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41호] '진로'는 '교육'될 수 있는가


《오늘의 교육》 41호는 오늘 우리 사회에서 진로교육이란 무엇이어야 하는지 묻는다. 특집에 실린 글들은 현재 학교에서의 진로교육의 한계를 짚고, 삶 속에서의 진로교육, 함께 일하고 살 자리를 만들기 위한 실천은 어떻게 가능할지 모색한다. 진로교육에 대한 논의를 통해, 《오늘의 교육》 41호가 독자들에게 교육의 의미와 효용을 묻고 논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에세이 지면에서는 여성 교사로서 겪은 육아의 현실, 3년째 이어 온 장곡 마을 축제의 이야기, 성주 사드 반입 저지 투쟁에 함께한 벗 조합원의 이야기 등을 담았다. 은유 작가의 강연과 청소년인권활동가들의 글로 최근의 이슈 중 하나인 청소년 범죄에 대한 논의도 전하고자 했다. 한글 교육에 대한 엄훈의 글과 학교 운동장 놀이터 문제에 대한 김성원의 글은 학교 현장의 숨은 현안들을 담고 있다. ‘수업 비평’ 연재에서는 이혁규의 자기 수업에 대한 비평과 체육 수업에 대한 색다른 관점의 수업 비평을 만날 수 있다.


특집

‘진로’는 ‘교육’될 수 있는가 - 진로교육, 전환의 갈림길에서

학교 또는 교육이 학생들의 진로를 책임지거나 진로 결정에 도움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은 매우 지당한 말처럼 들린다. 최근에는 학교에서도 진로 교과를 만들고 진로·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있고, 학교 안팎에서 운용되는 여러 진로 프로그램들도 늘어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진로교육·직업교육이야말로 정말 필요한 교육이며 학교교육의 나아갈 길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진로교육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정말 필요한 질문과 탐색은 건너뛴 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교육은 진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들 말이다. 진로교육은 그저 직업 정보 제공이나 대학 입시의 부차적 요소 정도로만 생각되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의 학교에서 진로는 교육될 수 있는가. 철학이나 관점이 없는 채로 이루어지는 진로교육은 취업률에 급급하게 되고 사회의 부조리와 차별에 순응하게 요구하며, 교육이 시장과 기성 사회의 논리를 따라가게 만드는 계기에 지나지 않게 될 위험이 있다. 진로교육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틀리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어떤 진로교육이 되어야 할 것인가 우리는 갈림길에 서 있다.

《오늘의 교육》 41호는 차별과 자기 책임의 논리로 돌아가는 교육 현실이 ‘진로’에 미치는 악영향 등의 문제점을 짚는다. 그리고 진로교육에 대한 여러 고민과 사례를 통해, 교육이 ‘진로’에 접근할 대안적인 관점과 방식을 찾는다. 특집 외의 지면에서도 대학에서의 취업 프로그램의 실상과 특성화고에서의 취업 준비 과정에 드리운 차별의 그림자를 다루었다. 《오늘의 교육》 41호는 진로 문제에 접근하는 우리의 자세와 관점에, 다른 길로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줄 것이다.


차례


6  바라보다        | 최승훈 기자 PDF


특집  ‘진로’는 ‘교육’될 수 있는가

9   진로교육의 진로를 묻다                    | 윤상혁 PDF 

16  그 많던 비대졸자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 박진숙    (온라인 비게재)

34  탈고용 사회의 진로교육                    | 아키(이충한) PDF 

48  지역에서 함께 만드는 일자리, 살 자리            | 박성연 PDF 

    - 청년자립학교 아랑곳, 그리고 금산간디학교의 실험과 도전


기획  대학의 이유

59  불확실한 희망이 아닌, 확실한 절망을 믿는 것            | 김애린 PDF 

    - 대학교육과 취업 지원 프로그램의 실상

69  상지대 투쟁으로 본 앞으로의 과제                | 정대화 PDF 


연재

     수업비평 10년, 변화된 학교 현장을 찾아서

77  ‘교육대학교 교수’로서 나는 어떻게 수업을 하고 있는가?        | 이혁규 PDF 

110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는 체육 수업으로        | 오승현, 조종현 PDF 


