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글][코로나리포트] ‘맞아, 수업은 끝종이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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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를 ACafter corona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이하여 역사적 전환기라는 의미일텐데학교는 그 변화의 파고 한 가운데에 있는 곳 중의 하나이다.

코로나 이후 달라진 교사의 삶은 여럿이겠지만 우선졸업 후 20년 가까이 소식도 모르고 지내던 대학 동창들과의 네트워크가 살아났다는 점이다.

지난 5, “온라인 개학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지만우리는 이 경험을 소중한 자산으로 삼아 미래교육으로 도약하는 교육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라고 밝힌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대국민담화 이후 현장의 교사들은 장관이 밝힌 우리가 우리인가원격 수업이 미래교육인가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웹캠은 어디서 사야하는지 성능은 어떻게 다르고 온라인 툴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우선 당장 필요한 정보들을 나누고 학교별 지역별 상황을 공유하기도 했다방송이나 신문을 통한 휴업 연기 및 교육부 지침 발표보다 늘 한두 시간길게는 24시간 이전에 상황을 먼저 공유하기도 했다사교육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든 친구의 경험은 신화가 됐고일선 학교 교사들은 뒤진 정보력으로 시대를 읽지 못했다는 자괴감마저 느꼈다단톡방의 정보력이란 아마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알겠으나정보 수집력과 전파력이 만만치 않다.

온라인 수업을 위한 경험도 연수도 전혀 없던 현장의 교사들에게 닥친 시련은 코로나 19보다 더 크게 다가왔고몇몇의 선배 선생님들은 자기 검열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자괴감으로 결국 버티지 못하고 병가를 내셨다는 소식도 들려온다안타까운 일이다.

대다수의 교사들은 당황스러움과 혼돈을 넘어 각자도생의 길을 찾다가 함께 배우면서 어떻게 할지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학교별로 구글 도구 및 프로그램 이용을 위한 각종 연수를 기획하고스스로 영상 제작과 화상채팅 등을 위한 자기 학습을 하고인공지능 더빙을 이용해서 녹화도 한다연구회 등을 만들어서 미래형 수업을 같이 준비하자는 학교 내 움직임도 있었고교육청 소속 연구회 등을 통해서도 학교간 소통과 공유가 살아나서 오히려 이 시기 교사 집단에 새로운 활력이 되기도 했다물론 그 소통의 대부분은 방역과 마스크마이크와 페이스쉴드천막과 급식지도 등과 관련된 것이었지만 말이다.

처음해 보는 온라인 개학과 수업의 피로도는 상당했다낮은 참여율을 보이는 학생들을 향한 끊임없는 관리와 피드백도구들을 습득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도 걸린다낯선 도구들보이지 않는 아이와의 소통을 위한 노력들은 힘겨웠다.

대면 상황이라면 눈 한 번 맞추고’, ‘조단조단 이야기만 해도’ 끝날 것이 무수한 쪽지와 전화문자와 카톡을 하게 했고몇 번이고 이러한 과정은 반복되어 시작은 있되 끝이 없는 것이 원격수업이라는 생각마저 들게했다그럼에도 일부 학부모들의 볼멘 목소리도 들린다원격 수업의 질이 형편없다차라리 학원이라도 제대로 보내게 학교는 최대한 빨리 끝내달라는 말씀도 하신다등교 수업 이후 가장 좋았던 것 중의 하나는 그래도 내 말을 들어주는 상대가 비록 마스크를 쓰고 어색한 표정으로 거리를 유지하며 앉아 있더라도 내 눈 앞에 있고시작 종과 끝 종이 있다는 것이었다. ‘맞아, 수업은 끝종이 있어야지.’

등교 개학을 앞두고 쏟아진 교육부와 교육청의 각종 지침들이 일관되게 향한 곳은 학교 내 집단감염의 적극적 예방인데지침을 들여다볼수록 방역과 돌봄 이외에 학교의 교육활동에 대한 기대가 매우 낮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교육과정편성과 수업일수수업시수와 일과 운영 시간도 줄이고 최대한 비접촉 상태에서 최소한의 교육활동을 수행하라는 내용이었다. ‘학생 간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냐?’, ‘학교는 그저 보육시설이냐?’ ‘이럴거면 개학은 왜 하냐?’는 등의 자조 섞인 푸념마저 들린다.

상황을 이해하고 최대한 협조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체육 및 음악활동의 제약동아리나 스포츠클럽 시간의 학급 단위 운영과 특별실 이동 수업의 제한 등은 교사의 최소한의 의지마저 꺾기도 한다우리 학교는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동아리를 구성하여 지도교사를 선정하거나교사가 먼저 동아리를 개설하여 아이들에게 제안하여 구성하는데 온라인 개학 중에는 꿈도 꿀 수 없었고막상 개학을 해서도 학급이 섞이지 않도록 학급 단위로 운영하라는 교육청의 지침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할 수 없이 1학기에는 당분간 교사가 각 학급의 동아리 한 시간씩을 담당해서 자율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학생 간 1미터 거리 유지를 위해서는 사물함을 들어내야 하고등교 시간과 점심 시간의 발열 체크를 위해서 두 세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빛고을 혁신학교 운동의 일환으로 학생활동 위주의 수업을 디자인했던 그간의 모든 노력도 일단 멈춤비대면 상태에서 학생들은 각자 정면만을 바라보고 교사 학생 모두 마스크를 쓰고는 잘 들리지도 않는 소리로 웅웅거릴 뿐제대로 배우기 위한 활동을 계획하기 힘들다.

일부 학부모들은 방역 지침을 거부하고 나몰라라 하는 경우도 있다이러면 학교는 또 속수무책이 된다지침을 따르지 않을 수도 없고 나몰라라 하는 학부모만 쳐다보고 있을 수도 없어서 일과 중에 담임교사나 보건 교사가 직접 아이를 데리고 보건소를 방문하기도 한다.

하지만위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기존의 익숙했던 방식을 버리고 수업과 교육의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함께 방법을 바꾸지 않으면 살아날 수가 없다옛 것이 꼭 옳은 것도 아니다.

6월 8일까지 순차적 등교 개학이 완료되어 학교는 일정 정도 순항중이다유은혜 장관이 말한 미래교육이 일방향의 지식 전달 수업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많은 교사들이 어려운 가운데 온오프 수업을 병행하는 방법을 고민하고각종 온라인 툴을 이용하여 학생 활동을 계획하기도 한다상황이 어려워도 최소한의 개인 활동모둠 활동 등을 각종 온라인 도구들을 이용해서 계획하고 실행해 보는 것인데 이 경우에도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2016년 한국을 찾아 인공지능시대 미래교육의 방향에 대해 남긴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현재 학교 공부의 80~90%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쓸모 없어질 것이다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가장 중요한 기술은 어떻게 해야 늘 변화하면서 살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해야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직면하며 살 수 있을 것인가일 것이다.”

지식과 정보 위주의 교육과 문제 풀이식 수업에 익숙한 기성 세대인 교사들에게 이 메시지는 우리가 만날 미래 세대에게 배움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의 고민과 함께변화에 가장 둔감한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어떻게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존재론적 질문이 되기도 하다지금이라도 수업을 바꾸고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이번 코로나 상황을 지나며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내게 문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의지만 있다면 정보와 지식은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고 활용하고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옥토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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