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61호] 교육의 현재, 《오늘의 교육》의 전망



 《오늘의 교육》 61호는 10주년 특별 기획을 이어 가며, 한국 교육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들을 담으려 했다. 또한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학교에 가져올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그려 보며 차별금지법의 의미를 알리는 기획을 꾸렸다.

10년의 전환점을 지나며, 새로운 꼭지로 독자들이 후원하는 단체 등을 소개하는 ‘내가 밀고 있는 단체’가 마련되었으며, 신간 소개 지면도 더욱 충실한 책 선정과 소개를 위해 개편되었다. 그리고 이혁규 교수의 ‘한국 교직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논하는 연재도 새롭게 시작된다. 기고 지면에서는 일본의 교육운동 및 담론과 한국의 교육운동을 견주어 보는 글과 이주 배경 청소년의 현실을 다룬 글을 게재하며, 리뷰 지면에는 빈곤과 돌봄, 노동과 연대, 그리고 교육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책들에 대해 깊이 있는 비평을 담았다.


특집

교육의 현재, 《오늘의 교육》의 전망


 《오늘의 교육》은 60호에서 ‘《오늘의 교육》, 지난 10년을 돌아보다’라는 주제로, 지금까지 다루어 온 이야기들과 한국 교육의 지난 10년을 돌아보았다.

이번 호에서도 ‘키워드로 읽는 한국 교육 10년’ 기획을 이어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마을교육, 성교육, 현장 실습, 이주 학생, 장애 학생 등 8개의 키워드로 한국 교육의 지난 10년과 현주소를 이야기했다. 이번 호에서 다룬 키워드들은 주로 교육계에서 주변화되어 있는 존재들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기존 학교교육의 울타리를 넘어 담론을 확장할 필요성을 보여 준다. 윤상혁은 재난과 파국을 키워드로 삼은 글을 통해, 현실로 다가오는 부적 파국을 직면하고 사유해야만 정적 파국, 즉 전환과 혁명을 상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집 속 좌담을 통해서는 교육운동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부문이라 할 수 있는 교사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논했다. 참가자들은 교육 불평등과 공공성 문제에 대한 교사운동의 대처를 물으며, ‘교사는 노동자다’라는 선언 이후 교사노동운동의 복잡해진 현황, ‘정권은 바뀌었지만 체제는 바뀌지 않은’ 현실 속 새롭게 시도해야 할 운동의 과제를 이야기한다. 교사운동의 오늘과 내일을 살핀 대화 속에서 교육운동과 교육계의 미래 역시 엿볼 수 있길 바란다.

편집 기조와 편집위원들의 글을 통해서는 우리가 견지해야 할 방향을 탐구하려 해 보았다. 미래를 예측하기보다는 현재 한국 사회와 교육 현장에서 가지게 되는 고민과 문제의식을 담았다. 이윤승은 학교교육의 목표가 ‘민주 시민을 키워 내자는 명분’과 ‘대학 진학’이라는 실질적 목표 둘만 있었고, 학생이나 교사 각자의 목표를 가질 틈이 없음을 이야기한다. 진냥은 ‘가장자리’ 라는 키워드로 제도권 교육의 독점적 지위가 약화되고 교육의 가장자리로 이탈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지적하며, 교육에서 비가시화되고 주변화되는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야 함을 덧붙인다. 전망을 고민하려 한 것이 현재에 대한 이야기가 된 것은, 결국 미래를 전망하는 일은 바로 ‘오늘의 교육’을 성찰하는 데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의 교육》을 통해 교육의 현재를 더 철저히 살핌으로써 전망과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차례



바라보다 | 최승훈 기자 PDF

읽은 이야기 PDF


특집 교육의 현재, 《오늘의 교육》의 전망

교사운동의 오늘과 내일을 논하다 | 김한울, 이병훈, 이영주, 정용주, 조장우 PDF  바로읽기

- 교사운동과 교사노조에 관한 좌담

코로나 시대, 교육의 탈환 | 채효정 PDF

- 2021년 편집 기조

 

편집위원 문제의식

교육 목적의 부재 | 이윤승 PDF

- 내가 수학 수업을 하는 목표

교육의 가장자리 | 진냥 PDF

 

키워드로 읽는 한국 교육 10년 下

① 학교 비정규직 노동/ 존재를 드러내고 노동의 가치를 알려 온 노동자들 | 천용길 PDF 바로읽기

② 마을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공동체로서의 마을교육공동체 | 하정호 PDF

