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교육》 47호는 오래 묵은 쟁점이면서도 올해에 크게 논란이 되었던 대학 입시 문제에 대해 그 뿌리를 캐묻고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특집을 꾸렸다. 올해 대학거부를 선언한 고등학생의 에세이를 통해 입시 교육 속에서 청소년들이 느끼고 경험하는 문제를 재조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스쿨 미투’로 표현되는 학교 안 성폭력 문제에 대해 학교의 ‘성폭력 문화’, ‘성폭력 체질’을 지적하는 글을 실었고, 학교 급식의 현주소를 짚는 글, 교육부 장관이 해야 할 최소한의 조치를 제안하는 글 등으로 교육이 변화하기 위한 과제들을 제시했다. 또한 《오늘의 교육》에서 고민하고 탐색하고 있는 주제인 ‘교육의 생태적 전환’의 구체적 사례로 교육농, 농적 전환을 보여 주는 이야기들을 기획 지면에 소개한다.
특집
‘공정한 경쟁’의 신화 – 대학 입시와 능력주의
올해 교육 정책에 관련된 이슈 중 전 국민적 관심을 가장 많이 받았던 것은 바로 대학 입시 제도 개편 논의였을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 입시 제도에 대한 공론 조사를 실시했고, 부정 행위 의혹을 비롯한 각종 사건들도 대학 입시 제도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켰다.
2018년 마지막 《오늘의 교육》은 대학 입시 제도를 다룬다. 그러나 이번 특집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대학 입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거나 어떤 제도가 더 바람직하다는 등의 주제가 아니다. 한국 교육의 핵심적 병폐로 지적받아 온 대학 입시 제도가 무엇이 문제인지 뿌리부터 짚고, 변화의 가능성을 찾아보려 했다.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떤 운동을 함으로써 입시 경쟁 교육을 넘어서고 학력·학벌주의를 없앨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보고자 했다.
공현의 글과 박권일의 글은 모두 ‘능력주의’를 대학 입시 문제의 뿌리로 지목한다. 공현의 글은 능력주의의 핵심적인 장치가 학교교육과 시험임을 강조하며, 교육이 능력주의를 벗어나야 변화가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박권일의 글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대학의 위상, 학력·학벌주의의 실상과 바닥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학력·학벌주의를 넘으려면 능력주의라는 사회의 규칙을 깨고 ‘더 많은 평등을 어떻게 실현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특집에는 대학 입시에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균열을 낸 운동의 경험들을 담았다. 수능 반대 페스티벌, 입시폐지대학평준화국민운동본부, 투명가방끈의 대학거부 선언 등을 돌아보며 각 시대에 그 운동들이 가진 의미와 한계를 평가했다. 각 운동들은 ‘대학 입시 경쟁은 당연하지 않다’는 외침을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정책을 구체화하고 체제에 불복종하고 운동을 조직하는 모습은 분명 변해 왔다. 대학 입시라는 거대한 문제를 바꿀 가능성은 분명 그 운동들의 연장선상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차례
10 바라보다 | 최승훈 기자
특집
‘공정한 경쟁’의 신화 – 대학 입시와 능력주의
14 탈능력주의 교육을 꿈꾸며 | 공현 PDF
- 능력주의적 과정으로서의 교육과 입시라는 문제
27 오늘, 대학과 학력·학벌은 무엇인가 | 박권일 PDF
39 대학 입시에 던졌던 짱돌의 기록 | 정은희, 공현, ○○○ PDF
- 수능 반대 페스티벌, 입시폐지대학평준화국민운동본부, 투명가방끈
기획
교육농 - 교육과 삶의 농적 전환
57 일하멍 배우멍 | 이영이 PDF
- 볍씨학교 제주학사 이야기
78 디스 이즈 물걸리 Life | 두두(김인호) PDF
- 성미산학교 농장학교 이야기
104 문구 자랑질 PDF
연재
인간의 교사를 돌아보다
106 ‘말로써 말을 넘어선다’는 말에 대한 말, 말, 말 | 윤지형 PDF
- ‘허무의 심연’, 혹은 ‘칼날 위’에서
에세이
125 현실 속에서 고민하는 대안 | 이효빈 PDF
- 학교와 입시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나
기고
134 섬멸의 시대, 선언 불가능한 ‘교육 불가능’에 대하여 | 하늘 PDF
143 제도화의 부작용을 넘어서 | 현병호 PDF
- 일리치를 재해석하다
157 교육부 장관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 할 수 있는 일 | 송승훈 PDF
169 ‘스쿨 미투’ 이후를 상상하며 | 빈둥 PDF
178 ‘먹방’ 시대와 학교 급식 | 정명옥 PDF
- 교육으로서 학교 급식은 어떻게 가능할까
리뷰
192 고마워요, ‘들’ | 박현희 PDF
- 《인권교육 새로고침》
201 두 줄 새 책 PDF
203 주제가 있는 독서 PDF
205 어린이 책 나들이 PDF
책 속에서
안국동 근처 무대에 올라온 한 발언자는 자신을 ‘예비 교사’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유라처럼 대통령 친구 딸이라고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다면, 제가 어떻게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 가고 성공할 수 있으니 노력하라고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그 발언은 많은 박수를 받았지만, 나는 홀로 중얼거렸다. “아니, 제발 좀 그렇게 가르치지 말라고!”
