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매개가 돼서 밥을 준비한 사람과 그 밥을 먹는 사람이 연결이 돼야”_정명옥

202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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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밥이 매개가 돼서 밥을 준비한 사람과 그 밥을 먹는 사람이 연결이 돼야”

- 정명옥 조합원 경기 안양 삼성초

 


글 풀씨

 


정명옥 조합원은 영양 교사이다. 그는 만날 때마다 당신의 학교 급식이 정말 맛있다며 자랑을 하곤 했는데, 수년 만에 날을 잡아 비로소 그 맛을 보게 됐다. 만남 김에 몇 가지 궁금했던 점을 묻기도 하고.

 

 

▲잡곡밥, 북엇국, 총각깍두기, 튀긴 연근, 부친 두부, 후식인 파인애플. 오늘은 고기가 빠져 있다고 여러 번 말씀하시는데, 나는 부쳐서 양념을 끼얹은 두부와 입안 가득 건강한 풍미를 주는 잡곡밥, 연근과 북엇국에 번갈아 끼어드는 잘 익은 깍두기의 조화로움에 전혀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좀 과식을 했으니, 자랑하실만하다.

 

 

지난 10월 20일은 급식 노동자가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한 날이다. 영양사, 조리 노동자 등은 교육공무직으로 공공운수노조에 속한다. 전교조 소속의 영양 교사인 그와 소속도 다르지만 결정적으로 교사는 파업권이 없으므로 그는 마음으로 파업을 지지할 뿐이었다.


 

▲ 파업 지지의 뜻으로 1층 복도에 그가 붙여 놓은 포스터. 단체행동권은 일하는 사람의 당연한 권리임을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급식 노동자들의 파업에 세간에서는 학생들을 굶긴다느니, 어떻게 빵으로 때우게 하냐느니 등의 목소리들이 나오기도 했다. 동료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결여를 드러내는 말들이다. 이에 대해 그는 참담함을 좀 느꼈다고도 한다. 아니, 사실은 익히 느끼고 있던 것을 거듭 확인하게 되는 것이기도 해서 너무 슬프다고도.

 

 

관리 감독자, 당국의 억지 떠넘기기

 

한편 그는 전교조 영양교육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영양교육위원회는 지난 3월부터 영양 교사를 학교 급식 관리 감독자로 지정하는 것에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적용은 영양 교사 업무 왜곡을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급식 조리장이라는 장소는 분명히 산업 재해가 많이 일어나는 위험한 장소입니다. 8시간이면 8시간을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일어나는 안전 문제를 즉시에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영양 교사는 수업도 하고 행정도 합니다. 이렇게 대처할 수가 없지요.

 

학교 급식실=영양(교)사 이렇게 당연시하며 현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당국에서 관리 감독자의 일을 억지로 떠넘기려고 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 어떤 책임 있는 조처도 없이 그냥 영양 교사를 관리 감독자로 만들어 놔야 자기네들이 그냥 눈 감아도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생기는 거예요. 이런 상황이니 영양 교사들의 관리. 감독자 거부 싸움처럼 돼 버렸어요.

 

영양 교사와 영양사의 일 차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문제도 있다. 영양 교사는 수업으로 자리를 비울 때의 안전 공백을 우려한다. 막중한 안전의 문제에 책임을 다 할 수 없는 것이다.

 

관리 감독자는 책임을 동반하는 거라 굉장히 무섭잖아요. 현장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면 사실 단위 학교에서 책임은 학교장에게 있죠.

 

그는 학생 건강을 책임지고 식단 구성과 학생을 지도하고 수업을 연구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영양 교사의 직분이라고 말한다.

 

근데 그 집중할 시간이 담보가 되지 않는 거예요. 수많은 잡무 더하기 산업 업무 때문에. 그러다 보면 맨날 주는 것만 주고, 양과 질을 따지지도 못하다 보면 실수가 나오고, 이게 결국은 학생들한테 피해가 가는 거 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는 정말 식단 구성하는 거, 급식 운영은 정말 알차게 잘 운영하는 거에만 집중하고 싶죠. 행정 지원도 없어서 맨날 행정실하고 싸워요. 학생 건강을 어떻게 하라고 이렇게 무시하나 싶죠.

 

지난 10월 12일 도의회와 교육청 협의로 경기도는 학교 급식경비에서 인건비와 식품비를 분리하기로 했다.

 

급식비 안에 식품비, 운영비, 인건비가 있는데, 운영비라고 하면 연료비, 주로 연료나 세제비 이런 거예요. 이런 것이 급식비 안에 한꺼번에 다 묶여 있어요. 그러니까 물가가 올라가면 식품비가 낮아지는 거였죠.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고 다른 지역도 분리 추세예요.