③ 성교육/ 학교 안 성교육의 현재 | 서한솔 PDF

④ 현장 실습/ 취업률과 노동의 질 사이 상보성을 넘어 | 강문식 PDF 바로읽기

⑤ 이주 학생/ 이주 아동, 이주 배경 학생과 교육권 | 김진 PDF 바로읽기

⑥ 장애 학생/ 특수교육은 장애인을 위한 교육이라는 통념을 넘어 | 김기룡 PDF

⑦ 재난, 파국/ 학교는 파국을 사유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 윤상혁 PDF 바로읽기

⑧ 능력주의/ 능력주의와 반시민교육 | 장은주 PDF

 

내가 밀고 있는 단체

대구경북 독립 언론 〈뉴스민〉 | 진냥 PDF 바로읽기

 

기획 차별금지법이 만들 학교

차별금지법, 동등한 시민으로 관계 맺기 위한 조건 | 몽 PDF 바로읽기

차별금지법, 평등에 대한 상상 | 김경빈 PDF

 

연재

한국 교직의 보편성과 특수성 ①

‘교사’ 청소년들의 직업 희망 1순위가 의미하는 것 | 이혁규 PDF


누구를 위해 ‘특수’교육은 존재하는가 ③

누구를 위해 ‘특수’ 교사는 존재하는가 | 윤상원 PDF

- 문지기로서 ‘특수’ 교사

 

기고

전후 일본의 교육 실천에서 바라본 한국의 혁신적 교육 실천 | 데와 타카유키 PDF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 | 허광영 PDF 바로읽기

- 이주 배경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교육의 변화

 

리뷰

버려진 공간, 쪽방촌에서 생성되는 ‘사회적 삶’ | 하금철 PDF

- 《동자동 사람들》

‘역량’ 유감을 지지한다 | 임태훈 PDF

- 《미래·공생교육》

외롭게 두지 않겠다는 서로의 다짐 | 김찬 PDF

-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

 

오늘, 읽기 | 강석남, 전유미 PDF

 

 


책 속에서 



제조업 분야의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해서 활동하는 과정에서 ‘우리 직종의 전문성을 위해서 뭘 해야 한다’라고 말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노조운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은가. 전문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은 교사라는 정체성하고 너무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고, 교사는 무언가 다른 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는 맥락이 있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은 어느 정도 제어되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교사도 노동자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지금도 “선생님들도 노동자입니다”라 하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반응을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 본문 46-47쪽, 김한울·이병훈·이영주·정용주·조장우, 〈교사운동의 오늘과 내일을 논하다〉

 

코로나19 사태는 분명 전환의 계기가 되어야 하고, 실제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그 전환의 주체가 누구이며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와 합의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교육 분야에서도 현장에서부터 여러 가지 위험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고, 새로운 변화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대혼란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런 현상을 연결하고 하나로 모아 근본적으로 사유하고 총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교육 이론과 담론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 본문 50쪽, 채효정, 〈코로나 시대, 교육의 탈환〉

 

“교육 목적의 부재”라는 제목을 붙인 것은 지금 교육의 목적이 없으니 제대로 된 목적을 갖고 교육하자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교육의 목적은 분명했다. 민주 시민을 키워 내자는 구호성 목표가 있었고, 명문대 진학이라는 실질적 목표가 있었다. 서로 다른 2개의 목표가 언제나 이상과 현실의 목표를 양분했고 그 외에는 설 자리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개인이 가진 교육의 목표는 오히려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학교엔 수십 명의 교사와 수백 명의 학생이 있지만 자기만의 교육 목표를 갖기란 쉽지 않았고 그럴 여유를 갖기엔 학교는 너무 바쁘게 돌아갔다.

- 본문 56-57쪽, 이윤승, 〈교육 목적의 부재〉

 

어떤 사람들은 학생들에게 더 흥미로운 수업을 하고 교육을 혁신하여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자고 촉구한다. 그래서 가장자리로 가 버린 사람들이 교육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묻고 싶다. 꼭 그래야 할까? 교육은 모든 사람에게 독점적 지위를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것인가? 심지어 이들의 선택은 현실을 정확한 시선으로 통찰하고 있는데 말이다. 또한, 누군가 교육받지 않고 바로 사회에서 그냥 살고 싶다고 한다면 기성세대는 무슨 권리로 그 사람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교육의 영향력이 사라진 곳, 공백이 나타나는 가장자리로 옮겨 간 사람을 교육을 고민하는 사람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

- 본문 69쪽, 진냥, 〈교육의 가장자리〉

 

그해 5월 대구 4개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파업을 벌였다. 5일간의 파업을 마무리한 자리에서 한 급식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파업을 마치고 학교로 복귀하니, 교장 선생님이 직접 차를 태워서 점심을 사 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하더라. 우리는 학교로 돌아가 당당하게 일했다. 며칠 동안 애들 밥 못 챙겨 준 게 미안해 대청소까지 깨끗하게 하고 왔다.” 2011년부터 끌어 왔던 교육청과 단체 교섭이 이뤄지지 않아 벌인 파업이었다. 합의안에는 조리사 적정 인원 배치, 임금 인상, 위험 수당 반영 등이 포함됐지만, 파업에 참여한 노동조합원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학교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노동자’라는 인정 투쟁이었다는 것이었다.

