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37호] 촛불에서 배운다


《오늘의 교육》 37호는, 지난 36호에서 “광장이 교육에 던지는 질문”을 다루었던 데 이어, “촛불에서 배운다”라는 이름 하에 촛불의 경험과 교육적 의미 등을 다룬다.

“페미니즘과 교육” 기획 지면을 마무리하며 신설한 “대학의 이유“ 기획 지면은 대학이 지금과 같이 변모한 이유를 분석하고, 대학이 있어야 할 존재 이유를 따져 묻는다. 그 첫 시작으로 이윤 추구의 주체가 된 대학의 현실을 고발하는 글들을 담았다.

이와 더불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5주년, 세월호 참사 이후 3주년을 맞아, 문명과 교육의 전환에 대한 문제의식을 교육적 실천으로 풀어 낸 학교 텃밭 활동에 대한 기고, 그리고 세월호 참사 이후의 실천이 마을에서 어떤 결실을 낳고 있는지 전하는 에세이 등을 실었다.


특집

촛불에서 배운다

2017년 3월 10일 금요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발표된 순간,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박수를 쳤고, 울었고,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시민의 승리로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하나의 경험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은 완결이 아닌 하나의 과정이며,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는 촛불의 이후, 광장 민주주의 그 다음의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행해야 한다. 《오늘의 교육》은 촛불 집회 그 이후의 교육의 패러다임은 어떤 것이어야 할지 묻는다. 그리고 그 답을 먼저 촛불 안에서의 경험과 고민으로부터 찾는다.

정용주는 여는 글을 통해, 촛불 집회가 ‘신적 폭력(또는 헌법적 폭력)’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촛불이 열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논한다. 그리고 교육이 ‘민주주의적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민주주의적 패러다임이란 무엇인가?

“광장에서 배운 것”은 촛불 집회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글이다. 촛불 집회를 통해 ‘고3’이 아닌 ‘시민’이 되는 경험을 한 청소년들, 그리고 사회의 지배적 가치와 성공에 대해 돌아보게 된 계기, 세월호 참사에서부터 시작된 광장의 기억, 소수자와 인권에 대한 감수성 등은 광장이 어떤 점에서 교육적 시공간이었는지를 밝힌다. 청소년들의 경험담을 통해, 민주주의적 교육이 어떤 가치를 담아야 할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인권동아리 ‘기억’의 이야기는, 학교 안에서 타오른 촛불의 기록이다. 학교 안에서 인권동아리가 각종 정치적·사회적 문제에 대해 활동하고, 함께 광화문 광장으로 가고, 학교 안에 대자보를 붙이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전한다. 교사와 학생의 연대 속에 학교에서 만들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채효정의 글은 촛불 광장은 과연 평등했는지 물으면서, 보다 넓은 광장, 다양한 광장이 되기 위해, 그리고 그 광장이 우리의 삶 속으로 뿌리 내리기 위해 ‘촛불의 아래를 볼 것’을 제안한다. 이는 촛불 집회가 우리 사회에 남긴 또 다른 고민거리이며, 마주하고 풀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공현의 글은 촛불 집회 이후 촉발된 18세 선거권 논의가 광장 민주주의를 결국 다시 ‘18세’의 ‘선거’ 문제로만 귀결시키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18세 선거권이 되더라도 학교는 변화를 거부할 위험성을 점치면서, 학교의 패러다임 자체가 민주주의를 배반하고 있지는 않은지 묻는다.


차례


6  바라보다        최승훈 기자 PDF


특집  촛불에서 배운다

8   여는 글 – 광장 그 이후의 교육            정용주 PDF 

12  광장에서 배운 것                박태영, 박상헌, 조민영 PDF 

32  학교에서, 광장처럼                조수진, 서지원 PDF 

    - 영종중 인권동아리 ‘기억’

57  촛불의 이면에 대한 다른 생각            채효정 PDF 

    - 아직 광장을 점령하지 못한 신발에 대하여

68  학교는 ‘정치판’이 되어야 한다            공현 PDF 


기획  페미니즘과 교육

79  ‘탈조선’ 페미니즘 유학기                혜원 PDF 

88  나는 순수하지 않다                론레 PDF 


기획  대학의 이유

97  돈만 밝히는 ‘후머니타스’ 칼리지?            박리리 PDF 

111 대학은 누구를 위한 장소인가?            하승우 PDF 


기고

133 교사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다            송재혁 PDF  바로보기

