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글]교육농 인터뷰 _ 장독대가 있는 학교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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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가 있는 학교를 꿈꾼다

- 서울 옥정초 양재규 교사


▲양재규 교사. 서울 중광초 텃밭을 방문했을 때 토란 수확 기념.


서울 옥정초등학교에 있는 양재규 교사를 만나러 갔다. 옥정초는 3호선과 경의중앙선 환승역인 옥수역에서 지척이다. 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왼쪽으로는 커다란 덩치의 문화체육복합시설인 문화회관이 앞을 가로막는다. 여느 학교들을 갈 때마다 꼭 저런 형태로 지어야 했나 의문이 들곤 했는데, 이곳도 마찬가지다. 학교 건물이 잘 지어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것과 또 다르게 이질적인 형태의 복합시설이다. 그 옆으로 학교 본관으로 이어지는 보도블럭엔 커다란 꽃 화분들이 놓여 있다. 10월의 가을 꽃들이 자리한 화분들이 가을 색감을 더한다. 그리고 그 끝에 배추와 무를 심은 상자텃밭이 보인다.

인조잔디 운동장 둘레로는 정원수들이 늘어서 있다. 예전에 아름답다는 학교를 몇 곳 찾아다닌 적이 있는데, 대개는 향나무를 가꾼 천편일률적인 모습이었던 것이 떠오른다. 옥정초도 다르지 않다. 다만 그때와 다르다면 쉼터도 만들고 둘레길처럼 산책로가 더해진 것이다. 시류를 따라 ○○학교와 같은 사업비로 조성된 경우는 지속적이지는 않다는 문제를 보이지만 말이다.

옥정초는 한강공원옥수나들목이 코앞이다. 안전 강박, 책임 전가 혹은 회피증만 아니라면 학생들과 너른 한강공원의 바람과 탁 트인 전망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사회는 안전 문제를 내세우면서 학생들과 교사를 학교 울타리 안으로 가두려고 한다. 교육의 변화를 꾀하는 데 가장 큰 벽이기도 하다. 교육 중 발생한 일에 대해 책임을 물리고, 민사상 배상을 요구한다면 교사는 당해 낼 재간이 없다. 확산적이었던 교육 설계가 쪼그라들어서 교실을, 학교를 벗어나지 못한다. 교육이 학교 밖을 사고하지 못하는 오류를 반복한다.


양재규 교사는 2020년 교육농 연수 팀에 함께해 왔다. 연초 교육농협동조합 총회 때 조합이 사무국을 꾸리지는 못하지만, 연수 등은 서울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해서 운영해 보기로 했는데, 그는 그 일원이다. 옥정초로 찾아가겠다고 했을 때, 이미 다른 학교들 탐방을 마친 터라 그것과 견주어 규모부터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쳤으나, 뭐, 그러면 어떤가. 우선 마음과 의지로부터 시작하기로.



풀씨

학교 정문 쪽 운동장 일부가 보도블럭이다.


양재규

학교 앞이 바로 찻길이라 위험하다. (학교가 찻길로 둘러싸여 있기도 하다. 보행로를 인색하게 만들어 놓았다. 안전한 보행과는 거리가 시늉만 낸 보도이다) 학교 행사로 전세 버스를 이용해 단체로 이동할 때 옥수역에 가서 탑승을 한다. 학생들이 단체로 이동하면서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때도 있다. 그래서 학교 운동장에 버스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해 놓은 거다. 물론 그런 날이 1년에 한두 번밖에 안 되는데 저렇게 해야 되나 싶긴 하다.


풀씨

우리가 편리성, 안정성 이런 인식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어떻게 교육을 할까 싶다.


양재규

“아이들은 위험한 가운데 성장한다”라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학부모 민원이 가면 갈수록 심해지면서 권리자들의 생각도 안전 쪽으로 더 강화되는 것 같다.


풀씨

정문에서 학교 본관으로 들어오는 길에 꽃 화분들이 있던데.

양재규

교감 선생님의 작품이다. 교감 선생님도 집에서는 농사를 짓는 것 같은데, 학교에서는 꽃 화분만 하신다. 농사가 교육으로 확장되지 않는 것은 학교에서는 별로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경험이 많지 않아서 그런 거 아닐까 싶다. 학생들과 그런 경험이 있으면 관리자가 된다 하더라도 경험을 상기하면서 그런 것을 하려는 교사를 지원할 텐데.


풀씨

꽃 심는 것도 아름다운 작업이다. 다만 본인이 느꼈던, 거기에 흠뻑 빠졌던 그것을 교육적으로 바꿔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양재규

학생들하고 함께할 수 있으면 좋은데 그냥 학생들이 오고 가며 보기 좋은 것에 만족한다. 심는 것도 학부모 자원봉사로 하니 그야말로 교내 환경미화 차원이다.