 


 

▲ 정명옥 조합원이다. 이야기를 마치며 사진을 찍는다고 하자, 뭔 사진이냐며 손사래를 친다.

 



우유 급식은 지자체로 이관해야

 

학교 우유 급식 폐지 추진 상황은 어떤가요? 다른 품목이지만 과일 급식의 경우, 학교 거부를 겪으며 불편하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서울/경기급식체계 안에서 소비하기로 했던 유기농과일을 소비 못해서 초등학교부터 과일 급식을 시작하려 했더니 전교조가 반대하고 나섰다는 얘기가 들리기도 한던데요.

 

우유는 제가 1989년도에 들어왔을 때도 이미 급식비+우윳값 이렇게 딱 붙어 있어서 먹고 안 먹고 조사할 것도 없었죠. 그러다 1990년대 중반에 생협 운동이 조금 일어나면서 생협 학부모들이 우유를 강제로 먹이느냐라는 문제 제기를 많이 했어요. 그 이후 선택으로 바뀌었죠. 그런데 희망하는 사람만 하는 경우에는 급식이 아니잖아요? 여기에 무료 급식이라고 해서 또 하게 되니, 이제 이중으로 관리를 하게 된 거죠.

우유가 굉장히 복잡하거든요. 처음에는 매뉴얼이 그냥 한두 줄이었어요. 우유 급식을 이렇게 해라. 지금은 한 권 분량이 되었죠. 하지만 우유 급식은 농림부 사업을 교육부가 협조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우유 예산은 학교로 1원도 안 내려와요.

학교는 시행을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학교에서는 우유를 먹을 아이들을 모으고 업체를 선정한 뒤, 그 업체하고 학생들을 매칭해 주는 작업을 하는 셈이죠. 업체는 학교에서 해 주는 확인서로 지자체에서 돈을 타는 구조예요.

이 탓에 얼마 전에 사고도 났지요.

※권익위, 저소득층 학생 우유 15억 빼돌린 업체 적발, 뉴시스, 2021.10.05. 

https://newsis.com/view/?id=NISX20211005_0001602558&cID=10301&pID=10300

 

그는 우유 급식은 학교에서 지자체로 이관해서 직접 바우처 등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급식과 같이 제공돼 관행으로 ‘우유 급식’이라고 여겨져 왔으나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급식하고 아무 관계가 없는 일을 학교는 할 필요가 없다.

 

과일 간식도 농림부 거예요. 초등 돌봄 간식으로 한 3년 전부터 제공했을 거예요. 돌봄 사업이니 학교 급식과는 전혀 관계가 없지요. 근데 돌봄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너무 잘 먹으니 평가를 좋게 한 거예요. 그런데 이 간식은 일회용 컵에 제공돼요. 소수 인원일 때는 쓰레기가 나오는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거죠. 문제로 드러나지 않은 거예요. 아이들이 잘 먹는다, 좋아한다, 이렇게만 본 거죠. 그러다 학생들한테 다 주면 좋겠다 그렇게 된 거죠.

 

 
 

▲ 배식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게시판이다.



급식을 시장으로 보지 마라

 

제가 2002년부터 급식 운동을 했어요. 이때 강조했던 게 급식을 시장으로 보지 말자는 거였어요. 급식 운동의 최대 수혜자는 생산자도 아니고 아이들이어야 한다. 물론 생산자에게 도움이 되면 너무나 좋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학생들이 더 좋아야 된다는 거였죠.


그는 친환경 급식으로 친환경 농가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건강하게, 그다음이 농민을 행복하게 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기에 과일 간식 제안이 혹여 학교를 과일 소비 촉진처로서 먼저 생각한 데서 비롯한 것이지 않은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급식에서 지금 과일은 넉넉해요. 영양량이 충분하죠. 그런데 아이들 과일 섭취량이 정말 적어졌어요. 옛날에는 과일을, 예를 들어서 사과를 1/4쪽을 줘도 더 먹으려 했다면 지금은 1/8쪽을 주는데도 안 받아가는 아이들이 더 많아졌어요. 그만큼 사과나 배와 같은 조금 덜 자극적인 과일들에 대해서는 선호도가 굉장히 떨어졌어요. 게다가 과일 1/8쪽은 30g이 채 안 되거든요. 그런데 간식으로 제공되는 1회 150g의 양을 아이들이 먹으면 밥을 못 먹어요.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에요. 어른도 힘들지요.

