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2년의 기다림, 이젠 끝내야
- 김남철 조합원, 전교조 전남지부
글 원민
출근 준비를 하며 SNS 메시지를 보니 풀씨가 반가운 소식을 남겨놓았다. 전남의 김남철 조합원이 서울에 온다는 소식이었다. 1989년 전교조를 결성할 당시 해직된 교사들의 지위에 관한 원상회복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시위는 정오에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6월 30일, 장마철 한낮의 여의도는 후텁지근한 열기로 가득했다. 이내 예고에 없던 소나기마저 내렸다. 비도 피할 겸 민주당사 옆 건물 입구에 서 있는데, 멀리서 김남철 조합원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하회탈 목걸이처럼 마스크 너머로 환하게 웃음 짓는 그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1인 시위를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작년 11월에 ‘해직 교원 및 임용제외 교원의 지위 원상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의당 등 여야 의원 113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정말 오랜 기다림 끝에 ‘명예회복’의 길이 열리는구나 싶었다. 논란은 좀 있더라도 법안이 통과될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 재보선 이후 전혀 진척이 없다. 민주당 의원만 98명이 발의에 참여했고, 180석을 가진 거대 여당인데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법안을 통화시킬 수 있다. (민주당이) 몸을 너무 사리는 것 같다. 그래서 국회가 아닌 민주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1989년 전교조 창립 당시 조합 탈퇴를 거부해 구속, 파면, 해임된 교사는 총 1,527명이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1994년과 1998년, 1999년 세 차례에 걸쳐 복직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신규 특별채용 형식으로 복직돼 해직 기간 동안의 임금을 받지 못했고 경력도 인정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해직 교사들은 27년 넘게 임금과 연금 산정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에 지난해 연말부터 해직 교사들은 청와대와 교육부, 각 시·도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무려 32년이다. 전교조에 가입하고 탈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직된 건 엄연한 국가폭력이다. 당연히 원상회복되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두 가지다. 우선은 명예회복이다. 교육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교사들에 대한 정당한 역사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당시 대규모 해직과 구속 과정에서 자행된 국가폭력과 인권유린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전교조와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빨갱이’라는 공안 프레임도 그때 씌운 것이다. 경제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하루아침에 실직을 당했다고 생각해 보라. 생활고에 시달리며 힘들게 산 사람들이 정말 많다. 더구나 복직 아닌 특별채용 형식으로 임용된 것이어서 호봉과 연금 등의 불이익을 지금까지 받고 있다. 복직 당시도 정부의 부당한 제안을 수용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해직된 인원이 1,527명이니 얼마나 고심이 많았겠나. 결국 복직하는 쪽으로 결정됐고 그렇게 32년이 지났다. 해직 교사들 중 대다수가 은퇴를 했고 150여 분은 이미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현재 교직에 남아 계신 분들도 모두 정년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고 바로잡아야 한다.
《조선일보》는 지난 5월 30일, <與 “전교조 교사 해직 기간 임금 준다” … 1인당 약 8억>이란 제목으로 법안의 본질을 왜곡하는 기사를 냈다. 무려 1조 4,071억 원의 국민 세금이 소요될 것이라며 자극했다. 중앙일보 등 다른 언론들도 앞다투어 비슷한 논조의 기사를 복제하듯 내보냈다. 반면 법안을 낸 강득구 의원은 총 1,100억 원, 1인당 지급액으로 환산하면 약 6,000만 원을 가량을 15년에 걸쳐 수령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교조라면 경기를 일으키는 부류들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진실과 정의는 밝혀지기 마련이다. ‘여순 사건 특별법’도 73년 만에 제정되지 않았나. (지난 6월 27일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의회를 통과했다.) 이번 원상회복 특별법 역시 결국 본의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믿는다.
전교조 해직의 부당성은 1989년 당시 문교부(현 교육부)가 전국 일선 교육청에 보낸 ‘전교조 교사 식별법’이란 공문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른바 ‘문제 교사 식별법’인데 과연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찾아보자. 결과를 몰랐다면 오히려 칭찬하고 표창을 주기 위해 추천할 교사를 선별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지금은 인터넷상에 부조리의 극치이자 황당한 유머로 회자 될 정도다. 한국 교육과 교육운동사의 슬픈 역사의 대변하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말이다.
