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벗게시판] 영감을 주고 성장하게 하는 100가지 생각

2020-07-06
조회수 2147

  맘밭 이승아 조합원이 다음 카페에 《발도르프 교육의 지혜: 영감을 주고 성장하게 하는 100가지 생각》을 번역하며 더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하면서 그 공부를 꾸준히 나누고 있습니다. 그가 14번째까지 올린 것을 모아 전합니다.^^_사무국


1.

우리는 단순히 우리가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만을 위해 가르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전생애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가르친다.

- 루돌프 슈타이너


2.

만일 어린이집(영유아 돌봄기관)에서, 계절의 리듬을 따르는 영적인 경험을 통해 아이들의 영혼을 풍요롭게 한다면, 그것은 또한 굶주린 세상을 구하는 것과도 같다.  

-A.C.하우드(영국 마이클 홀 학교의 공동창립자이자 작가)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학교든, 가정이든

계절에 따른 리듬, 각각의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과 연관된 의식(전래력, 절기)이 있을 때,

한 해 한 해 아이들이 풍성하게 이 땅이 주는 아름다움을 몸에 마음에 새기며 자라납니다.


3.

얕고 가벼운 생각은 우리를 어디에도 데려다 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용기를 내어 깊고 진지하게 사고해야 한다.

- 루돌프 슈타이너



여러 책을 읽다보면 쉭쉭 빠르게 넘기고서는 스스로가 마치 저자라도 된 양, 뭔가를 많이 알고 해 본 사람처럼 오만해지는 일이 있습니다. 속도가 주는 소화력이 있지요. 가볍게 빨리 읽은 책들은 그 속도만큼 기억에서 사라지거나 제 안에 뿌리내리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몇번을 곱씹어 읽어 잘 소화시켜야하는 책들이 있고, 힘들고 어려워도 그렇게 읽어내려 갔을 때 주어지는 기쁨과 성장이 있습니다.

책 뿐만 아니라 제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지요. 가볍고 쉬이 넘어갈수도 있지만, 좀 더 깊고 면밀히 제 삶의 과제를 성찰하거나, 제 안의 자기혐오와 맞설 용기도 필요합니다(물론 때론 가벼움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적절한 유머와 위트, 유연함, 결론은 균형감)


4. 

슈타이너-발도르프 교육의 목적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보다 큰 성취를 향해 그들의 힘과 그들만의 내적인 신성한 인간적 자질들을

그들이 잘 쓸 수 있도록(가져올 수 있도록) 지금 아이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프란시스 에드먼즈(영국 에머슨 대학 창립자)


우리가 바라는 인간은 “스스로 삶에 목적과 방향을 부여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인간”이라고 슈타이너가 말했다지요. 그리하여 슈타이너의 다음 시를 다시 되새깁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자유로이 아이들을 보내 주자.


5.

교사로서 우리는, 

상상력을 불러 일으킬 수 있게 하는 설레는 방식으로, 

우리에게서 아이들에게로 가는 것을 창조한다는 것을 항상 신경써야 합니다.

- 루돌프 슈타이너


6.

땅을 준비하는(일구는) 것은 정원사의 의무이다. 

그리고 그들은 각기 다른 식물들이 가진 아름다움이 여러 형태와 색으로 드러나는 것에 경탄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아이들이 자라나는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그들의 재능과 기회, 

그리고 한 개개인의 피어남을 바라본다, 

마치 정원사가 꽃과 풀을 바라보듯이.

- 빌헬름 반 데 벨든


그 시선, 땅과 식물을 사랑하는 정원사의 시선.
아이들을 바라보는 교사의 시선도 그와 같아야 겠지요.

새로 학교를 옮기고, 아이들을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고, 개학 후에도 마스크를 낀 채 얼굴을 마주해야겠지만,
위의 글에서 말한 시선, 마음가짐을 품어야겠습니다.

세상의 봄꽃과 새순을 보며 경탄하고,
몸 튼튼, 마음 튼튼하게 다독이며,
4월의 아이들 앞에 섭니다. 홧팅!