- 본문 15쪽, 공현, “탈능력주의 교육을 꿈꾸며”
학력·학벌주의는 능력주의와 상반되거나 충돌하는 관계가 아니라 유사하고 비례적인 관계다.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는 능력주의에 대한 맹신이 팽배했고 이 때문에 학력·학벌주의는 되레 악화했으며 다른 사회 문제들까지 심화되고 말았다. 능력주의 자체를 건드리지 않고 학력·학벌주의를 개선하거나 해소할 수는 없다. 능력주의야말로 문제의 핵심이다.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역시 나왔다. 지금까지 당연히 옳은 것, 지향해야 하는 가치로 수용된 능력주의, 그것은 대체 무엇이고 왜 문제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 본문 32쪽, 박권일, “오늘, 대학과 학력·학벌은 무엇인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 권리가 있다고 가정하는 사회라면 어떤 질서를 꿈꿀까? 사회적 지위나 출신, 부에 따른 배제나 낙오, 차별이나 착취가 아닌 모두를 위한 모두의 사회.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있다고 거짓말하는 사회가 아니라, 최고가 아니더라도 모두를 위한 사회. 그런 사회가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모두를 위한 사회를 위한 교육’. 설익은 목소리더라도 수능 반대 페스티벌은 그런 사회를 꿈꾸고자 했다. 단지 수능에 반대한 것뿐 아니라, 교육 기회의 평등 그리고 경쟁 아닌 연대의 교육을 꿈꾸기 위한 난장을 만들고자 했다.
- 본문 44쪽, 정은희·공현·○○○, “대학 입시에 던졌던 짱돌의 기록”
나는 농사일이야말로 일상에서 창조를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삽질이 무에 창조냐, 라고 생각하겠지만 막상 삽을 들고 땅을 뒤집어 놓는다는 건 땅에 생명을 받을 준비를 하는 일이다. 이것은 새 역사를 이루는 일이다. 고랑을 내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밭을 어떻게 디자인할지 학기 초에 고민하는데 그건 생명끼리의 조화를 이루어야만 한다. 또 씨를 심는 것보다 더 감동스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까? 그 작은 씨앗 하나를 땅에 넣어 두면 자기보다 수만 배의 잎과 줄기를 내고 수백 개의 씨앗으로 돌아오는데 어마어마한 생명 창조에 내 노동이 결정적임을 알게 된다.
- 본문 65-66쪽, 이영이, “일하멍 배우멍”
아이들은 이미 제 삶으로 충분히 생태적 삶을 설명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마을 일을 나가 참을 먹을 때 종이컵 쓰기를 껄끄러워하고, 마트에서 사 먹는 토마토와 밭에서 직접 기른 토마토의 맛이 얼마나 다른지를 알며, 귀찮아 죽겠어도 꾸익이와 누링이의 밥을 챙겨 주고 똥을 치워 준다. 한여름 바짝 말라 있는 고추와 양배추에 땀을 뻘뻘 흘리며 물을 떠다 주고, 벌레들이 짜증 나지만 약을 쳐 죽이는 데 거리낌이 있다. 길가에서 허망하게 죽은 고라니와 고양이를 안타까워하며 덤덤하게 묻어 줄 수 있다.