풀씨

(내년에 이 학교를 떠나지 않는다면) 어쨌든 기르는 거에 대해서 공통점이 있으니까 뭔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양재규

아마 누가 더 상자텃밭을 차지하나 신경전을 벌이지 않을까? (웃음) 내가 이 학교에서 이렇게 뭔가를 심겠다고 생각한 것은 작년에 5학년을 하면서였다. 그 전에는 텃밭 가꾸어 김치를 담그거나 학부모와 같이 활동을 벌이며 고추장 같은 것을 담그거나 하는 교사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러워하기만 했다. 5학년 실과에 채소 기르고 요리하는 교육과정이 있다. 이것을 좀 해 봐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김경희(동료 교육농협동조합 조합원) 샘한테 감자를 얻었다.

5학년이 다섯 개 반이었는데, 각 반 모둠에 하나씩은 심어 자주 보게끔 했다. 컴퓨터실에 가서 감자를 언제부터 사람들이 먹었을까 언제부터 재배했을까 찾아보고 정리해서 발표시키고, 감자로 만든 요리들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나라에 어떻게 들어왔을까? 이런 몇 가지 주제들을 가지고 수업으로 연결을 했다. 체육 하러 나갈 때 나들이 나갈 때마다 들여다보고 그러다 보면 좋아하는 학생들이 나온다. 이 학생들은 아침에 내가 오기도 전에 와서 물 준다고 기다리고 있고, 여기는 물을 줬네 안 줬네, 토마토는 땄네 안 땄네 그런다. 그렇게 관심 있는 학생들이 나온다. 수확해서 요리까지하는데, 모둠별로 감자로 해 보고 싶은 요리 한번 찾아보자고 하고 이렇게 일련의 과정이 그려지는 경험을 처음 해 본 것 같다. 그 전에는 그냥 재배하는 것 보고 잘 자랐는지 관찰하게 하고 그리게 하고, 학교 과실수들이 뭐가 있는지 둘러보게 하고 그런 활동들이 전부였다.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서 먹으면서 마무리를 하니까, 이렇게 심는 것에서부터 수확하는 것까지 할 수 있는 것이 몇 가지가 더 있으면 참 좋겠다 싶었다. 배추를 길러서 김장을 하거나 매실을 수확해서 효소를 담그고 중간중간 타 먹는다거나 하는 학급운영이나 교육활동으로 이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풀씨

학교 텃밭에 관심을 갖기 전에도 학급 운영은 다양한 방법으로 했을 텐데.

양재규

바깥나들이를 많이 했다. 학생들과 체험 학습을 통해 그 교실 안에서 있기보다는 주변의 산, 공원 그런 데 가서 걸어가서 놀고 또 다른 여러 가지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가 보고. 그런 활동들이 내 기질과도 맞았다.


풀씨

이제 텃밭에서 뭔가 생명을 심고 가꾸는 데까지 왔다.

양재규

그런 활동이 외부에서 뭔가 어딘가를 찾아서 해야 하는 활동이라면 학교 안의 텃밭이 있다는 건 정말 일상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는 거다.


풀씨

이벤트처럼 진행했던 교육 활동을 일상 활동으로 끌어오는?

양재규

그렇다. 아주 가까이에서 매일 돌보고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게 좋다. 작물의 성장은 눈에 확확 보인다. 그래서 나는 꽃보다 작물을 좋아한다. 변화 과정을 학생들과 굉장히 잘 느껴 볼 수가 있다. 그것이 성장하는 학생들의 발달 과정과 일맥상통하는 게 있지 않을까 싶다. 학생들을 보듯이 작물을 보고 작물을 보듯이 학생들을 보는 그런?


풀씨

작물하고 학생들하고 궁합이 잘 맞는 것인가?

양재규

그런 면도 있는 것 같다. 집에 다들 화분 한두 개 정도 있지 않은가. 집 인근 주말농장 경험들도 있어 작물을 기르는 것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는 많이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교육적으로 의미를 새기면서 하는 것은 학교여야지만 가능한 것 같다. 부모와 함께하는 것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에서 기르는 활동은 의미가 있다.


풀씨

학교 텃밭에 제일 관심을 많이 보이는 학생이 있다면?

양재규

올해는 코로나 상황이라서 등교 일수도 적고 함께 둘러보는 것에 한계가 있기도 했다. 작년 학생들이 생각난다. 5학년의 경우 매우 활동적인데도 그렇지는 않은, 교사의 눈길이 더 필요한 학생들이 확실히 작물에 더 관심을 보이고 텃밭 활동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풀씨

왜 그럴까?

양재규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과 쉽사리 어울리는 게 힘든 학생들도 있잖나. 어울리는 게 즐겁지 않은 것이다. 그런 학생들이 작물을 키우는 데 관심을 갖고 교사도 관심을 갖고 있으니 아침 등굣길에, 점심 때 또는 하굣길에 한두 마디씩 나누게 된다. 교사의 한두 마디 말이 학생들 관심을 더 끌고, 그래서 학생들과 교사의 접촉면이 넓어진다.