제목: 전교조 교사 식별법 ·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 학급문집이나 학급신문을 내는 교사 ·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 교사 · 신문반, 민속반 등의 특활반을 이끄는 교사 ·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 반 학생들에게 자율성, 창의성을 높이려 하는 교사 · 탈춤, 민요, 노래, 연극을 가르치는 교사 · 생활한복을 입고 풍물패를 조직하는 교사 · 직원회의에서 원리원칙을 따지며 발언하는 교사 · 아이들한테 인기 많은 교사 · 자기 자리 청소 잘 하는 교사 · 학부모 상담을 자주 하는 교사 · 사고 친 학생의 정학이나 퇴학 등 징계를 반대하는 교사 · 한겨레신문이나 경향신문을 보는 교사 - 1989년 문교부>일선 교육청 공문 내용(출처: 신동아 1989년 7월호) |
1인 시위를 마친 후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시위 내내 먼발치(?)에서 힘이 되어 준 풀씨와 최승훈, 이진주 기자도 함께했다. 메뉴는 평양냉면. 여의도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었다. 무더위에 소나기까지 내려 후텁지근한 터라 제격이었다. 맛의 고장 남도에서 온 분에게 슴슴한 평양냉면이 입에 맞을지 몰라 걱정이 좀 됐지만 말이다. 김남철 조합원이 시원한 육수로 답답한 속을 풀고 고소한 메밀향에 평안을 맛보았기를…
인터뷰
32년의 기다림, 이젠 끝내야
- 김남철 조합원, 전교조 전남지부
글 원민
출근 준비를 하며 SNS 메시지를 보니 풀씨가 반가운 소식을 남겨놓았다. 전남의 김남철 조합원이 서울에 온다는 소식이었다. 1989년 전교조를 결성할 당시 해직된 교사들의 지위에 관한 원상회복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시위는 정오에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6월 30일, 장마철 한낮의 여의도는 후텁지근한 열기로 가득했다. 이내 예고에 없던 소나기마저 내렸다. 비도 피할 겸 민주당사 옆 건물 입구에 서 있는데, 멀리서 김남철 조합원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하회탈 목걸이처럼 마스크 너머로 환하게 웃음 짓는 그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1인 시위를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작년 11월에 ‘해직 교원 및 임용제외 교원의 지위 원상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의당 등 여야 의원 113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정말 오랜 기다림 끝에 ‘명예회복’의 길이 열리는구나 싶었다. 논란은 좀 있더라도 법안이 통과될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 재보선 이후 전혀 진척이 없다. 민주당 의원만 98명이 발의에 참여했고, 180석을 가진 거대 여당인데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법안을 통화시킬 수 있다. (민주당이) 몸을 너무 사리는 것 같다. 그래서 국회가 아닌 민주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1989년 전교조 창립 당시 조합 탈퇴를 거부해 구속, 파면, 해임된 교사는 총 1,527명이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1994년과 1998년, 1999년 세 차례에 걸쳐 복직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신규 특별채용 형식으로 복직돼 해직 기간 동안의 임금을 받지 못했고 경력도 인정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해직 교사들은 27년 넘게 임금과 연금 산정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에 지난해 연말부터 해직 교사들은 청와대와 교육부, 각 시·도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무려 32년이다. 전교조에 가입하고 탈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직된 건 엄연한 국가폭력이다. 당연히 원상회복되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두 가지다. 우선은 명예회복이다. 교육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교사들에 대한 정당한 역사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당시 대규모 해직과 구속 과정에서 자행된 국가폭력과 인권유린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전교조와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빨갱이’라는 공안 프레임도 그때 씌운 것이다. 경제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하루아침에 실직을 당했다고 생각해 보라. 생활고에 시달리며 힘들게 산 사람들이 정말 많다. 더구나 복직 아닌 특별채용 형식으로 임용된 것이어서 호봉과 연금 등의 불이익을 지금까지 받고 있다. 복직 당시도 정부의 부당한 제안을 수용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해직된 인원이 1,527명이니 얼마나 고심이 많았겠나. 결국 복직하는 쪽으로 결정됐고 그렇게 32년이 지났다. 해직 교사들 중 대다수가 은퇴를 했고 150여 분은 이미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현재 교직에 남아 계신 분들도 모두 정년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고 바로잡아야 한다.
《조선일보》는 지난 5월 30일, <與 “전교조 교사 해직 기간 임금 준다” … 1인당 약 8억>이란 제목으로 법안의 본질을 왜곡하는 기사를 냈다. 무려 1조 4,071억 원의 국민 세금이 소요될 것이라며 자극했다. 중앙일보 등 다른 언론들도 앞다투어 비슷한 논조의 기사를 복제하듯 내보냈다. 반면 법안을 낸 강득구 의원은 총 1,100억 원, 1인당 지급액으로 환산하면 약 6,000만 원을 가량을 15년에 걸쳐 수령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교조라면 경기를 일으키는 부류들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진실과 정의는 밝혀지기 마련이다. ‘여순 사건 특별법’도 73년 만에 제정되지 않았나. (지난 6월 27일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의회를 통과했다.) 이번 원상회복 특별법 역시 결국 본의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믿는다.
전교조 해직의 부당성은 1989년 당시 문교부(현 교육부)가 전국 일선 교육청에 보낸 ‘전교조 교사 식별법’이란 공문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른바 ‘문제 교사 식별법’인데 과연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찾아보자. 결과를 몰랐다면 오히려 칭찬하고 표창을 주기 위해 추천할 교사를 선별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지금은 인터넷상에 부조리의 극치이자 황당한 유머로 회자 될 정도다. 한국 교육과 교육운동사의 슬픈 역사의 대변하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말이다.
제목: 전교조 교사 식별법
·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 학급문집이나 학급신문을 내는 교사
·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 교사
· 신문반, 민속반 등의 특활반을 이끄는 교사
·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 반 학생들에게 자율성, 창의성을 높이려 하는 교사
· 탈춤, 민요, 노래, 연극을 가르치는 교사
· 생활한복을 입고 풍물패를 조직하는 교사
· 직원회의에서 원리원칙을 따지며 발언하는 교사
· 아이들한테 인기 많은 교사
· 자기 자리 청소 잘 하는 교사
· 학부모 상담을 자주 하는 교사
· 사고 친 학생의 정학이나 퇴학 등 징계를 반대하는 교사
· 한겨레신문이나 경향신문을 보는 교사
- 1989년 문교부>일선 교육청 공문 내용(출처: 신동아 1989년 7월호)
1인 시위를 마친 후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시위 내내 먼발치(?)에서 힘이 되어 준 풀씨와 최승훈, 이진주 기자도 함께했다. 메뉴는 평양냉면. 여의도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었다. 무더위에 소나기까지 내려 후텁지근한 터라 제격이었다. 맛의 고장 남도에서 온 분에게 슴슴한 평양냉면이 입에 맞을지 몰라 걱정이 좀 됐지만 말이다. 김남철 조합원이 시원한 육수로 답답한 속을 풀고 고소한 메밀향에 평안을 맛보았기를…