- 본문 93-94쪽, 두두(김인호), “디스 이즈 물걸리 Life”
학생들도 자기 인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감각적으로 안다. 그럼에도 미래를 위해 현재의 인권 따윈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애들이 뭉쳐서 학교랑 싸울 거 같지도 않고 그렇게 한들 학교가 바뀔 거 같지도 않고 나는 내신 챙기기도 바쁜데 굳이 나서야 하나?’ 하는 것이다. 서로를 경쟁시키는 입시 때문에 학생들은 뭉치기 힘들었고, 생활기록부 몇 줄이 교사들 손에 달려 있었기 때문에 할 말을 자신 있게 내뱉을 수 없었다.
- 본문 127쪽, 이효빈, “현실 속에서 고민하는 대안”
생존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거셀수록, 언어와 정서가 분리되어 공감과 연대가 불가능할수록, 정체성과 소속감에 대한 갈증은 커진다. 시대가 요구하는 올바른 정체성 — 완벽한 상품으로서의 인간 — 을 획득할 수 없는 이들은 타자를 만들어 내고 혐오함으로써 소속감을 얻고자 한다. 총기 난사범의 상당수는 소셜 미디어에 우생학과 관련된 메시지를 남겼다. 그들은 타자를 섬멸함으로써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려 했다.
- 본문 137-138쪽, 하늘, “섬멸의 시대, 선언 불가능한 ‘교육 불가능’에 대하여”
대안교육 쪽 사람들은, 마치 아이들 몸에 내재된 자연 치유력을 믿듯이, 아이들 속에 내재된 배움의 열정을 신뢰하여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쪽을 선호한다. 하지만 배움이 제대로 일어나려면 농부가 토양을 비옥하게 하듯이 적절한 긴장과 활발한 상호 작용이 가능한 환경이 필요하다. 그런 토양 없이는 배움의 열정은 싹도 제대로 틔우지 못할 수 있다. 모든 도토리 속에는 한 그루 참나무가 들어 있지만, 모든 도토리가 참나무로 자라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본문 147-148쪽, 현병호, “제도화의 부작용을 넘어서”
학교에서 일부 교장과 교감이 교사가 자신의 평가권을 쓰는 것을 자의적으로 못 하게 한다. 지필 시험 1회 실시는 음악, 미술, 체육에서나 하라고 말하는 교장, 교감이 곳곳에 있다. 한마디로, 교육부 지침에 있는 것을 교사가 못 하는 학교가 곳곳에 있다. 지침을 만들어 놓았다고 개혁이 되지는 않는다. 지침 시행을 가로막는 방해물을 없애야 개혁이 진행된다.
- 본문 161쪽, 송승훈, “교육부 장관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 할 수 있는 일”
2018년 11월 3일 학생의 날을 맞이해, 청소년페미니즘모임 등에서 주최한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라는 이름의 스쿨 미투 집회에서, 학생들은 집단적 주체로서 피해 경험을 공유하고 알렸다. 이는 학생들의 의사 표현이 일상적으로 억압받는 현실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 준 것이 아닐까?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삶의 조건에서 목소리를 내고 상황을 바꿔 낼 수 있도록 하는 힘과 경험이 필요하다.
- 본문 176쪽, 빈둥, “‘스쿨 미투’ 이후를 상상하며”
식당이나 교실이 비좁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학생의 점심시간 50분은 너무 짧다. 여유 있고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즐기고, 음식을 먹은 후엔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다음 학습을 위한 몸과 마음의 준비가 가능할 수 있다. 또 점심시간이 짧으면 급식 지도를 할 때 ‘밥을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키도록’ 지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밥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기가 어려운 것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놀이도 해야 할 텐데 물리적으로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 짧다.
- 본문 186-187쪽, 정명옥, “‘먹방’ 시대와 학교 급식”
나는 새롭고 기발하고 혁신적인 방법, 참가자들의 기억에 남을 화려한 연출과 같은 요소들이 빠지면 뭔가 부족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에 매몰되어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열심히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고민하는 것은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질문을 제대로 해야 쓸 만한 답을 얻을 수 있는 법이다. 《인권교육 새로고침》은 내게 방법론이나 기법을 넘어 철학으로 교육에 접근할 것을 권고한다. 덕분에 불안했던 나는 안도할 수 있었고, 혼란에 빠졌던 나는 새로운 시각으로 나의 인권교육을 성찰해 볼 수 있었다.
