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글]편집자 편지 _ 《능력주의와 불평등》

조회수 269

《능력주의와 불평등》

-  능력에 따른 차별은 공정하다는 믿음에 대하여


능력주의 비판 이야기는 사실 꽤나 예전부터 나왔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에서만 따져 봐도 《불온한 교사 양성과정》(2012년)에도 나오고, 《오늘의 교육》(예컨대 2017년 1·2월호)에도 나오죠. 세대 간 불평등이라든지 문화 자본이라든지 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능력주의 비판을 이야기하는 책도 많습니다. 작년과 올해 가장 핫했던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에도 능력주의 이야기가 좀 나오죠. 다만 외국(특히 미국) 이야기를 다룬 번역서들이 많고, 능력주의 비판을 전체 주제로 앞세우고 있지는 않을 뿐.(meritocracy라는 말을 만들어 내며 비판한 마이클 영의 책도 1958년에 집필된걸요.)


그러니까 제가 한국 교육 문제에 비중을 둔 능력주의 비판 책을 내야겠다 마음먹은 게 2018년쯤, 거의 2년 전부터였던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닌 것입니다. 기획이 구체적으로 정리되고 필자를 섭외하고 할 때만 해도 출간 목표는 2020년 5~6월이었으니, 반년 정도 늦어진 셈입니다. 여러 저자들이 같이 작업하는 책이 처하기 쉬운 고난입니다. 능력주의 문제가 주요 화제가 되리라는 건 일찌감치 예상했는데, 먼저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것은 좀 아쉽습니다.(비슷한 주제의 책들이 앞서 나왔거나 비슷한 때 나오고 있습니다. 능력주의 비판에 관심 있다면 찾아서 함께 읽어 보세요.)


이런 책을 만들자는 구상은 제 머릿속에서는 제가 대학거부-청소년인권운동을 하면서 2017~2018년에 능력주의 비판에 대한 세미나를 하고 정리한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거기에 칼럼에서 능력주의 비판 논리를 날카로운 필치로 펼치던 박권일에 대한 팬심이 얹어지고, 《시험국민의 탄생》 저자이자 교육학 전공자인 이경숙을 발견하면서 구체화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그들이 이 책의 전부는 아닙니다. 《능력주의와 불평등》 1부에는 이에 더해 정용주의 현장감 있는 ‘문제는 개인이 아닌 계급’이라는 이야기, 채효정의 학벌주의-능력주의를 추동하는 정치경제적 정세에 대한 분석 등이 담겨 교육에서의 능력주의 문제를 더 깊고 넓게 볼 수 있게 됐습니다. 2부에서는 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활동가의 노동에서의 능력주의 문제에 대한 정리,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 운영진들의 의사들의 능력주의적 엘리트주의에 대한 비판, 이유진 페미니스트의 디지털 페미니즘 실천에 대한 검토 등이 한층 더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저는 근대 학교 교육을 지배하고 있는 가장 주된 원리가 바로 능력주의라고 생각하고, 교육운동이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도 바로 능력주의의 극복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학벌이 아닌 능력’ 같은 거 좀 그만 외치고요. 최근에 대학 평준화 운동에 다시 시동을 걸려고 하는 낌새인데, 이 책을 비롯해 능력주의 비판 담론들이 그런 운동들의 양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0년 11월 27일

교육공동체 벗 사무국이자 《능력주의와 불평등》 공저자

공현 올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