 

그의 말은 명확하다. 아이들의 선호도도 그렇거니와 영양량에서도 면밀한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후식으로 제공한다면 한 끼 제공 영양량에 포함해야 하니 문제고, 오전에 제공한다면 이후 점심 섭취량 문제가 예상되고. 가능한 방법이라면 오후 간식 정도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과일을 섭취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죠. 우유도 마찬가지예요. 우유도 좋은 식품 중의 하나니까. 먹는 거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죠. 어떻게 먹고, 언제 먹고, 어떻게 공부하느냐가 영양 교사인 우리들의 업무하고도 직결되니까 문제시하는 거죠.

 

얘기를 듣다 보니 우유 급식이 예전 어린이 신문 판매와 유사하다. 학교에서 할 일이 아닌 것을 마치 학교 일인 것처럼 위장한. 굳이 학교에 들어와서 할 필요가 있는 일인지 없는 일인지 판가름하는 기준은 명확한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아이들을 앞세운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인가. 그는 이런 이야기를 한겨레에 기고한 바 있기도 하다.

※학교 우유급식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한겨레, 2019.01.23.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879592.html

 

한 맘카페에,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려고 하는데, 병설 유치원 급식이 아이들 입맛에 맞지 않다며 단설 유치원을 보내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어린이집을 다니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토로한 이가 있었다.

 

이거는 질문이 이건 좀 그렇군요. 어디서 들으셨어요? 병설 유치원 급식은 초등학교 급식을 1, 2학년으로 확대하면서 이미 함께하고 있어요. 단지 이번에 제도화되면서 법 내로 들어왔다는 거예요. 이전엔 그냥 급식을 한다, 정도였는데 이제 제도적으로 완비한 거죠.

 

그는 밥맛이 없다는 민원은 유치원에서 제일 많이 나온다며 당연한 것이라 한다. 왜냐하면 초등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작년까지는 이런 민원이 비공식적이었는데, 올해는 제도 안으로 들어온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병설 유치원에서 밥 먹던 아이들은 다른 사설 유치원에서는 밥을 못 먹어요. 급식은 초등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중학교 가면 먹는 양이 많아지잖아요. 그런데 급식비는 상대적으로 그만큼 많아지지를 않아요. 조금 늘죠. 그래서 양을 채우기에도 급급한 정도밖에 안 되죠.

 


▲ 하이패스? 잔반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다. 깨끗이 먹은 학생들은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식기를 반납한다.


 ▲코로나19가 가져온 급식실 변화. 어색했던 칸막이도 이제 익숙해졌다. 급식실은 소독을 더 많이 하고 일하는 분들은 마스크를 절대로 벗지 못한다. 가림막 소독도 맨날 해야 한다. 일이 많아질 수밖에.



서로를 이해시킬 급식 언어가 필요하다

 

이제 이야기를 마무리하죠. 동료 영양 교사에게 그리고 다른 동료들한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어렵네요. 저는 옛날부터 영양 교사가, 급식을 하는 급식 노동자가 급식 언어를 개발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야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이 급식을 너무 몰라요. 물론 맛있게 먹으면 되지 굳이 알 필요는 없겠죠.

그렇지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누가 밥을 준비해 줬는지 정도는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밥이 매개가 돼서 밥을 준비한 사람과 그 밥을 먹는 사람이 좀 연결이 돼야 하는데 너무 연결이 안 돼요. 밥을 준비하는 사람을 이해를 못해요. 저 사람들이 힘들다고 막 그러는데 왜 힘든지 몰라요. 파업을 막 하는데 왜 파업하는지 몰라요.

근데 그 모르는 거에 대한 책임이 비단 모르는 그들에게만 있을까요. 우리가 하는 일을 명확하게 알리고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해요. 힘들다고 아우성만 칠 것이 아니라 왜 힘들고 어느 부분이 힘들고 어느 부분을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잘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필요한 거죠.

어느 단위나 그런 고민이 있겠지만, 다른 선생님들이나 관리자들이나 아니면 학부모들이나 이런, 우리 안에 있는 사람들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우리 일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가 동료 교사들과 지은 책이 있다. 《우리 아이 밥상》으로 4계절 요리 레시피를 담았다. 그리고 그와 곁들이면 좋을 다른 것들도 덧붙이고 있다. 사무국에서 밥 당번을 할 때마다 늘 해 오던 국과 찌개만 먹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제철 재료를 쓴 160가지의 요리 레시피를 담았다고 하니, 앞으로 메뉴 걱정은 하지 않는 걸로. 비록 잔반을 거의 남기지 않을 정도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라지만, 사무국에도 그와 별 차이가 없는 입맛이 있으니...

 


 ▲ 정명옥,조성임,방현미,김지원 지음, 리잼,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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