- 본문 196쪽, 박현희, “고마워요, ‘들’”
《오늘의 교육》 47호는 오래 묵은 쟁점이면서도 올해에 크게 논란이 되었던 대학 입시 문제에 대해 그 뿌리를 캐묻고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특집을 꾸렸다. 올해 대학거부를 선언한 고등학생의 에세이를 통해 입시 교육 속에서 청소년들이 느끼고 경험하는 문제를 재조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스쿨 미투’로 표현되는 학교 안 성폭력 문제에 대해 학교의 ‘성폭력 문화’, ‘성폭력 체질’을 지적하는 글을 실었고, 학교 급식의 현주소를 짚는 글, 교육부 장관이 해야 할 최소한의 조치를 제안하는 글 등으로 교육이 변화하기 위한 과제들을 제시했다. 또한 《오늘의 교육》에서 고민하고 탐색하고 있는 주제인 ‘교육의 생태적 전환’의 구체적 사례로 교육농, 농적 전환을 보여 주는 이야기들을 기획 지면에 소개한다.
특집
‘공정한 경쟁’의 신화 – 대학 입시와 능력주의
올해 교육 정책에 관련된 이슈 중 전 국민적 관심을 가장 많이 받았던 것은 바로 대학 입시 제도 개편 논의였을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 입시 제도에 대한 공론 조사를 실시했고, 부정 행위 의혹을 비롯한 각종 사건들도 대학 입시 제도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켰다.
2018년 마지막 《오늘의 교육》은 대학 입시 제도를 다룬다. 그러나 이번 특집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대학 입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거나 어떤 제도가 더 바람직하다는 등의 주제가 아니다. 한국 교육의 핵심적 병폐로 지적받아 온 대학 입시 제도가 무엇이 문제인지 뿌리부터 짚고, 변화의 가능성을 찾아보려 했다.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떤 운동을 함으로써 입시 경쟁 교육을 넘어서고 학력·학벌주의를 없앨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보고자 했다.
공현의 글과 박권일의 글은 모두 ‘능력주의’를 대학 입시 문제의 뿌리로 지목한다. 공현의 글은 능력주의의 핵심적인 장치가 학교교육과 시험임을 강조하며, 교육이 능력주의를 벗어나야 변화가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박권일의 글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대학의 위상, 학력·학벌주의의 실상과 바닥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학력·학벌주의를 넘으려면 능력주의라는 사회의 규칙을 깨고 ‘더 많은 평등을 어떻게 실현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특집에는 대학 입시에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균열을 낸 운동의 경험들을 담았다. 수능 반대 페스티벌, 입시폐지대학평준화국민운동본부, 투명가방끈의 대학거부 선언 등을 돌아보며 각 시대에 그 운동들이 가진 의미와 한계를 평가했다. 각 운동들은 ‘대학 입시 경쟁은 당연하지 않다’는 외침을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정책을 구체화하고 체제에 불복종하고 운동을 조직하는 모습은 분명 변해 왔다. 대학 입시라는 거대한 문제를 바꿀 가능성은 분명 그 운동들의 연장선상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차례
10 바라보다 | 최승훈 기자
특집
‘공정한 경쟁’의 신화 – 대학 입시와 능력주의
14 탈능력주의 교육을 꿈꾸며 | 공현 PDF
- 능력주의적 과정으로서의 교육과 입시라는 문제
27 오늘, 대학과 학력·학벌은 무엇인가 | 박권일 PDF
39 대학 입시에 던졌던 짱돌의 기록 | 정은희, 공현, ○○○ PDF
- 수능 반대 페스티벌, 입시폐지대학평준화국민운동본부, 투명가방끈
기획
교육농 - 교육과 삶의 농적 전환
57 일하멍 배우멍 | 이영이 PDF
- 볍씨학교 제주학사 이야기
78 디스 이즈 물걸리 Life | 두두(김인호) PDF
- 성미산학교 농장학교 이야기
104 문구 자랑질 PDF
연재
인간의 교사를 돌아보다
106 ‘말로써 말을 넘어선다’는 말에 대한 말, 말, 말 | 윤지형 PDF
- ‘허무의 심연’, 혹은 ‘칼날 위’에서
에세이
125 현실 속에서 고민하는 대안 | 이효빈 PDF
- 학교와 입시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나
기고
134 섬멸의 시대, 선언 불가능한 ‘교육 불가능’에 대하여 | 하늘 PDF
143 제도화의 부작용을 넘어서 | 현병호 PDF
- 일리치를 재해석하다
157 교육부 장관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 할 수 있는 일 | 송승훈 PDF
169 ‘스쿨 미투’ 이후를 상상하며 | 빈둥 PDF
178 ‘먹방’ 시대와 학교 급식 | 정명옥 PDF
- 교육으로서 학교 급식은 어떻게 가능할까
리뷰
192 고마워요, ‘들’ | 박현희 PDF
- 《인권교육 새로고침》
201 두 줄 새 책 PDF
203 주제가 있는 독서 PDF
205 어린이 책 나들이 PDF
책 속에서
안국동 근처 무대에 올라온 한 발언자는 자신을 ‘예비 교사’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유라처럼 대통령 친구 딸이라고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다면, 제가 어떻게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 가고 성공할 수 있으니 노력하라고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그 발언은 많은 박수를 받았지만, 나는 홀로 중얼거렸다. “아니, 제발 좀 그렇게 가르치지 말라고!”