7.

교사들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온 우주와 연결되어 있는 한 인간이 여기 있다.

그리고 내가 자라나는 아이들 하나하나와 나의 일을 할 때, 

나는 온 우주에 의미를 주는 무언가를 하는 것이다.

- 루돌프 슈타이너


나 개인만의 일이 아닌 것, 나의 가정의 문제만이 아닌 것, 나의 국가만이 문제가 아닌 것, 전 지구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더욱 깨닫습니다.

Betty Jones의 시도 함께 붙입니다.

I am one with the earth
Sharing in Nature’s birth
Birds and beast, plants and I
All to live and all to die.

나는 이 지구와 하나다.
자연의 태어남을 함께하면서
새와 동물, 식물과 나
모두가 태어나고 모두가 죽는다.
- 〈I am one〉


8.

아이들은 누군가가 즐거움을 줄 때 보다, 심심할 때 좀 더 배운다.

- 더글러스 거윈


코로나 바이러스로 집에만 있는 아이들,
열한 살 큰 아이는 좋아하는 만화 프로그램 시간을 기다렸다가, 20분 보고
(그 사이 저는 좀 쉬고, 여유를 가지지요) 끝나자마자 달려와

“엄마, 뭐 재미있는 거 없어?”라고 합니다. TV와 컴퓨터, 스마트폰으로 ‘재미’를
잠시 느끼고는 다시 심심해하지요.

이 좋은 봄날, 아이들이 잘 놀 순 없을까, 고민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집에서 세 아이와 잘 놀지 못하는 부모로서 답답하지만...
아이들에게 멍할 시간을 좀 주는 것, TV는 제한적일 것,
심심하게 내버려두기(혼자 자전거 타고 밖을 한바퀴 돌고 올지라도)

학교는 연일 ‘원격수업’준비로 바쁩니다.
아이들과 직접 눈 마주치고, 표정을 바라보고, 웃고, 노래하던 수업들이 그리워집니다.
얼굴도 모르는 아이들과, 온라인으로 ‘관계’맺기, 부디 ‘한시적’이길!


9.

배움이란 맥락적인 현실이다.

만일 당신이 당신의 학생이 배우기를 원하는 무언가가 있다면,당신은 반드시 그것을 살아있는 것으로(생동감 넘치게) 보여주어야 한다.

- 존 맥앨리스(미국 맥락연구센터 공동창업자)


Learning is a contextual reality...

If there is something you wish your students to learn, you must live it.


Context라는 단어를 오래 바라봅니다.
맥락, 문맥, 전후상황

같이 근무하는 미국에서 온 원어민 샘께 여쭈어 보니, Contextual Studies라고 예술, 디자인 쪽에서 공부하는 것으로 개인의 역사/맥락/전후 상황에 따라서 예술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한 것을 나누는 과목으로 학위과정에서 하나의 커리큘럼으로 있는가 봐요.

삶의 다양한 스펙트럼, 개인사의 여러 가지 색깔과 빛깔, 교사와 학생이 함께 있는 지금, 여기, 이 현실 안에서 ‘배움’이 일어나기 위해 살아내야 하는 것. 기기에 의존해야 하는 ‘지금’이지만 여기서도 저기서도 ‘삶’이 ‘생명’이 꿈틀거리는 봄입니다.


10.

모든 인간은 가르치는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나 그들은 잠들어 있는 상태이며, 깨어남이 필요하다. 

그리고 예술이야말로 깨어나게 하는 것이다.

- 루돌프 슈타이너




11.

교육의 근본적인 중요성은 잊기 쉽다.

교육이란 

삶을 위해 전 인간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 에릭 뮬러(교육자 겸 알키온 교사 양성 프로그램 설립자). 미국.


삶과 연결된 공부를 위해, 당연히 교과서만 들여다 볼 수 없습니다.
나의 삶을 돌아보고, 아이들의 삶을 살펴봐야 합니다.

