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69호] 학교에서 노동을 교육한다는 것

《오늘의 교육》 69호는 학교의 노동교육 또는 노동인권교육의 현황을 담았고, 현재 노동교육을 교육과정 안에 포함시키는 논의 상황을 살피며, 나아가 학교에서 노동을 교육한다는 것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이는 ‘자본주의 교육’을 넘어서고자 하는 지향을 담아 구체적인 변화와 실천의 방향을 찾으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기획 지면에서는 소위 ‘민주 진보 교육감’에 관한 점검과 평가 그리고 조국 사태 이후 불거진 교육과 계급 재생산의 문제에 관한 생각거리를 독자들과 나눈다. 대안교육에서 학생들의 진로에 관련된 실천을 담은 지상 중계 그리고 지역에서의 고민과 실천을 담은 연속 기획 ‘변방에서 온 편지’를 통해서는 대안적 삶에 관한 고민과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좌담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소년 사법 제도 문제를 다루어, 청소년 지원 기관 활동가, 청소년운동 활동가, 변호사가 소년 사법 제도의 현실과 진짜 과제를 이야기했다.


특집
학교에서 노동을 교육한다는 것

《오늘의 교육》은 올해 67호, 68호를 통해 계속해서 ‘자본주의를 위한 경제교육’을 비판하였고 그를 넘어서는 길을 모색하는 이야기를 담아 왔다. 그 과정에서 ‘왜 금융·투자는 교육하면서 노동은 교육하지 않는지’를 따져 묻기도 했고, 대안으로서 노동교육이 거론되기도 했다. ‘학교에서 노동과 노동자의 권리에 관해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진보적 교육운동이 주장해 온 바이다. 그리고 이제는 상당수 지역에서 노동인권교육이 제도화되었고, 교재도 나왔으며,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는 ‘일과 노동의 가치’가 포함되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는 앞으로 노동을 교육할 수 있을 것인가? 《오늘의 교육》 69호 특집은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노동교육의 현황을 성찰하는 한편, 학교에서 노동을 교육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밝히려 한다.
이윤승은 평소 학교에서의 경험에 비춰 과연 교사로서 자신이 ‘모든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 자문한다. 이영주도 학교의 잠재적 교육과정이 반노동적임을 지적하고 교사가 자신의 삶으로 노동을 가르치는 학교를 지향해야 한다고 한다.
서재민은 교과서에서 경제와 노동을 어떻게 다루는지 일별하고 문제점을 지적한다. 또, 실제 노동교육 사례를 소개하면서, 자본의 관점이 당연시되는 현실에 대한 비판 교육으로서의 의의를 말한다.
장윤호와 느린의 글은 특성화고에서의 노동인권교육 경험에서 시작한다. 현재 제도화된 노동인권교육의 한계를 짚고, 앞으로 노동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글이다. 설규주의 〈교육에서 노동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차원에서의 원칙과 방식을 제시한다.
특집에 이어지는 강남규의 기고는 노학연대의 역사를 돌아보며 최근 대학에서 나타난 반노동적 풍경의 맥락을 살펴 나간다. 교육계에서 노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해야 할지, 또 다른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차례


10 읽은 이야기 | 서부원 PDF

 

특집  학교에서 노동을 교육한다는 것

16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부끄러움 없이 말하고 싶다 | 이윤승 PDF 바로 읽기

- 학교 안 노동의 위계를 없애는 것이 노동에 대한 교육의 시작

23 이런 경제 교과서로는 시민이 탄생할 리 없다 | 서재민 PDF 바로 읽기

- 자본의 관점을 넘어, 비판 교육으로서의 노동교육으로

37 학교라는 반노동적인 공간에 대한 탐구 | 이영주 PDF 바로 읽기

- 교사 노동자로서의 성찰을 중심으로

51 학교에서 제대로 된 노동교육은 가능할까 | 장윤호 PDF 바로 읽기

- 2022 개정 교육과정과 노동교육

66 한두 번 교육한다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될까 | 느린 PDF 바로 읽기