- 본문 15쪽, 공현, “탈능력주의 교육을 꿈꾸며”
학력·학벌주의는 능력주의와 상반되거나 충돌하는 관계가 아니라 유사하고 비례적인 관계다.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는 능력주의에 대한 맹신이 팽배했고 이 때문에 학력·학벌주의는 되레 악화했으며 다른 사회 문제들까지 심화되고 말았다. 능력주의 자체를 건드리지 않고 학력·학벌주의를 개선하거나 해소할 수는 없다. 능력주의야말로 문제의 핵심이다.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역시 나왔다. 지금까지 당연히 옳은 것, 지향해야 하는 가치로 수용된 능력주의, 그것은 대체 무엇이고 왜 문제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 본문 32쪽, 박권일, “오늘, 대학과 학력·학벌은 무엇인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 권리가 있다고 가정하는 사회라면 어떤 질서를 꿈꿀까? 사회적 지위나 출신, 부에 따른 배제나 낙오, 차별이나 착취가 아닌 모두를 위한 모두의 사회.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있다고 거짓말하는 사회가 아니라, 최고가 아니더라도 모두를 위한 사회. 그런 사회가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모두를 위한 사회를 위한 교육’. 설익은 목소리더라도 수능 반대 페스티벌은 그런 사회를 꿈꾸고자 했다. 단지 수능에 반대한 것뿐 아니라, 교육 기회의 평등 그리고 경쟁 아닌 연대의 교육을 꿈꾸기 위한 난장을 만들고자 했다.
- 본문 44쪽, 정은희·공현·○○○, “대학 입시에 던졌던 짱돌의 기록”
나는 농사일이야말로 일상에서 창조를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삽질이 무에 창조냐, 라고 생각하겠지만 막상 삽을 들고 땅을 뒤집어 놓는다는 건 땅에 생명을 받을 준비를 하는 일이다. 이것은 새 역사를 이루는 일이다. 고랑을 내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밭을 어떻게 디자인할지 학기 초에 고민하는데 그건 생명끼리의 조화를 이루어야만 한다. 또 씨를 심는 것보다 더 감동스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까? 그 작은 씨앗 하나를 땅에 넣어 두면 자기보다 수만 배의 잎과 줄기를 내고 수백 개의 씨앗으로 돌아오는데 어마어마한 생명 창조에 내 노동이 결정적임을 알게 된다.
- 본문 65-66쪽, 이영이, “일하멍 배우멍”
아이들은 이미 제 삶으로 충분히 생태적 삶을 설명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마을 일을 나가 참을 먹을 때 종이컵 쓰기를 껄끄러워하고, 마트에서 사 먹는 토마토와 밭에서 직접 기른 토마토의 맛이 얼마나 다른지를 알며, 귀찮아 죽겠어도 꾸익이와 누링이의 밥을 챙겨 주고 똥을 치워 준다. 한여름 바짝 말라 있는 고추와 양배추에 땀을 뻘뻘 흘리며 물을 떠다 주고, 벌레들이 짜증 나지만 약을 쳐 죽이는 데 거리낌이 있다. 길가에서 허망하게 죽은 고라니와 고양이를 안타까워하며 덤덤하게 묻어 줄 수 있다.
