배워 가야 한다.

- 본문 205쪽, 이혁규, 〈《한국의 교사와 교사 되기》에서 못다 한 이야기〉

나는 그동안 성 역할 고정 관념으로 가득 찬 기성세대로부터 끊임없이 지적질을 받아 온 여성 청소년들에게 ‘여자답’지 않아도 되니 자신만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살자고 이야기해 왔다. 물론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성별 고정 관념의 역사를 살피는 맥락에서 함께 이야기하긴 했지만, 결국은 문제를 개인의 능력으로 떠넘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따지고 보면 개인이 ‘나답게’ 살지 않아서 성차별이 난무하고 성별 고정 관념이 굳건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 본문 259쪽, 영실,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를 넘어서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