- 학교 노동인권교육의 현실과 한계 

74 교육에서 노동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 설규주 PDF 바로 읽기

 

기고

85 대학생과 노동자의 연대는 어떻게 가능했나 | 강남규 PDF 바로 읽기

- 노학연대 또는 대학 문화의 위기

 

좌담 | 촉법소년 연령 등 소년 사법 제도 논란 PDF 

97 ‘애들이라고 봐주지 말라’는 목소리는 어디로 향하는가 | 강정은, 이윤경, 최유경

 

기획 | ‘민주 진보 교육’의 시효

129 교육 소외의 시대, 진보 교육감 운동의 한계와 과제 | 서정호 PDF

- 민주 진보 교육감에 대한 평가와 성찰

140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차악과 차선 사이 | 조장우  PDF

- 충북 민주 진보 교육감 선거와 교육운동의 경험

 

기획 | ‘586’과 계급 재생산

152 혁명가와 소비자 사이 | 박해천 PDF 

- 1960년대 초반생 혹은 ‘586’에 관한 네 가지 장면의 소묘

162 한국에서 전문가란 무엇인가 | 이장규 PDF 바로 읽기

- 조민의 의전원 입학 취소 결정으로 돌아보는 전문가 양성 체계의 문제점

 

지상 중계 | ‘대안적 진로’의 진로를 묻다 – 성미산학교, 제천간디학교

174 진로 탐색 중 | 최경미(사이다) PDF 

- 대안교육의 위기와 다른 가능성

186 학교 안팎을 넘나들며 배우기 | 이병곤 PDF

- 제천간디학교의 시선으로 바라본 대안적 진로

 

후속 |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의 자리를 묻다

200 ‘학생님’이라고 부르기는 왜 어색할까 | 이은선 PDF 바로 읽기 

-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연속 기획 | 변방에서 온 편지 – 충북 충주, 전북 장수

217 교육을 위한 선한 연대 | 오정수 PDF

- 충주교육넷의 실험과 도전

230 교육공동체를 통해 정의로운 전환을 꿈꾸다 | 이정영 PDF

- 전북 장수 교육 활동가들의 지역 상상

 

연재 

나의 프로젝트 수업 ①

243 법 프로젝트 | 정용주 PDF

- 경계 허물기와 관계 맺기의 이중주

 

함께 보는 교육 연구 ③

261 방탄소년단과 아미로 살펴보는 청소년 문화와 교육 | 이선미 PDF

 

에세이

271 실패해도 괜찮아, 꽃은 지고 피고 또 피고 | 강소연 PDF 바로 읽기 

- 숙명여고 맛있는 정원 프로젝트

 

리뷰

294 ‘민주시민교육 교사용 지도서’로 강력 추천합니다 | 김수현 PDF

- 《우리는 청소년-시민입니다》

308 페미니즘과 퀴어의 언어로 아이돌 읽기 | 치리 PDF

- 《퀴어돌로지》, 《페미돌로지》

 

317 오늘, 읽기 | 공현 PDF

321 내가 밀고 있는 단체 나와우리, 책방이음 | 최은숙 PDF



책 속에서


최근 교사 집단에서 나타나는 흐름을 보면, ‘업무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교사의 업무에서 수업 이외의 것들을 제외시키려고 한다. 오랫동안 관행처럼 내려온 불필요한 업무를 제외시키는 것이라면 매우 필요한 조치이다. 하지만 교사의 업무를 줄인다면서 그 업무를 없애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부분도 있다. 돌봄과 행정에 대한 부분이 특히 그렇다. 교육 공무직으로 분류되는 학교 회계 직원, 조리원, 돌봄 전담사, 교무 행정 실무사, 사서 보조, 교무 보조 등의 직원들에게 교사가 하던 일들이 넘겨지고 있다. 그런데 기존에 교사가 하던 일이 그들에게 넘어갔다면, 반대로 그들의 일이 교육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다.