온라인 수업(중3)을 시작한 지 이번주 목요일이면 벌써 3주가 되어갑니다.
이메일, 줌, 밴드 라이브 등을 통해 아이들과 존재의 신호를 보내고,
얇게라도 조금씩 ‘관계’를 만들어 갑니다.

우선적으로는 주어진 교과서를 기반으로(작년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났을 때는
교과서 이외의 자료, 악보, 스토리 등을 제가 재구성해서 사용하기도 했지만)
단어 하나를 익히더라도, 자신의 삶과 연계되어 쓸 수 있도록, 새로 나오는 어휘마다 질문을 만들어
답해 보도록 하는 정도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한적이고 한정적입니다.

진실로 나의 삶과 아이들의 삶이 만나야 합니다. 눈을 마주보고, 소리를 듣고,
조금씩 서로의 삶에 관심을 보이며 알아나가는 것.
함께하는 시공간,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는 2020 사월입니다.


12.

사랑을 담은 관심과, 기쁨 가득한 가르침, 

그리고 자신만의 자아발전,

이 세 가지가 바로 우리 교육자들이 

자기 결정권을 가진 인간으로 아이들을 키울 수 있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 재니 니콜(영국 슈타이너 발도르프 학교 펠로십의 초기 임원)


사랑을 담은 관심,
기쁨 가득한 가르침, 
자기 교육 

저 세 가지 문구를 한참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제 안의 감정기복과 내적 상황에 따라, 그동안 사랑을 담은 관심이 없던 순간도 많았고, 기쁨 가득하지 못한 가르침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노력하고 스스로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애쓰고 있음이 작은 희망처럼 고개를 듭니다. 다시 저 세 가지를 맘에 새기고, 홧팅!


13.

당신이 더 높은 지식을 추구하기 위해 한 걸음을 뗄 때마다

당신의 기질의 완성을 위해 세 걸음을 옮겨라.

- 루돌프 슈타이너


14.

모든 인간의 믿음, 사랑, 그리고 희망은 

자기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은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이어져 간다.

- 헬무트 폰 쿠겔겐(국제 발도르프 유치원 협회 설립자)


2018년 겨울, 경주에서 발도르프 연수를 마치고 안동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한 선생님이 제게 아이가 몇 살이냐고 물으셨어요. 그 당시 3, 6, 9살이었죠. “3,6,9요”라고 답하니, “천사들과 함께 사시는군요.” 하시더군요. 방학이라 세 아이 데리고 힘들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선생님의 답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누구나 아이들을 만날 때,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 아, 귀엽다. 사랑스럽다. 아름답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서 품어 나오는 표정이 있습니다.
작은 꽃몽오리, 작은 열매, 작은 잎, 어린 강아지와 고양이를 볼 때도 마찬가지이지요.

새로 학교를 옮기고 다섯 살 막내를 우리 학교 근처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보내면서, 함께 출퇴근을 합니다.
매주 목요일, 3학년 담임샘이 겸무로 다른 학교를 가시느라, 부담임인 제가 교실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목요일은 막내와 함께 일찍 엄마학교에 먼저 가서 교실에 들어가 아침열기를 함께 하고,
막내를 유치원에 데려다줍니다. 내 아이를 내 일터에 데리고 오는 것이
조금은 겸연쩍고, 민폐는 아닐까 조심스럽기도 했습니다.
(안동말로 밍구시럽다 라는 표현이 딱인데! 미안시럽고, 민망시럽고...)

그런데, 아이를 맞이해 주시는 학교의 여러 다른 선생님들, 그리고 중학교 학생들의 얼굴이 참 좋습니다.
아빠 미소(?) 같은 얼굴들. ‘14’의 문장을 많이 바라보면서, ‘우리 안의 믿음, 사랑, 희망이, 우리가 아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만날 때마다 다시 우리랑 연결시키는 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을 품고 있는 지금이 참 아름다운, 좋은 시간임을 다시 감사히 여기게 됩니다.



맘밭 이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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