풀씨

작물을 매개로 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양재규

학생들도 재미있겠지. 평소에 체육 활동이라든지 학습 활동에서는 두드러지지 않지만 텃밭 활동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런 학생들이 많지는 않으니까. 몇 명만 관심을 갖는데 그 학생들이 하나하나 다 두드러져 보일 수 있다. 아침에 출근해 둘러보거나 물 줄 때, 또 점심시간에 학생들 두세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내가 보이면 또 달려오고… 이렇게 꾸준히 관심을 갖더라. 1년을 마칠 때쯤에는 꼬마농부라고 상을 주고 싶을 정도인 학생도 있었다.


풀씨

결국은 교실 책상에서만 앉아서는 결코 쉽게 나눌 수 없었던 학생과 교사의 교감, 그게 텃밭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건가?

양재규

누군가를 돌보는 게 식물이든 동물이든,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좀 힘이 약한 친구들한테 애틋함이 더 가는 게 있지 않은가. 학생들도 그런 것 같다. 적극적이지 않고 활동적이지 않은 학생들이 식물들이 자라는 데서 나름의 위안을 얻는다. 학생들은 작물의 상태를 좀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교감하는데 ‘선생님도 이런 걸 좋아해’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어’ 그런 것 같다. 교실에선 보이지 않는 조용한 학생들이다. 앞으로 이런 학생들과 텃밭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까. 학습이나 체육 활동으로는 발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다.

그렇지만 나 자신이 앞으로 우리 삶을 생태적으로 전환시키고 지속가능한 교육, 지속 가능한 지구 이렇게 나아가기까지는 좀 더 많은 공부도 하고 경험을 쌓아야 할 것 같다.


풀씨

교육활동 매개로서 텃밭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는 하지만 누구나 다 그 경험을 자기 삶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올해 열심이셨다.

양재규

재미있었다. 텃밭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던 활동이다. 학교 텃밭에서 학생들과 활동하는 데 초점을 맞춰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에 의미를 둔, 서로 기운을 북돋아 주는 만남이었다.


풀씨

너도나도 학교 텃밭을 할 정도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양재규

의도적으로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집 주변이 주말농장이고, 학교 안에도 텃밭이 있고, 도심 곳곳이 텃밭인 그런 환경. 그런 공간과 농사짓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아이들한테도 영향을 준다. 학교에서 텃밭 경험을 해 본 아이들은 커서도 그 경험을 떠올리면서 기회가 생기면 배추 한 포기라도 심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교사들이 할 일이 더 많다. 의도적으로 그런 환경들을 자꾸 만들고 학생들에게 노출시키면 좋겠다.

관심을 갖는 교사들이 먼저 나서고 그러다 보면 또 다른 교사들도 와서 들여다보고 그러다 관심이 생기기도 하고. 내가 점심 때 상자텃밭을 돌보고 있으면, 일학년 학생들이 하교할 때 교사들이 야기를 해 준다. 지난주보다 더 자랐지, 나중에 뭐가 되는 거야, 이런다. 나는 속으로 나를 칭찬한다. ‘잘 심었다. 수고했다’. (웃음) 이런 기회들이 더 많아지면, 그분들도 당신이 심지는 않았지만 누군가가 심어서 그것으로 교육적으로 이야기해 줄 수 있었으니, 어쩜 내년에는 그도 심게 되지 않을까?


풀씨

오가며 직접 볼 수 있으니까.

양재규

그래서 이 진입로에 상자텃밭이 있는 게 굉장히 좋더라. 일상에서 접할 수 있게 하는 시도들이 좀 더 많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풀씨

이제 마무리해 보자. 이런 작업이 계속 이어졌을 때 내가 잘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 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양재규

지난번 등양초 갔을 때 장독대가 있었다. 나도 그런 그림을 그렸었다. 퇴직하면 가족이 먹는 장을 담가야지 이런 생각을 예전부터 했는데 학교에 그런 활동이 있으면 좋겠다. 서울시의 사업으로 각 자치구마다 장 담그기를 한다. 학교에서도 할 수 있지 않나. 학교마다 장독대가 있고 그와 함께 텃밭, 감나무, 포도나무 같은 과실수가 있는 그런 풍경을 그려 본다. 학교에도 그런 공간들이 있으면 좋겠다. 단순히 보기 좋아서가 아니라 학생들의 식생활, 일상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그게 곧 학생들의 삶과 앎이 함께하는 그런 교육 아닌가. 그런 공간이 학교에 있는 거다. 텃밭과 장독대와 절기/계기교육으로 그때그때 우리의 세시풍속에 따라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활동들이 녹아나는. 그러면 따로 우리의 전통과 먹거리를 고민하고 외래음식이나 식물들, 농업 이런 것들에 대한 염려와 걱정들도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학생들이 자라 어른이 되는 그런 그림을 그려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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