139 모두스 비벤디, 꿈을 현실로 만드는 길             윤상혁 PDF 

    - 광장에 대한 응답

153 정치적 실천으로서 텃밭 농사                정용주 PDF 

    - 텃밭을 통한 약한 연결

173 나를 미워하지 않을 힘을 위해            혜원 PDF 

    - 거리 청소년들과 함께한 ‘아무도 무시 못 할 찍소리’ 강좌를 마치고

189 진로교육에 대한 담론과 그 효과            박경주 PDF 


에세이

198 세월호는 이어질 것이다                박춘애 PDF 

204 아이들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우는가?        최은경 PDF 

    - 그림책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룰까요?》로 진행한 민주주의 수업


연재

     영화와 아이들

215 영화는 마법으로 아이들을 사로잡고……        김종구

     - 〈벌집의 정령〉, 빅토르 에리세 감독, 스페인, 1973년

     수업비평 10년, 변화된 학교 현장을 찾아서

231 브렉시트 토론하는 6학년 학생들            이혁규 PDF 

    - 학생들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가?

267 수학 기초 활동을 통한 삼각형의 중심 수업        이경화 PDF 


리뷰

298 무겁지만 가벼운, 참 고마운             신나 PDF 

     - 《광장에는 있고 학교에는 없다 – 민주주의의 도전》

304 역사 쓰기의 소용, 청소년의 주체-되기            양돌규 PDF  바로보기

     - 《우리는 현재다 – 청소년이 만들어 온 한국 현대사》


318 새 책 나들이 PDF 

320 잠깐 독서 PDF 

322 주제가 있는 책 : 촛불, 민주주의 PDF 


책 속에서 


입시로 시작되는 한국형 권력 다툼의 종착역은 참담했다. 우리 사회가 얄팍한 권력과 돈에 목숨 걸며 기득권의 행태를 답습하는 인간으로 가득 찬 듯 느껴졌다. 그리고 그 권력 다툼의 시작 지점인 입시에 목매 온 나도 그런 인간으로 느껴졌다. 출세에 대한 내면의 욕망을 미처 지우지 못한 나 자신의 모순성은 끔찍했다. 그게 무엇보다 화가 나고 미웠다. 내가 한 명의 인간이 아니라, 입시 기계와 공부 기계로서의 삶을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출세주의 속에 갇혀 나 자신과 내 인생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그런 회의와 성찰의 끝에 찾아오는 물음은 꽤 본질적인 것이었다. 나는 왜 살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 본문 16쪽, 박태영, “광장에서 배운 것 – 나의 광장”


사회 참여 활동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학교에서는 적잖은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 ‘어린’ 학생들이 이런 행동을 해도 되느냐, 자유로운 토론은 괜찮지만 학교 밖 사회 참여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사회 참여 활동을 하는 동아리는 승인해 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 사이 일부 담임 교사의 만류로 동아리를 탈퇴하는 학생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다수의 학생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나 역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 본문 36쪽, 조수진, “학교에서, 광장처럼 – 인권동아리 ‘기억’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신발이 가난의 얼굴이라면, 이 광장에는 이렇게 낡고 가난한 신발을 신고 서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촛불은 모두의 얼굴을 평등하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빛 아래 어둔 곳은 우리가 똑같이 든 촛불 아래서도 각자가 발 딛고 선 세계는 평등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 본문 60-61쪽, 채효정, “촛불의 이면에 대한 다른 생각”


청소년들이 참정권을 가질 때, 학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물론 학교에는 일종의 규칙이나 약속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다못해 동아리들의 학교 공간 활용에 관한 것이든, 대자보 및 게시물 관리의 규칙이든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규칙은 정치적 자유를 공평하게 누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고, 이는 정치적 자유가 보장됨을 전제로 한다. 초·중·고등학교가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것은 학교가 ‘정치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정치하는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준비하는 것이다.

- 본문 77-78쪽, 공현, “학교는 ‘정치판’이 되어야 한다”


페미니즘 이론은 공부를 통해 내가 살아왔던 세상을 낱낱이 해체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내가 그간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며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차별과 혐오, 그 절망의 깊이를 이론을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살아남으려고 페미니즘을 택했다, 우리는.