오늘의 교육 시

142 별이 된 너에게 / 사랑하는 이여 / 겨울 오리            | 김천영

147 선생 몇이서 / 욱현이 / 마지막 수업            | 안준철


에세이

150 취업 준비 속의 차별                    | 담 PDF  바로보기

     - 특성화고에서 학생에게 준비시키는 것

157 보통의 엄마, 보통의 아빠, 그리고 보통 사람            | 배주영 PDF 

166 마을 축제를 대동과 교육의 장으로                | 주영경, 박현숙 PDF 

     - 마을 축제, 하지 마라 3탄

178 내 생애 가장 길고도 무서웠던 밤                | 구자숙 PDF 

     - 사드 반입 저지 1박 2일간의 기록


지상 중계

194 ‘청소년 범죄’를 말하기 이전에 ‘청소년’을 다시 묻자        | 은유 PDF 


기고

212 〈소년법〉 폐지 논란 뒤에 있는 것                | 목성돼지 PDF 

220 유예되어 온 청소년 인권의 열망을 담아            | 쥬리 PDF  바로보기

     - ‘촛불청소년인권법’ 제정 운동을 하는 이유

228 초기 문해력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 엄훈 PDF 

     - 초등 읽기 교육의 첫 단추 꿰기

247 학교 운동장 놀이터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 김성원 PDF 


리뷰

260 민주주의교육에 대한 망상 깨뜨리기                | 이기규 PDF 

     - 《가장 민주적인, 가장 교육적인》

269 지식은 경쟁재인가, 공유재인가                | 장은수 PDF 

     - 《도서관과 작업장》

283 그렇게 ‘우리’가 ‘승리’해 버리고 끝났다            | 공현 PDF 

     - 〈아이 캔 스피크〉


292 새 책 나들이 PDF 

294 잠깐 독서 PDF 


책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이 모든 것들을 학교 밖으로 슥 미뤄 둔 채 수능 개편안, 학종, 내신의 유불리를 저울질하면서 스펙 쌓기 교육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명과 평화, 자유와 존엄을 이야기하지 않는 진로는 참기 힘든 가벼움이다.

- 본문 14쪽, 윤상혁, “진로교육의 진로를 묻다”


학교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부족한 점을 채워 주는 배움의 장소가 아니었고, 일터는 이들을 다루기 쉬운 값싼 노동력으로 보았다. 보호자는 남들과 다른 선택을 용기 있는 ‘도전’이 아니라 실패가 뻔한 ‘무모함’이라고 여겼고, 진로 또는 인생의 방향을 자유롭게 선택할 자유는 당사자들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학벌/학력 중심 사회’라는 말조차 다소 식상해진 지 오래지만 여전히 기회의 불평등 때문에 자원이 부족하고 가난할수록 학력과 학벌은 더욱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 본문 22쪽, 박진숙, “그 많던 비대졸자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기본적으로 한국의 배움터는 ‘현재의 과제들을 유예하는 곳’이다. 노동은 학교 이후부터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직업 경로는 ‘삶을 유예하는 준비생 계급’을 만들어 내는 독특한 선발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아이돌 연습생, 취업 준비생, 고시생, 그리고 학생. ‘생’ 자가 붙은 청소년들은 모두 체계(시스템)로부터 선발되기 위해 그 과정 속에서 자기 ‘생生’을 유예해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경쟁과 상대 평가 속에서 늘 자신의 존재 의미와 다음 단계의 소속에 대해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 본문 41쪽, 아키(이충한), “탈고용 사회의 진로교육”


이러한 지역 연계 사업을 통해 무료로 창업 공간을 확보하는 한편 창업 컨설팅도 함께 진행하였다. 사업 추진단과 지역 관계자들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청년 창업의 정체성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청년들 스스로 실험과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살 자리’라는 것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 본문 56쪽, 박성연, “지역에서 함께 만드는 일자리, 살 자리”


적어도, 대학이 취업 길이 바늘구멍보다 더 좁은 취업 시장의 구조와 친기업적 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얼마나 기여해 왔는가를 똑똑히 직시하자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대학이 추진해 온 경영자 중심의 교육 방식과 창업 프로그램 지원, 2억 원에 달하는 지원금 따먹기 식의 취업 프로그램 시행 등의 활동이 그 내막이다.

- 본문 66-67쪽, 김애린, “불확실한 희망이 아닌, 확실한 절망을 믿는 것”


“수업 비평이 제 수업에 미친 영향은 첫째, 현장 교사들의 좋은 수업 실천 자체가 제가 수업을 준비하거나 실행하는 방식을 반성하게 했다는 것이고요. 둘째, 수업 비평 과정에서 수집한 수업 사례를 제 강의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서 대학 강의와 현장과의 유기적인 연계성을 강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수확입니다. 현장 없는 교사 교육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라고 해야 하나?”