- 본문 93-94쪽, 두두(김인호), “디스 이즈 물걸리 Life”
학생들도 자기 인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감각적으로 안다. 그럼에도 미래를 위해 현재의 인권 따윈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애들이 뭉쳐서 학교랑 싸울 거 같지도 않고 그렇게 한들 학교가 바뀔 거 같지도 않고 나는 내신 챙기기도 바쁜데 굳이 나서야 하나?’ 하는 것이다. 서로를 경쟁시키는 입시 때문에 학생들은 뭉치기 힘들었고, 생활기록부 몇 줄이 교사들 손에 달려 있었기 때문에 할 말을 자신 있게 내뱉을 수 없었다.
- 본문 127쪽, 이효빈, “현실 속에서 고민하는 대안”
생존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거셀수록, 언어와 정서가 분리되어 공감과 연대가 불가능할수록, 정체성과 소속감에 대한 갈증은 커진다. 시대가 요구하는 올바른 정체성 — 완벽한 상품으로서의 인간 — 을 획득할 수 없는 이들은 타자를 만들어 내고 혐오함으로써 소속감을 얻고자 한다. 총기 난사범의 상당수는 소셜 미디어에 우생학과 관련된 메시지를 남겼다. 그들은 타자를 섬멸함으로써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려 했다.
- 본문 137-138쪽, 하늘, “섬멸의 시대, 선언 불가능한 ‘교육 불가능’에 대하여”
대안교육 쪽 사람들은, 마치 아이들 몸에 내재된 자연 치유력을 믿듯이, 아이들 속에 내재된 배움의 열정을 신뢰하여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쪽을 선호한다. 하지만 배움이 제대로 일어나려면 농부가 토양을 비옥하게 하듯이 적절한 긴장과 활발한 상호 작용이 가능한 환경이 필요하다. 그런 토양 없이는 배움의 열정은 싹도 제대로 틔우지 못할 수 있다. 모든 도토리 속에는 한 그루 참나무가 들어 있지만, 모든 도토리가 참나무로 자라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본문 147-148쪽, 현병호, “제도화의 부작용을 넘어서”
학교에서 일부 교장과 교감이 교사가 자신의 평가권을 쓰는 것을 자의적으로 못 하게 한다. 지필 시험 1회 실시는 음악, 미술, 체육에서나 하라고 말하는 교장, 교감이 곳곳에 있다. 한마디로, 교육부 지침에 있는 것을 교사가 못 하는 학교가 곳곳에 있다. 지침을 만들어 놓았다고 개혁이 되지는 않는다. 지침 시행을 가로막는 방해물을 없애야 개혁이 진행된다.
- 본문 161쪽, 송승훈, “교육부 장관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 할 수 있는 일”
2018년 11월 3일 학생의 날을 맞이해, 청소년페미니즘모임 등에서 주최한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라는 이름의 스쿨 미투 집회에서, 학생들은 집단적 주체로서 피해 경험을 공유하고 알렸다. 이는 학생들의 의사 표현이 일상적으로 억압받는 현실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 준 것이 아닐까?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삶의 조건에서 목소리를 내고 상황을 바꿔 낼 수 있도록 하는 힘과 경험이 필요하다.
- 본문 176쪽, 빈둥, “‘스쿨 미투’ 이후를 상상하며”
식당이나 교실이 비좁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학생의 점심시간 50분은 너무 짧다. 여유 있고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즐기고, 음식을 먹은 후엔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다음 학습을 위한 몸과 마음의 준비가 가능할 수 있다. 또 점심시간이 짧으면 급식 지도를 할 때 ‘밥을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키도록’ 지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밥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기가 어려운 것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놀이도 해야 할 텐데 물리적으로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 짧다.
- 본문 186-187쪽, 정명옥, “‘먹방’ 시대와 학교 급식”
나는 새롭고 기발하고 혁신적인 방법, 참가자들의 기억에 남을 화려한 연출과 같은 요소들이 빠지면 뭔가 부족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에 매몰되어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열심히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고민하는 것은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질문을 제대로 해야 쓸 만한 답을 얻을 수 있는 법이다. 《인권교육 새로고침》은 내게 방법론이나 기법을 넘어 철학으로 교육에 접근할 것을 권고한다. 덕분에 불안했던 나는 안도할 수 있었고, 혼란에 빠졌던 나는 새로운 시각으로 나의 인권교육을 성찰해 볼 수 있었다.
- 본문 196쪽, 박현희, “고마워요,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