- 본문 84쪽, 혜원, “‘탈조선’ 페미니즘 유학기”


그래도 대학교가 자식들에게 학벌을 주고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만들어 줄 거라 부모들이 기대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왜냐하면 학교는 학생들을 자본주의의 총아로 만들어 주는 곳이 아니라 그 자체가 자본주의의 총아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이윤을 벌어들일 대상일 뿐이다. 강의실을 나와 대학 캠퍼스를 둘러보면 현실은 더 황량하다.

- 본문 118-119쪽, 하승우, “대학은 누구를 위한 장소인가?”


정부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국정 교과서를 포기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시국 선언 교사들에 대한 보복에 끝까지 미련을 두고 있다. 선언을 주도한 전교조 지도부를 고발하여 경찰 조사를 진행했고 선언 참여 교사들을 모조리 징계하라고 교육감들을 압박했다. 진보 교육감들이 징계권을 행사하지 않자 교육부는 시국 선언자들을 중심으로 만든 ‘교육계 블랙리스트’를 적용했다. 2016년 2월, 8월 퇴임 교원 훈·포장과 2015년 스승의날 포상 대상, 그리고 2017년 2월 퇴임 교원 훈·포장 대상에서 선언 참여 교사들을 배제했다. 정부 의견에 한 번이라도 반대했다면 평생 교육 업적을 통째로 부정해야 한다는 태도다.

- 본문 135쪽, 송재혁, “교사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다”


〈벌집의 정령〉은, 근대와 더불어 시작된 고독한 자아, 그 자아가 막 세상과 마주하던 시기, 이른바 유년 시절의 한 단면을 영상 이미지로 포착해 낸 영화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아이들은 순진하고, 천진난만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 영화가 소중한 것은, 유년 시절을 상징하는 천진난만, 순진무구한 아이들 눈동자의 바로 그 이면에 잠들어 있는 존재의 불안을 영상 이미지로 포착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존재의 불안의 경험이 단지 지나가는 한 시절의 것일 수 없다는 점을 드라마틱하게 보여 주었다.

- 본문 226쪽, 김종구, “영화는 마법으로 아이들을 사로잡고……”


루 교사는 학생들에게 수학은 생각하고, 추측하며, 정당화하면서 공부해야 하며 그래야 수학의 참맛을 알게 된다고 매우 강조했다. 수업 중 이루어진 주요 활동들도 이와 같은 관점을 반영하여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루 교사가 지도안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만과 우리나라의 교과서에서는 정의, 예제, 문제로 나아가면서 삼각형의 외심, 내심, 무게중심을 다룬다. 이와 같은 고정된 전개 방식을 따라 수업하면서 학생들이 생각하고, 추측하고, 정당화하도록 수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루 교사의 판단이었다. 루 교사의 수업에서 가장 과감하고 놀라운 시도는 정의, 예제, 문제로 나아가는 교과서의 전개 방식을 완전히 뒤집었다는 것이다.

- 본문 289쪽, 이경화, “수학 기초 활동을 통한 삼각형의 중심 수업”


예컨대 저명한 한 현대사가는 “1975년 4월 신일고등학교생들이 유신 반대 유인물을 뿌려 9명이 구류를 산 것을 마지막으로 고등학생들의 사회 참여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라고 쓴다. 《우리는 현재다》를 읽었다면 저렇게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현재다》는 1980년 항쟁에 참여한 광주의 고등학생, 그리고 1987년 6월의 아스팔트를 내달렸던 전국의 고등학생들을 등장시키고, 또 학교교육으로부터 밀려났지만 노동조합을 통해 사회적 주체로 거듭났던 1970년대 청계피복노조의 여성 청소년들의 투쟁 사례도 추가한다. ‘고등학생들’의 사회 참여뿐만 아니라 비학생 청소년, ‘청소년 노동자’의 사회 참여도 엄연히 존재했던 것이다. 이 현대사가는 5월 광주와 6월의 거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보았지만 부러 그 사실의 일부를 몰각하는 것일까?

- 본문 310쪽, 양돌규, “역사 쓰기의 소용, 청소년의 주체-되기”제하지 말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