- 본문 77쪽, 이혁규, “‘교육대학교 교수’로서 나는 어떻게 수업을 하고 있는가”


교사의 체육 수업은 학생들을 이성의 질서로, 어른의 세계로 인도하지 않는다. 수업 시작종이 울려도 구애받지 않는다. 초조함이 없다. 그저 기다린다. 학생들도 이를 알고 있는 듯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모여든다. 그렇게 수업은 시작된다. 학생들의 얼굴에는 수업 활동에 대한 기대가 가득하다.

- 본문 136쪽, 오승현,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는 체육 수업으로”


특성화고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일자리를 구하고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기 때문인지, 사회와 기업들이 갖고 있는 성별과 외모에 대한 편견과 차별들이 더 노골적으로 다가온다. 여학생이 취업할 수 있는 직업의 목록은 애초에 제한되어 있고 직업 자체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되어 있다. ‘단정하고도 여성스러운 외모’의 여학생이 되어야만 기업으로부터 더 뽑힐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 본문 155쪽, 담, “취업 준비 속의 차별”


어린이집 선생님은 입버릇처럼 늘 ‘어머님’을 찾는다. 한창 알림장을 잘 쓰던 어린이집 초기 시절, 분명 아빠가 쓴 글인데도 답글의 시작은 무조건 “어머님~”이었다. 연락도 문자든 통화든 90% 이상은 엄마인 나에게 온다. 나와 통화나 연락이 되지 않았을 경우에만 아빠나 할머니를 찾는다. 지음이의 할머니인 시어머니도 당신의 아들보다는 먼저 나를 찾는다.

- 본문 159쪽, 배주영, “보통의 엄마, 보통의 아빠, 그리고 보통 사람”


“청소년들은 이렇게 굉장히 다양한 얼굴과 삶의 이력이 있어요. 그런데 매스컴에선 자극적 보도를 하고, 편견 어린 시선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아이로 보죠. 딱 두 가지예요. 하나는 위험한 애들. 다음은 불쌍한 애들.”

- 본문 208쪽, 은유, “‘청소년 범죄’를 말하기 이전에 ‘청소년’을 다시 묻자”


대통령을 퇴진시킨 민주주의의 역사적 주체 중 하나가, 여전히 학교 안팎에서 매 맞고 언어 폭력을 당하면서, 어른에게 의견을 말할 때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 지위인 것이다. 한국 사회가 청소년에 대한 무시와 차별, 폭력이 심한 나라인가 묻는 질문에는 33.1%가 매우 그렇다고 응답하였고, 34.9%는 조금 그렇다고 응답하여,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경험과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 본문 221-222쪽, 쥬리, “유예되어 온 청소년 인권의 열망을 담아”


담임 책임제의 문제는 담임 교사의 열정에 문제 해결을 맡기고 있다는 데 있다. 어떤 면에서 그것은 교사들에 대한 열정 착취이다. 교사들은 교육과정상 배정된 수업을 하는 것으로 주어진 교육적 책무를 다한 것일 수 있으며, 그것을 넘어서는 교육적 노력은, 수업 이외에 수많은 행정 업무를 요구하는 한국의 학교 문화에 비추어 볼 때 교사 개인의 열정에 내맡기는 일종의 열정 착취일 수 있다. 하지만 교사 개인의 열정에 기댄 정책은 합리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이제는 교사들의 전문성에 정당한 정책적인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

- 본문 246쪽, 엄훈, “초기 문해력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사는 교장의 권한을 견제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힘듭니다. 그리고 학생은 교사보다도 권한이 매우 적습니다. 이렇게 민주주의를 위한 기본적인 참여와 권한이 없는 학교에서 한 번도 권한을 누려 보지 않는 교사들이 더욱 권한이 적은 학생들에게 민주주의교육을 한다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요?

- 본문 265쪽, 이기규, “민주주의교육에 대한 망상 깨뜨리기”


지금 우리 시민들한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지식에 대한 사회적 접근권을 보장받는 일이다. ‘지식의 민주화’에 미래의 길이 있다. 우리에게는 재산이나 신분과 관계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지식을 공적 시스템을 통해 누구나 학습할 수 있는 세상이 필요하다.

- 본문 282쪽, 장은수, “지식은 경쟁재인가, 공공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