- 본문 78-79쪽, 천용길, 〈존재를 드러내고 노동의 가치를 알려 온 노동자들〉

 

 

학교 현장에는 성교육 15시간을 수행하였는지 알아보기 위해 매년 숫자를 보고하라는 공문이 날아온다. 숫자를 적어 내면 그만이다. ‘꼭 실제로 해야 할 필요도 없는’, ‘몇 시간 했는지만 서류상으로 남겨서 보고만 하면 그만인’ 성교육, 심지어 제대로 수행하고자 하면 아무도 보호해 주지 않으며 민원이 들어오면 곤욕을 치러야 하는 성교육. 제대로 이루어지는 쪽이 오히려 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 본문 104쪽, 서한솔, 〈학교 안 성교육의 현재〉

 

본래 노동권은 중의적이다. 일을 ‘할’ 권리와 ‘인간답게’ 일할 권리 모두가 중요하다. 직업계고 현장 실습 현황을 분석한 후 얻은 핵심적인 결론은 현 노동 시장 구조에서 다른 조건의 변화 없이 일‘할’ 권리만 강조하면 ‘인간답게’ 일할 권리가 축소된다는 사실이었다. 정부가 취업률을 높이겠다는 명목으로 실습 기업 기준을 완화하고 조기 취업 시기를 앞당기는 등의 현장 실습 규제 완화 조치를 시행하는 것은 전형적인 조삼모사 태도다. 이건 정부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장 실습 제도 개선 논의에서 취업률에 초점을 맞추고 접근하는 운동단체·노동조합이 있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시켜서 푸는 방식은 대개 문제를 더 얽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본문 117-118쪽, 강문식, 〈취업률과 노동의 질 사이 상보성을 넘어〉

 

근대 교육은 재난의 영역에서 이러한 ‘소환하기’ 혹은 ‘~가 되기’를 (공식적으로) 허락하지 않는다. 재난을 사유하는 것은 교육과정의 영역이 아니다. 근대 교육학에서 재난은 단지 정의되고 분류될 뿐이다. 재난이 발생한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고 시간과 장소를 기록하지만 그곳에는 재난에 직면한 실존적 존재로서 ‘생명’이 아닌, 손실 혹은 (인명) 피해로서 ‘시신’만 있을 뿐이다. 세월호 참사 후 한국 교육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가.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이 취소되었고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안전교육 51시간이 포함되었다. 이는 어떤 의미인가. 세월호 참사는 현장체험학습을 간 학교의 잘못이자 학교에서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교사와 학생의 책임이 되고 마는 것이다.

- 본문 140쪽, 윤상혁, 〈학교는 파국을 사유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들을 ‘차별’ 문제로 제기하는 이유는 차별에 노출된 소수자 개인 및 집단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교육과정에서 소수자가 평등한 존재, 동등한 지위를 가진 동료 시민으로 재현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의 교육학자인 심스 비숍은 학교 교실에서 사용하는 텍스트가 학생들에게 ‘거울’, ‘창문’과 ‘미닫이 유리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학생들은 텍스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통해 긍정적인 자아 정체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거울), 자신과는 다른 문화, 가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과 다양한 삶의 형태를 볼 수 있어야 하고(창문), 미닫이 유리문을 통과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소수자의 위치에 있는 당사자 청소년뿐만 아니라 비당사자 청소년에게도 중요하다.

- 본문 166-167쪽, 몽, 〈차별금지법, 동등한 시민으로 관계 맺기 위한 조건〉

 

난 우리 사회가 이주 배경 청소년들에게 무언가를 더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고 함께 고민하며 움직여 주는 이들이 곁에 더 많아졌으면 한다. 공부해야 할 것은 줄여 주고, 해 보고 싶은 것들은 더 많이 할 수 있는 교육 환경에서 이주 배경 청소년들이 지냈으면 한다. 이런 나의 소망은 비단 이주 배경 청소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의 교육은 대개 청소년들에게 무언가를 더 많이 가르치려고 하는데, 이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에게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일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주 배경 청소년들이 교육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은 오롯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 본문 227-228쪽, 허광영,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