- 본문 20쪽, 이윤승,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부끄러움 없이 말하고 싶다〉


교과서 서술의 주어(주체)는 자본가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재벌 2세, 건물주, 국가 고위 관료의 눈이다. 큰 덩어리의 자본을 가진 극소수만이 할 수 있는 고민, 즉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누구를 위하여’가 ‘3대 경제 문제’로 제시된다. ‘노동’ 또는 ‘노동자’라는 단어는 하나도 없다(법 영역에서 사회법적 권리로 언급되는 게 전부다). 경제 안정을 위해 얌전히 일하라는 내용으로 ‘근로자는 과도한 요구를 자제하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한다.

- 본문 25-26쪽, 서재민, 〈이런 경제 교과서로는 시민이 탄생할 리 없다〉


학교에서는 모두에게 언제나 활동을 할 때 단계와 절차를 거치도록 요구한다. 또한 모든 학생의 감정과 신체, 생활 태도 등을 동일하게 요구하고 통제하기도 한다. 이러한 잠재적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인간형은 자본주의의 요구와 일치한다. 자본주의는 노동자를 끊임없이 개인화시킨다. 모래처럼 흩어 놓는다. 학교에서 노동교육이 진행된다 해도 그 노동교육은 노동자 계급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지속 가능한 기업의 성장을 위한 것이 될 테다.

- 본문 47쪽, 이영주, 〈학교라는 반노동적인 공간에 대한 탐구〉


교육이 이런 사회의 원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교육 역시 제대로, 더 확실하게 바뀌어야 한다. 특성화고 노동인권 수업은 고작해야 1년(또는 1학기)에 2시간뿐이다. 외부 강사가 들어와서 실시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노동인권교육을 별 저항 없이 받아들인 것은 현장 실습생 사상 사고 때문이기도 했지만, 실은 수업을 외부 강사가 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동안 교사는 잠시 쉼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저항이 크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일까? 그리고 1년에 두어 시간 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일까? 강의를 준비하는 외부 강사들은 정성을 다해 학년별로 수업 지도안을 만들고 연속적인 수업을 준비하지만 학생들은 매년 새롭기만 하다. 1년 전에 한 번 참여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

- 본문 55쪽, 장윤호, 〈학교에서 제대로 된 노동교육은 가능할까〉


서울에 있는 또 다른 특성화고에는 상사를 대하는 법, 상사에게 인사하는 법 등이 복도와 계단에 빼곡하게 붙어 있다. 아무리 둘러봐도 일하는 나의 권리는 무엇인지,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담은 안내문은 보이지 않았다. 예의를 갖추는 것, 직업인으로서의 태도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노동하는 사람의 권리는 제대로 알려 주지 않을까. 왜 벽에 써 붙여 주지 않을까.

- 본문 67쪽, 느린, 〈한두 번 교육한다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될까〉


2000년대 중후반의 노학연대와 현재 노학연대의 차이를 짚기 위해 노동조합 이야기를 길게 풀어 냈다. 주요 변수는 노동조합이었고, 대학이라는 공간과 대학생이라는 주체는 그때나 지금이나 큰 흐름에서 다르지 않아서다. 그때라고 대학이 특별히 정의로웠던 것도 아니다. 최근 연세대에서 일어난 일을 두고 기성세대는 어떻게 대학생이 노동자를 배신할 수 있냐고 경악했지만, 10여 년 전에도 자신의 학습권을 누군가의 노동권보다 우위에 두는 학생들은 많았다. 2011년 홍익대와 2014년 중앙대, 2015년 서울여대에서 각 대학 총학생회가 민주노총을 두고 ‘외부 세력’ 운운하거나 미관상 불쾌하다는 이유로 현수막을 철거한 일도 있었다. 투쟁에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학생들은 그때도 ‘한 줌’이었다.

- 본문 92쪽, 강남규, 〈대학생과 노동자의 연대는 어떻게 가능했나〉


“TV에서 경찰 드라마를 봤는데, ‘퍽치기’ 등의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뭐 어쩌라고, 나 ‘촉법’이야”라고 말하는 대사가 나오더라. 청소년 범죄를 다루는 드라마들 대부분에 그런 장면이 들어간다. 그런데 내가 엑시트에서 만난 청소년들 중 절도 등을 하고서 “나 ‘촉법’이니까 괜찮아” 이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못 봤다. 모두 소년 분류 심사원을 가고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불안에 떨고 무서워한다. ‘빨간 줄 안 그어지니까(전과 기록이 안 남으니까) 괜찮아’ 하는 청소년은 본 적이 없다. 픽션에서의 묘사는 현실과 너무 다르다.”

- 본문 101-102쪽, 강정은·이윤경·최유경, 〈‘애들이라고 봐주지 말라’는 목소리는 어디로 향하는가〉


진보 교육감 운동으로 잃은 것도 많았다.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시간이 이어졌다. 교육운동이 주도했던 진보적 교육 의제의 확장, 교육 혁신 등이 교육청의 소관으로 상당 부분 넘어갔고, 시간이 흐르면서 운동의 독자성과 존재감은 약화·축소되었다. 진보 교육감은 진보적 사회운동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그 힘으로 당선되었지만, ‘무엇이 진보’이고, ‘무엇을 위한 진보’인지 실천으로 보여 주지 못했다. ‘교육감이 바뀌어도 안 되더라’ 하고 좌절하는 일도 많았다. 진보 교육감에 대한 평가는 단순히 교육감 개개인에 대한 평가에서 그쳐서는 안 되며,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고 싶지도 않다.

- 본문 147쪽, 조장우,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차악과 차선 사이〉


당시 40대 중산층 상당수에게 자녀 교육이란 내 집 마련을 통한 중산층 진입 이후 다음 단계의 과업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 엘리트 중산층에게 사교육은 이와는 약간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밑거름으로 삼아 다른 경쟁자들이 넘볼 수 없는 문화 자본을 확보하고 학력 경쟁을 통해 스스로 ‘남다른 아이’임을, 더 나아가 ‘특별한 가족의 일원’임을 증명해 낼 수 있기를 기대했다.

- 본문 159쪽, 박해천, 〈혁명가와 소비자 사이〉


결국 이런 전문 분야에선 해당 전문가 집단 내부의 자체적인 직업 윤리가 중요하다. 꼭 필요하지도 않은 처치 행위 등을 자제하고, 그런 일이 발생했을 경우 전문가 집단 스스로가 엄격하게 징계하는 등 직업 윤리와 관련된 규율을 확보해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에선 이런 규율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성폭력이나 시체 유기 등을 저지른 의사조차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면허를 재취득할 수 있다. 일단 의사 면허를 딴 이상 실제 현장에서의 직업 윤리와는 관계없이 자격과 그에 따른 특권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역시 관문 통과 위주의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직업 윤리야말로 합격이나 면허 이전에 사회적으로 전문직이 인정받고 유지되는 바탕이다.

- 본문 169쪽, 이장규, 〈한국에서 전문가란 무엇인가〉


생태적 능력이란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과 인식을 갖고 스스로 자기 삶을 꾸려 낼 수 있으며 공동체와 마을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다른 사람과 협동하고 서로 돌보며 생태적 사회를 상상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사회적 운동에 참여하고 연대하는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추구한다. 이런 능력을 키우는 모든 과정이 진로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성미산학교에서 하고 있는 모든 교육이 진로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진로교육은 ‘좋은 삶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삶의 방식으로 응답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 본문 176쪽, 최경미(사이다), 〈진로 탐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